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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합본 특대호를 만들 때면 휘몰아치는 과량의 업무에 기진맥진 넋이 나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험난한 마감의 고개를 넘으면 금세 마음이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른다. 한주의 고생을 평소보다 통통해진 잡지의 무게로 고스란히 느낄 땐 연휴 기간 한껏 게을러지겠다고 결심 아닌 결심을 하기도 한다. 고정 지면 ‘리스트’의 특별판쯤 되는 ‘<씨네21> 기자들이 요즘 꽂혀 있는 것들의 목록’에도 썼듯 이번 추석 연휴에는 올해의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 테니스대회나 실컷 챙겨 볼 생각이다. 라스트 댄스를 예고한 세리나 윌리엄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지만, 기본적으로 테니스는 본선에 오른 모든 선수가 우승 가능한, 방심할 수 없는 멘탈 경기라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은 대진이 없다. 물론 최근 20년간은 ‘어차피 우승은 페더러/나달/조코비치’로 귀결되는 역사였지만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없는 올해 US오픈 왕좌는 누구의 차지가 될지 톱시드의 활약과 언더도그의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며 뉴욕과의
[이주현 편집장]추석엔 OO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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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 것도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마인드 마이닝’을 직업으로 가진 나는, 강연자로서 ‘말하고’ 작가로서 ‘쓰는’ 것보다 ‘읽는’ 직업을 더 먼저 갖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 활자 중독인데다 직업상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어야 하기에 자연스레 읽을거리가 서재와 노트북에 쌓이게 된다. 공부하다 발견한 좋은 책들을 하나둘씩 주변에 알리다보니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하면 책 추천을 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그렇게 알린 책 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은 것들이 나오자 판이 커지게 되었다. 출간 전 추천사를 써달라고 출판사들이 보내오는 책들부터, 한번 읽어보라며 보내주는 책들까지 차곡차곡 쌓여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로 어림도 없게 되었다.
그간 밀린 책을 포함해 이번주에만 7권의 추천사를 출판사에 보냈다. 대부분 인간 삶의 이해를 데이터로 풀어낸 책들이었는데, 추천사를 써야 하니 반강제적으로 주제 중심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읽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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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얼굴 뵙고 인사드리네요.” “저희 구면이에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사드렸었는데… 괜찮습니다. 많이들 절 못 알아보더라고요.” A평론가에게 실례를 했다. 그는 이번주 <놉>의 크리틱에서 “인간의 눈은 기계의 눈보다 신뢰성이 낮다”고 썼는데, 나의 눈도 그리고 기억도 멋대로의 생략에 신뢰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A평론가 옆에 앉은 B평론가와는 연락만 주고받았지 정말로 초면이었다. 타 지역에서 일하다 올해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B평론가는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영화관과 OTT를 누비고 있었다. <헤어질 결심>을 5~6번쯤 보았고 각본집까지 반복해 읽었다는 그는 정작 <헤어질 결심>으로는 비평을 쓰지 않았다. B평론가의 노트북에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미완의 글들이 상당수 저장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 군대를 가게 되면 평론 활동을 잠정 은퇴해야 할 것 같다는 C평론가, 요즘 글이 잘 안 써진다는 D평론가, 20자평 쓰는 게 참
[이주현 편집장] 영화가 있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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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현재 재학생 수를 보면 저출생, 고령화 추세를 실감할 수 있다는 글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나도 내가 졸업한 중학교를 검색해보았다. 나의 모교는 경상남도 소도시 외곽에 있던 여자중학교로, 90년대 후반 당시 한반에 50여명을 꽉 채워 학년당 13학급이었다. 어림잡아 역산해보면 당시 전교생이 2천명 정도였다. 검색 결과 나오는 지금 전교생은 110명이었다. 학년당 2학급, 30명 내외. 2학년은 30명도 되지 않았다. 2천명이 110명이 되다니! 정말, 인구 감소를 실감하게 하는 숫자였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합계출생률은 0.81, 서울 지역 출생률은 0.64였다. 저출생, 고령화와 그에 따른 사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책이 시도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출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보다 출생률 저하의 효과가 더 커서,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 현상도 발생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차별과 배제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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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번주 종영했다. 드라마가 슬슬 입소문을 타고 매화 시청률이 배로 뛰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고래 이야기를 하고 회전문과 김밥 이야기를 하고 우영우식 인사법을 귀엽게 모방할 때에도 나는 실눈을 뜨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드라마를 정주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며 작품의 진심을 의심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자폐인 캐릭터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포장하는 것은 뻔하고 얄팍한 수법인 데다 오히려 극소수의 천재 자폐인을 특별한 존재로 대상화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더불어 비장애인 배우의 장애인 연기를 불안하게 지켜볼 때가 많은데 어설픈 재현과 과장된 표현은 그 자체로 희화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장애인 캐릭터는 연민의 대상이거나 현실과 유리된 판타지한 존재로 편협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많아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주현 편집장] ‘안돼’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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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기자의 SNS에서 “나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문장을 처음 보았다. 웃기기도 했지만, 충격적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기도문 영문을 찾아봤다. “but deliver us from evil”, 여기에서 말하는 ‘악’이 ‘evil’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원래의 문장은 ‘우리’, 복수로 되어 있지만 ‘but’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 들어간 ‘다만’을 ‘나만’으로 전환하면서 기도의 대상이 단수가 되었다. 언어유희로는 최고의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다’라는 글자 하나를 ‘나’로 바꾸면서 이렇게 기가 막힌 구조적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니! 아마 다른 언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나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 문장이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 중 하나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래 제목은 “the tyranny of merit”이다. 메리토크라시라는 단어는 많은 철학 용어가 그렇듯이, 정말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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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8일과 9일, 서울과 경기 지역 일대에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그야말로 생전 처음 겪어본 공포스러운 폭우였다. 출근 시간이 평소 대비 2~3배 늘어난 것 말고는 침수나 붕괴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없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자주 가던 하천의 나무들이 어깨까지 물에 잠긴 것을 보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상기후로 비가 멈추지 않아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 근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날씨의 아이>는 분명 감독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든 작품이지만, 지금과 같은 재난이 반복된다면 상상의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일가족 참사 사건을 보면서는 <기생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외신에서도 <기생충>을 예로 들어 한국의 집중호우를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생충>이 어쩌다 현실을 반영한 다큐멘터리가
[이주현 편집장] 인간답게, 동물답게 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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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 지면에서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자의 인내심에 대한 이야기를 썼으니, 세줄 요약의 시대에 대한 한탄조차도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글을 쓸 때도 후렴 모음 대신 앨범을 듣는 일에 대하여, 책의 다이제스트 대신 천천히 독서를 하는 일에 대하여, 20분짜리 요약 영상을 보는 대신 2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했지만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그 뒤로도 세상은 바빠지기만 했고, 시간을 들이는 향유는 점점 사치로 취급받는 듯하다. 그사이 틱톡은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해졌고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기능을, 유튜브는 쇼츠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셋 모두 주로 1분 내외의 영상을 취급한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에는 ‘5초짜리 영화의 세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더이상 아무도 2시간짜리 영화를 보지 않고 단 5초면 한편의 영화가 끝나는 세계. 1분이 넘는 영상은 아무도 보지 않는 세계. 이건 영화적인 표현일 테고, 실제로 5초짜리 영상은 영화라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5초짜리 인내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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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편집실에서 만들어진다는 클리셰가 거짓이라면, ‘음악을 넣으면 장면이 더 괜찮아질 거야’라는 클리셰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영화는 좋은 음악이 들어가면 더 나아진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쓴 책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나오는 문장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자신의 영화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유용한 안내서이자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직업적 회고담이자 20세기 후반 할리우드의 역사를 생생히 담고 있는 최고의 텍스트다. 시드니 루멧은 영화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에서 “음악과 영화, 이 둘은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훌륭한 장면에는 훌륭한 스코어가 있다”며 영화와 음악의 상호 관계를 헤아렸는데, 그가 말하는 좋은 영화음악은 결국 영화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투명하게 존재하는 음악이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신나는 축제의 장이 되어주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월11일 개막한다. 제천국
[이주현 편집장] 그런 순간엔 이런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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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글로벌 기업의 사옥에 강연차 다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화, 자동화, 원격화 등의 기술은 전세계인의 지지를 받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간을 배제할 수 있는 기술 진보를 온 인류가 지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난리통에 살아남은 조직들간에는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살아남을 방법은 빠른 학습 능력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조직은 이를 위해 끊임없이 의식과도 같은 모임을 만들어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단련시키려 애쓴다. 나의 강연도 바로 그런 ‘리추얼’의 일환이었다.
그간 리추얼은 대부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정한 메시지를 다 함께 경청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연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대형 강의실을 가득 메운 직원들이 아닌, 사방이 막힌 사내 스튜디오와 표정 식별이 불가능한 2천명이 모인 채팅 창이었다. 이제는 감염의 우려 때문만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채워진 말풍선 2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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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여름휴가철이다. 아직 아무런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해 사랑하는 계절 여름을 회사에서만 보내게 될까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녀온 사람 모두 낙원이라 추천하는 하와이는 어떨까? 당장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하와이행 비행기표 편도로 한장이요”라고 말해볼까? 요즘 하와이행 비행기는 만석일까? 궁금해서 항공사 직원에게 “이 비행기엔 몇명이나 탑승하죠?”라고 물어본다면… 앗, 이것은 바로 <비상선언>의 시작?!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바이러스 테러를 결심한 남자(임시완)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시작된다.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처럼 뚜렷한 이유와 목적을 찾기 힘든 현대의 테러를 다루는 이 영화는 손쓸 수 없는 재앙과 재난을 느닷없이 맞닥뜨린 사람들이 지상과 상공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4D 시사가 아니었음에도, 비행기가 끝 모르게 추락하거나 균형을 잃고 회전하는 장면에선 극장 좌석이 비행기 좌석처럼 느껴져 주먹을 꼭 쥐고 스크
[이주현 편집장] 하와이행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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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하청노동자들은 대형 원유 운반선 안에서 농성 중이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배 밑바닥에 0.3평 철제 구조물을 용접하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둔 지도 한달이 지났다.
2016년에 조선업에 불황이 왔다.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7만명이 해고되었다. 일자리를 지킨 노동자들도 임금이 30% 삭감되었다.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이 투입되었다. 개별 노동자들도 실직, 급여삭감, 중노동으로 고통을 분담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조선업은 수주한 다음 선박을 준공하고 인도한 다음에 그 성과가 경영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주가 실적이 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실적으로는 이미 고비를 넘었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모든 변화를 거치는 6년간, 계속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20년 숙련공이 최저임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파업을 지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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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이 8월5일 출간된다. 나처럼 각본집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괜히 흐뭇했다. 영화 관련 책이, 그것도 개봉영화의 각본집이 이만큼 화제를 모으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라는 것과도 연결되는 지점일 텐데, 좋아하는 영화를 티내며 좋아하길 즐기는 팬들은 이미 예약 사이트에서 즐거운 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소장하고 싶은 단일한 각본집입니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각본집 보기를 중단합니까?” “통장 잔고가 각본집 사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내 인생은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영화의 대사를 활용한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절대적 팬심을 확인하는 재미가 이렇게 극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최근 영국에선 <미니언
[이주현 편집장] 유희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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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4화부터 보게 되었다. 연거푸 변호사와 검사 등 법조인이 대통령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얘기는 온통 법조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향이 있다. 좀 지겨워졌다. ‘변호사 우영우’, 법조인 얘기의 또 다른 변이겠지,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다에서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한국의 수족관에서는 4년밖에 살지 못한다.”
요즘 읽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의 <바다, 우리가 사는 곳>의 표지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이 얘기가 마침 채널 돌리다가 잠시 멈춰선 우영우 얘기에서 나왔다. 작가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봤을까? 아니면 인터뷰 기사를 본 것일까?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봤고, 앞의 것도 찾아서 봤다. 제주도 앞바다와 해변, 모비딕 얘기에서 핫핑크돌핀스까지, 이 자연스러운 전개는 아무래도 드라마의 ‘속 얘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겉 얘기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이고, 속 얘기는 고래와 바다에 관한 이야기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변호사 우영우와 고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