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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종영한 <마인>의 최종회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순간으로 남을 장면을 선보였다.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가 우리 함께 아이를 잘 키워보자며 양쪽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다. 아내가 두명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분란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은 쏙 빠지고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그간의 한국 드라마가 묘사해온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었다면, <마인>은 갈등의 불씨를 제거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두 엄마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보고 있다는 낯설고도 복합적인 감정을 <마인>을 보는 동안 종종 느꼈다. 살얼음판 같은 재벌가에서 서로를 지키는 형님과 동서, 능력과 사랑은 별개임을 인정하고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남편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아내, 배다른 자식의 행복을 위해 책임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는 새엄마.
<마인>에서 등장인물들의 선택은 단
[장영엽 편집장] <마인>과 <블랙 위도우>, ‘여성스러움’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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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식사 중 화제는 요즘 부쩍 친절해진 택시였다. 복잡한 도시에 좁은 공간의 이동수단이라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 택시 속 경험이 몰라보게 바뀌고 있음에 모두가 공감했다. 하차 전 별점을 읍소하는 기사 분들을 만난 경험 또한 자리에 모인 전원에게 있을 정도로 이제는 평판 때문에라도 질 높은 서비스가 당연해지는 플랫폼 시대가 도래했다.
기사보다 손님이 우위에 서게 된 지금의 상황이 기반시설은 열악하고 경제발전의 기울기는 가파른 시절에 자란 내겐 도무지 익숙지가 않다. 타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차는 항상 부족했기에 친절함까지 요구하기엔 승객의 입지가 한없이 작았다. 짐짝이 실리듯 모르는 이들과 함께 가야만 했던 ‘합승’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요즘의 변화는 황송하기까지 하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것이 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의 ‘추락’(Nosedive)이다. 모든 사람들의 사회적 평가가 5점 만점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주인공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오점 만점에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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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씨네21> 통신원들이 보내오는 리포트를 매주 흥미롭게 읽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국내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화제의 영화 소식을 미리 접하는 즐거움이 컸다면,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영화계 상황은 어떤지, 유례없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원고를 유심히 보게 된다.
지난 1년간 통신원들이 전한 소식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세계 영화계의 창의력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록다운 기간이 길어지자 아예 비대면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비대면을 소재로 한 코믹 스릴러 영화를 연출한 감독(프랑스)부터 영화제(film festival)에서 영화(film)라는 단어를 빼고 TV시리즈, 팟캐스트, 게임, 콘서트를 포괄하는 축제로 거듭난 뉴욕 트라이베카페스티벌(미국), 영화제 중심부를 벗어나 고풍스러운 유적지에서 관객을 만나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서머 스페셜(독일)의 사례까지 그야말로 개인과 단체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대처 방식과 아이디어가 빛났다.
[장영엽 편집장] 창의력도 해결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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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저녁에 눕는 자리를 옮겼다. 얼마 전까지 담요를 씌운 작은 의자를 쓰던 첫째는 캣타워 높은 곳, 에어컨 바람이 잘 드는 칸에 누웠다. 지난달까지 폭신폭신한 해먹에 몸을 말고 자던 둘째는 이제 베란다 타일 위에 철퍼덕 누워 머리만 집 안으로 내밀고 있다. 장판보다는 타일이 시원할 터다.
고양이들과 함께 산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2013년 가리봉동에서 태어난 첫째, 커크는 어느새 여덟살이다. 사람이라면 지천명일 나이다. 원래도 똑똑했는데, 요즘은 정말로 세상사를 좀 아는 표정을 짓곤 한다. 2017년 연남동에서 태어난 둘째, 스팍도 어느새 네살이다. 고양이가 네살이면 어느 모로 보아도 다 자란 나이인 데다 몸집도 크지만 하는 행동은 아직 새끼 고양이 같다. 아침마다 오빠(동거인)의 뱃살에 열심히 꾹꾹이를 하고, 사료통 여는 소리에 겅중겅중 뛰어온다.
커크를 처음 데려왔을 때, 나와 동거인은 이 암컷 고양이의 언니와 오빠가 되기로 했다. 인간을 동물의 엄마, 아빠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랑해, 우리랑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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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환경운동을 위한 행진 도중 그레타와 아버지가 끼니를 두고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끼니를 거르고 그들에게 돌아가겠다는 그레타와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아버지의 싸움은 결국 아버지의 승리로 끝이 나지만, ‘왜 그렇게까지’라는 의문을 남긴다.
그에 대한 답은 풀밭에서 그레타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 문제가 인류에게 야기할 위기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온 정신을 쏟아야겠기에, 혹여나 기후 위기를 논하는 회의가 열릴까 싶어 주말 약속조차 잡지 못한다는 그레타의 절박함은 환경운동가로서 그가 얼마만큼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툭하면 연설문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감정 과잉의 소녀, 구체적인 대안도 없으면서 환경 문제를 운운하는 애송이라며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환경운동에 자신의 모든
[장영엽 편집장] 미래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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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대학로예술국장 대극장에서 연극 <단테의 신곡-지옥편>(나진환 연출)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 초청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보았다. 코로나19 한가운데라서 자리를 한칸씩 띄우고 앉았는데, 매진이라도 극단측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 아는 단테, 그것도 천국은 빼고 지옥편이라니! 듣기만 해도 안 보고 싶은 이야기 아닌가?
청년들이 ‘가성비’를 앞세우며 넷플릭스에 대한 찬미를 부르는 것을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액제에 익숙해진 관객이 팬데믹 종식 이후 과연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것인가, 이런저런 가설들이 많다. 한국에서 극장은 이미 끝났다는 영화인의 탄식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날 대학로에서 휴식 시간까지 합쳐 세 시간 가까운 시간을 어두운 극장 안에 있으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연극은 그리스 신화 등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반추하게 해주어서 재미는 있었다. 그렇지만 세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우리는 왜 연극을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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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와 마녀>의 개봉을 앞두고 <지브리의 천재들>을 읽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인 스즈키 도시오가 쓴 이 책은 지난 3월 국내 출간된 바 있다. 책의 부제는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책의 원류가 된 <땀투성이의 지브리사>라는 제목에 더 마음이 가게 된다.
특히 지브리 신화의 출발점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 과정의 일화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당시에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었지만 완벽주의자인 그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톱 크래프트라는 회사의 스탭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으나, “아침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가져온 도시락을 젓가락으로 이등분해서 아침과 저녁에 절반씩 먹”고 그 이외에는 오직 일만 하는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데 지친 톱 크래프트의 스탭들이 &l
[장영엽 편집장] 영화를 소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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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관심 있던 책의 광고를 읽다 호기심이 푸시시 식어버렸다.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가져와 인간의 가학성에 대한 주장의 근거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립 짐바르도가 1971년 행했던 이 실험은 평범한 스탠퍼드대학교 학생들이 무작위로 감옥의 간수와 죄수 역할이 주어지자, 역할에 충실하다 못해 간수들은 가학적인 폭력을 가하고 죄수들은 폭동을 일으켰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경만 주어지면 누구든지 악마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의 단골 근거로 쓰인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을 드러내는 실험으로도 지겹게 출현한다.
문제는 이 실험 곳곳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윤리적인 이유로 재현할 수도 없는 이 실험은- 여기서부터 이미 ‘동일한 조건하에서 재현이 가능해야 한다’는 심리학 실험 검토 원칙의 열외가 되어버린다- 사실 알려진 것과는 다른 실험이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휴먼카인드>에서 이 부분을 밝히고 있다. 실험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연구 결과를 연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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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후기가 주변에서 하나둘씩 들려오고 있다. 전화나 방문, 온라인 신청을 통해 ‘잔여 백신’을 맞은 경우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우리 동네 잔여 백신 현황을 생각날 때마다 새로고침해보지만 ‘0’이라는 숫자는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이던데, 접종했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성공했나 싶다.
<씨네21> 취재팀에서도 임수연 기자가 발빠르게 접종에 성공해 기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지난 5월 말을 기점으로 세계 평균 접종률을 뛰어넘었다고 하니,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올가을 무렵이면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전세계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올해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접종하지 못한 이들간의 (일상에서의) 적지 않은 격차가 예상된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고 나서부터다. 올해 7월
[장영엽 편집장] 백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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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발표된 곡들이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발매되어 듣기 어려워진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의 4번째 싱글 《내 루돌프》 뮤직비디오가 3주 만에 조회 수 500만건을 가볍게 달성하고 순항 중이다. 영상에 달린 3만개가 넘는 엄청난 댓글까지, 그야말로 우리를 ‘맫며들게’ 만들고 있다.
감동한 ‘60억 포켓몬스터(팬클럽 명)’ 팬들의 호응의 글들은 공동창작 수준의 창의성을 보여주며 조회 수보다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컴백 무대는 스타들의 공식처럼 Mnet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 가졌고 시공간이 일그러질 만큼 아우라를 발산하는 아이돌 그룹의 위용을 자랑하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어진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화보는 “필터 썼나 의심될 정도의 비주얼”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멤버인 탄과 제이호의 미모를 감출 수 없는 인터뷰가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자 늘 그렇듯이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준며들다 ‘맫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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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독자라면 ‘쇼러너’(Showrunner)라는 단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드라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작가 방’(writer’s room)에 소속된 모든 작가들을 총괄하고, 매 에피소드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쇼러너는 그야말로 시리즈의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다. ‘떡밥의 제왕’이라 불리는 J. J. 에이브럼스처럼 국내에서 막강한 팬덤을 형성한 쇼러너도 있으나, 메이킹 필름이나 블루레이 코멘터리를 통해 종종 관객을 만나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할리우드 감독들에 비해 미국 드라마 쇼러너들의 제작기를 직접 들어볼 기회는 드물었다.
그러던 차에 김성훈 취재팀장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미드 <굿 닥터> 제작자로 잘 알려진 엔터미디어콘텐츠 이동훈 대표를 취재하던 중 할리우드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쇼러너로 활약 중인 한국계 시나리오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다. 멀게만 느껴지던 미국 드라마 업계에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의
[장영엽 편집장] 할리우드 ‘작가 방’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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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영화 <인트로덕션>은 담담한 마음으로 관람하다가 어퍼컷을 세게 얻어맞은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게 되는 작품이다. 송경원 기자는 이번호 기획 기사에서 “시작의 지점 바로 앞, 문 앞에 선 존재들의 시간을 그러모은 영화”라는 감상을 덧붙였는데, 그의 표현처럼 무언가 시작되기 직전의 전조감으로 가득했던 영화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 다가오는 것들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주인공 영호(신석호)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만나려던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선택하고 싶었던 직업을 택하지 못하고, 지키려던 사랑을 지키지 못한 그는 겨울 바다에 몸을 담근다. 감기 걸리겠다며 걱정하는 친구를 뒤로하고 조금만 바닷속에서 버텨보겠다던 청년은 파도에 휩쓸리고 물을 먹고 추위를 이기지 못해 다시 뭍으로 나온다. 이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움직임이 <인트로덕션>의 마법 같은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시린 겨울 바다의 촉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짐작하는 것은 결코 같
[장영엽 편집장] 인트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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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업에서 나는 쪽글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글을 쓰게 한다. 그 대신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따로 보지는 않는다. 주로 다음 수업에 다룰 내용들을 미리 생각해보게 하거나, 그날 수업에서 다룬 얘기를 좀더 새겨보는 얘기들을 주제로 낸다. 최근에 ‘54세의 어느 황사 가득한 봄날’을 주제로 냈다. 수업의 주제는 자연현상 중에서 ‘늙어가는 것’이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스스로도 그런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해놓고 나니, 나도 안 해본 생각들을 좀 하게 됐다. 과연 나는 그 시절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 30여년 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건강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장담할 수가 없다.
지금 20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10대 연구를 몇년간 좀 해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54세의 어느 황사 가득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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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료 제작자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씨네2000은 씨네21 자회사냐고요. 아마 두 회사가 같은 해(1995년)에 생긴 데다 이름도 비슷해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함께 가야 할 운명인가 봅니다.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씨네21>의 창간 15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에 참석한 영화 제작사 씨네2000 이춘연 대표의 말이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획한 눈 밝은 제작자이자, 한국영화계의 큰 어른으로서 수많은 영화계 행사의 연사를 맡았던 그는 언제 어디에서든 좌중을 웃음 짓게 하고 귀 기울이게 하는 진귀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씨네21>과 오래오래 함께하자던 이춘연 대표가 지난 5월 11일, 71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마비. 얼마 전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시사회, 지난 3월 후원이 중단됐음을 알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앞날을 모색
[장영엽 편집장] 함께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