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축구계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한 인종차별 문제로 떠들썩하다. 지난 5월22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도중 발렌시아의 홈 팬들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비니시우스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었다. 비니시우스는 관중과 설전을 벌였고 경기 막판엔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다 퇴장까지 당했다. 이후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SNS에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선 인종차별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스페인 축구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가 브라질의 축구 스타이기도 한 만큼 룰라 대통령까지 나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엄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많은 동료 선수들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연대 의사를 표했고, 25일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에서 진행된 경기에선 동료 선수들이 비니시우스의 유니폼을 단체로 입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구단은 공식 SNS에 이 사진과 함께 “우리는 모두 비니시우스다”라는 문장을 올렸다. 손흥민 선수 역시 두눈을 찢어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을 당한 적 있다. 이것이 2023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라운드에서 끝내 눈물을 흘린 비니시우스를 보며 나도 따라 울었다.
디즈니가 실사화한 2023년 버전의 <인어공주>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인어공주>의 에리얼 역을 신인 핼리 베일리가 맡았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캐스팅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라기에 주인공 배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나보다 싶었다. 이를테면 연기력 논란이나 가창력 논란, 하다못해 사생활 논란이나 인성 논란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논란이 피부색 때문이라니. 피부색이 하얀 인어공주는 되지만 피부색이 검은 인어공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니. 이런 생각 자체가 차별적이지 않은가. 이건 영화다. 과거의 작품을 시대에 맞게 변용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피부색은 고수될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 인어공주의 비늘이 파란색일 수도 있고 빨간색일 수도 있는 것처럼. 이번주 정독을 권하는 비평지면 ‘프런트라인’에서 김소희 평론가는 디즈니의 <인어공주>와 다르덴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를 가로지르며 이렇게 썼다.
“<인어공주>를 둘러싼 일부 관객의 반감은 한편으로는 정당했다. 주인공의 피부색은 기존의 스토리를 전환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예상보다 주된 변수로 작용한다. 새로운 <인어공주>는 단순히 다른 세계를 꿈꾸는 소녀의 성장 스토리이거나 경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에리얼이 뭍으로 올라왔을 때, 그는 흡사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난민처럼 보인다.” 피부색을 논란의 이유로 끌어들이려면 ‘2023년 실사판 <인어공주>는 현실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은유가 되어버려 온전히 영화적 판타지를 즐길 수 없게 만든다’ 정도의 이유는 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야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판타지라는 게 있는가?’와 같은 생산적인 질문들을 낳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잠시, 키보드 위 내 손을 내려다본다. 노랗다. 나는 평생 노란 피부색으로 살아왔다. 나의 피부색은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P.S. 지난 1년간 객원기자로 독자들을 만났던 이우빈, 정재현 두 친구가 이번주부터 취재기자로 <씨네21>에 합류했다. 의욕적이고 성실한 두 사람의 활약을 잔뜩 기대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