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까. 아이들은 왜 즐겁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무섭고 이상한 이야기에 더 귀를 쫑긋 세울까. 공포에의 매혹을 심리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설명할 지식은 없지만,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겁쟁이가 아니라는 증명 혹은 어른스러움을 입증하는 행위 혹은 담력 테스트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나는 심장을 죄어오는 공포를 즐길 줄 모르는 겁쟁이였다. 겁쟁이인 걸 들키는 것도 싫어하는 겁쟁이였지만 어릴 적 <전설의 고향> 중 <내 다리 내놔> 편을 봤을 때의 충격과 뭣 모르고 봤던 <오멘>의 공포는 쉽사리 떨칠 수 없었다. ‘김세인의 데구루루’를 연재하고 있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은 자신이 괴담 마니아였다고 이번호에 실린 에세이 ‘무서운 이야기’에서 밝힌다. (“중학생 때 흔히 그렇듯 비 오는 날이면 선생님을 설득해 수업 대신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용한 친구들이 오히려 인기가 좋았다. 나도 그럴 때면 나름 인기가 좋았는데 입도 떼기 전에 ‘무서워!’, ‘쟨 그냥 무서워!’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좀 억울했다.”) 그는 “아주 깊은 슬픔은 공포이고 공포는 아주 깊은 슬픔”이라는 말로 공포의 감각을 설명했는데,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깊은 슬픔의 고개를 굽이굽이 넘기 시작하면서부터 공포영화가 예전만큼 무섭지 않아졌던 것 같다. 산다는 건 온갖 미지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씨네21> 기자라면 넘어야 할 산 몇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겁이 많아 공포영화와 담쌓은 사람도 공포영화를 보고 기사를 쓰거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담당을 맡게 될 때가 온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 자기최면을 걸고 뚜벅뚜벅 공포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새삼 직업적 책임감 혹은 월급의 무서움을 생각하게 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부천에 머물며 여럿의 ‘부천 괴담’을 만들어온 <씨네21> 기자들은 올해도 부천에서 흥미로운 장르영화 및 괴담들과 조우할 채비를 하고 있다. 개막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 이 영화로 첫 내한을 하게 된 아리 애스터 감독(<유전> <미드소마>)의 마스터클래스는 올해 부천의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편집증을 앓는 아들과 그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179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진을 빼놓는다고 하는데, 힘들 걸 알면서도 아리 애스터의 손짓에 넘어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올해도 부천에서 ‘이상해도 괜찮은’ 상태로 한여름의 괴담을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