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나와 있는 무수한 글쓰기 책을 섭렵하면 정말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의 기본기를 익히고 좋은 글을 감별하는 눈은 기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그래서 재밌고, 그래서 괴롭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역시 직접 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본인이 글쓰기 초보라 생각된다면 글쓰기에 관한 책을 한두권쯤 읽어보길 권한다. 언급했다시피 기본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기본이란 무엇인가. 기본 중의 기본은 맞춤법 그리고 정확한 단어와 표현을 찾아 쓰는 것, 바른 어순으로 문장을 쓰는 것이다. 맞춤법과 문장은 보통 퇴고할 때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그만큼 퇴고는 중요하다. 거의 모든 글쓰기 책은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영화책을 탐독하고 영화이론을 공부하면 영화평론을 잘 쓸 수 있을까. 지식의 양과 글쓰기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영화 지식과 영화 글쓰기 실력도 비례하지 않는다. 영화 유튜버 혹은 오디오 비주얼 필름 크리틱을 할 게 아니라면, 영화평론가로서 ‘글’을 쓰고 싶다면 역시 글쓰기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밥 먹는 사람에게 글은 기본 도구다. 도구도 갖추지 않고 작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카메라를 다룰 줄 모르는 것, 혹은 축구 선수인데 축구공을 다룰 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할까.
국어 교사도 아니고 한국어 학자도 아닌데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최근 한달간 제28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사유의 깊이 때문이 아니라 문장과 표현이 어지러워 이해되지 않는 글들을 꽤 접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웠다. 열심히 쓴 건 알겠는데, 열심히 영화를 분석한 것도 알겠는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보이는데, 결국 미완의 글이 되어버린 원고들을 접하면서 퇴고의 중요성을 꼭 한번 언급하고 싶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름다워진다. 이것은 내가 의심 없이 믿는 글쓰기 원칙 중 하나다. 기자들이 쓴 기사를 보면서도 나는 자주 묻는다. “이건 무슨 뜻이야?” “무슨 의미로 쓴 거야?”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중요한 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지식을 뽐내려는 글, 자의식 과잉의 글, 알맹이는 없고 장식적인 글도 모두 피해야 한다. 이건 내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예비 지원자들에게 조심히 건네는 조언이다(<씨네21> 기자들도 보고 있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영화평론상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올해 영화평론상 우수상 수상자 유선아씨는 3번째 지원 만에 당선됐고, 공동 우수상 수상자 김신씨 역시 최소 3번은 지원한 것으로 안다. 영화가 좋다면, 좋아하는 영화로 글을 써보고 싶다면 부디 포기하지 마시길. 마침 책상에 쌓인 불교 잡지의 특집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진정한 기도는 끝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