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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작가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동료 변호사의 법무법인에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다. 의뢰인과의 식사 자리를 거절할 수 없어 나갔는데 그 자리에 확진자가 있었단다. 법인 직원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고 법인 일시 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내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내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에도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우편물이 쌓인 우편함, 한산한 엘리베이터. 우리 건물은 고통 분담을 위해 관리소장직을 무급으로 전환해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지가 붙었다. 집합건물 관리소장은 보통 소방법 등에서 정한 자격이 있고 기간제법 예외사유에 해당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고령노동자다. 아마 고용유지조건으로 무급에 동의했을 것이다. 관리소장이 무급이 되며 관리비가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 임대료는 (당연히) 조금도 삭감되지 않았다. 어쩌다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십중팔구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듣는다. 주식 투자니 트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실패가 너무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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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차별’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고 점점 쌓이며 유해함을 키워가는 차별을 뜻한다. 2017년, 수신지 작가가 SNS를 통해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는 한국에서 기혼 여성이 흔히 경험하는 먼지 차별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입소문만으로 구독자 60만명을 훌쩍 넘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갓 결혼한 회사원 민사린이 “시가 식구에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시기”인 ‘며느라기(期)’를 거치며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깨달아가는 이 이야기가 요즘 다시 화제를 모은 것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며느라기>가 카카오TV에서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자니 치사스럽고,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하다는 것이 먼지 차별의 특성이다. 맞벌이하는데 아들만 ‘가장’이라 치켜세우고, 갈치조림을 먹으면서 며느리에겐 굳이 무를 권하며 선물로 앞치마를 건네는 시모는 가장 눈에 띄는 ‘빌런’이다. 그러나 민사린(박하선)
'며느라기', 정신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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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한주였다. 즐겨 찾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안전문자의 문구와 동선으로 존재하던 확진자 정보에 지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취재 일정을 이어가는 <씨네21> 기자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과 평안을 잃지 않는 연말을 보내시길 바란다.
지난호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연말 결산 특집 기사에서는 올 한해의 주요 사건과 변화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보았다. 시시각각 사건, 사고가 잇따랐던 2020년은 최전방에서 영화계 이슈를 접하는 매체의 입장에서도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던 한해였는데, 1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호 결산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서 영화가 먼저 개봉하고 배급의 마지막 단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화가 공개
[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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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TV나 잡지 등에 소개되는 다양한 수집가들을 보면서 언젠가 자본 여력이 된다면 개인이 모은 수집품들을 모아 ‘박물관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 각자에게는 소중하지만 박물관으로 가기엔 다소 가치가 떨어지는 개인의 하찮은 수집품들을 모은 박물관 말이다. 그런 수집품들은 대부분 개인의 생애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게 보통이라 그게 너무 아쉬웠다. 울산에 사는 김씨가 수십년 동안 모았던 각종 라면 봉지나, 서울 사는 박씨가 모은 오래된 전자제품 등 이런 수집품들이 한데 모여 있는 박물관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나 역시 소소한 수집을 하고 있는데, 물건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채집 활동으로, 대략 2006년부터 틈틈이 거리의 간판 사진을 찍고 있다. 대개는 오래된 간판이나 손으로 직접 쓴 글씨, 수작업으로 제작한 간판들이다. 1천여 군데 장소에서 채집한 사진들은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었지만 ‘걷다가 만난 글자’란 이름의 인터넷 블로그(2777.tistory.com)에도
[이동은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채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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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33분부터 34분까지 딱 1분간. 2020년 9월에 사는 남자와 한달 전인 8월에 사는 여자의 핸드폰이 연결된다. 유중건설 최연소 이사 김서진(신성록)은 회사 창립기념 파티날 딸 다빈(심혜연)이 실종되고, 아이가 사망했다고 여긴 아내 강현채(남규리)까지 한강에 투신하면서 삶이 무너진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한애리(이세영)는 심장수술을 앞둔 엄마 곽송자(황정민)가 별안간 자취를 감추고 친구 임건욱(강승윤)에게 엄마 수술비 통장을 털린 암담한 상황이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를 표방하는 <카이로스>는 두 주인공의 위기를 핸드폰을 매개로 한 시간차 비대면 공조로 풀어간다. 9월의 서진은 이미 일어난 일을 한달 전의 시간대에 사는 애리의 힘을 빌려 되돌리려 하고, 8월의 애리는 앞으로 닥칠 위기를 한달 후 시점의 서진을 통해 알게 된다.
한정된 지면을 줄거리에 할애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카이로스>는 뜯어보고 싶은 장면이 넘
드라마 '카이로스', 미래의 위기를 한달 전에 알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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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결산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여러모로 전무후무한 사건들이 많았던 1년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2020년을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무엇보다 올해는 관객 개개인이 영화를 관람하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를 만나는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워졌으며 영화를 처음 접하는 시기도 개봉 직후부터 수개월 뒤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11월 말부터 집계 중인 <씨네21> 올해의 베스트 영화 설문 방식 또한 변화가 불가피했는데, 필자들로부터 어떤 리스트를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이번호부터 12월 셋쨋주 발행될 송년호까지 이어질 다양한 결산 기사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연속 결산 기사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호 특집의 주제는 ‘배우’다. <씨네21>은 매년 올해를 빛낸 남녀 배우와 신인배우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지만 짧은 선정의 변에 배우들의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기엔 아쉬움이 크다고 느꼈다. 더불어 코로나19라는 극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해
[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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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에 올라오는 글들을 흥미롭게 읽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돌아보자는 이 캠페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제안했다. ‘확찐자, ◯밍아웃, 결정장애, 장애우, ◯린이, 거지 같다, 건강하세요’ 같은 말을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어에 예민하고자 노력하지만, 무심코 쓴 표현이 부끄러웠던 경험은 내게도 있다.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주장을 펼치는 내 글에 ‘전장’(戰場), ‘전선’(戰線) 같은 군사 용어가 종종 등장한다는 점을 나는 최근에야 의식했다. 병역거부운동을 통해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을 접하면서부터다. 전쟁의 심상을 손쉽게 소환하는 일에 신경 쓰게 되자, ‘핵노잼’, ‘핵꿀잼’ 같은 유행어들도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
낯선 대상을 친숙한 대상에 빗대 표현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불완전한 언어와 투명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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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 플레저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일정 이상 존재한다. NQQ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인 <스트레인저>는, 2014년 한 출연자의 사망으로 종영된 SBS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의 신작이다. 출연자들은 ‘SV(스트레인지 빌리지) 133’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숙소, 즉 애정촌에 모여 며칠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남자 1호’, ‘여자 3호’ 대신 ‘미스터 염’, ‘미스 김’ 등의 성으로 칭한다.
기이한 상황을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저음으로 전달하는 <짝> 특유의 내레이션도 그대로다. 감자를 80kg에 가깝게 담는 미션에서 혼자 격앙되어 규칙을 깨고 무작정 많은 감자를 모은 남성의 의아한 행동 위로 우아한 음성이 울려 퍼진다. “투우사와 소는 존재만으로도 경기장을 압도한다. 인정한다. 오늘 감자와 미스터 윤의 만남도 그랬다는 것을….”
인정하자. <스트레인저>는 낯선 이들이 만나 로맨스를 꽃피우고
'스트레인저', Hello 아니 Hell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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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다가오면 가끔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예술영화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연말마다 개최하던 영화 기획전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를 보기 위해 대학로를 가로지르던 모습이다.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는 대개 기말고사가 마무리되던 시기에 시작했기 때문에, 대학생이던 나는 마치 연말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한해의 주목할 만한 독립예술영화를 연달아 상영하는 이 기획전에 참석하곤 했던 것 같다.
극장에 앉으면 유리창 밖으로 소담스러운 정원과 장독대가 보이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촤르륵 소리를 내며 닫히는 커튼이 인상적이었던 하이퍼텍 나다는 그곳에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관객으로서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극장이었다. 멀티플렉스처럼 일상적으로 찾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느낀 사려 깊은 관람 경험이 영화의 곁에 오래 머무르는 데 모종의 영향을 주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 있다. 이번호 특집에는 11월
[장영엽 편집장] 내 마음속의 독립예술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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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0일은 김민식 작가의 칼럼 때문에 난리가 난 날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썼고, <한겨레>도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쓰고 칼럼을 삭제했다. 물론 작가의 사과문은 여전히 비판받을 만했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에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보이긴 했다.
문제의 칼럼은 무려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을 달고 아버지의 폭력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글은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출발한 셈이다. 아버지에게 맞은 이야기를 책에 써도 아버지는 보지 않으니 괜찮다, 어머니는 팔순이 되어서도 내 책을 다 필사하실 정도로 열심히 읽으시는데,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많은 데다 책을 많이 읽어서 아버지에게 ‘존중 없이’ 말을 하니 아버지는 ‘손찌검’을 한다, 나는 어머니가 안타까웠고, 그건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정서적 폭력’이었다, 더 똑똑한 어머니가 끌어안아주었어야 한다, 라는 전개로 지식인의 계도적 자세를 비판했다. 비유부터 논리까지 총체적으로 문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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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바짝 마른 산모가 오래 참아온 아이스아메리카노(이하 ‘아아’) 한잔을 주문한 참이다. 배가 눈에 띄는 임신부 때는 그가 뭘 먹고 마시는지 참견하는 사람 천지라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 반샷으로 달라 속삭여도 어디선가 나타난 귀 밝은 자가 엽산이 풍부한 키위 주스를 마시라고 훈수를 두었다. 출산 후엔 찬 것 마시면 이가 빠진다고 ‘아아’를 압수당한 산모는 결국 미역국을 들이켰다.
회사에선 42살 최연소 상무 자리에 오르고, 산후조리원에선 최고령 산모가 된 오현진(엄지원)은 내 또래 여성이다. 아이가 없는 나는 선의를 앞세운 타인의 오지랖에 같이 진저리치는 정도의 공감뿐이겠지만, 출산하다 만난 저승사자를 강물에 메다 꽂고 사후세계에서 산후세계로 진입한 현진을 따라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들여다봤다.
“젖을 위해 먹고 젖을 위해 운동하고 젖을 위해 마시고 젖을 공부하고 젖을 마사지하는 참으로 젖과 같은 천국.” 현진은 ‘세레니티 산후조리원’ 일정을 따라가다
<산후조리원>, 모성에도 ‘계급’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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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맹크>다. 이 작품에 ‘미로’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당황하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다. 1930, 40년대를 배경으로 당대 할리우드의 천재 작가이자 기인이었던 허먼 J. 맹키위츠의 <시민 케인> 각본 집필 과정을 조명하는 <맹크>는 대담하게도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사의 걸작과 1930년대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에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이라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거침없이 대사를 쏟아붓는 초반부에 관람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자 여러분에게 <맹크>에의 도전을 제안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진입 장벽을 넘어선 이들에게- 실은 영화를 즐기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없는 장벽이다- <맹크
[장영엽 편집장] 올해의 미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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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다. 2007년 KBS 공채 22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개그 콘서트>의 간판스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방송 환경의 변화로 출연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코미디 무대보다 아이돌 관련 행사 무대에 더 자주 서게 된 이후에도 늘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의 예능인이라면 웃는 얼굴인 게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지선은 정말로 언제나 괜찮아 보였다. 아니, 그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다. “하하하하하하!”라는 웃음이 그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알 수 없었던 걸까. 11월 7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헤아릴 수 없어 가늠하지 못했던 당신의 아픔에 뒤늦은 안부 대신 안녕을 보냅니다”라는 작별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사랑했던 박지선은 자신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캐릭터를 여러 차례 연기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면서도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박지선 부고를 접하고' - 안녕,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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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승리호>가 처음으로 공개되던 날, 카카오페이지에 가입했다. 많은 영화인들로부터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작으로 거론되던 한국영화 프로젝트의 세계관을 웹툰으로 먼저 만난다는 기대감이 컸다. 무료로 공개된 에피소드만 가볍게 살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달가량의 연재 예정분을 결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업데이트된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서도 헛헛한 마음은 가시지 않아(이래서 완결되지 않은 콘텐츠를 구독하는 건 위험하다),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각종 웹툰과 웹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날의 내가 몇 시간 만에 얼마만큼의 유료 콘텐츠를 결제했는지는 오프더레코드로 남겨두고 싶다. 웹콘텐츠에 중독되면 답이 없다는 지인의 말을 짧고 굵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국내 스토리텔링 콘텐츠 산업의 중추로 확실히 자리 잡은 웹소설과 웹툰의 강점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 화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몰입의 기술을, 여타의 스토리텔링 매체보다 치열하게 갈고닦
[장영엽 편집장] K-스토리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