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지면에 실릴 즈음에는 단식이 끝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쓴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이 50일을 넘어섰다.’ SPC그룹의 노동자 탄압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 출발점은 2017년의 불법파견이었다. 당시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밝혀졌다.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지휘명령을 함으로써 직고용을 회피하고 파견법을 위반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확인되었고, 정부는 실제 고용주인 파리바게뜨(SPC그룹)에 제빵 및 카페기사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거액의 과태료를 내야 할 위기에 처한 SPC그룹은 비로소 공론장에 나왔다. 2018년 1월, SPC그룹이 과태료 지급을 면하는 대신, 피비파트너스라는 합작회사가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고 3년 내에 근로조건 등을 본사 소속과 동일하게 맞추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노사간담회와 협의체 구성에 양대노조와 가맹점주 협의회도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합의로 본래는 SPC본사에 고용되었어야 하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 5천여명이 피비파트너스 소속이 되었다.
그리고 약속한 3년이 지났다. 사회적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근로조건 중 가장 기본인 동일임금부터 문제가 생겼다. 본사 신입사원의 월 실수령액은 260만원인데 피비파트너스 3년차 사원의 실수령액은 월 210만원이었다고 한다. 휴일을 임의로 제한하거나 ‘임금꺾기’를 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당연히 문제가 됐다.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었다. 근로계약서를 아직 작성하지 않은 신입사원에게 한국노총 가입신청서를 내밀었다. 직원이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면 그 관리자에게 포상금을 줬다. 민주노총 소속인 직원을 승진시키지 않거나 민주노총 탈퇴서(사문서)를 위조한 관리자들이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노조탄압이 관리자들의 충성경쟁이 된 것이다.
국회 앞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서, 경찰서나 검찰청 앞에서,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과 시위가 계속되었다.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 ‘근무시간 전산조작 조사하라’, ‘직원들의 휴가휴일 보장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다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다. 사회적 합의의 대가로 과징금을 면했으면 합의한 내용을 지켜야 한다. 근무시간을 조작해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면 안된다. 휴일에 일을 시키면 안된다. 휴게시간에는 밥을 먹고 쉴 수 있게 해야 한다.이 모든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자, 결국 임종린 지회장이 SPC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을 시작했다. 요구사항은 사회적 합의 이행, 노조탄압 인정, 사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이다. 이 당연한 일을 이슈로 만들고 회사가 듣게 하려고 한 사람이 길바닥에 앉아 50일을 굶었다. 끔찍한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빵 하나 덜 먹고 글 몇자 쓰는 초라한 연대를 한다. 저기를 지켜보자. 함께 굶지 못해도 함께 말하자. 저 끔찍한 빵을 먹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