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과거가 되었을 뿐 사장된 기억을 꺼내 보니 나도 한때는 수면과 식사를 거르고 게임에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모니터를 뚫고 들어갈 듯 <스타크래프트>와 세이클럽 맞고에 빠져 지낸 게 내 게임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계속해서 누적된 패배와 사이버 세상에서 모은 고액의 고스톱 머니를 탕진한 슬픔 때문에 다시는 게임에 손을 대지 않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영화를 보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과 다르기에, 개인적으로는 늘 게임과 영화의 상호 간 구애에 의구심이 있었다.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언차티드> <앵그리버드 더 무비> 등 게임 원작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왜 굳이’라는 물음만 생길 뿐 마땅한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최근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보면서는 영화와 게임 사이의 벽이 이렇게 허물어질 수도 있구나 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는 게임을 더욱 영화답게 구현한 작품이라기보다 게임처럼 보이게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1403호 특집 ‘게임 원작 영화 3.0’ 기사에서 송경원 기자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본다는건 차라리 능력자의 슈퍼 게임 플레이를 감상하는 행위와 닮았다. (중략) 요컨대 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보는 게임이다”라며 이 영화를 분석했다. 그러니까 게임을 ‘보게’ 만드는 영화의 전략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작품이란 것이다. 신현우 디지털 문화연구자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사례를 이야기한 글에서 “게임은 신체적이고 조형적이면서 복잡성 속에서 질서 찾기를 요구한다. 반면 시네마는 질서 속에서 차이를 반복시키고,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성을 추구한다”고 게임과 영화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번 특집은 게임의 규칙과 영화의 규칙이 어떻게 흥미롭게 섞일 수 있을지, 그 과정에 서 어떤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지, 점차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게임과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4주째 이어지고 있는 28주년 창간특별호답게 스페셜한 슈퍼스타와의 인터뷰도 실었다. 무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씨네21>에 등판했다. 슈가를 만나고 온 임수연 기자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슈가의 이름을 들어야 했지만(“선배 제가 슈가를 만나는데요… 만났는데요… 만나고 보니까요…”) 그 이름이 한번도 달콤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이제 남은 건 RM, 지민, 뷔, 진, 정국, 제이홉! 언제든 <씨네21>은 환영이다. 게임과 영화가 경계를 허물듯, <씨네21>도 경계를 허무는 잡지니까.
P.S. 1403호부터 디자인을 개편했다. 더욱 글래머러스해지는 게 목표였다. 새 옷도 예쁘게 봐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