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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이 두 세기에 걸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거대한 시험장이 된 것은 우발적인 과거가 아닌 필연적인 역사처럼 보인다. 문화혁명을 통과한 이전 체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벌어진 자본주의의 실험은 제2의 문화혁명이다. 서구식 현대화와 발전에 뒤처진 걸 보상받으려는 듯 중국사회는 급속히 변해왔으며, 중국인의 빠른 행보는 한동안 멈출 것 같지 않다. 지아장커의 영화는 그러한 중국에 대항하는 자가 그려놓은 중국인의 자화상이다. 초현대식 건물을 찍으며 급성장하는 조국에 아부할 마음이 없는 그는 그렇다고 전통문화와 새로운 가치관이 맞서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 생각도 없다. 그는 현대화의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들- 가난한 노동자, 돈벌이가 없는 낙오자, 그리고 의식의 변화없이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다가선다. 그러나 그들은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지아장커는 그들에게서 분노의 표출과 미래의 폭발을 본다고 했다). 그들
[신작 타이틀] “중국인들이여, 되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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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전야> <하얀 전쟁>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텔미썸딩>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공수창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을 완성했다. 시나리오까지만 쓸 줄 알았던 영화 <알포인트>를 연출하면서 캄보디아의 정글에서 전쟁을 치르듯 감독 데뷔했던 그가, 이번에는 촬영 중간에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4달 동안 중단되는 일을 겪고 각본, 감독에 제작자라는 타이틀까지 덧붙이고는 폭우가 쏟아지는 비무장지대의 경계초소를 헤맸다. ‘군대영화’를 연달아 찍은 사람답게(?) 그의 말투는 굳이 따지자면 삐딱하고 거칠다. ‘굳이 따져야’ 하는 이유는 영화든 대화든 좀 덜 세련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하는 쪽을 택하는 그 진심 때문이다. 군인만 떼지어 나오는 영화에서 그 흔한 적과의 대치 상황 한번 연출하는 법이 없다. 그의 영화에서 두려운 것은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이 겨눈 총구가 아니라, 언제고 유령처럼 출몰하는 내부의 망상이다. 군대는 그에게 소
[공수창]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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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야의 유령>은 신부에서 혁명가로 변신한 야심가와 종교재판의 광풍에 스러져간 여인의 이야기다. 밀로스 포먼이 탄생시킨 이 허구의 인물들을 지켜보는 관찰자는 바로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스페인의 궁중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불후의 예술가인 동시에 스페인 사회를 생생한 이미지로 기록한 역사의 증인이었다. 혁명의 열기와 전쟁의 포화가 휘몰아치던 격변의 시대를 고야의 눈을 통해 살펴보자.
1. 무명의 견습생에서 궁중화가로
고야는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시골 마을 후엔데토도스에서 도금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도금의 대가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대성당을 드나들던 그는 고향 선배였던 궁중화가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대성당에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사라고사 성당 벽화인 <신의 이름을 찬미하는 천사들>(1772), <순교자들의 성모>(1780∼82) 등
[알고 봅시다] 스페인 격변의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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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폐막한 올해 홍콩국제영화제는 아시안필름어워드(AFA)의 새로운 시상 부문으로, 아시아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신예감독에게 수여하는 ‘에드워드 양 신인상’을 신설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인 1983년생의 젊은 일본 감독 이시이 유야를 만났다. 몇편의 실험단편영화를 연출한 뒤 졸업작품인 장편 <무키다시 닛폰>(2005)으로 피아영화제에서 대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외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도 사랑, 삶, 죽음에 관한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보여줬고 단숨에 일본영화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혀 소개된 바가 없기에 부산국제영화제 등과 차별화를 꾀하는 홍콩국제영화제의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소개를 부탁한다.
=그러게. 불러주지 않으니 한국 영화제에는 갈 일이 없었다. (웃음) 오사카 예술대학을 나왔는데 <마츠가네 난사사건>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나의 선배다. 지금은 니혼대학에서 미술 석사
[스폿 인터뷰]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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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찰랑대는 머릿결을 날리던 샴푸의 요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융통성없는 정시아’다. 2년간의 공백이 만들어낸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연기했던 신비 덕에 안티 팬카페를 점조직으로 결집시켰던 그녀가 현재 <무한걸스>에서 보여주는 낯선 모습들은 언뜻 재기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음정, 박자 맞는 곳 하나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졸면서 촬영하다 걸려서 난데없이 춤을 추거나, 성깔을 드러내다가도 김신영의 배치기를 당할까봐 움찔한다. 심지어 그녀를 잡은 원숏이 가장 많이 품는 자막은 “멍~”이다. “사실 처음에는 독한 마음도 있었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더이상 어떤 기대도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사실 저를 두고 예쁜 척한다, 공주병이다 그러는 건 억울해요. 저 정말 원래 그런 성격이거든요. (웃음)”
<무한걸스>의 여섯 멤버 중 한명으로 사는 동안 정시아는 이미 많은 정보를 노출했다. 초등학교
[정시아] 주문을 외워, 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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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보다는 은인이다. 간호사, 선교사 출신의 선량하며 매력적인 그녀는 지독히도 폐쇄적이던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누군가의 손이 몸에 닿기만 해도 비명을 질러대던 그는 걸음마를 떼듯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나른했던 시골 마을은 새로운 이웃을 맞이하며 모처럼의 활기로 가득 찬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그녀가 피와 살이 아닌 실리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리얼 돌’(Real doll: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과 연인이 된 남자, 라스의 이야기다. 시답잖은 농담으로 그칠 법한 설정을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동화로 완성한 것은 수줍고 예의바른 미소로 믿음을 전염시키는 라스. 아마도 <노트북>의 애절한 순정남으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그 얼굴, 바로 라이언 고슬링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고슬링은 열세살이던 1993년 디즈니의 어린이 버라이어티쇼 <미키 마우스 클럽&g
[라이언 고슬링] 묘하게 설득력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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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진척이 없다라고 느낀 30대 초반의 시나리오작가 저스틴 잭햄은 어느 오후, 책상에 앉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혹은 해야 할 리스트(버킷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리스트에는 며칠 동안 비우지 않아 방 안 가득 냄새를 피우는 쓰레기통을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인생의 동반자가 될 여인을 만나는 것, 그리고 스튜디오에 시나리오를 파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몇년 뒤, 저스틴 잭햄의 ‘버킷 리스트’는 전부 현실이 되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맨>의 롭 라이너 감독은 죽음과 싸우는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다루는 이 잔잔한 코미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70대의 두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한다라는 컨셉에 스튜디오가 그다지 열광적이지는 않았던 관계로 두 주인공이 방문하는 세계의 모습은 모두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으로 처리되었다. 모건 프리먼이 한때
[현지보고] “위대한 두 배우와 일하는 것은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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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의 예고편을 자세히 보면 이상하게도 노래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스타 감독에 스타 캐스팅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뮤지컬로 팔거나 음악과 가사를 썼던 천재 스티븐 손드하임의 이름으로 광고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손드하임은 <폴리즈> <어 리틀 나이트 뮤직> 같은 작품들을 통해 기존의 장르를 지적인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으로 뮤지컬계에서도 높은 평판을 누려왔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한창 대중적인 오락으로 잘나가던 때에 경력을 시작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의 가사를 썼고, <포럼에 가는 길에 생긴 재미있는 일>(1961)의 음악과 가사를 썼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팝 음악의 주류에서 밀려나게 되자 손드하임은 좀더 고급 관객에게 인기를 누리게 된다.
요즘은 최대한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뮤지컬영
[외신기자클럽] 노래하지 않는 스위니 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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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5년을 맞는 미국. 지난 3월23일 부활절 일요일에 미군 전사자가 4천명을 넘기면서 이곳은 또다시 반전과 철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마치 시기를 계산이나 한 듯 개봉하는 이라크전 관련 영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후 9년 만에 작품을 발표하는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스톱 로스>(Stop-Loss)가 바로 그 작품이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렌디션>, 폴 해기스 감독의 <엘라의 계곡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리댁티드> 등 이라크전을 다룬 영화들이 지난해부터 계속 참패하고 있지만, <스톱 로스>의 배급과 홍보를 맡은 MTV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28일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 특히 청소년과 20대를 겨냥한 대대적인 선전공세와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주연을 맡은 라이언 필립을 비롯해 애비 코니시, 채닝 테이텀, 조셉 고든 레빗 등 잘생긴 남자 출연진을 어필하
[뉴욕] 이라크전 소재의 영화, 이번엔 흥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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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리영화제 성공리에 폐막
기사회생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3월23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월19일 개막한 유바리영화제에는 58편의 상영작이 8868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이 수상작을 선정했는데, 젊은 독립영화감독들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14-필름 오프 시어터 부문은 이노우에 도키 감독의 <지구를 때리는 여자>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200만엔의 상금이 차기작 제작에 지원될 예정이다. 재정 위기로 2006년 중단됐다가 2008년 재개한 유바리영화제는, 영화제 후원금을 모집하기 위해 지난 2월 개최된 유바리후원영화제의 성과로 제 모습을 갖추고 부활할 수 있었다.
2008 타이 첫 자국영화 흥행작은 <호르몬즈>
2008년 타이의 첫 자국영화 흥행작 <호르몬즈>가 개봉 첫주 4천만바트(1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타이에서는 통상 첫날 18만달러를 벌어들이면 흥행을 예감하는데, <호르몬즈>는 첫날 수입이
[해외단신] 유바리영화제 성공리에 폐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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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극장에서 영화만 보니? 난 오페라, 콘서트, TV시리즈, 발레, 농구도 본다! TV는 점점 강력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극장과 DVD 수익의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VOD에 불법 다운로드까지 적수로 떠오르는 요즘. 관객의 발길을 붙들어매기 위한 극장의 새 단장 노력이 즐비하다. 지난 3월23일 미국 멀티플렉스 체인의 그러한 움직임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북미 최대 영화체인인 AMC와 리갈이 셀린 디온의 콘서트와 <스타트렉>의 연속 방영 등을 진행했고, 오는 4월24일에는 수백개의 극장에서 국제 군악챔피언십(drum corps international world championships)의 하이라이트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스포츠 중계 역시 빠질 수 없다. 지난해 8월 뉴욕 메츠의 게임을 생중계하여 재미를 본 뉴욕 지그필드 극장은 올해 여름에는 이러한 기회를 더욱 늘릴 계획이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댈러스 매버릭과 로스앤젤레스 클리퍼
[What's Up] 이젠 극장에서 오페라, 콘서트, 농구까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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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 오스카, 드라마계에 에미상이 있다면 UCC계에는 유튜브비디오어워즈가 있다. 전세계 UCC 포털계의 최강자 유튜브(YouTube.com)가 2007∼2008 시즌 UCC 베스트를 선정했다. 선정부문은 총 12개. ‘귀여운’(Adorable) 부문을 비롯해 ‘코미디’, ‘코멘터리’, ‘크리에이티브’, ‘목격’, ‘영감’(Insirational), ‘설명’(Instructional), ‘음악’, ‘정치’, ‘시리즈’, ‘단편영화’, ‘스포츠’ 등 UCC가 담는 내용에 따라 카테고리들이 구분되어 있다.
12편의 수상작 중 최고 화제를 일으켰던 것은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25살짜리 흑인 청년 테이 존데이의 노래 영상(음악부문). 그는 여기서 자작곡인 <Chocolate Rain>을 부르고 연주까지 하는데, 싸구려 전자건반 반주에 맞춰 고작 두 소절의 멜로디를 밑도 끝도 없이 반복하는 게 3분여 내용의 전부다. 이 단순반복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상이 전세계로 퍼져 600만
유튜브가 안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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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본다.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하다 싶은 모습이다. 그런데 극장 안의 풍경이라면 어떨까? 18살 이상의 관객이 콜라 대신 맥주를 들고 팝콘을 안주삼아 영화를 본다. 생각해보면 극장 매점에 안주가 될 만한 건 지천이다. 건오징어, 땅콩, 알밤, 나초 등등. 맥주만 팔아준다면 맥주가 콜라를 밀어내고 극장 좌석의 컵홀더를 차지할 공산은 매우 커 보인다. 그런데 극장에서 술을 파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한 걸까.
2008년 3월 현재 맥주를 판매하는 극장은 CJ-CGV의 12개 체인이 유일하다. 범위를 확장해보면 이른바 프리미엄 영화관이라 불리는 CGV의 골드클래스, 롯데시네마의 샤롯데관에서도 와인과 맥주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일반 상영관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맥주를 판매하는 곳은 여기가 전부다. 서울의 대학로, 구로, 신도림. 상암점을 비롯해 죽전, 천안, 포항, 대구, 서면, 동래, 대연, 대한점 등이다. 지난 2006년 6월 월드컵 시즌을 맞아 상암점과 인천점에서
[쟁점] 맥주 파는 극장, 늘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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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압구정 클럽에서 열린 영화 <비스티 보이즈> 제작보고회 현장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와 함께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호스트의 생활을 그린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오는 4월 30일날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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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화려한 밤의 세계 <비스티 보이즈> 제작보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