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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노가다’ 지수 ★★★★
인명 경시 지수 ★★★
살인게임 지능지수 ★★
존 애브넛 감독이라, 이름이 머릿속을 어른거릴 만하다. <레드 코너>(1997) 이후 제작에 열중하고 주로 TV무대에서 활동하다 무려 10년 만에 연출한 영화라 더 그렇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가 데뷔작이었다고 말하면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이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작은 전쟁>(1994)과 로버트 레드퍼드, 미셸 파이퍼 주연의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에 이르기까지 만장일치의 작가적 평가를 얻은 건 아니지만 가족·멜로 장르에서 제법 솜씨 좋은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 감독이다. 그에 비하면 R등급 수준의 묘사가 제법 포함된 범죄스릴러 <88분>은 전혀 의외의 선택이다. 그의 변화를 가늠해줄 수 있는 전조는 그가 연출한 TV영화 중에도 없었다. 게다가 영화는 88분이라는 꽉 짜인 시간 안에서 펼쳐지는 ‘예고 살인’의 스릴러
‘예고 살인’의 스릴러 <8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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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들의 몸고생 지수 ★★★★
그 고생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고생 지수 ★★★★
(의외의) 화장실 유머 시도 지수 ★★★★
박구(신구)는 이기적이고 퉁명스러우며 씩씩한 노인이다. 감옥과 가출을 밥먹듯 시도하는 아빠(김영호)가 간만에 선물한 방울 토마토 화분을 품고 잠이 드는 박구의 손녀 다성(김향기)의 되바라진 말투 역시 평범한 무구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성의 아버지는 철거보상금이 담긴 통장과 함께 사라지고, 이웃들의 결사투쟁에도 불구하고 철거는 당연히 진행되며, 개발업자는 물론 이들의 항의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박구와 다성은 이 개발업자의 집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먹을 것이 가득한 저택을 안식처 삼는다. 이들의 안식이 짧고 불안할 것임은 예상 가능한 기정 사실. 날은 추워지고, 눈이 나쁜 다성이 넘어지는 횟수도 잦아지며, 할아버지와 손녀를 향한 우리 사회 불특정 다수의 인심은 무심하고 모질다.
그러니까 <방울 토마토>는 철거촌 빈민을 배경으로 가족애와 이웃
가족애와 이웃사랑을 강조하는 ‘착한 영화’ <방울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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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대비 음악 나오는 시간 ★★★★
제작진의 밥 딜런 이해도 ★★★★
이 영화‘만’으로 밥 딜런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 ★★
밥 딜런을 아시나요. 기타 하나로 시대의 양심을 대변했던 음유시인? 일렉 기타를 집어들자 변절자 소리를 들어야 했던 록가수? 오토바이 사고 이후를 포함하여 50년 가까이 잠적을 반복했던 은둔자? 지면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모두 다른 정체성을 지닌 그 누군가들? 그의 대표곡(처럼 되어버렸으나 그가 평생 벗어나려 애썼을) <Blowin’ in the Wind> 속 한 구절로 진부하게 대답하자면,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짧은 필모그래피 속 변덕으로 치자면 밥 딜런 뺨 칠 만한 토드 헤인즈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 대답은 인간의 일생 혹은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얼마든지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그리고 그는 나이, 외모, 인종, 성별이 다른 여섯 배우를 동원하
밥 딜런에 대한 일곱개의 초상 <아임 낫 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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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튼 커처 완소 지수 ★★★☆
과음 경각 지수 ★★★☆
영화적 사고력 지수 ★☆
“생각하는 것 빼곤 다 저질러라!”(Do it without thinking!) 시 차원의 슬로건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카지노의 대박 또는 쪽박을 맞을 수 있으며, 결혼과 이혼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속 남녀 주인공은 결혼과 대박이라는 두 종류의 일을 동시에 겪게 된다. 보기에 따라 커다란 겹행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스트리트에서 숨가쁜 나날을 보내는 조이(카메론 디아즈)는 “넌 너무 숨막힌다”는 말을 들으며 공들여온 남자친구에게 잘리고, 아버지의 가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며 느슨하게 살아온 잭(애시튼 커처)은 “넌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해버리는 성격”이라면서 회사에서 잘린다. 인생의 중요한 끈을 잘린 남녀는 친구 한명씩 대동한 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스베이
‘어른아이’들이 떨어대는 수선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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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쾌감지수 ★★★
도시밤의 향락지수 ★★
조마조마 긴장지수 ★★★
제임스 그레이의 세 번째 작품 <위 오운 더 나잇>은 갱스터영화로 시작해서 경찰영화로 마무리짓는 작품이다. <리틀 오데사>(1994)와 <더 야드>(2000)에서부터 갱스터영화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던 제임스 그레이는 다시 한번 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로 시선을 향하지만, 전작과 달리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갱과 경찰간의 도시 쟁탈전과 그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바비(와킨 피닉스)의 심리적 혼란이다. 특히 와킨 피닉스는 도시의 밤을 만끽하는 활력에 찬 모습에서부터 표정이 거세된 무표정한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1980년대 말 뉴욕 나이트클럽의 매니저로 있는 바비는 경찰 서장인 아버지와 촉망받는 뉴욕 경찰인 형 조셉(마크 월버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가족과 거의 관계를 끊고 살아가던 바비는 아버지의 승진 파티에 초대받지만 가족과의 거
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 <위 오운 더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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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어린이에게 위인전을 많이 읽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위인전집은 당시 어린이가 있는 웬만한 집에 한질씩 꼭 있었고, 그러다보니 커서 어떤 사람이 될래라고 물으면 나오는 답도 그 집에 있는 위인전집의 인물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만인이 칭송할 만한 인물의 모범적 삶을 닮았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이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위인전에 없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나의 재능이 책 속의 인물들과 다른 것에 좌절하기도 하며 더러 위인전이 사기를 쳤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황우석 박사의 전기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뒤통수를 맞았던 예는 극단적이지만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 같은 정복자를 찬양하는 경우도 관점에 따라 배신감을 갖게 만든다. 그런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정도라면 도움은 될 텐데 대체로 위인전이 노리는 바는 단순한 사실 전달만이 아니다. 위인을 닮고 싶게끔 교훈을 줘야 한다는
[편집장이 독자에게] <아임 낫 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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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이 <아임 낫 데어> 재미있게 즐기는 법 ‘인물 참고 편’이라면 이 장은 ‘작품 참고편’이다. <리날도와 클라라>(1977), <하트 오브 파이어>(1987), <가장과 익명>(2003) 등 밥 딜런이 연출, 각본, 출연 등으로 참여한 극영화들이 있지만 <아임 낫 데어> 보기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밥 딜런 열성 팬에게만 추천한다. 극영화를 반드시 한편 보아야 한다면 <관계의 종말> 한편이면 무난하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D. A. 페니베이커가 밥 딜런의 1965년 영국 투어에 동행하여 촬영한 <돈 룩 백>(1967)이 최초다. 밥 딜런이 카메라 앞에 서서 종이에 쓴 가사를 한장씩 넘기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그때 화면의 후경(왼쪽)에서 앨런 긴즈버그가 어설프게 설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광경을 놓치지 말 것. <아임 낫 데어>의 쥬드가 <돈 룩 백>의 이 장면을
<아임 낫 데어> 솔직한 밥 딜런을 만나기 위해 참고하면 좋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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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일곱개의 밥 딜런. 과연 어떤 사실들에 근거를 두고 조합된 걸까. <아임 낫 데어>를 볼 때 이 인물들의 배경을 알면 흥미로워지지만, 한번 막히면 골치가 아프다. 차례대로 보자.
1. 아르튀르 랭보. 그 랭보가 맞다. 영화에서도 시인으로 소개되는 이 인물은 단 한번도 탁자를 벗어나지 않은 채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하는데, 토드 헤인즈는 1965년과 1966년 기자회견장에서의 밥 딜런의 모습을 기초로 이 인물을 창조했다고 밝혔다.
2. 우디 거스리. 1912년 7월14일에 태어나 1967년 10월3일에 세상을 뜬 포크 뮤직 싱어송 라이터다. 젊은 시절 밥 딜런은 우디 거스리를 정신적 우상으로 삼았으며 그의 흉내내기에도 여념이 없었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한다. 실제로 밥 딜런은 말년에 뉴저지 모리스타운의 그레이스톤 정신병원에 수감돼 있던 우디 거스리를 여러 차례 병문안한 적이 있고, 노래도 불러주었다고 한다. <아임 낫 데어>에서
<아임 낫 데어> 그 배경을 알고 봐야 할 7인의 ‘밥 딜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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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확실히 전통적인 전기영화를 만들고 싶어한 게 아니다. 사실과 허구는 뒤범벅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은 밥 딜런의 삶에 있었던, 특히 그의 카멜레온 같은 본성을 강조하는 사건들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전기문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이를테면 (앨범으로 쳤을 때) “히트곡 모음집” 같은 모든 것을 준다. 하지만 히트곡 모음집과 이 전기영화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속임수 장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영화가 모든 장면과 대화에서 사실과 허구를 섞는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볼 때 이 속임수에 우리 모두 연루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어떤 수준에서의 재미다. 어떤 의미에서 이 속임수란 어느 영화에서나 명백한 진실이며, 오락이나 상업성으로 전환하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거기에서 실제적인 것이 포착되기도 한다. 이 영화 역시 사실과 허구를 섞고 있는데, 당신은 농담 안에 있으며, 나로 인해 웃음으로 초대
<아임 낫 데어>의 감독, 토드 헤인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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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을 영화의 창작자 중 누구와 견줄 수 있을까. 철지난 말처럼 영화가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이라면 누군가는 미국의 대중음악은 밥 딜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주장하고 싶어질 것이다. 고다르가 “니콜라스 레이가 영화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밥 딜런이 음악이다’라고 흉내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밥 딜런은 한명의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누군가는 또 의미심장하게 말할 것이다. 밥 딜런 스스로는 본인에 관해 “만약 내가 밥 딜런이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내게 줄 많은 해답을 밥 딜런 그가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알 듯 말 듯 기지 넘치게 자기의 존재를 인정한다. 실제로 밥 딜런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영미권의 영향력있는 영화전문 계간지 <시네아스트>의 공동편집장 리처드 포튼은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미국 팝 컬처에서 대중오락과 이른바 진지한 예술 사이를 밥 딜런 이상으로 횡단해낸 인물은 없다”고 <아임 낫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은 [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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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즈가 밥 딜런의 전기영화 <아임 낫 데어>를 만들었다. ‘나는 거기 없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벨벳 골드마인>으로 아름답고 신나는 글램록의 상상화를 그려낸 토드 헤인즈는 다 있지만 그 어디에도 없는 밥 딜런의 이야기에 도전한다. 영화는 성공적이다. 유쾌하고 재기가 넘치며 풍성하다. 먼저 <아임 낫 데어>가 과연 어떤 영화인지 개괄적인 내용을 읽어보자. 그리고 그가 몇몇 매체에서 한 인터뷰를 일별하자. 그 다음 밥 딜런들이 된 여섯 배우, 일곱 캐릭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배경을 알아보자. 마지막으로 <아임 낫 데어>와 같이 보면 좋을 밥 딜런에 관한 다른 영화와 책을 살펴보면 이제 준비는 다 된 거다. 토드 헤인즈가 초대한 흥미로운 밥 딜런의 세계로 신나게 뛰어들자. 다 같이 주문을 위우면서. 자, 시작할까?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밥 딜런….
<아임 낫 데어> 매력만점! 스크린에 그린 21세기형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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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셨다. 그리고 정말 19년이 흘렀다. 3편 <최후의 성전>으로부터 4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실제 19년이 흘렀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3편의 배경이 나치가 기승을 부리던 1938년이었는데 4편의 배경이 그로부터 19년 정도가 흐른(정확하게는 20년) 1958년이라는 사실도 포함된다. 그렇게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와 해리슨 포드의 노화를 물리적인 시간으로 일치시켰다. 그렇게 보자면 아들 머트(샤이어 라버프)의 나이도 적당히 계산된다. 메리언(캐런 앨런)과 1편인 <레이더스>(1981)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가 영화 속에서 1936년 이후고, 1938년을 배경으로 한 <최후의 성전>에서는 이미 메리언과 헤어졌을 때니 그 사이 잉태된 아이였다면 흐른 시간만큼 머트의 나이가 될 것이다. 19년이란 세월은 시리즈의 공백이 아니라 그가 한 고고학자의 후계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인 셈이다. 그렇게 인디아나 존스는 무심한 아버지가 싫었던, 하지만 그
<인디아나 존스 4> 3인3색 읽기 ② 주인공 캐릭터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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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는 현대의 신화 구실을 하는 영화들을 만들었다. 영화관이 TV의 공세를 이기고 대중문화의 신전 자리를 지킨 데에는 두 사람의 공이 크다. 그리고 막 귀환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유일하게 기획/제작자와 감독으로 결합한 공식 합작품이다(루카스 영화에 스필버그가 보탠 비공식적 도움이나 스필버그 영화에 투입된 ILM의 테크놀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1998년 이후 감독으로서 두 사람은 자못 대조적인 여행을 했다. 루카스는 세편의 <스타워즈> 프리퀄을 통해 70, 80년대에 자신이 구축한 신화를 붙들고 세공에 몰두했다. 반면 스필버그는 <A.I.> <캐치 미 이프 유 캔> <뮌헨> <우주전쟁>을 내놓으며 진화와 확장을 계속했다. 90년대 초 일찌감치 시동을 건 프로젝트라 해도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인디아나 존스 4> 3인3색 읽기 ① 감독 스필버그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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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의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드디어 그 뚜껑을 열었다. 인디아나 존스는 비록 노쇠하고 CG분량은 훨씬 더 늘었지만 전편들 못지않은 전매특허 아날로그 액션을 선보이고, 1편 <레이더스> 이후 다시 등장한 옛 연인 메리언과는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들처럼 티격태격대며, 기본적으로 ‘아버지 인디아나 존스’가 맞닥뜨린 현실 속에 펼쳐지는 드라마다. 더불어 지나온 세월만큼 이전작들로부터 어떻게 멀고도 가까이 자리해 있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3편 <최후의 사원> 이후 <A.I.>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등을 거치며 새롭게 작가적 면모를 인정받기 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이라는 점,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계보 안에서 주먹보다 머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쿨’한 액션영웅의 궁극으로서 해리슨 포드의 종착역이라는 점, 그리고 지난 <인디아나 존
시리즈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3인3색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