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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은 수류탄과 함성이 도처에 난무하는 시기였다. 이때, 다른 생각을 한 여자들이 있었다. 자신을 뒤쫓는 경찰을 보고 ‘우리 남편이 때리러 오는 모습이랑 똑같다’고 생각한 그녀들. 이제 이들은 가정 폭력의 상처를 ‘쉼터’라는 보호시설에서 치유하고 있다. 5월23일 개막하는 제3회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 <쉼터를 만나다>는 ‘쉼터’에 머무는 이들과 이곳을 거쳐간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를 만든 란희 감독은 여성인권운동단체 ‘서울여성의전화’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현실이 얼마나 치열한 투쟁의 장인지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6년간 그녀가 눈물과 땀으로 체득한 한국여성인권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인권운동을 하다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여성의전화가 올해로 25년됐다. 그런데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여전히 많고, 사회는 폭력문제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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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희] “영상작업이 치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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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로 논 트로포>(1976)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거장 브루노 보제토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올해 SICAF(이하 ‘시카프’)에서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알레그로 논 트로포>뿐만 아니라, 지난 40여년간의 작품 활동을 정리하는 단편들까지 모은 특별전도 열린다.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젊은 관객이 많다는 게 판타스틱하다”며 “좋은 영감을 얻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결합, 그리고 흑백의 교차와 실사 영상의 자유로운 사용 등 그의 작품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장면 구성과 연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래픽 공부를 따로 한 적도 없고 관련 대학을 다닌 것도 아니라는 사실(그는 법학과 출신이다)이 기존 스타일과 다른 어떤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게 그의 얘기다.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로부터 영향을 받아 거의 패러디하듯 만든 <알레그로
[브루노 보제토] 만족할 때까지 스토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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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 수술을 통해 시력을 되찾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시드니(제시카 알바)는 눈앞에 펼쳐진 낯선 현실 세계와 자신의 눈에만 어렴풋이 보이는 정체불명의 이미지들로 인해 수술 뒤에 오히려 주위와 고립되어 간다. 홍콩의 동명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디 아이>의 주연을 맡은 제시카 알바는 임신한 티가 꽤 역력해 보였는데 <허니> <굿 럭 척> 등의 가벼운 코미디물이나 <판타스틱4> 같은 앙상블 액션영화와 달리 혼자서 1시간40분을 이끌어나가야 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특히 애착을 느끼는 것 같았다. 제시카 알바와의 인터뷰는 지난 1월2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제작노트에 보면 감독이 당신이 작품에 이 정도까지 열의를 다할 줄 몰랐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당신에 대해 흔히들 가지고 있는 편견에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별로. 자주 마주치는 반응이다. 같이 작업했던 대부분의 감독들이 다 그런 말들을 하더라. (웃음)
[제시카 알바] “관객이 비명을 지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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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천재 예술가. 다음의 세명 모두에게 허용될 편리한 호명. 15살부터 20살 사이에 완성한 작품만으로 후세에 알려진 19세기 시인 아르튀르 랭보, 정치성에서 벗어나 상징주의에 경도된 듯한 밥 딜런, 토드 헤인즈 감독이 랭보의 이름을 빌려 딜런을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한 벤 위쇼. <아임 낫 데어> 속 랭보는 나머지 여섯 딜런에 비해 가장 정적이고 추상적이며 분량도 적다. 그는 <아임 낫 데어>에서 책상 위로 드러난 바스트숏으로만 잡힌다. 대사는 언제나 카메라를 응시한 채 이뤄지고, 표정의 변화도 없다. 불필요한 살점은 1g도 허용치 않는 몸을 연상시키도록 가냘픈 손가락, 권위자를 대하는 따분하지만 물러섬없는 눈빛과 제스처…, 위쇼가 랭보를 표현하기 위해 가진 객관적인 도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그를 전세계에 알린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냄새로만 세상과 소통했던 반사회적 예술가 장 밥티스트는 배우에게는 가혹
[벤 위쇼] 조숙한 천재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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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신고서를 낸 영화제가 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12회 인권영화제다. 초여름 열기를 식히면서 영화를 만끽하시라? 아쉽게도 관객을 위한 배려는 아니다. 심지어 인권영화제는 개막식이 열리는 5월30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관할 경찰서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권영화제 김일숙 활동가는 “아시바(철골 구조물)를 쌓아 스크린을 걸 생각인데 첫날부터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일몰 뒤 집회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오후 8시 이후 이뤄질 상영은 문화제 형식으로 치를 생각. 하지만 이 또한 걱정이다. 관련 구청에서 사전에 ‘절대불가’ 원칙을 여러 번 강조한 탓에 아예 신청서조차 내지 않았다. 이러다간 검문만으로는 모자라 공권력이 서준식 집행위원장을 구속했던 2회 인권영화제 때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 영화제의 천국 한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처럼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것일까. 아니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등급분류를 면제받으면 될 텐데 인
[포커스] 표현의 자유 논쟁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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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에게 경배를! 5월20일부터 배창호 특별전이 시작됐다. 이번 특별전은 80년대에는 비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한국의 스필버그’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창조력을 발휘하고 있는 배창호 감독의 연출작 17편이 모두 소개되는 행사다. 5월20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 개막식과 인근 카페에서 열린 뒤풀이는 아직까지도 얼마나 많은 영화인들이 이 대감독에 대한 존경과 흠모를 아끼지 않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개막식과 뒤풀이에는 배우 김희라, 김보연, 이정재 등과 김국형, 조민호, 김현석, 정윤철, 임필성, 정범식, 윤성호, 양해훈 등 까마득한 후배 감독들이 찾아와 배창호 감독의 사려 깊고 섬세하며 밀도있는 영화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다만 배창호 감독 영화 대부분에 출연한 안성기가 개인 용무 때문에 일본에 있어 참석하지 못한 점이 딱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배창호 감독과 개막작 &
당신의 길을 따라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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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급훈이 학생들을 지켜보는 교실이다. 그런데 학생보다 선생이 더 주눅이 들었다. “오늘은 교과서 117쪽 두 번째 단락 셋쨋줄…. The first step is the hardest!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라는 귀중한 말씀으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애써 굴려서 발음한 영어에 학생들의 반응이 썰렁하다. <울학교 ET>는 입시전쟁에서 퇴화된 체육 선생이 학부모와 이사장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영어 선생으로 업종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을 담는 영화. 사전을 찢어 먹고 전교 1등 학생의 비법노트를 탈취하며, ‘열공’한 선생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앞에서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생업 전선의 위기에 처한 선생의 마지막 분투인 셈. 연출을 맡은 박광춘 감독에게는 <잠복근무> 이후 두 번째 학원물인 <울학교 ET>는 강남의 교육현실을 빗대는 한편, 선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코믹한 통찰을 던질 예정이다. 오락
선생하기 얼마나 힘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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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터 옥션에 들어가 그 유명한 ‘과천 현수막’(광우병 반대 현수막)을 주문했다. 차량용 스티커까지 같이 주는 걸 선택하니 9900원이다(옥션에는 ‘회원 개인정보’부터 과천 현수막까지 참으로 없는 것이 없다. 유출과 판매라는 형태는 다르지만).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를 강행한다고 해서 급히 주문했다. 5월24일에 있을 촛불문화제 참석 때 쓰고, 집 베란다에 내걸어볼 생각이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처음일까?
정치적 견해를 담은 현수막을 집에 걸자는 생각을 굳히기는 쉽지 않았다. 이웃과 모두에게 정치적 ‘커밍아웃’을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밝히건대 90학번인 기자는 짱돌과 ‘꽃병’(화염병) 꽤나 던진 집시법·화염병 특별법 위반 전력을 가지고 있다(그렇다고 과격시위자는 아니었습니다. --;). 당시 집회에선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꽁꽁 감추는 것은 필수였다. ‘쌩얼’은 자살행위였다.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도 개인 명의는 늘 익명이었다.
[오마이이슈] 쌩얼의 정치학/정치의 쌩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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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고 싶다.
최민수 ‘산속 컨테이너’서 자숙
형님인가 햏자인가!
사진으론 야생 반달곰 서식지 발굴 르포 같더라만.
李 대통령 대국민 담화 “국민께 송구… 모두 제 탓”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
이제 곧 방학이다.
취임 석달 … 지지율 20%대 MB
생각보다 높다.
두바이유 폭등… 123.69달러
국제유가 150달러 시대 코앞에.
굴러서 출퇴근하고 싶은 심정.
서울시 용역직원, 김밥할머니 폭행
市가 하는 일도 협박하고 때려서 문제해결.
카메라 없는 데서 맞은
김밥할머니들이 얼마나 많은가.
“촛불문화제 가면 퇴학시킨다고 협박”
학교에서 방송도 하고
가정통신문도 보낸단다.
나라님이 시위하라고 청개광장도 만들었는데!(아냐?)
황우석팀, 죽은 개 복제 성공
“복제견이 원본개와 다르면 환불”
조건으로 애완견 복제서비스.
그럼 리콜한 복제견은 어떡하시게요?
전문가들, “올 AI 인체감염 치사율 높다”
정부
[이주의 한국인]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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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인디아나 존스4: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인디아나 존스4>)가 1억2600만달러로 금요일부터 시작된 메모리얼데이 주말 박스오피스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전편으로부터 19년만에 극장을 찾아온 <인다아나 존스4>는 5월22일 목요일 개봉했는데, 배급사 파라마운트에 따르면 목요일 수입까지 합쳐 1억5100만달러에 이른다. 해리슨 포드, 케이트 블란쳇, 샤이어 라버프, 카렌 알렌, 레이 윈스턴이 출연하는 <인디아나 존스4>는 고대 마야 유적에서 발견된 크리스탈 해골을 놓고 벌이는 SF 액션 어드벤쳐다. <인디아나 존스4>의 개봉하면서 전미 박스오피스의 ‘메모리얼 데이 개봉기록’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1위는 1억3980만달러를 단숨에 벌어들인 <캐리비안의 해적들: 세상의 끝에서>가 지키고 있지만, 1억2280만달러로 2위였던 <엑스맨3: 최후의 전쟁>은 <
인디아나 존스, 박스오피스 정상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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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폭풍이다. <인디아나 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인디아나 존스4>)이 개봉 첫 주 전국에서 160만 80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했다. 개봉 첫 날인 22일 목요일에만 전국 585개 스크린에서 21만명을 불러모았다고. <아이언맨>의 개봉 첫 주 스코어와 비교할때도 놀라운 수치다. 지난 4월 30일 수요일에 개봉했던 <아이언맨>은 5월 5일 어린이날 까지 합쳐 174만명을 동원했었다. <인디아나 존스4>에 비해 하루의 평일과 하루의 휴일이 더 있었지만, 두 영화의 스코어 차이는 약 14만명 정도. 평소 극장나들이가 뜸한 3,40대 남성들의 호응이 컸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2위는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이하 <나니아 연대기>)가 차지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나니아 연대기>는 어제 25일까지 전국 98만9716명을 동원했다. 3위는 <
<인디아나 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개봉 첫 주 전국 160만명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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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인디아나 존스4> 이런 일이라면 그들을 불렀어야죠.
[헌즈다이어리] <인디아나 존스4> 이런 일이라면 그들을 불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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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는 ‘교실 이데아’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는 동시에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현지시간으로 5월25일 일요일 저녁에 열린 제61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로랑 캉테 감독의 <교실>에게 돌아갔다. 실제 교사 프랑수아 베고도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교실>은 이민자 노동계급 자녀들이 다니는 파리 교외 학급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품. 책의 저자인 베고도와 실재 학생들을 출연시킨 로랑 캉테 감독은 소우주속의 정치학을 훌륭하게 영화화하는데 성공을 거둬 영화제 마지막 날 기자 시사 직후부터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로랑 캉테는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실>은 학교가 더 이상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지금 이 자리의 우리들처럼 학교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발언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에 대해, 교육에 대해, 10대들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갖고 있다. <교실&
로랑 캉테의 <교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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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8번째는 안형주씨가 기증한 안철영 감독의 기행문 <성림기행>과 인첩입니다.
1930년대 말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극광영화사를 설립하고 <어화>(1939)를 제작·연출한 안철영 감독은 전쟁기에 납북되어 관련 기록이 거의 없다. 다만 연출은 물론 편집과 촬영에도 상당한 식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어화>는 2004년 자료원이 중국전영자료관을 통해 발굴하여 공개했던 작품으로 당대 영화제작 여건과 30년대 어촌과 경성의 풍속을 볼 수 있어 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하와이 동포들의 생활상을 그린 16mm 총천연색 기록영화 <무궁화(무궁화동산)>(1948)도 남아 있다. 안철영 감독의 전선취미여행기념집인첩(全鮮趣味旅行記念集印帖)은 1940년 조선 방방곡곡을 다니며 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38] 안철영 감독의 기행문 <성림기행>과 인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