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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언제나 책임감 강하고 믿음직한 절제된 남성미를 보여주던 이정재가 철없는 오빠로 돌아왔다. <태풍>(2005) 이후 무려 3년 만이니 그는 이른바 연예계 데뷔 이후 가장 오랜 휴식을 취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변신의 폭은 크다. <1724 기방난동사건>(이하 <기방난동사건>)의 ‘천둥’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가장 까불고 철부지인 캐릭터 중 하나다. ‘조선시대 조폭 이야기’인 영화에서 그는 털모자를 눌러쓰고 시종일관 어수룩한 표정으로 CG와 함께 춤을 춘다.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이정재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이정재는 다시 연기에 몰두하고 싶어 했고, 제법 긴 공백이 아무렇지 않은 듯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젊은 남자>(1994)로 그해 거의 모든 ‘신인’상을 휩쓸고, 2000년대 초반까지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남자였던 그가 여전히 밝은 얼굴로 돌아온 것은 그래서 반갑다. 그는 이른
[이정재] “버라이어티, 나오라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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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병이 뭐였을까요.
=글쎄요. 저도 알 수가 없죠.
-어쨌든 당신은 의사 아닙니까.
=현대의학의 위력을 맹신하진 마십쇼. 의사도 모르는 건 모르는 겁니다. 안과의인 저로서도 눈앞이 갑자기 하얘지는, 게다가 전염까지 되는 병의 정체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병은… 그러니까. 그런 병은 말이죠….
-그런 병은?
=그냥 도덕적인 페스트 비슷한 거 아니었겠습니까.
-세상에. 당신은 어쨌든 안과의예요. 의사라고요. 도덕적인 페스트라니. 이젠 의사들도 철학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인가요. 과학자들은 철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마술사가 될 수도 있죠. 과학은 결국 어떤 면에서는 마술과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의사들은 그래서는 안된다고요. 가장 냉철해야 하는 직업이 의사 아닙니까.
=하지만 의사들조차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니,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질문에 부딪히곤 합니다. 저희들에게 언제나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으
[가상인터뷰] <눈먼자들의 도시>의 안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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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국내 최초의 와인 드라마를 표방하고 나선 SBS TV '떼루아'가 1일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다.
2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떼루아'는 1일 7.3%의 전국 가구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작인 '타짜'의 첫회(9월16일) 시청률 11.6%에 비해 낮은 수치다.
'떼루아'와 같은 시간 방송된 MBC '에덴의 동쪽'과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은 각각 26.9% 와 5.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주혁ㆍ한혜진 주연의 '떼루아'는 와인 레스토랑 떼루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과 사랑을 그린다.
한편 이날 '떼루아'와 함께 시작한 신은경 주연의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은 시청률 12% 를 기록했다. 전작인 '흔들리지마'의 첫회(4월14일) 시청률은 12.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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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라마 '떼루아' 시청률 7.3%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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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김소영 감독의 '민둥산'이 지난달 30일 폐막한 제9회 도쿄필름엑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고 부산국제영화제가 1일 전했다.
'민둥산'은 이모에게 맡겨진 어린 자매 2명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영화로,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도쿄 필름엑스영화제에는 한국의 송일곤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대상은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이 차지했다.
(사진설명=영화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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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도쿄필름엑스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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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내 드라마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연기자들에 대한 과다 출연료 지급과 비합리적 시장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김진웅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 TV드라마PD협회 주최로 열린 'TV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 세미나에서 'TV 드라마 위기, 원인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드라마 시장의 적신호는 경제 위기와는 별도로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어진 여건에서 합리적인 시장질서를 정립해야한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특히 "연기자 출연료가 급상승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그가 드라마PD협회 내부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배용준이 출연료를 정하지 않고 소속사와 드라마 제작사가 드라마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계약한 '태왕사신기'의 경우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는
"과다출연료ㆍ비합리적 시장이 드라마위기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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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근 배우의 고액 출연료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TV드라마PD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이례적으로 적나라하게 공개돼 화제다.김진웅 선문대 교수는 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TV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 세미나에서 'TV 드라마 위기, 원인과 대안 모색'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의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를 자세하게 밝혔다.그가 드라마PD협회 내부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작 '태왕사신기'에 출연한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가 2억5천만 원인 것으로 추정돼 가장 몸값이 높은 배우로 꼽혔다. 배용준은 출연료를 정하지 않은 채 그의 소속사와 드라마 제작사가 드라마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계약했기 때문에 정확한 출연료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배용준의 이 출연료는 지난 7월 배우 박신양이 SBS TV 드라마 '쩐의 전쟁'의 제작사를 상대로 출연료 미지급분을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밝혀진 번외편 1회당
<배용준 2억5천만원ㆍ신인도 1천만원대 출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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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석현 완소 지수 ★★★★★
‘과속’ 임신 지수 ★★★★★
스캔들 지수 ★☆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의 삶은 완벽하다. 그는 아파트 광고에나 나올 법한 펜트하우스에 살고, 스캔들 한번 내지 않은 채 비밀스런 연애를 즐긴다. 아이돌 스타로 유명세를 떨치던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라디오 방송으로 꽤 두꺼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라디오가 남현수의 인생을 바꾼다. 어느 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의 애청자 황정남(박보영)이 꼬마아이(왕석현)를 데리고 남현수를 찾아와 다짜고짜 출생의 비밀을 밝힌다. 자신은 남현수가 중3 때 실수로 낳은 딸이며, 데리고 온 아이는 그의 손자 황기동이라는 것. 이들 모자가 펜트하우스에 눌러앉으면서 남현수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듣고는 차태현의 좌충우돌 개인기가 돋보이는 원톱 코미디영화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엄연히 신인 박보영과 아역배우 왕석현의 영화다. 미혼모 연기부터 상당한 가창력이 요
영리하고 매끄러워진 차태현의 연기 <과속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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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장면 지수 ★★★
영상미 감탄 지수 ★★★★★
그러나 2% 모자라다 지수 ★★★☆
<더 셀>을 만든 타셈 싱의 2번째 작품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은 ‘이야기 안의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다. 영화의 목소리가 없던 시대, 기차에서 뛰어내려 말에 타는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는 하반신이 마비돼 LA의 한 병원에 입원한다. 영어가 서툰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와 “떨어져서” 다친 공통점을 가진 로이는 몸의 상처보다 실연으로 인한 마음의 병이 깊다. 삶에 의욕을 잃은 그는 소녀를 옛날이야기로 꾀어 치사량의 모르핀을 훔치도록 시킨다. 로이의 이야기는 오디어스 총독에게 복수하려는 무법자 6명의 모험담이다. 그러나 로이의 감정이 파국으로 치닫을수록 이야기는 비극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로이는 말하는 사람이고, 알렉산드리아는 듣는 사람이다. 즉, 로이의 입말은 알렉산드리아라는
시각적 쾌청함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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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의 유사성 지수 ★★★★
김옥빈 춤사위 지수 ★★★★
‘감독이자 배우’ 여균동 능청 지수 ★★
한복은 한복이되 아방가르드 그런지 룩의 세련된 변형이다. 기생의 춤사위는 세련된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 같다. 치사하게 싸우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조선의 주먹들은 과장된 웃음으로 치장된 현대 조폭에 다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여균동 감독의 신작 <1724 기방난동사건> 안에서 폭발한다. 그러니까 때는 경종 집권 말기 무렵이다. 한양의 소문난 기방 명월향에 절세가인 평양 기생 설지(김옥빈)가 새롭게 등장하고, 마포의 싸움꾼 천둥(이정재)은 자나깨나 그녀에게 접근할 기회만 노린다. 하지만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은 전설적인 186 대 1 결투의 승자인 최고의 싸움꾼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천둥은 주먹 한번 잘못 쓴 탓에 조선 주먹계의 거대 세력 양주파의 임시 두목직까지 엉겁결에 맡게 된다.
최근 몇년 동안 ‘웰메이드’를 표방한 한국의 사극영화는 궁궐
자기 만족형 서민 히어로 천둥 <1724 기방난동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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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지수 별 ★★
청춘들의 눈빛 지수 ★★★★
감독 루이 말에 관해 알고 싶어지는 지수 ★★☆
1944년 6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나치의 휘하에 눌려 지내던 그 시절 라콤 루시앙(피에르 블레즈)이라는 아직 어린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 없이 홀로 사는 그가 처음에 원했던 건 레지스탕스 되기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를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당돌하게도 독일 경찰의 끄나풀이 된다. 그들의 비호 아래 수혜를 입으면서 라콤 루시앙은 권력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게 된다. 그 때쯤 멋쟁이가 되기 위해 유대인 재단사 알베르 오른(홀거 로웬나들러)의 집을 드나들다가 그의 딸 프랑스(오로르 클레망)도 알게 된다. 프랑스에게 한눈에 반한 루시앙은 이 집에 오는 일이 더 잦아지고 프랑스도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루시앙은 프랑스에게 뽐내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갖은 권력을 다 동원한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으며 단지 이 상황이 즐겁게 흘러가기만 바랄 뿐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전쟁이 한 청년을 망가뜨리는 과정 <라콤 루시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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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간의 사랑의 충격 지수 ★
남매간의 사랑의 독창성 지수 ★★★★
핀란드 북부 여행충동 지수 ★★★★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세상은 그 둘만의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들은 하나의 현실을 두번 겪는다. 한번은 나의 눈과 마음으로, 다른 한번은 너의 눈과 마음으로. 그렇게 삶을 두번 사는 동안,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 혹은 희열과 고통이라는 우연이 사실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되묻는다. 그 필연이 사랑을 슬프게 한다. 사랑의 비극은 하나의 현실을 두번 겪는 대신, 두 사람이 마침내 하나의 현실을 눈앞에 두고 마주한 순간 일어나는 법이다.
조숙한 소년 오토(otto)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둘이 산다. 아버지는 하교시간마다 아들을 데리러 온다. 오토는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의 이름은 아나(Ana)다. 하지만 아이들을 마중 나온 오토의 아버지와 아나의 어머니가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되고 재혼을 하고 만다. 그때부터 오토의 비밀스러운 감정은 사랑으로 커
사랑과 운명에 대한 집요한 탐구 <북극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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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 28일(금) 오후 2시
장소 대한극장
이 영화
인터넷 자살동호회에서 만난 열한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위해 폐교에 모인다. 그들은 자살도우미의 안내에 따라 원하는 방식대로 죽음을 준비한다. 그런데 밧줄로 목을 매기로 한 첫 번째 자살신청자의 죽음이 실패하고, 그 순간 열 번째 자살신청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두 명의 자살도우미를 비롯해 일행이 차례로 잔인하게 죽어나가자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100자평
<4요일>은 보고 있을 때도, 보고 난 뒤에도 수많은 의문점이 남는 영화다.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런 영화를, 이런 줄거리를 만든 제작진의 의도와 생각이 궁금하다는 얘기다. 질문 하나. 범인은 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여야 했나. ’자살에 대한 아픈 상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할 만큼의 이유는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줄거리의 허술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운택의 첫 스릴러 영화 <4요일>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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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을 떠올리며 한숨지을 지수 ★★★★
‘독립영화 단편’에 대한 공포의 선입견을 느낄 지수 ★
느릿하게 산책하고 싶어지는 지수 ★★★
김종관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선명한 브랜드 파워가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다. 그의 단편 중 단 한편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짧게는 4분, 길게는 13분가량에 불과한 그의 단편들에선 영화 내적인 시간 자체도 짧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영화 속 현재의 과거와 미래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전후로 캐릭터들의 머릿속에서 혹은 심장에서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지 우리는 전부 알아낼 수가 없다. 말하자면 거기에는 미지의 작은 영역이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는 관객의 호기심을 끈질기게 유지하는 영화적 호흡이야말로 김종관 감독의 힘이다.
<연인들>은 김종관 감독이 8년 동안 찍었던 17편의 단편 중 11편을 고른 옴니버스 멜로영화다. 이 11편은, 김종관 감독의 표현
김종관 감독의 옴니버스 멜로영화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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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색다른 독자엽서입니다. “넘넘 재미있어요. 이 잡지는 10년 100년 1000년이 지나도 계속 나와야 해요. 게다가 만화 000은 넘넘 재미있군요. 다른 만화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궁금해요. 10년, 아니 100년, 아니 1000년 지나도 나와주실 거죠?” 삐뚤삐뚤 연필글씨에, 내용은 횡설수설 아부 일색입니다. 주인공은 여덟살난 제 딸아이였습니다. <씨네21>에 부치려던 건 아닙니다. 집에서 정기구독하는 한 어린이만화잡지에 보내려고 적은 엽서였지요. 워낙 그 잡지의 팬이긴 했지만, 독자사은품을 노린 잔머리가 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웃다가 퍼뜩 ‘10년 100년 1000년 뒤에도 나와달라’는 철없는 문장에 꽂혔습니다. 10년, 100년, 1000년이라….
어렸을 적 <소년중앙>이라는 만화잡지에 안달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서점에 나가 최신호를 사다주면 한달 내내 아끼고 아끼면서 읽었습니다. 기대와 설렘 속에 새 잡지를 받
[편집장이 독자에게] 1000년 가는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