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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나가 후미의 감각은 항상 예민했다. “휘핑크림이 듬뿍 스며들어 촉촉하기 그지없는 쇼콜라 클래식” 따위의 케이크를 군침나게 대접한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너무나 극명한 예일 뿐. <오오쿠>에서 미즈노는 은빛 문양만을 새긴 검은 예복으로 “휘황찬란한 무리 가운데 고고히 시선을 잡아끌”었고, <달과 샌들>에서 고바야시는 애인 토요를 위해 햄 파니니와 니스풍 샐러드를 함께 넣은 듬직한 “러브 도시락”을 챙기지 않았던가. 요시나가의 남자들은 미소를 띠는 일이 드물어도 때론 굳게 다문 입술만으로 우리 마음을 서늘하게 베어내곤 했다.
<어제 뭐 먹었어?>는 이른바 요리만화다. 생활비 몇푼에 파트너를 달달 볶는 자린고비지만 실은 음식 해먹이는 걸 즐기는 40대 게이 카케이가 주인공이다. 그의 나직한 손길과 목소리를 좇아 “자반연어를 꺼내 잘게 찢고 다시마도 채썰어서 다시 밥솥에 넣고 통깨를 듬뿍 넣은 연어우엉밥”같이 정성어린 가정식들이 소개된다
그 가정식, 요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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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혹은 때때로 그냥 아줌마. 잠깐, 그녀들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었지?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가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엄마열전>. 가족을 위하느라 이름조차 잊은 우리 엄마들의 아픔을 껴안은 따뜻하고 수다스런 연극이다. 그 아래 붙은 영문 제목은 ‘Mothers and Tigers’(엄마들과 호랑이들). 놀라운 건 크레딧에 오른 작가의 이름이다. 미국·아일랜드·이스라엘·싱가포르 등에서 연극 활동을 하다 차이무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인 이상우와 인연을 맺은 윌 컨이라는 낯선 외국인이 그 주인공. “오래고 끈질긴 고통의 역사를 이겨낸 한국 호랑이 같은 한국 엄마들”을 담고 싶었다는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살아가는 이 땅의 여성들을 인터뷰해 작품의 초고를 만들었다.
민씨네 큰집 앞마당. 첫째, 둘째, 넷째, 막내 며느리가 김장을 하러 한데 모였다. 배추와 무, 고춧가루에 새우젓을 넣고 힘껏 버무리면서 그녀들은 맵고 짜고 눈물나는 인
이름마저 잊은 엄마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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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의 앨범이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이었던 적은 없다.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부터 그녀는 매니저인 아버지에게 철저하게 종속되어 길러진 팝스타였다. 솔로 앨범을 내고 래퍼 Jay-z와 열애를 시작하고 <드림걸즈> 같은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하면서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스캔들 없는 착한 스타고 그녀의 앨범도 상업적으로 반듯하기만 하다. 대담한 음악적 탐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좀더 솔직한 심정으로 만들었다는 새 앨범 ≪I Am… Sasha Fierce≫도 혁명적으로 다르진 않다. 이번 앨범은 템포가 느린 곡들을 모아놓은 CD1과 업템포의 곡들이 실린 CD2로 나뉘어져 있다. CD1에서 처음으로 싱글 커트된 <If I Were A Boy>는 전작 <Irreplaceble>의 ‘따라부르기 쉬운 팝송’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어 살짝 김이 샌다. 비욘세의 장기는 두 번째 CD에서 만개한다. 차트에서 치솟는 <Single Ladies(
뮤직 비디오와 함께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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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자, 빅뱅의 2집이다. 핫 트랙은 이문세 <붉은 노을>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덕분에 요새는 초등학생들도 “난 너를 사랑~해~애~”라는 후렴구를 흥얼거리고 다닌다. 유년기에 원곡을 듣고 자란 세대에겐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풍경이다. 이게 다 빅뱅 때문(?!)이다.
그런데 앨범은 조금 아쉽다. <마지막 인사>와 <거짓말>, 그리고 <하루하루>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각각 어쿠스틱과 리믹스 버전으로 다시 실렸다. 물론 아기자기한 <반짝반짝>과 애틋하게 흐르는 <멍청한 사랑>, 혹은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Remember>나 승리의 솔로곡인 <Strong Boy>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의 어쿠스틱 버전이나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의 리믹스 버전에 가리는 감이 없잖아 있다는 얘기다. 새 앨범의 재미를 느끼려면 남다른 주의를 기울여야
아이돌 ver. ‘난 너를 사랑~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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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아웃백에 실크 언더웨어를 열심히 챙겨온 영국 귀족부인 새라 애쉴리는 새하얀 피부를 가진 니콜 키드먼에 적격으로 보였다. 그런데 웬걸, 카우보이 모자에 가죽바지를 입고 먼지를 옴팡 뒤집어쓴 그녀의 모습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키드먼은 <오스트레일리아> 촬영 중 극심한 고온으로 실신도 하고,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 아역배우를 설득해가며 연기하고, 또 덜컥 임신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영화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질문이 뭐였지? 비행기를 오래 타고 온 터라 잘 안 들린다. (웃음) 생각을 바꿨다기보다는 탐험의 기회를 가졌다고 할까. 늘 호주 킴벌리 같은 북부지역에 가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드디어 기회를 갖게 됐다. 여러 가지 경험을 했고 역사를 다시 발견했고, 오스트레일리아 다윈의 일본군 폭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촬영 중에 일기를 썼다고 들었다. 임신 중이기도 했다고.
=맞다. 일기를 썼다
[니콜 키드먼] “다시 하라면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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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개봉하는 시기는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다. 본래대로라면야 연말 분위기가 마음껏 느껴지는 게 옳은 시기다. 올해는 1930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 슬럼프로 대기업들의 대규모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 주택 차압 등이 이어져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불안하고 서글픈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뉴욕 시내 곳곳에 붙은 <오스트레일리아> 포스터에서는 초창기 할리우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느껴진다. 주연인 니콜 키드먼(새라 애쉴리)과 휴 잭맨(드로버)이 단비를 맞으며 멋진 키스를 나누는 이 포스터에서 괜스레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포스터 밑에 쓰인 ‘<로미오+줄리엣> <물랑루즈> 연출가의 작품’이라는 글귀는 멋진 로맨스에 대한 안도감까지 전해준다.
지난 11월23일 뉴욕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후반작업을 막 마치고 기자회견에 선 감독 바즈 루어만은 내내 <바람
<오스트레일리아> 머나먼 대륙에서 인생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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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8개국의 로케이션이다. 눈앞의 집 모두가 파란색인 환상적인 인도 라자스탄의 메랑가르 성채, 끝없이 이어지는 인도 조드푸르의 죽음의 계단, 물감으로 또렷이 색칠한 듯 강렬함을 선사하는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푸른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전해주는 피지의 나비섬, 거대한 코끼리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판타스틱한 광경을 선보이는 인도의 아만다 제도, 터키 수니파의 메블리나 춤을 연상시키는 춤이 펼쳐지는 인도 자이푸르, 지평선의 경계마저도 없어진 볼리비아 우유니의 소금 사막….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이집트의 피라미드,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파리의 에펠탑쯤은 지나가는 장면으로 처리할 정도다.
“내가 촬영한 어느 곳도 주차장이 있는 곳이 없다.” 할리우드가 보여주지 않았던 결코 쉽지 않은 장면. 주 여섯번 비행, 파일럿 법정 근무 시간보다 더 많은 비행을 하면서 사막, 정글, 고대 도시를 오가며 실제 로케이션을 감행한다. 싱에게 영화의 비주얼 참고서적은 모두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사막과 정글, 고대도시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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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지 <더 셀>을 만들었던 감독이라는 이유로 혹평이 쏟아졌다. 제작자인 데이비드 핀처와 스파이크 존즈를 전면에 내세웠으면 달라졌을까.” 타셈 싱의 판타지 대작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하 <더 폴>)은 찬사만큼이나 무수한 혹평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일말의 관심도 없는 대상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퍼붓는 구애자처럼 싱의 마음은 거센 비난에도 좀체 요동치 않는다. 판권을 구입하기까지 15년, 장소 섭외 17년, 주인공을 찾기까지 7년, 촬영기간 4년 반이 걸렸다. CGI 사용은 배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사재를 털어서 만든 <더 폴>은 단순히 영화 한편이 아닌, 그가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고 고백한 영화에 대한 사랑이다. 생활의 95%를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보내고, 파란 하늘이 배경인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마드리드로 날아가는 것이 예삿일이 돼버린 지난한 세월. 비록 가혹하고 냉담한 대상을 향한 구애지만, 이 사랑을 통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다 팔아버려, 신세계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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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도>가 요즘 극장가의 단연 화제작이다. 개봉 둘째 주 130만명을 넘기면서 흥행에 탄력이 붙었다. 그 중심에 배우 김민선이 있다. <미인도>의 인기는 김민선의 노출과 물오른 연기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씨네-느린 인터뷰]가 미인도의 김민선과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미인도>의 신윤복을 연기하기 전까지 김민선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해 그 해 백상예술대상과 영평상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화려한 시작이었다. 2002년 드라마로 활동 무대를 옮겨 <현정아 사랑해>에서는 발랄하고 당돌한 청춘을 연기했고, 2년 뒤 조승우와 호흡을 맞춘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서는 한국 여성의 단아한 고전미를 선보였다. 이후 2007년 저예산 영화 <별빛속으로>까지 영화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그러나 데뷔는 화려했지만, 영화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미인
[김민선] “<미인도> 노출 연기, 인간 김민선이라면 해내지 못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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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하고 야무지다. 너무 빈틈없어 보여 얄밉기까지 하다. 누구랑 말싸움이 붙어도 다 이길 것처럼 아무에게나 그냥 ‘들이댄다’. <과속스캔들>의 현수(차태현) 말을 빌리자면 “모든 얘기를 미리 준비하고 연습한 것처럼 바로 내뱉는” 여자다. 그런데 실제로는 꽤 느릿느릿해 보이는 사람이다. “사실 제 고향이 충북이라 말이 느린 편인데요. 역할이 역할인지라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참 말대꾸를 많이 했어요. 그게 연기 연습이었죠”라는 게 그의 얘기다. 사진 속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면 또 어떤 면모를 숨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난 1년간 박보영이 출연한 작품은 무려 총 3편. 초능력을 지닌 엉뚱한 커플 이야기 <초감각 커플>이 첫 번째 출연작이지만 뒤늦게 개봉하게 됐고, 두 번째 영화인 <울학교 이티>가 가장 먼저 소개돼 데뷔작처럼 됐다. <초감각 커플>에서 아이큐 180의 천재 여고생 ‘현진’은 쉴새없이 대사를 내뱉고 장난을 친다. “엄청난
[박보영] 나는 더 달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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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소꿉친구의 뒤통수를 오토바이 헬멧으로 후려치고, 목욕가운 차림으로 과장되게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운동기구 위에서 양팔 벌려 시원하게 엎어지며,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신파조로 "나는 누군가요?"라고 속삭여 웃음을 안기는 여자.10년간 환상 속에 머문 첫사랑을 현실에서 이뤄보겠다며 온몸을 던지는 한편으로,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눈물을 글썽이며 공항으로 내달리는 여자가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의 주인공 지호다.코믹 연기와 멜로 연기, 양쪽 모두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젊은 여배우로는 누가 있을까. 이때 대표적으로 꼽힐 만한 배우가 바로 박진희(30)다.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엇보다 과장된 코믹 연기의 수위 조절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고 말했다."제가 통통 튀지 않으면 영화가 밋밋해지고, 너무 튀면 관객에게 부담을 줄 수 있죠.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과 대화
박진희 "30대로 순조롭게 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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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드라마계가 치솟던 배우들의 출연료를 잡는 등 제작비 절감을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방송 예능계 역시 불황 탈출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며 빈자리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 역시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게된 것이다.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십여 명에 달하던 출연자 숫자부터 줄어들 전망이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스타급 MC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예능국은 현재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나란히 삭감 방침을 정했다. 최근 외부 MC를 내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 KBS 예능국은 10일 이사회 이후 내년 예산안의 삭감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며, SBS 예능국은 내년 1월부터 프로그램 제작 예산을 최소 10% 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MBC 예능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방만한
예능에도 칼바람 "유재석ㆍ강호동만 남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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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근 스타들의 드라마 고액 출연료 문제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한류스타' 권상우와 중견배우 김해숙이 드라마 시장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잇따라 출연료 삭감하고 나서 고액 출연료 거품빼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드라마 '신데렐라맨'을 홍보하는 엠넷미디어는 2일 "권상우가 최근 출연을 확정한 '신데렐라맨'의 출연료를 회당 1천500만 원 이내에서 수용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엠넷미디어에 따르면 권상우는 최근작 KBS 2TV '못된 사랑'에서 회당 5천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권상우가 '신데렐라맨'의 제작사와 회당 1천500만 원 이내에서 계약하면 직전 출연료의 70% 가량을 깎는 셈이 된다.권상우 측은 또 "받게 될 출연료의 10%는 연예인 봉사단체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에 기탁할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환경이 어려워져 힘들게 생활하는 선배, 동료 연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됐으면 한다"고
권상우ㆍ김해숙 잇따라 출연료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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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배우 이혜영(46)이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극본 윤지련, 연출 전기상)에 여성 재벌 총수로 출연한다.
이혜영는 '그들이 사는 세상' 후속으로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이 드라마에서 극중 세계 30위권 입성을 앞둔 신화그룹의 여성 총수인 강희수 회장 역을 맡았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과 야심으로 무장한 '철의 여인'으로 그룹 후계자인 구준표(이민호)의 어머니이다. 아들과 서민 가정 출신인 금잔디(구혜선)와의 교제를 반대해 드라마 속 갈등의 축이 되는 인물이다.
한편 '꽃보다 남자'는 최근 남태평양의 휴양지 뉴칼레도니아에서 F4와 잔디의 주말여행 장면을 촬영했으며 현재 마카오에서 두 번째 해외 촬영을 진행 중이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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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꽃보다 남자' 재벌총수로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