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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속의 벨라는 텅 빈 캔버스다. "모든 소녀들이 자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의 의도였다. 영화는 소설과 다르다. 한 배우가 캐스팅되는 순간, 벨라는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로 관객을 대하게 된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오랜 오디션 도중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를 보고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벨라역에 낙점했다. 이유는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가진 드문 소녀 배우"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처음 벨라역에 낙점됐을 때 인터넷의 고약한 소녀팬들은 악랄한 저주를 퍼부었다(사실 누군들 그녀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켰으랴). 그러나 영화가 개봉된 지금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소녀팬들과 평단의 환심을 동시에 사로잡는데 성공한 듯 하다. 전형적인 할리퀸 로맨스의 주인공에 자기만의 개성을 덧씌운 스튜어트의 매력 덕분이다. 물론 역할의 한계는 뚜렷하다. 그녀의 대사들은 어쩔도리없이 여전히 낯간지럽다. 하지만 스튜어트가 매사 무관심한
<트와일라잇> 벨라 역 크리스틴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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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류 뱀파이어 소설가? 정답은 아니어도 현명한 대답은 ‘앤 라이스’였을 것이다. 그건 4년 전 이야기다. 물론 문학적인 가치에 있어서라면 여전히 현답은 앤 라이스다. 하지만 전세계 수천만명의 소녀팬들은 스테파니 메이어라는 이름을 정답으로 내놓을 게 틀림없다. <트와일라잇>(2005), <뉴 문>(2006), <이클립스>(2007), <브레이킹 던>(2008)으로 구성된 ‘트와일라잇 사가’(Twilight Saga)의 저자 말이다. 소녀 취향의 할리퀸 뱀파이어 로맨스가 앤 라이스의 매혹적인 ‘뱀파이어 연대기’를 능가할 리 있느냐고 장르소설 팬들은 피눈물을 흘리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트와일라잇 사가’는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가장 많이 판매되고 가장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는 대중소설이다.
한국은 그 유행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지난 몇년간 트와일라잇 사가의 열풍은 북미를 토네이
<트와일라잇> 원작 ‘트와일라잇 사가’의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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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하드윅이 <트와일라잇>의 감독으로 선정됐을때 할리우드의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하드윅의 이력 때문이다. 그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크리스 콜럼버스가 아니며, 단 한번도 10대 팬들을 메인 타깃으로 삼는 주류 상업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다. 만약 예정대로 파라마운트가 <트와일라잇>을 제작할 예정이었다면 하드윅은 결코 감독으로 간택받지 못했을 것이다. 파라마운트가 제작을 중단하자 저작권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제작사인 서밋엔터테인먼트에 넘어갔다.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하드윅을 감독 자리에 올려놓을 만한 대담함이 있었다.
캐서린 하드윅은 프로덕션디자이너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공간을 창조하는 그녀의 재능은 <바닐라 스카이>나 <쓰리킹즈> 같은 주류영화들은 물론 <탱크걸> <서버비아> 같은 독립영화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윅은 카메론 크로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같은 재능있는 감
<트와일라잇> 감독 캐서린 하드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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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한 장미 꽃잎으로 뒤덮인 탁자, 붉은빛의 펀치와 고풍스런 유리잔. 드레스를 빼입은 소녀들이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핏빛 음료를 홀짝이는 가운데, 어머니들은 립스틱을 들고 딸들의 목덜미에 뱀파이어의 이빨 자국을 그려넣느라 바쁘다. 할로윈은 이미 지나갔건만, 11월20일 목요일 밤 미대륙 곳곳에서는 이처럼 이색적이다 못해 괴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름하여 ‘트와일라잇 프롬(무도회)’. 영화 <트와일라잇>의 개봉을 축하하는 소녀들의 잔치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며칠 전부터 ‘트와일라잇 카운트다운’이 이어지던 터. 비밀스런 종교집단처럼 그들만의 의식을 치른 소녀들은 시곗바늘이 자정을 향하는 순간 드레스 자락을 치켜든 채 극장으로 몰려갔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 거부한 소녀들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11월20일에서 21일, <트와일라잇>은 개봉 전야인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미드나잇 상영으로만 7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비교의 잣대를 제시하자면, &l
<트와일라잇> ‘섹스보다 섹시한’ 뱀파이어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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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장악하고 종교적 팬덤 일으킨 ‘트와일라잇’ 현상 해부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 청년과 인간 소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몇년 전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미드 시리즈의 파일럿으로나 방영된 뒤 금세 잊혀졌을 것이다. 웬걸. 비교적 저예산의 <트와일라잇>은 개봉하자마자 북미 박스오피스를 뒤흔든다. 원작의 소녀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트와일라잇>의 광풍을 그 동네 언론은 ‘트와일라잇 현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한데 이 모든 것이 소녀팬들의 종교적 맹신 덕이라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한 <트와일라잇>은 소녀 취향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을 날씬한 장르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12월3일 기자시사를 통해 영화를 챙겨본 국내 평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호의적이다. <트와일라잇> 열풍을 뉴욕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단한다.
<트와일라잇> 꺅! 소녀들은 왜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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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조폭 코미디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두사부일체>의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이 또 뭉쳤다.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를 통해 찰떡 호흡을 과시할 세 남자가 지난 12월 9일 압구정 CGV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유감스러운 도시>의 제작 현장 영상과 예고편 공개 후 개그맨 황현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김동원 감독과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박상민, 김대희 등 주조연배우가 대거 참석했다.
교통경찰에서 범죄조직의 수뇌부가 된 장충동 역을 맡은 정준호는 기자간담회 내내 “경제 위기 속에서 영화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침체되어 있는데 우리 영화가 큰 웃음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유감스러운 도시>의 주요 설정이 홍콩영화 <무간도>를 연상시킨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절대 다른 영화에서 차용한 일이 없다”며 “식상함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신선한 코미디를 만들어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찮은 조직
<유감스러운 도시>로 다시 뭉친 ‘정트리오’ 정준호-정웅인-정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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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과속스캔들> 머릿속에 남는 건 오직 기동이!
[헌즈다이어리] <과속스캔들> 머릿속에 남는 건 오직 기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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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과속스캔들> 영화배우 남기남의 과속인생 풀스토리
[정훈이 만화] <과속스캔들> 영화배우 남기남의 과속인생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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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수출> Import/Export
2007년 감독 울리히 사이들 상영시간 120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독일어 등 자막 한글 출시사 대경DVD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유 더 리빙> Du Levande (You, the Living)
2007년 감독 로이 앤더슨상영시간 90분 화면포맷 1.66: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2.0 스웨덴어자막 한글 자막출시사 대경DVD
화질 ★★★★ 음질 ★★★★ 부록 ★☆
<알렉산드라> Aleksandra
2007년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상영시간 91분 화면포맷 1.66: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러시아어자막 한글 자막출시사 대경DVD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황혼의 빛> Laitakaupungin valo (Lights in the Dusk)
2006년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상영시간 74분 화면포맷 1.80:1 아
행여 망각될라, 유럽 예술영화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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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의외의 적시타.’
<과속스캔들>에 대한 한 평자의 코멘트다. 인기스타에게 숨겨둔 딸이 찾아든다, 그 딸은 게다가 미혼모다. 졸지에 할아버지 소리 듣는 총각이라는 설정만으로는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그저 그런 코미디영화라는 선입견을 갖기 충분하다. 한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코웃음칠 영화가 아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마냥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찬사 일색이다. 차태현(현수 역), 박보영(정남 역), 왕석현(기동 역) 등 주연배우들의 조합도 미끈하고, 무엇보다 익숙한 이야기에 활어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은 연출 솜씨에 모두들 두손 박수다. 데뷔를 위해 오랫동안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다듬으며 와신상담했던 강형철 감독을 개봉 직전 만났다.
-머리는 염색했나.
=아니. 어렸을 때 한약을 잘못 먹는 바람에. 신경 쓸 일이 많아선지 최근 몇년간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개봉이 코앞이다.
=지금은 막상 차분하다. 시사를 많이 해서인가. 개봉하면 관객 틈바구니에서
[강형철] “소재? 잡생각하다 보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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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니까?
=물론이죵.
-뭐가 그렇게 행복하십니까?
=아유.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게 다 행복하지요. 깔깔깔.
-세계경제가 이 모양인데 혼자만 행복하십니까.
=어머, 그렇군요. 세계경제가 좋지 아니하구나. 그래도 그럴수록 더 행복하게 살아야죠. 호호호.
-하긴 IMF시대 이후 최악의 경제환란에 빠진 한국과 지난 10년간 경제호황을 누려온 영국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외신을 보니 영국도 올해부터는 사정이 만만치 않을 거라던데.
=어머. 그래요? 그러고보니 캠든 타운이랑 브릭 레인 시장에서도 야채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던데. 저는 항상 유전자 조작 걱정없고 농민들에게 수익이 잘 돌아가는 유기농 야채만 사먹으니까 괜찮아요. 유기농 제품들이야 마트에서 대량으로 파는 야채보다는 언제나 조금은 비쌌으니까. 그 정도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감수해야죠.
-그래도 사정이 쪼끔 괜찮은 나라에 사시다보니 현실감각이 덜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현실을 깨우쳐드리죠. 지금 어디 사
[가상인터뷰] <해피-고-럭키>의 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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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명의 ‘불여우’를 스크린에서 만나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23명의 작품 31편을 모은 ‘불여우 열전’이 12월11일부터 23일까지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 50년 동안의 프랑스영화사를 압축한 거대한 영화지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카트린 드뇌브와 샬롯 램플링, 이자벨 위페르가 구축한 지성파 여배우의 계보, 줄리엣 비노쉬와 소피 마르소에서 샬롯 갱스부르로 이어지는 청순미의 역사, 할리우드 육체파 여배우와는 엄연히 다른 브리지트 바르도와 에마뉘엘 베아르, 베아트리스 달의 은밀한 매혹, 엉뚱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오드리 토투와 뤼디빈 사니에르의 신세대적 경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작연도가 다른 작품을 함께 보며 여배우 개인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고, 그들을 뮤즈로 삼은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불여우 열전’은 나다에서 2주간의 상영을 마친 뒤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영화공간 주안 등에서 순회 상영
여배우여 영원히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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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독제2008에서 처음 공개되는 독립영화는 모두 5편이다. 국내초청 섹션에 초대된 김동명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와 단편경쟁부문의 <주방> <오수 3시, 봄날> <피쉬> <자가당착>. 이 다섯편은 가사·노동·노인·정치 등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한국사회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우선 CJ의 인디영화 제작지원작인 김동명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는 외계인의 한국사회 수난기다. 외계인 바툼바는 대체에너지인 금을 찾기 위해 지구에 온다. 금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바툼바는 불법 노동자, 불법 체류자, 노숙자의 신세를 피하지 못한다. 외계인의 지구 방문이란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제3자의 시선에서 보이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적절한 거리감으로 풀어놓는다. 화면 전환이나 배우들의 연기, 이야기의 진행이 아마추어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새로운
[서울독립영화제2008] 새롭거나 문제적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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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1일부터 19일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린다. 각종 군소 영화제의 증가로 이젠 새로운 독립영화, 감독들을 발굴하기보다 한해의 독립영화를 정리하는 성격이 강해졌지만 서울독립영화제2008은 올해도 총 51편(단편 40편, 장편 11편)의 본선 경쟁작을 준비했다. 프리미어 작품은 단 다섯편. 하지만 이는 서독제의 규모가 위축됐다기보다 근래 10년간 독립영화의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남다은 영화평론가가 서울독립영화제2008 상영작을 중심으로 2008년의 독립영화 경향을 정리했으며, 올해 새롭게 신설된 섹션 ‘촛불영상-재밌거나, 열받거나’와 특별전 ‘감각의 독립, Sex-표현의 자유를 누려라’를 소개한다. 더불어 올해 서울독립영화제2008에서 처음 공개되는 5편의 작품 소개도 모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독립영화들을 보면서 내렸던 결론이 있다. 문제는 항간의 평가처럼 이들이 자기 내면의 문제에만 골몰하며 정치적인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점이 아니라, 정치적인
[서울독립영화제2008] 돈의 시대, 청춘들의 고군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