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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12살 소년 휴고(에이사 버터필드)는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다. 휴고에겐 아버지(주드 로)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난 로봇인형만이 유일한 친구다. 로봇인형을 고치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휴고는 어느 날 인형 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벤 킹슬리)에게 아버지의 수첩을 뺏기고 만다. 조르주 할아버지의 손녀딸 이자벨(크로 모레츠)의 도움으로 로봇인형의 설계도가 담긴 아버지의 수첩을 되찾으려는 휴고는 그 로봇인형이 조르주 할아버지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된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을 보면서 기차가 달려온다며 난리법석이었던 사람들에게 그 장면은 3D영화의 ‘팝업 효과’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어쩌면 태생부터 3D의 잠재력을 안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히치콕 역시 당시의 기술력이 소화 가능했다면 <현기증>(1958)에서 줌인 트랙아웃 기법이 아니라
마틴 스코시즈의 또 다른 전기영화 <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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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가옥’이라는 뜻을 가진 세이프 하우스는 범죄자가 이송되어 수사가 이루어지는 CIA의 작은 기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자리한 한 세이프 하우스. CI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요원이었지만 조국과 CIA를 배신한 뒤 고급 정보를 밀매하던 토빈 프로스트(덴젤 워싱턴)가 정체불명의 무리의 공격을 피해 미국 영사관에 제 발로 들어가면서 이곳으로 이송된다. 호시탐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기다리며 따분하게 세이프 하우스를 지키고 있던 신참 요원 맷 웨스턴(라이언 레이놀스)은 토빈 프로스트를 잘 감시하라는 생애 첫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감시도 잠시뿐이다. 어떤 무리가 세이프 하우스를 침입해 그곳을 지키고 있던 CIA 요원들을 살해하고, 맷은 토빈을 데리고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다.
신구 조합이 제법 훌륭하다. 덴젤 워싱턴과 라이언 레이놀스. 두 배우는 신참 요원이 한때 최고였던 전직 요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건의 음모를 캐내야 하는 영화의 설정과 잘 어울린다. 특히
적절한 캐스팅과 묘한 액션의 매력 <세이프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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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카지노를 무대로 한 오프닝신은 첩보영화의 그것이다. 두 CIA 요원 터크(톰 하디)와 프랭클린(크리스 파인)은 임무 중 작은 실수로 내근을 명받는다. 한편 물건은 잘 고르지만 남자 볼 줄은 모르는 로렌(리즈 위더스푼)을 위해 친구 트리시(첼시 핸들러)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로렌의 프로필을 올린다. 터크와 로렌은 그렇게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첫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하필이면 터크의 절친 프랭클린도 로렌과 사랑에 빠진다. 곧 두 친구는 서로 호감을 가진 상대가 동일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되고, 여자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프랭클린은 이혼남에 아들까지 둔 터크에게 “내가 끼면 불공평한 게임이 된다”며 도발한다. 결국 두 남자는 “여자 때문에 우정에 금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선의의 경쟁- 실제로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을 시작한다.
<디스 민즈 워>의 재미는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캐릭터의 충돌에서 비롯한다. 순수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해
첩보와 로맨스와 코미디 사이 <디스 민즈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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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열아홉>이란 제목은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넘어가는 청춘의 길목을 가리킨다. 고2 겨울, 주민등록증을 취득한 서야(백진희)는 사랑도, 결혼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에게 그동안 꼭꼭 눌러뒀던 사랑을 고백한다. 어찌할 줄 모르던 호야는 서야의 친구 도미(엄현경)와 교제를 시작하고, 서야도 반항심에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복싱부 선배 일강(정헌)과 사귀어버린다. 여기까지 로맨스 학원물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서야의 임신과 중절수술을 계기로 권투영화와 성장영화 사이로 길을 돌린다. 그 전환점이 되는 한 장면이 재밌다. 일강의 패거리에게 서야의 복수를 하려다 도리어 맞아서 눈이 퉁퉁 붓게 된 호야가 얼떨결에 동네 복싱장에 딸린 화장실 세면대를 부수고 마는 장면이다. 아이러니한 코미디가 담겨 있으면서 코치 기주(이영진)의 등장까지 경제적으로 처리한 재치가 돋보인다. 호야는 기주를 만나 ‘쭈그리’ 신세에서 벗어나고
평이한 청춘영화 <열여덟, 열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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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특수부대’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에 설렐 만하다. 베일에 싸인 그들의 작전 수행과정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특수 장비의 존재는 그런 환상을 더욱 부추긴다. <액트 오브 밸러: 최정예 특수부대>(이하 <액트 오브 밸러>)는 현 시점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중 하나인 네이비 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동안 이 유명한 특수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만큼 실제 네이비 실의 모습에 밀착해서 다룬 경우는 없었다. 리얼리티를 위해 현 네이비 실 부대원들이 직접 출연한 것은 물론, 그들의 전략, 전술, 그리고 실제 무기까지 고스란히 사용한 <액트 오브 밸러>는 구체적인 작전 수행과정을 너무 자세히 묘사했다며 미 국방부 내에서 개봉반대 여론마저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미 CIA 요원이 테러집단에 의해 납치되고, 이를 구하기
실제 전투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현장감 <액트 오브 밸러: 최정예 특수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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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철의 여인> 난 그들과는 달라
[정훈이 만화] <철의 여인> 난 그들과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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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에 대해 우리가 즉각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영화 중간중간 음악과 춤이 곁들여지는 마살라영화. 3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데다가 중간 휴식시간까지 있는 어마어마한 상영시간. ‘칸’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명의 (우리 구미에는) 지나치게 섹시한 남자배우들이 지배하는 업계. 자기만의 질서와 규칙을 오랜 전통과 버무리며 존재해온 작은 소우주. 다만 지난 몇년간 한국에 개봉한 몇몇 영화들, 특히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청원>과 <블랙>은 인도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는 모던한 대중영화도 만들어내는 세계라는 걸 증명해왔다. 하긴 샤티야지트 레이와 미라 네어의 전통을 한번 생각해보시라. 발리우드영화라고 꼭 옴 샨티 옴을 외치며 무뚜와 함께 춤을 출 필요는 없단 소리다.
문제는 <청원> <블랙> <세 얼간이>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하는 인도 대중영화가 극도로 드물다는 사실이다. 못내 아쉬운 관객이라면 주
[영화제] 발리우드의 현재를 보는 최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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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랜드마크이자, 매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 코닥극장이 간판을 내린다. 이스트만 코닥 그룹(이하 코닥)은 지난 1월 법원을 통해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할리우드 앤드 하이랜드 쇼핑센터의 중심에 자리한 코닥극장의 이름에 대한 계약 종료를 청원했고 판사는 2월15일 그 청원을 들어주었다. 이 극장은 1990년대 중반 개발회사 CIM그룹이 할리우드에 영화박물관을 만들지 않겠냐고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제안한 것에 대해 오스카 전용 시상식장을 만들자고 AMPAS가 역제안하면서 기획된 극장으로, 2000년 건축 당시에 코닥은 7500만달러를 지불하며 20년짜리 명패를 달았다. 이 계약은 코닥극장이라는 이름값을 유지하는 데에만 매년 400만달러의 추가비용을 발생시켜왔는데, 코닥쪽 대변인 크리스토퍼 베론다는 극장의 이름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그 가치에 비해 상당하며, 이 결정은 코닥의 고객과 주주, 채권자를 우선에 둔 회사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LA] 화려한 날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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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3D 장편 TV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 시리즈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3D 전문기업 레드로버에서 순수 국내 3D 기술로 자체 제작한 <볼츠와 블립> 시리즈는 이미 영국, 미국, 프랑스 등 120여개 나라로 수출, 방영되어 사랑받았던 검증된 콘텐츠다. 2080년 달나라에서는 지구의 전쟁을 대신하여 전투로봇들이 팀을 나눠 겨루는 달나라 리그가 한창이다. 볼츠와 블립은 만년꼴찌인 ‘썬더볼츠’팀을 응원하며 전투로봇을 동경하지만 일반 로봇인 그들에겐 꿈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스템 이상으로 썬더볼츠팀 전투로봇으로 선발된 볼츠와 블립. 우왕좌왕 실수투성이인 두 로봇이지만 경기가 계속되면서 블립은 숨겨진 자신의 힘을 깨닫고 영웅으로 거듭난다. 한편 리그 뒤편에서 우주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진행하던 블러드 박사는 블립의 성공을 질투하던 볼츠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그리고 친구들은 악의 길에 물들고 만 볼츠의 마음을 돌리고, 블러드 박사의 음모를
원작과 아동 팬들의 눈높이에 효과적으로 맞춰진 <볼츠와 블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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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가 서드(third) 조감독 콜린(에디 레드메인)과 잠깐 사랑을 나누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A.제가 모신 곽경택 감독님이 연출부 첫 회식 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현장에서 절대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 맹(명)심해라.” 여자에 홀리다보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그게 곧 현장에서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백번 옳으신 말씀이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함께 작업하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도 눈에 들어오고, 그러다보면 티테이블에서 따뜻한 커피라도 타서 갖다주고 싶고, 그런 거죠. 어쨌거나 저 역시 영화 속 콜린처럼 두편의 영화에서 여배우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요, 여배우는 현장에 자기 편이 없다고 느낄 때 확실히 ‘멘붕’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때 여배우가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스탭이 의상팀 혹은 배우 담당 연출부입니다. 여배우가 감독이나 프로듀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마
[Cinepedia]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가 서드(third) 조감독 콜린(에디 레드메인)과 잠깐 사랑을 나누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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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이번 늑대개 MRI 사건을 잘 해결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물론 늑대개가 기르기도 힘들고 전세계적으로 그 수도 얼마 안된다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무턱대고 늑대개가 아니라 풍산개라니 참. 그러면서 군견으로 가야 된다고요? 물론 그 둘이 닮기도 했죠. 그래도 과학은 정직합니다. 해당 동물병원에서 늑대개 질풍이의 MRI가 본인 아니 본견 것과 일치한다고 해서 사건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력계에서 잘렸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뭐,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아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거든요. 여자형사가 도둑이나 하나 제대로 잡겠냐며 무시당하는 거 늘 있는 일이에요. 잠복근무할 때 소변보러 멀리 가면 곤란하니까 남자들처럼 그냥 페트병으로 해결하라는 얘기까지 들어봤는걸요. 똑같이 공을 세워도 남자 동기에게 열매가 돌아가는 거, 뭐 당연하죠.
-사실 동료이자 선배였던 상길(송강호)보다 더 고생하셨잖아요. 그분은 처음부터 그런 분신자살 사건이 고과 점수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막장 인생, 이제 편히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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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것들> <청계천의 개>를 통해 새로운 재능으로 떠올랐던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가 드디어 개봉한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매진 사례로 기회를 놓친 이들에겐 즐거운 소식이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등급 심의 문제로 사전언론시사가 당일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개봉일은 지킬 수 있었지만 “얼마나 센가 한번 보자며 팔짱 끼고 보는 관객이 있을까봐 걱정”이라는 것이 감독의 말이었다. 그에게 개봉 버전과 연출 의도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언론시사가 취소됐었는데.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인물의 고통이나 인물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작품 안에서 의미를 읽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심의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의해 얼마나 자의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지 체감했다. 로테르담에서 한국의 검열제도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Cine talk] “심의 결과를 역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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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된 소감은.
=난 사실 마티(그는 마틴 스코시즈를 애칭으로 부른다.-편집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휴고>에 출연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마어마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됐다. 출연을 확정짓고 마티의 영화 <에비에이터>와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를 봤는데 정말 좋더라. 그에겐 다른 감독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는 좀 봤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마티가 숙제로 내줘서 봤다. 또 다른 숙제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꿈>과 <7인의 사무라이>, <매직 박스> 등 마티에게 영감을 준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들을 보며 나 역시 영감을 받았다. 언젠가 감독으로 카메라 뒤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중 선배들이 연기에 대해 조언을 해주던가.
=촬영 초기에 벤(킹슬리)이 가르쳐줬다. 카메라를 보고 연기해야 할 때는 카메라에 가장 가까
[who are you] 에이사 버터필드 Asa Butter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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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뿜어내는 이들, 배우라는 그 이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배우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움직여
배역과 하나가 되면
관객의 마음도 움직인다.
아마 그 동하는 순간이 저렇게 등을 돌려도
느껴지는 이 순간이 아닐까!
[Cineview]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