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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송은아트스페이스
일정: 4월21일까지
문의: 02-754-7749
“이탈리아에선 보르지아 치하 30년간 전쟁, 테러, 살육, 학살을 겪었지만 미켈란젤로, 다빈치, 전쟁, 테러, 살육, 학살을 겪었지만 미켈란젤로, 다빈치, 르네상스를 만들었어. 형제애를 가진 스위스에선 500년간 민주주의와 평화를 가졌지. 그런데 그들은 뭘 만들었나? 고작해야 뻐꾸기 시계라네.” <제3의 사나이>의 그 유명한 대사다. 아마도 영화팬들은 오슨 웰스의 이 대사 때문에 스위스를 온순하고 평화로운 나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스위스는 뻐꾸기 시계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계를 요동시킨 큰 인물들을 양산해냈다. 파울 클레, 르 코르뷔제,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팅겔리가 모두 이 나라 사람들이다. 현대미술 역사상 가장 반골적인 예술운동으로 손꼽히는 다다이즘 또한 스위스를 거점으로 전파됐다. 분명한 건 서유럽과 차별화되는 예술의 한 줄기가 스위스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이고, 그
[전시] ‘뻐꾸기 시계’ 너머의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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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은 고유명사였지만 일반명사화되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왓슨 역할이라고 하면 비중있는 조연이라는 뜻도 되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주인공인 남자 탐정과 공수관계를 형성하며 유사 연애를 지속하는 캐릭터라는 뜻도 되고, 탐정의 천재성을 기록하는 화자라는 뜻도 된다. 하지만 스릴러/하드보일드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왓슨이 필요없다. 주인공의 파트너는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데 그 파트너가 죽는 일도 있으며 대개의 경우 그는 ‘고독한 이리’다. 그는 불행한 과거사(특히 부모에 얽힌)로 번민하고, 헤어진 여자를 못 잊고, 술을 고래처럼 마신다. 그의 능력은 인정받기보다는 질시와 모함의 대상이 되며 묘하게 섹시한 구석이 있어 멀쩡한 여자들이 기꺼이 그의 품에 안긴다. 노르웨이의 소설가이자 뮤지션이자 저널리스트이며 경제학자이기도 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도 그런 ‘고독한 이리’과다. <스노우맨>은 9권까지 나온 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인데 데니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이 남자 섹시하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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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퀴즈. 답을 맞혀보시라. 스티브 부세미가 순진남으로 등장함. 영어 원제와 한국 개봉명의 느낌이 180도 가깝게 차이남.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 친구로 나옴.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만들어졌음. ‘발칙한’, ‘소녀’, ‘성장’ 같은 태그를 달고 다니는 <주노>의 언니인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원작 <고스트 월드>의 대니얼 클로즈의 2010년작 그래픽 노블 <윌슨>이 출간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하릴없이 동네 ‘죽순이’로 시간을 보내며 투덜거리고 스토킹하고 섹스하던, 가짜에 대한 예민한 감식안을 지닌 두 소녀 이니드와 레베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윌슨>의 주인공 윌슨은 아저씨이긴 해도 소녀들의 도플갱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에피소드, 하지만 첫장부터 끝장까지 이어지는 내러티브. <윌슨>의 첫화 ‘우애’의 첫 대사는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인데 페이지 마지막 칸에 가면 윌슨은 분노하
[도서] 위대한 피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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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Titanic
감독 제임스 카메론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럿, 빌리 제인 /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주) / 개봉 4월5일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 개봉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타이타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얼굴을 바꾸어놓았고, 우리는 수십번 넘게 DVD와 TV로 이 고전을 감상하고 또 감상했다. 그런데 <타이타닉>을 또 감상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대답은 3D다. 그냥 3D가 아니다. <타이타닉> <아바타>의 제작자 존 랜도와 제임스 카메론은 지난 6년간 무려 200억원을 투여해 3D 변환작업을 진행했다. 4월5일이면 우리는 거대한 여객선이 거꾸로 치솟아 침몰하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럿을 떨어뜨리려 포효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젊고 날씬한 두 배우의 청춘을 3D로 볼
[Comming soon] 그냥 3D가 아니다 <타이타닉> Tit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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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달 전 약혼녀가 사라진다. 선영(김민희)을 찾기 위해 문호(이선균)는 그녀의 집에 가보지만 급하게 이사한 흔적이 역력한 집 안엔 지문조차 남아 있지 않다. 문호는 전직 형사인 사촌형 종근(조성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종근과 문호는 선영의 행적을 쫓다가 이상한 점들을 발견한다. 강선영으로 살았던 그녀는 실은 강선영이 아니라 차경선이었으며, 정작 진짜 강선영은 증발해버렸다는 것. 양파껍질처럼 한겹 벗기면 또 다른 진실이 한겹 드러나는 형국에서 문호는 무엇이 진짜 그녀의 모습인지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종근은 문호의 약혼녀가 단순 실종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과 관계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수사에 집중한다.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문호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인데 문호를 중심 인물로 내세운 이유를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원작의 주인공 혼마 형사와는 다르게 사건의 중심인물인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달라붙는 섬뜩함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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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 그림이 벽에 걸린 모텔, 이곳에 노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은 ‘담’(김동현)이란 청년을 불러 행방이 묘연한 아들의 뒤를 캐묻는데, 그렇게 담의 ‘로맨스 조’(김영필)에 대한 회상이 시작된다. 감독 데뷔를 준비하던 ‘조’는 배우의 자살 소식을 듣고 우울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목숨을 끊겠다고 결심한다. 손목을 긋는 순간, 그는 어린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고 목숨을 건진다. 영화 전반부의 노부부 이야기는 극의 액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내 ‘이감독’(조한철)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단순한 이중구조를 벗어난다. 다방종업원(신동미)이 옮기는 조의 이야기가 앞서 담이 언급했던 스토리와 연결되고, ‘담과 레지’의 관계가 파악되지 않으며 관객은 혼란스럽다. 이후 다방종업원이 담의 ‘시나리오 속 가상인물’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적어도 세겹의 외피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명의 주인공을 여러 화자가 소개하는 화법은 대개 내면의 다양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
흥미로운 ‘말(言)의 향연’ <로맨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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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시기인 1896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사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영화 '가비'는 오는 3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영상인터뷰] ‘가비’ 주진모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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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의 도시락>의 제목을 조금 길게 풀어 바꾸면 ‘스탠리와 친구들의 도시락 사수 대작전’쯤 될 것이다. 스탠리(파르토 A. 굽테)는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고 춤과 노래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탠리의 얼굴엔 언제나 멍이 들어 있고 점심시간이 되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다. 한편 이 학교에는 후각과 미각이 특히 발달한 베르마 선생(아몰 굽테)이 있다. 베르마 선생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 스탠리를 늘 탐탁지 않게 여긴다. 보충수업이 시작된 뒤 어느 날, 스탠리의 같은 반 친구인 아만(누만 쉐이크)이 4단 도시락을 싸오자 베르마 선생은 그것을 자기 것인 양 게걸스레 먹어치운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도시락을 빼앗겨 뿔이 난 스탠리와 친구들은 도시락을 사수하기 위해 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신을 농락한 것에 화가 난 베르마 선생이 급기야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싸오지 않을 거면 학교에 나오지도 말라”는 말을 내뱉자 스탠리는
“인생은 단순한 것. 국수가락처럼 이어진 우정만 있다면” <스탠리의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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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한국영화계의 한축을 이끌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2007년부터 신설된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장례식의 맴버> <나는 곤경에 처했다> <파수꾼> 등의 장편영화들은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둠은 물론 성공적인 상업영화의 가능성마저 제시하며 그간 독립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켜왔다. 그 KAFA의 작품들이 올해부터는 <KAFA Films 2012: 그 네 번째 데뷔작>이란 타이틀로 관객과 안정적인 만남을 시도한다. 특히 이번 4기 개봉작 4편의 경우,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직 영화인들의 충실한 멘토 과정을 통해 완성도있는 작품으로 거듭나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양정호 감독의 <밀월도 가는 길>은 학원폭력을 소재로 하여 현실과 가상이 섞여들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섬 ‘밀월도’에 대한 소설로 신춘문예에
주목할만한 독립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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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11월11일, 일민미술관에선 <감응: 풍토, 풍경과의 대화>란 제목으로 <정기용 건축전>이 개최된다. 이날의 전시회는 단일 건축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고, 관객 동원 면에서도 가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는 바로 이 전시를 구성하는 과정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태풍태양>의 연출자 정재은이 1여년간 정기용의 뒤를 따랐고, 상황에 따라 건축가를 유연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당시는 건축가가 대장암 후유증으로 죽음을 향하던 시기였다. 영화는 정기용이 목표로 한 ‘인간과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움’을 본인의 삶에 어떻게 접목했는지에 주목한다.
삼청동 소재의 ‘기용건축 사무실’이 시작부의 배경이다. 건축가로서 주인공의 포트폴리오와 간략한 프로필이 소개되고, 이어서 ‘무주 공공 건축물 프로젝트’를 통해 정기용식 건축의 특성이 드
봄날과 썩 잘 어울리는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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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꿈을 담는 기계라면, 다큐멘터리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하지만 모든 다큐멘터리가 딱딱하게 정해진 틀과 규칙에 따라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의 정신은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사실영상의 객관적 기록을 추구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객관과 사실 여부를 넘어서 카메라-눈에 담긴 또 하나의 진실, 그리고 시대정신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3월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인디플러스 개관 1주년 기념영화제에서 소개될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아시아 다큐멘터리 교류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인디플러스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교류전에서는 최근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흐름과 경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 지원작 중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아시아의 오늘’과 그 속에서 숨쉬는 ‘우리의 얼굴’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달려가보자. ‘진실’이란 이름의 진주를 발견하게 될지도
[영화제] 아시아의 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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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이각(유천)이 사랑하는 세자빈을 잃고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신하들과 함께 21세기 서울로 날아와 전생에서 못다 한 여인과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의 '옥탑방 왕세자'는 오는 3월 14일 오후 9시 55분 첫 방송 된다.
‘조선 왕세자의 옥탑방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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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돌아온 파워 레인저 미라클 포스> 그래, 법대로 하는 거야!
[정훈이 만화] <돌아온 파워 레인저 미라클 포스> 그래, 법대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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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 감독은 홍콩 누아르의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이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오우삼이 그의 조감독이었고 그의 영화에서 장철 감독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상업적인 스타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천변만화하는 다작 관행을 놀라운 수준으로 이어갔으며, 무엇보다 피와 폭력이 처연하게 난무하는 풍경의 액션영화들을 통해 당대 젊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외팔이>(1967)가 보여주는 육체에 대한 고통과 쾌락이라는 모순된 이중주와 잔혹미는 이후 장철 영화를 규정짓는 육체성의 시작이자, 왕우를 당대 최고의 흥행 배우로 각인시켰다. 이렇듯 쇼브러더스 영화의 최전성기를 이끈 장철 감독의 15편을 엄선한 특별전 ‘피바람이 분다’가 오는 3월6일(화)부터 21일(수)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대자객>(1967)과 더불어 장철과 왕우의 호흡이 절정에 달한 작품은 바로 <심야의
[영화제] 피와 폭력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