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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은 2008년 상암동 신청사 개관 이래 알찬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전임 조선희 원장 시절인 2007년 9월 국내 최초로 양주남의 <미몽>(1936) 등 7편의 영화가 동시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극영화인 안종화의 <청춘의 십자로>(1934)가 문화재청의 심의 및 실사를 거쳐 지난 2월 등록문화재(제488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시네마테크KOFA 관객 수는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2009년 9월 이병훈 자료원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10년에는 거의 3배 가까운 관객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지난 2월17일에는 올해의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영상자료원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제2보존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지난 몇년간 이어져온 이런 의미있는 성장 뒤에는 많은 이들이 이병훈 원장의 묵묵한 추진력이 큰 바탕이 됐다고들 얘기한다. 공식임기 3년의 중간평가를 겸하여 자료원장으로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낸 그를 만났
[이병훈] “영화도 문화재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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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디센던트> 인생의 마트료시카 놀이
[올드독의 영화노트] <디센던트> 인생의 마트료시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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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타이틀 시퀀스는 암시적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서커스(영국 정보부의 별칭)로부터 해고당한 퇴직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먼)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평소대로 수영을 마친 뒤 안경을 새로 맞추러 간다. 곧 안경점 밖으로 나온 그는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경을 추어올린다. 이 장면은 소설에는 없는 것을 감독이 창조적으로 덧붙인 것으로, 시작될 ‘두더지’(러시아가 영국 정보부에 심어둔 이중 스파이를 일컫는 스파이 용어) 소탕작전을 스마일리가 이끌게 되리라는 예고다. 앞으로 스마일리의 시선을 경유해 사건의 진상을 목격하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상한 것은 그다음 장면이다. 그가 도착한 집에는 초상화 한점이 걸려 있다. 그는 새 안경을 끼고 초상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살짝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앞의 허공과 자신의 뒤통수 뒤에 앉아 있을 관객 사이쯤 어딘가에 시선을 던진다. 그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
[영화읽기] 착각 걷어내니 허세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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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LG를 보면 어쩐지 눈물겨운 느낌이 있다. 아이폰과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진하는 동안, LG는 초콜릿폰 이후로 뚜렷한 히트작 하나 없이 위축돼 있었다. ‘이대로 무너지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LG가 반격을 시작했다. 선봉장은 옵티머스 4X HD다. 세계 최초로 쿼드코어를 장착한 제품이다. 기존 제품들은 CPU가 2개, 이 제품은 CPU가 4개다. 이론적으로는 처리 속도가 두배 더 빠르다. 여기에 IPS 디스플레이(시야각의 차이가 거의 없는 고급 패널이다)까지 채택했다. 안드로이드 4.0과 4.7인치 대형 화면도 눈여겨볼 점.
LG가 극적인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건 갤럭시와 아이폰의 차기작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다. 공개만 됐을 뿐, 아직 정식으로 시판되고 있는 건 아니니, 스마트폰을 바꿀 시기가 됐다면 아이폰과 갤럭시 외에도 한번쯤 고려해볼 만하다.
[gadget] LG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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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크기: 23.5x2.5x3.0cm(HxWxD)
무게: 130g(칫솔모 장착시)
특징
1. 기존 필립스 제품 대비 45% 더 강력해진 프라그 제거 능력.
2. 구강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반 세정, 잇몸 관리, 미백 기능 등 5가지 모드.
3. USB 충전 가능. 한번 충전으로 3주간 사용 가능.
나이가 들면서 시각에는 점점 무뎌지는 반면, 후각에는 더 예민해진다. 물론 그 와중에도 담배는 끊을 수 없어서 가그린류의 액상 치약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지만 밥은 씹어야 맛이고 이는 닦아야 맛이다. 게으름도 병이라, 손목 몇번 흔드는 것도 힘들어 어느 순간 진동칫솔을 탐하게 된 것이 문제지만. 지금 소개할 필립스의 진동칫솔은 ‘다이아몬드 클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누군가는 아주 깔끔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상상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쩐지 으스스하기도 했다(웃을 때마다 이가 반짝거리는 조폭이 생각나서). 어쨌든 이 제품은 ‘전세계 치과 의사들이 추천하는 1위 브랜드 필립
[gadget] 나 이런 칫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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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어스> Another Earth (2011)
감독 마이크 카힐
상영시간 9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팻 DD 5.1 영어
자막 한글 자막 /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원래 <레스트리스>의 DVD를 소개하려고 했다. 특별한 부록을 수록했기 때문이다. <레스트리스>의 촬영 도중 구스 반 산트는 배우들에게 장면마다 무성영화 버전의 연기를 따로 주문했다. 그리고 그걸 따로 편집해 76분짜리 무성영화 <레스트리스>를 만들었다. 추가 장면은 없고 몇 장면은 편집됐으며 음악도 유성영화 버전과 다르게 사용됐다. <싸이코>를 리메이크했을 때처럼 반 산트의 괴상한 취향이 다시 발동한 것이다. 고전적인 ‘컬럼비아’ 로고와 연기의 미묘한 차이 등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전체적으로 별다른 감흥은 없다. 이유는, <아티스트>가 그렇듯이 무성영화 특유의 유령성이
[DVD] 제2의 지구에 또 다른 내가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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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나타난 김소연은 마치 신인배우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체인지> 이후 처음 와봐요”라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여유보다 설렘이 느껴졌다. <체인지>라면 벌써 15년 전이다. 번개 맞아 남녀 고교생의 몸이 뒤바뀌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원류 격인 그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사이 서극의 <칠검>에 고려시대 여인으로 출연한 적도 있지만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긴 힘들었다. 비중도 적었거니와 2주 동안 자신이 등장하는 부분의 번역본만 받아 소화해야 했던 역할이라 숲이 아닌 나무만 볼 수밖에 없었던 작업이었다.
열네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서른셋의 성숙한 여배우로 자리잡기까지 그녀의 안마당은 드라마였다. <순풍 산부인과>(1998)에서 오지명의 셋째 딸로 나와 나름 똑똑한 의사지만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던 것을 시작으로 <이브의 모든 것>(2000년)에서는 차가운 인상을 백분 활용해 최고가 아니면
[김소연] TV에서 스크린으로, 연기를 덜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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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찾는다. 자리에 앉아선 제일 먼저 담배를 꺼내 문다. 얘기할 땐 상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직설화법을 즐겨 쓴다. 머쓱한 얘기를 할 땐 숨겨둔 주름을 만면에 쓰윽 드리운다. “제가 인상이 세서 무섭죠?” 슈트가 잘 어울린다는 말에 돌아온 대답이 이렇다.
주진모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상황을 잘 관찰하는 사람이다. 레이더에 어떤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 반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일차적으론 방어기제가 동원되고, 이거다 싶으면 모험심과 책임감으로 내달린다. <가비>의 일리치가 되기로 결심할 때도 그랬다. 주진모는 <가비>를 통해 “진짜 큰 공부를 했다”. 장윤현 감독에게서 일리치라는 “활어와도 같은 캐릭터”를 받아든 그는 주방을 총책임지는 요리사가 된 심정으로 비늘부터 손수 다듬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의 48%는 내가 썼다”는 말은, 펜을 들고 책을 쓰지 않았다뿐이지 사실이었다. 일리치는 러시아에서 커피와 금괴
[주진모] 자존심보다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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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현 감독의 <가비>는 일본의 고종암살 작전 즉 ‘가비 작전’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를 그린다. 주진모와 김소연은 각각 비운의 스파이 일리치와 따냐를 연기한다. 주진모는 <가비>를 통해 텅 빈 숲에 빼곡히 나무를 채우는 법을 배웠고, 김소연은 버림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는 스크린 연기에 대해 공부했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있는 법부터 배우로서 다져온 경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배우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으니 그건 ‘맡겨만 주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의 자세였다. 한정된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은 두 배우는 간절하게 새 출발을 원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주진모, 김소연이라는 배우의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김소연, 주진모] 배우는 프로페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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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마린시티의 주상복합 아파트 62층, 1940년대 중반 부산에서 태어난 경주 최씨 충렬공파 35대손 최익현(최민식)씨는 거실 창 너머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산에 들이닥친 부동산 열풍 덕분에 또다시 자산 목록을 늘릴 수 있었다. 생애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라 악착같이 달려들었고, 그만큼의 수익을 챙겼다. 그런 그가 지금 아들의 검사 임용 소식을 전해 듣고선, 자신이 경험했던 가난과 궁핍의 기억 맨 끝자락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는 영도 달동네의 방 한칸짜리 집이 버티고 서 있다.
그의 유년기는 6·25 전쟁의 소용돌이가 비켜나갈 정도로 구김살이 없었다. 그의 가족이 거주하던 일식 적산가옥은 외부의 불행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든든한 성채였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자유당 시절, 야당도 아닌 무소속 간판을 달고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연전연패. 땅 문서가 하나둘 사라지더니, 마침내 집
[박해천의 design+] 최익현씨의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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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과 김민희의 상관관계는 늘 결속력이 약했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확립된 스타성이 항상 김민희를 규정하는 일차적 재료가 되었다. 그녀를 수식할 때 연기는 ‘잘 맞는 옷’이 아니라, 미처 생각지 않았던 특별한 차림이었다. 데뷔 13년차, 그 진입장벽 너머의 김민희의 연기는 매 순간 아름다웠다. <화차>의 강선영은 그간의 배우 김민희가 쌓아온 능력을 모두 입증해낸다. 평범한 인간이 괴물이 되기까지의 여정. 베일을 벗기는 과정에서 김민희는 그 다양한 범주의 얼굴을, 모습을 빠뜨리지 않고 표현해낸다. 단언컨대 <화차>는 배우 김민희가 폭발한 지점이다. 그러니 이제 우린 김민희란 배우로 인해 한국영화가 무엇을 얻었는지에 관해 생각해볼 차례다.
-시사 반응이 뜨겁다. 같이 출연한 조성하씨가 관객 300만명이 넘으면 셔플댄스 추겠다는 공약을 했던데.
=그러게, 난 뭘 해야 할까. 옆에서 박수라도 쳐야겠다. (웃음)
-강선영은 배우라면 정말 욕심나는, 놓쳐선 안될
[김민희] 연기라는 잘 맞는 옷을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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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6월 중
장소: 서울시창작공간
문의: www.seoulartspace.or.kr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느껴진다. 나무를 만지는 손의 주인은 나무를 닮아 순할 것만 같고, 바느질하는 손의 주인은 꼼꼼하고 다정할 것만 같다. 무언가를 만지고 다듬어 근사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손을 보고 있자면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게 고작인 손의 주인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 손에게도 만들기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싶다면, 이때 찾기 좋은 곳이 바로 서울시창작공간이다. 서울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창작공간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공방의 문을 활짝 열고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서교예술실험센터는 3월부터 ‘서교동 하늘공작소’를 진행한다. 헌 가구나 목공예품을 예술가들의 지도 아래 새롭게 변신시킬 수 있다. 하루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선착순 참여 가능하다. 성북예술창작센터는 3월26일부터 목공 DIY ‘성북N하늘공방 워크숍
[아트 인 서울] 공예, 참 쉽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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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전 곡이 타이틀곡’이라는 언론플레이에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EP의 곡들이 다들 잘빠진 웰-메이드 팝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빅뱅이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자신들의 노래 <거짓말>이다. <거짓말> 이후 빅뱅의 이름을 걸고 나온 노래들 가운데 <거짓말>을 넘어선 노래는 없었다. 이번 노래들도 ‘현상유지’는 했지만 그 이상의 임팩트는 없다. 고백하자면, 가장 맘에 든 곡은 <Intro>였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이런저런 무거운 경험들 탓인지 ‘놀다가 죽을래’라 주장하는 노래를 아낀다. 그렇다고 숙이고 들어가는 처연한 방법을 택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이, 문득 그 고민을 잊게 만드는 완성도의 노래를 흩뿌릴 뿐이다. 그 가운데에서 <Bad Boy> <재미없어>처럼 리듬을 절약하는 경우가 꽤 흥
[hottracks] 결정적 한 방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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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6월3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문의: 1588 - 5212
놀라운 도전이다. ‘소설과 영화의 위대한 감동’을 뮤지컬 무대 위에서 재현하겠다니. <닥터 지바고>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작품이냐고? 한국, 호주, 미국 프로듀서의 공동 프로젝트다. 지난해 호주에서 첫선을 보였고, 국내 초연 무대다. 이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공략을 앞두고 있다.
라라를 사랑하는 세 남자 유리 지바고와 파샤/스트렐니코프, 코마로프스키, 그리고 유리를 사랑하는 두 여자 라라와 토냐. 2부 초반, 이들 다섯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Love Finds You> 장면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상대를 향한 애틋함을 담은 오중창은 뮤지컬이 격변의 시대배경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러나 주인공인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왜 절절한지 이해하기 어렵고,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라라의 매력도 충분히 묘
[공연] 조승우도 구원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