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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건재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열일곱번 후보로 오른 메릴 스트립이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생애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영화인들은 성실하고 치열하게 배우로서의 길을 다져온 그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메릴 스트립은 “미국인의 절반이 ‘아니, 또 그녀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머쓱해했다. <비기너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든두살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플러머는 “오스카, 당신이 저보다 두살 더 많군요”라며 오스카와 함께 나이 먹어가고 있는 노배우로서의 뿌듯함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빌리 크리스털은 플러머의 수상 소식을 전한 뒤 “현재 아카데미 수상자의 평균 나이가 67살로 뛰어올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우주연상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을 제치고 <아티스트>의 장 뒤자르댕이 가져갔다. 프랑스 출신인 뒤자르댕은 “당신의 나라(미국)를 사랑합니다”라
[피플] 오스카 형님, 반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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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곤경에 처했다. 지난 2월26일 전 공무원 조모씨는 모바일 선거인단 대리등록 의혹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지검은 박주선 의원을 돕는 사조직을 만들어 운영한 혐의로 당시 현장에 있던 백모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민참여경선, 모바일 투표로 바람몰이를 하려 했던 민주통합당의 원대한 목표는 공천=당선이라는 광주에서 역풍을 맞고 좌초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공천심사를 두고도 말이 많다. 통합의 의미는 사라지고 구태만 남았다.
MBC 사장 김재철이 행불자에서 호텔왕이 되어 돌아왔다. 파업 시작할 때는 어디 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양반이었는데 알고 보니 휴일에만 98번이나 호텔에 가서 법인카드를 사용하셨단다. 그 밖에 보석도 사고, 명품도 사고, 상품권도 사고… 그렇게 법인카드로 7억원을 사용하셨다고 한다. 이런 사장님이 돌아와서 하신 일은 박성호 MBC 기자회장을 공정보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이다. 사장님,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들 MRI사진
[신두영의 보라카이!] 진짜 까불면 죽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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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저 씨네리 종신필자잖아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환기시켜드릴게요) 공중파 뉴스는 챙겨보는데, 요즘 눈물 없인 볼 수 없다. 우선 MBC. 파업에 따른 안쓰러운 시간 때우기 뉴스(그냥 5분짜리 교통방송으로 하시는 편이…). KBS. 한동안 미담 파기에 골몰하더니 날씨 뉴스로 점철하다가 이젠 대놓고 때아닌 명비어천가다. 아, 하품 끝에 눈물 나와.
3월 말 서울에서 이틀간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얼마나 세련된 경호를 준비하는지, 북의 도발 대비 태세 이상무인지, 어떤 뜨르르한 정상급 인사들이 오는지, 핵 테러 대책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진압훈련과 요인경호 시범을 하는지, 헥헥 산전수전공중전육박전 하루가 멀게 미주알고주알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파워레인저에 열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소구력있는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어쩜 겨울 내내 그것만 다루니, 쯧쯧. 핵안보정상회의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최근 화룡점정은 제주 해군기지 관련 뉴스다. ‘일부’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M본부 K본부 양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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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쏘쏘리? 벗알러뷰?
빅뱅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Alive≫가 드디어 나왔다. 여러 멤버들의 개인적 고난을 딛고 마침내 발매된 이번 앨범이 과연 <거짓말>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125쪽 핫트랙스를 참조하시라.
2. 유니클로가 언더커버를 시작한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세계적인 일본 디자이너 다카하시 준이 이끄는 ‘언더커버’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UU라는 이름의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키즈와 베이비 라인까지 갖춘 완벽한 가족용이다. 3월16일 발매다. 전날 밤부터 줄을 서야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다.
3. 메가히트 뮤지컬의 습격
브로드웨이의 메가히트 뮤지컬 <위키드>가 티켓을 오픈했다. 5월31일부터 한달간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상연되는 이 뮤지컬은 <오즈의 마법사>의 외전으로,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직접 공연한다. 뉴욕에서 관람한 소감을 말하자면, 예매하지 않는 자 눈물 흘릴지어다.
[must10] 암쏘쏘리? 벗알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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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어 베러 월드> <사운드 오브 노이즈> <청원> 등을 수입, 배급한 엣나인필름에서 홍보마케팅을 담당할 경력/신입사원 모집. 3개월 인턴과정을 거친 뒤 정식 채용 여부 결정. 3월15일까지 이력서, 자기소개서, 영화감상평(최근 개봉작 1편)을 podo@at9film.com으로 제출.
◆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영화제를 이끌어갈 자원활동가 2차 모집. 모집기간은 2월23일부터 3월5일까지. 영화제 전 기간 동안 참여할 수 있는 만 18살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 영화제 홈페이지(www.wffis.or.kr)에서 직접 지원서 작성(02-364-8848).
◆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봄’ 프로젝트 공모. 지원 대상은 극장 개봉, 영화제, 방송 등의 플랫폼에 상영된 작품이 2편 이하인 제작자로 주제 및 제작 포맷은 제한없음.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감독에게는 제작비와 멘토 시스템이 제공되며 완성된
[소식]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국단편공모전’ 출품 작품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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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총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고. 개봉일(2월2일)로부터 20일 만에 거둔 성적이다.
-일본 영화학자 고마쓰 히로시가 3월9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칼 드레이어 감독 특강을 연다
=고마쓰 히로시는 칼 드레이어 감독에 정통한 영화학자다. 이날 칼 드레이어의 <뱀파이어>를 상영한 뒤 강의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기덕 감독이 신작 <배우는 배우다>를 제작한다
=배우가 인기를 얻었다가 다시 추락하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좋은 배우> <페어러브>를 만든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댓글뉴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총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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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개봉을 앞두고 심리학자 한분이 나선다고 하여 궁금해졌다. <건축학개론> 시사회에 심리학자가 게스트로 참석하여 감독과 배우와 관객을 상대로 영화 속 사랑에 얽힌 심리를 친절하게 풀이해줄 모양이다. 그 주인공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다. “아직 영화를 못 본 상태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화가 첫사랑과 얽혀 있는 이야기이므로 첫사랑의 심리에 관해 무언가 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작가 자신도 모르고 쓴 사랑에 관한 어떤 심리가 담긴 대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예를 들어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풀이하려면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예로 드는 일이 많지 않을까 하여 물었더니 과연 많다. 심지어 너무 많아 잠시 골라야 하는 수준이다. “사랑의 심리에 관한 <도대체, 사랑>이라는 내 책에는 많은 영화들이 인용되고 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 사람] 사랑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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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 위원회이나 사실상 7인 위원회로 운영되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다시 진용을 갖추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29일, 영진위 비상임위원에 배우이자 중앙대 미디어영상학부 겸임교수인 유지인씨와 최광숙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유지인 위원은 영화인 처우개선 등 영화 진흥정책의 현장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며, 최광숙 위원은 10여년 이상의 공공정책 분야 취재 및 자문위원 경력을 가진 인사로서 향후 영화 진흥정책의 공공성과 효율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임명 배경이다. 임기는 2년이다.
영진위가 7인 위원회로 운영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지난 2010년 7월에 고정민, 김재하, 변희성 위원과 함께 임명된 김미희 드림캡쳐 대표가 약 1년 뒤 위원직을 내놓았다. 이후 송낙원, 채윤희, 홍승기 위원과 함께 2011년 7월에 임명된 김수진 비단길 대표는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영진위 관계자는 “
[국내뉴스] 영진위, 진용 정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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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은 잘 만든 스포츠영화다. 최동원과 선동열,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연대와 고대처럼 뿌리 깊은 한국적 갈등과 80년대의 전설적인 야구경기가 영화적으로 재구성되는 쾌감이 있다. 보수적인 백인 노친네가 아시안 이웃과 마침내 소통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로 인한 감동도 존재한다. 가상인물 박만수의 동점홈런이 그렇다. 이것은 어쨌든 스포츠영화이다. 그 뒤로 쭉 이어지는 클라이맥스는, 약간은 과장되고 스피디한 연출과 편집으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데, 김태성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자칫 촌스러웠을 것 같다.
박만수의 동점홈런 신의 <Cherish>와 연장전 내내 흐르는 <록키>의 테마를 변주한 <Overtime>은 그가 영화음악의 위치와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음을 새삼 상기시킨다. 관습적 장치로서 영화음악, 요컨대 사운드가 만드는 감정의 고양효과는 <최종병기 활>에서처럼 공감각적으로 부각되고 마침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감동은 사운드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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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다. 이 상태가 3주 가까이 지속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뭔가 이 고리를 빨리 끊어야 할 텐데…. 회사에서 작업해야 하는 광고가 많아서일까, 기다리다 지쳐버린 입찰 준비를 해야 해서 그런 걸까, 못 쓰는 글솜씨로 타인의 취향을 써야 하는 압박감 때문인가… 생각하다가. 아, 언니! 그렇다. 요즘 너무도 우울한 이유가 언니네 식구들, 특히 조카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내렸다. 3월3일. 언니네 식구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날이다. 이민을 간다는 사실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머리로만 받아들였을 뿐 마음으로는 아니었나보다.
동생이 없었던 나는 조카 돌보는 것이 무척 좋았다. 회사를 다니던 언니와 형부 때문에 조카는 우리집에서 꽤 오랫동안 같이 지냈는데 나는 조카와 동생처럼 때론 친구처럼 함께 노는 걸 무척이나! 매우! 좋아했다. 그런 조카가! 그리고 언니와 형부가 이민을 간단다. 2~3년 정도 잠깐씩 외국에 나가 살 때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2~3
[타인의 취향] 내 인생의 축제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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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모름지기 싸움을 잘하거나 밴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 중학생 시절 동네 남고 축제에 구경 갔던 날, 어스름 깔리던 무대에서 부활의 <사랑할수록>을 열창하던 밴드 보컬 오빠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첫 소절이 울려퍼지던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도 록의 ㄹ은 몰랐어도 밴드 하는 오빠들을 좋아한 적은 몇번 있었다. 한국, 미국, 일본, 국적은 종종 바뀌었지만 긴 갈기머리와 늘씬한 다리에 딱 붙는 청바지, 화려한 눈화장까지, 그들에겐 분명 뭔가 특별한 에너지가 있었다.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고교생 밴드 ‘안구정화’의 공연을 찾아와 “오빠들 만질 수 있는 자리” 달라며 웃돈을 내미는 초등학생부터 이십대 누나들까지, 철없고 이성을 상실한 여성 팬에게 ‘닥치고 공감’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밴드의 구성이 돌아이 로커의 필이 충만한 이민기, KBS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공감능력 부족한 천재로
[최지은의 TVIEW] 잘생겨서 꼭 청춘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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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퍼짐하고 낮은 콧대, 가늘게 찢긴 양안, 작은 눈알 사이로 머나먼 미간, 쌍꺼풀 없는 민자 아이라인, 각진 턱선, 작은 키, LCD(평면!) 가슴, 돌출된 광대뼈가 만드는 평면적이고 드센 인상. 미녀의 이목구비를 결정할 때, 위에 나열한 요인 가운데 셋만 갖춰도 감점이다. 나열한 특징은 동양 여성의 일반적 외모다! 스모키 화장을 뒤집어쓴 농염한 눈매와 베이비페이스는 동양 여성이 추종하는 서구적 미녀의 기준점이다.
동양적 이목구비와 체형을 상대적으로 극복한 장쯔이, 공리, 전지현, 송혜교가 국제적으로 회자되는 건 나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양적 열세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선전하는 ‘동양 미녀’의 성공 비결은 뭘로 설명될까? 데본 아오키, 루시 리우, 샌드라 오, 탕웨이, 장윤주. 물론 부족함이 적은 미녀들이다. 하지만 완벽미를 갖췄기보다는 변별력으로 국제 기준을 추월한 경우에 가깝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문화 오리엔탈리즘. 19세기는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 취향이 유럽에 득세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오리엔탈리즘, 손쉽지만 고유한 파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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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연중 가장 일찍 개최되는 베를린영화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한해의 세계영화의 동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마땅하겠지만, 실제로 베를린이 그러리라 기대하는 이는 이제 거의 (혹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물론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과 울리히 쾰러의 <수면병>처럼 걸출한 작품들이 지난해 베를린을 빛나게 한 건 사실이지만 1년이 지나고 난 지금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을 영화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경쟁부문 역시 극소수의 수작들- 그 가운데 한편은 올해의 영화로 미리 꼽을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이 초청되기는 했지만 브리얀테 멘도자의 <포로>와 스피로스 스타툴로풀로스의 <메테오라> 등 터무니없는 영화들 틈에 섞여 있었고, 게다가 최고의 상들은 삶과 연기의 병행구조를 취한 타비아니 형제의 구식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와 사회적 이슈를 짐짓 예술적으로 담아내려다 지루한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영화제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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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형상’(Techno-bild)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술적 형상’이 인간이 손으로 빚어낸 이미지라면, 기술적 형상은 기계로 제작된 이미지다. 최초의 기술적 형상은 물론 19세기에 발명된 사진. 사진술이 보편화한 20세기 초, 이미지의 역사에는 거대한 단절이 생긴다. 19세기까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 회화였다면, 20세기 이후엔 기술로 제작한 이미지, 즉 사진이 그 역할을 떠맡는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이미 사진이다.
해독되는 사진
기술적 형상은 기술의 산물이다. 때문에 모든 기술적 형상은 바탕에 깔린 기술적 텍스트에 대한 ‘독해’를 요구한다. 상상의 산물로 여겨지는 그림과 달리, 사진은 사실의 기록으로 간주된다. 대중 조작의 매체로 사진이 선호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도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을 알아차리려면, 기계(카메라)와 기술(촬영술)을 읽어야 한다. 모호이 나지의 말대로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영상을 못 읽
[진중권의 아이콘] 영상맹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