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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on] <아넬리> Annelie

<아넬리> Annelie 안테이 파락 | 독일, 스위스 | 2012년 | 117분 OCT 11 M해운대 13:00

임대 복지시설 아넬리에는 낡은 건물만큼이나 닳고 단 인간 군상이 모여 산다. 마약중독자, 부랑자, 술주정뱅이, 사기꾼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희망 없는 미래에 비관하면서도 나름의 현재를 살아간다. <아넬리>의 전반부는 거주민들의 사연과 직업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많은 등장인물들을 장황하게 다루다보니, 좀 산만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전반부 이후 내레이터 본인의 사연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중심을 잡기 시작한다. <아넬리>는 빠른 편집리듬,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불균질한 이미지와 음향 효과 등에 힘입어, 답답하고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이 같은 돌출된 형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속의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만든다. 아이러니한 것은, 캐릭터의 극단적인 행동과 영화의 과격한 형식 자체가 또한 극빈자들에 대한 낭만주의적 감상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넬리>의 야심은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현실의 비극을 논하는 데까지 뻗어 있다. 영화는 재기발랄한 희비극을 전시함으로써 그 의도를 향해 돌진하지만, 결국 목표지점 언저리에서 현실의 문제를 급격히 휘발시키는 다소 도취적인 스케치로 남은 느낌이다.

Tip. 메탈밴드 ‘키스’ 에피소드가 재밌다. 특히 사람들이 ‘키스’ 분장을 하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장면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