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시는 낡아빠진 건물 아넬리를 임대해 복지시설화한다. 이곳에서 딱히 갈 곳 없는 노숙자, 마약중독자 등 사회 밑바닥 인생들이 장기 체류한다. 어느 날 시에서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자 모두 힘을 합쳐 아넬리를 지키려 하고, 그 시도는 마침내 초현실적인 절정으로 치닫는다. <아넬리>는 사회 낙오자들의 삶을 독특한 리듬으로 연출한 수작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존중, 나아가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인간애로 가득 찬 영화면서도 속도감 있는 편집과 빈번한 점프 컷, 변화무쌍한 앵글로 인해 센티멘털리즘을 피해 간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음악이 돋보이며, 특히 철거가 결정된 후 아넬리의 앞마당에서 인물들이 가구를 던지고 부수는 장면과 이어서 불태우는 장면은 전자음악과 기막힌 앙상블을 이루어 흡사 축제와도 같이 연출된 명장면이다. 비판이나 설명을 배제한 채 삶에 대한 대담한 시선을 담아낸 감독의 용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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