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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연말, 학부를 영화 전공으로 졸업하고도 독립영화워크숍 설명회를 찾은 어느 감독 지망생이 있었다. 안국진 감독이 쓴 수료 후기 ‘독립영화워크숍에서 공동작업의 의미’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현재 <갈매기>(2021)로 데뷔해 곧 <경주기행>(2026) 개봉을 앞둔 김미조 감독. 이듬해 봄, 김미조 감독이 독립영화워크숍 수료 후기에 남긴 말을 살펴보면 낭희섭 선생이 남긴 가장 강렬한 가르침은 “아니다 싶을 때 하루라도 빨리 영화를 그만두라”는 전언이었다. 같은 글에서 그가 독립영화워크숍에서 기대했었고 결과적으로 얻는 데 성공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부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동 작업이라는 과정에 대한 경험. 둘째, 자기 객관화에 대한 성찰. 셋째, 앞으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얻는 것.
필름 영화 워크숍 시절부터 디지털, 나아가 AI 시대의 영화 만들기를 의식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료생들의 후기 어디에나 쉽게
[기획] 독립영화워크숍 41주년을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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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 교육의 한축을 담당해온 독립영화워크숍이 41주년을 맞이해 기념 상영회 ‘처음처럼, 모두가 함께’를 열었다(4월6일~5월3일, 서울영화센터 및 오!재미동). 워크숍을 운영하는 낭희섭 선생과 지난 226기 수료생들이 집행위원이 되어 작은영화워크숍 시절부터 최근 기수에 이르기까지 워크숍을 거쳐간 수료생들의 장·단편 작품을 한데 모은 자리였다. 40여년간 영화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기조를 지켜온 독립영화워크숍은 현재 공적 지원금의 부재와 홍보 부족으로 인한 무관심 속에서 존속 위기에 처해 있다. 조금은 쓸쓸한 풍경을 마주하며 독립영화워크숍의 역사를 기계적으로 회고하기보다 제도 밖 자생적 워크숍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돌아보려 한다. 그리고 여전히 워크숍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낭희섭 선생과 군 전역 후 워크숍의 문을 두드린 226기 수료생 고재민씨에게 대화를 청했다. 충무로 어느 골목 건물 안에 자리한, 각종 영화 책과 비디오가 빼곡하고 노란 장판이 깔린 작은 방에서
[기획] 같이 만들래? - 제도 밖 자생적 영화 워크숍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독립영화워크숍 41주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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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분의 안부가 걱정됐다. <기리고>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동안 악몽을 꾸진 않았나.
강미나 한번도 없었다. 확 몰입했다가도 잘 빠져나오는 편이어서 그랬나.
현우석 나도 없다. 촬영 끝나고 돌아오면 기절하듯 잤다. 눈 떠보면 아침이었다.
이효제 나는 매일 밤 혈당스파이크를 직격탄으로 맞아서 꿈꿀 새가 없었다. (좌중 폭소) 형욱이의 캐릭터성에 맞게 살을 찌우느라 두세달을 정말 많이 먹고 잤다.
전소영 나만 있었구나. 세아가 위험해지는 신들을 찍기 전에 저승사자가 나오는 꿈을 꾸곤 했다. 꿈마다 다 다른 얼굴이었고. 꺼림칙해서 할머니와 작품에 도움을 주신 무당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촬영 조심하라는 똑같은 답변을 들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 배우에게 공포라고 하면 오디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평소 오디션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배우가 대화를 열어주면 좋겠다.
현우석 내가 그런 편이다. 이번엔 손까지 덜덜 떨면서 오디션장에
[인터뷰] ‘영 어덜트(YA) 호러’ 속 새 얼굴들 - <기리고> 배우 전소영, 강미나, 현우석, 이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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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의 중심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가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인 고등학생 세아(전소영), 나리(강미나), 건우(백선호), 하준(현우석), 형욱(이효제)은 믿기 힘든 능력을 지닌 이 앱에 호기심을 느낀다. 얼핏 귀엽고 엉뚱한 10대 청춘물을 떠올리게 하나 이 시리즈의 장르는 ‘영 어덜트(YA) 호러’다. 저주에 걸린 앱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가로 사용자의 목숨을 요구하고, 친구들은 저주를 풀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4월24일 공개를 앞두고 <기리고>의 네 배우를 <씨네21>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군복무 중인 백선호를 제외하고 한자리에 모인 전소영, 강미나, 현우석, 이효제는 피 묻은 교복을 벗어던지자 모인 날의 날씨처럼 화사했다. 그러나 곧 어스름한 조명을 받는 테이블에 둘러앉자 <심야괴담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기리고의 규칙처럼 종이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는 시간을 가
[기획] 피칠갑의 우정으로 두려움을 날려! - <기리고>의 젊은 배우 전소영, 강미나, 현우석, 이효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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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김태엽 감독은 드라마 <화양연화> <멘탈코치 제갈길> <선재 업고 튀어> 등을 공동 연출한 베테랑이다. 수편의 단편영화를 찍은 경력의 그는 지난해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30주년 기념 옴니버스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에 참여하면서 오랜만에 영화로 복귀한 데 이어 농심 신라면 40주년 기념 제작 지원작 <라면이 떨어지면>을 완성했다.
“스태프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들어가는 가내수공업 같은 느낌”을 즐기며 촬영에 임했다는 김태엽 감독은 신라면 옆에 어린 남매를 불러들였다. 간밤에 캐리어를 끌고 사라진 엄마가 언제 돌아오느냐고 묻는 동생을 향해, 오빠는 선반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저 라면 다 먹으면.” 가득 쌓여 있을 것만 같았던 봉지가 바닥날 때쯤, 두 사람 앞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김태엽 감독에게 사건의 전말을 들었다.
먼저 베푼 온기가 돌
[인터뷰] 별에서 온 감동 한 그릇 - 농심 신라면 40주년 기념 특별상영작 <라면이 떨어지면> 김태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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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40주년을 맞은 농심 신라면이 단편영화 제작 지원에 나섰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그 결과물 중 한편인 <라면이 뿔기 전에>는 40년이라는 세월에 주목했다. 청년이 노인이 되는 긴 시간, 어떤 설렘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 들이켜도 얼큰한 국물처럼, 언제 떠올려도 가슴 한편이 아릿해지는 얼굴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니까.
장편다큐멘터리 <성덕>으로 데뷔해 <이상현상> <어느 날, 영화가 죽었습니다> 등의 단편 극영화를 연출하며 영역을 넓히는 중인 오세연 감독은 할머니에게서 그 사연을 엿봤다. 주인공은 손녀 지수(최지수)를 따라 서예학원으로 향하는 영옥(차미경). 지수는 영옥의 동행이 못내 껄끄럽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영옥은 힘차게 먹을 간다. 그는 어떤 문장을 쓰고 싶었던 걸까? 오세연 감독의 상상은 두 여자를 잇는 라면과 함께 끓어올랐다.
할머니에게 붓을 쥐여준 까닭은
“나를 제일 울리는 존재는 누구일까?” 프로젝
[인터뷰] 맛과 멋의 컬래버 - 농심 신라면 40주년 기념 특별상영작 <라면이 뿔기 전에> 오세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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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타계한 고 안성기 배우의 지난 발자취를 회고하는 특별전과 1960년대부터 시작된 홍콩, 뉴욕의 사회정치적 변화, 예술적 시도를 반영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올해 전주영화제에 마련됐다. 국내에서, 큰 스크린으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던 세 특별전의 상영작이 궁금한 관객들을 위해 <씨네21>이 이번 전주영화제의 특별전 가이드를 정리했다.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제27회 전주영화제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한국영화사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해온 고 안성기 배우를 기리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선보인다. 한국영화계가 스스로 지평을 넓힐 기회를 제공했던 그의 영화를 다시금 되돌아볼 기회다. 안성기 배우는 1957년 데뷔해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 <하녀>, 임권택 감독의 <십자매 선생> 등 수십편의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대학생 시기까지 잠시 영화계와 멀어졌었으나 대학 졸업 후, 군사독
[기획] 그립고도 낯선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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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Late Fame)
켄트 존스 / 미국 / 2025년 / 96분 / 개막작
어느 날 에드(윌럼 더포)에게 마이어스(에드문드 도노반)가 찾아온다. 그는 오래전 에드가 집필한 시에 감명받았다며 자신이 속한 ‘열정주의자 모임’을 소개한다. 부유하고 젊은 예술가로 구성된 이 모임은 에드를 열렬히 환영한다. 펜을 내려놓고 37년간 직장인으로 지낸 에드는 이들의 열망에 덩달아 창작욕을 불태운다. 에드와 멤버들은 새 작품을 발표할 낭독회를 준비하고, 에드는 멤버인 글로리아(그레타 리)와 유달리 각별해진다.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19세기에 집필한 소설을 바탕으로 예술을 좇는 이들의 열정을 존중하면서도 저변에 깔린 허영과 인정욕구, 뉴욕 예술계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데에서 오는 공허함을 낱낱이 꺼내 보인다. 에드는 한때 뉴욕 보헤미안 문화의 중심에 섰던 이로서 이들에게 공감하면서도 그 시기를 지난 선인으로서 과거를 객관적으로 반추하는 시점을 견지한다. 어떤 식
[기획] 재미있고 의미있는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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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돌아온다. 4월29일부터 5월8일까지 열릴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씨네21>은 올해도 전주영화제 미리 보기 지면을 마련했다. 54개국 237편의 초청작 중 문석, 문성경, 김효정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작품과 <씨네21> 기자들이 주목한 작품을 더해 총 9편의 영화를 먼저 소개한다. 개·폐막작을 비롯해 거장의 복귀작, 신예의 화제작, 새 섹션의 문제작 등을 고루 선별했다. 다채로운 특별전의 면면도 살폈다. 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최하는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M+ 홍콩과 협력한 ‘홍콩귀환: 시네마 + 아방가르드’, 1960년대에서 1970년대를 수놓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 더 매버릭스’ 특별전까지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특별상영 부문에 초대받은 두 감독의 인터뷰를 덧붙인다. 농심이 신라면 40주년을 기념해 제작 지원한 단편영화를 연출한 오세연 감독, 김태엽 감독이 ‘인생을 울리는’ 창작의
[기획] 전주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 -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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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약 5년 동안 경기도 화성 일대를 배회하며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진범의 정체가 2019년, 33년 만에 밝혀졌다. 그의 이름은 이춘재. 이미 별개의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그의 실명이 세상에 알려진 순간, 영구 미제의 상징이었던 비극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라 재명명됐다. ENA 새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이 실화를 모티프 삼아 가상의 마을 강성으로 시선을 옮긴다.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를 안고 강력계 형사가 된 태주(박해수)와 어린 시절의 가해자이자 이제는 사건을 함께 수사해야 할 검사가 된 시영(이희준)의 관계를 축으로, 드라마는 연쇄살인이라는 압도적인 악과 마주한 평범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 세계를 함께 그려낸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를 만나 작품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시사 교양 연출가로 쌓아온 감각이 드라마 기획으로 이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작
[인터뷰] 실화의 무게에 시대적 폭력을 포개어 -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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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 영화계를 찾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 원장직에 모은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위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모은영 원장과 자료원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여년의 시간을 자료원에서 보내며 시네마테크KOFA의 다양한 기획전을 꾸려왔다. 관객에게 기억될 때 빛을 발하는 오랜 영화들을 그러모으며 그는 영화와 관객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
그렇게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시나브로 영화 아카이빙의 일부가 되었다. 그 뒤로 또 다음 10년 동안 모은영 원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지난해에는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시간을 쌓으며 영화적 경계를 넘나들었다. 취임 후 한달. 그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또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자료원의 내일을 고민하는 모은영 원장은 역설적으로 과거를 현재화하고자 했다.
-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자료원에서 근무하고 10여년 만에 돌아왔
[인터뷰] 과거의 기록을 디딘 오늘 -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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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하던 공간이 없어지던 그날 새벽, 작은 술집에 모인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뒤풀이가 있었습니다. 빈 맥주병들 사이로 그는 조용히 제게 물었습니다. 사월씨 작업실에는 피아노가 있어요? 네, 미디가 되는 마스터 키보드가 있어요. 아니, 그거 말고 진짜 피아노 말이야. 그걸 왜 물어보시지? 의아해하다가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사라진 대화였습니다. 며칠 후 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간을 정리하면서 거기에 있던 업라이트피아노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옮기는데 좀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이 피아노가 누구에게 갔을 때 가장 좋은 선물이 될까, 했을 때 네가 떠오른 거지.”
레벨 0밖에 되지 않는데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검을 받게 된 마법사의 기분이었습니다. 피아노를 잘 치느냐 한다면 전혀 그런 쪽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많은 음악가의 공연에서 매만져졌을 그 피아노를 제가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이 떨렸습니다. 저에게 생긴 일을 동료 몇에게 털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피아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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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대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가 22개 항목의 선언문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AI 무기화는 불가피하니 더 속도를 올려라” “서양 문명의 우월성을 지켜내야 한다” “징병제 부활이 살 길이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국방부의 일부이다” 등. 노골적이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파시즘”이라고 몰아붙인다. 피터 틸과 알렉산더 카프와 같은 자칭 천재 기업가들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더욱 불편한 질문이 하나 있다. 만약 이러한 “기술 파시즘”이라는 것이 일부 인사들의 일탈적인 과대망상을 넘어서서 현대의 산업 자체에 내재한 역사적 경향이라면?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파시즘은 민족주의, 군국주의, 인종주의, 보수주의 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이러한 산업문명에 본질적으로 장착된 필연적 “혁명”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사실 대의제민주주의도 자유시장경제도 18세기 계몽주의에서 시작된 것들이라서 19세기 이후의 산업문명과는 기묘
[홍기빈의 클로징] ‘팔란티어 선언’을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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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 베네치아, 뛰어난 오케스트라로 명성이 높은 피에타 보육원. 감미로운 선율로 가득한 겉모습과 달리 소녀들은 엄격한 규율 속에 살아간다. 체칠리아(테클라 인솔리아)는 매일 밤 어머니가 돌아오길 기도하지만, 성인이 된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뿐이다. 희망이 서서히 체념으로 기울어가던 무렵, 새로 부임한 음악 교사 비발디(미켈레 리온디노)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다. <비발디와 나>는 오페라 연출가 출신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이 대화의 여백을 메우며 서사의 리듬을 단단히 조율한다. <햄넷>처럼 거장의 이름을 전복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하지만, 억압된 환경 속에서 예술적 열망이 싹트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리뷰] 창살의 틈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선율, 유디트의 승리!, <비발디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