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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 맨>의 제목이 가리키는 잔가지 인형은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등장한다. 그것은 여느 ‘맨’(man)들과 달리 영웅도, 악당도 아니다. 영웅이 되고 싶었던 남자가 악당에 맞서려다 기어들어간, 의인화된 미궁에 가깝다. 거인의 형상을 한 나무 감옥 안에 갇히는 건 진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무력해지는 인간과 사건의 영문 자체를 모르는 동물들. 그들을 잠재우는 화마의 이미지는 이제 포크 호러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추대받고 있다.
<위커 맨>이 최후에서야 제 이름 뜻을 밝히는 것처럼 작품에 명성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도 나중 일이다. 1973년 공개 당시에만 해도 이 영화는 실패작으로 묻힐 뻔했다. 광고계에서 인연을 맺은 감독 로빈 하디와 각본가 앤서니 섀퍼는 “종교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으로 <위커 맨>의 서머아일섬을 창조했다. “영화에 민요가 흐르면 더 흥미롭고 사실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영국 민속음악도 적극적으로 차용했
[기획] 민속적 요소가 어떻게 오싹해질 수 있는지 - <위커 맨>은 어떻게 <위커 맨: 파이널 컷>으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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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 7월에는 장뤼크 고다르의 <경멸>을 선보이며 국내 시네필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신진 배급사 라이트하우스가 세 번째 개봉작으로 <위커 맨: 파이널 컷>을 택했다. 8월19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이 작품은 로빈 하디 감독의 1973년작 <위커 맨>을 4K 리마스터한 판본이다. <위커 맨>이 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이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름 유실, 수집, 복원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도착한 <위커 맨>은 포크 호러라는 하위 장르의 원형으로 읽힌다. 5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그 줄거리부터가 여러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었다. 우선 주인공이 낯선 장소로 빨려 들어가야 한다. <위커 맨>에서는 경비행기를 탄 경찰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서머아일섬에 착륙한다. 신원 미상의 제보자가 서머아일섬에 사
[기획] <위커 맨>은 이렇게 전설이 되었다- 국내 최초 개봉하는 <위커 맨: 파이널 컷>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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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이 시즌2 방영을 앞두고 확장되는 세계관을 강조한다면, <킬러들의 쇼핑몰>은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현재진행형의 활동이 시작된다 소개해도 무방하다. 시즌1의 에피소드 1편은 주인공 정진만(이동욱)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고, 시즌2는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 상황에서 머더헬프와 바빌론 조직의 대격돌이 예고되었다. 시즌1이 비밀스럽게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것과 대조적으로 시즌2의 음악은 질주하는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떠받치며 시즌1과의 연결 고리를 가져간다. 시즌2 종영을 앞두고 음악감독 프라이머리는 현재 작업 중인 다음 작품의 스코어를 고심하고 있었다.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터를 빠져나와 고요한 섬마을의 평화로움으로 관객들을 데려갈 음악을.
-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곧 종영된다. 시즌1부터 함께했는데, 작업 일정은 어땠나.
글로벌 OTT의 음악 작업은 방영 3개월 전에는 끝나야 한다.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현장 작업이
[STAFF] 누구에게 포커스를 둘지부터 생각한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프라이머리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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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정부가 지은 대규모 공동 주택단지 서울 개포주공아파트. 이곳에서 초중고 유년 시절을 보낸 이른바 ‘개포 키즈’ 이성민 감독은 재건축으로 사라질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가 될 줄 몰랐고, 7년이란 시간이 걸릴 줄도 몰랐다. 이곳에 뿌리 내리고 자란 나무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재건축 과정에서 폐목이 될 거목들의 운명을 걱정하고, 콘크리트 단지 내 ‘녹색 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콘크리트 녹색섬>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나무를 걱정하는 일은 “나의 한 시절을 지켜봐준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이성민 감독의 인사였다.
- 재건축으로 사라지게 될 강남 개포주공아파트를 카메라에 담았다. 다양한 주제와 접근법이 있었을 텐데 ‘나무’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간다.s
유년기를 보낸 이 동네가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무렵 파인아트 사진을 공부했다. 원래는 영화가 하고 싶었는데 내 길이 아니다 싶
[인터뷰] 그래도 방법을 찾는 마음, <콘크리트 녹색섬> 이성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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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 천만 영화의 <실미도>와 N차 영화의 시초 <왕의 남자>, ‘전지현 신드롬’의 출발지 <엽기적인 그녀>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중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대중문화예술이 화려하게 꽃핀 2000년대 중심에는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가 있었다. 2016년 이후 10여년간의 공백을 거쳤지만 이선빈·박지환·박영규 등의 라인업을 선보인 <감옥의 맛>으로 이제 막 새로운 챕터를 연다. 천만 영화뿐만 아니라 중간 규모 영화로 창작의 활로를 넓히고 신진 감독을 꾸준히 발굴해온 이곳엔 한국영화의 계보가 기록돼 있다. 극장가가 침체에서 벗어난 중요한 시점, 시네마서비스가 다시 꺼내든 카드는 무엇일까. 역사와 미래를 동시에 끌어안은 박영목 시네마서비스 대표를 만났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2016년 이후 10년 동안 시네마서비스가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객들에게는 회사가 사실상 영업
[인터뷰] 다시 도약하는 ‘한국영화를 이끄는 힘’, 박영목 시네마서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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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감을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이 테크닉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어른들의 회의실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뻘쭘한 상황에도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만 하는 순간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초능력이 그러하듯이 방법을 안다고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이 능력이 절실한 여러분이 계신 것 같아 투명 망토를 살짝 걸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가장 투명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모임에서 분명 함께 있었는데 어딘가 희미했던 그런 이를요. 그는 의외로 테이블 모서리에 앉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간 자리에 끼어 적절히 웃으며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지 듣고 있지요. 그건 마치 배영하는 자세로 누워서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바다의 움직임의 일부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주변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투명 망토의 기본 원리라 볼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투명 망토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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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성인이 된 이후로 줄곧 ‘커리큘럼’을 짜는 인생을 살았다. 우리말로 하면 교과과정, 학습 프로그램(도 외래어이기는 하다마는) 정도로 옮길 수 있을 텐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이니, 아뿔싸, 물경 30년이 훌쩍 넘었고, 앞으로도 족히 10년에서 20년은 그 일을 하게 될 듯하다. 당시 대학에는 ‘학회’라는 자발적 독서토론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었고, 나는 일주일에 다섯개를 넘나드는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위 나가고 학생회 활동하느라 강의는 빠져도, 그 모임들만큼은 꼬박꼬박 참여했으니, 지금의 나를 만든 8할은 그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학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그런 역할을 맡기는 했지만, 소규모 자발적인 모임을 넘어서서 전국적 규모에서 여러 대상에게 쓰일 커리큘럼을 짜고, 스스로 교재를 만드는 시도로까지 이어질 만큼 꽤 진지했고 꽤 깊었다.
당시에는 ‘커리’라는 줄임말을 흔히 사용했고, ‘교안’이라는 말도 섞어 썼
[정준희의 클로징] 소위 ‘러닝 크루’와 내 인생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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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한 마리의 개가 버려진다. 뭉치(도경수)는 자신을 두고 떠난 주인이 남긴 ‘기다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다른 떠돌이 개들과 거리에서 하루를 보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무리와 함께 인간이 버린 것들로 살아가던 뭉치는, 어느 날 숲에서 직접 먹이를 구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밤이(박소담) 무리를 만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나쁜 인간들은 주인 없는 개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개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사냥꾼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길 위의 뭉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영화다. 2019년 개봉한 <언더독>을 새로 편집하고 제목까지 바꿔 소개하는 작품으로, 2D와 3D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비주얼이 더욱 선명한 해상도로 구현되었다. DMZ 일대의 자연 풍광과 개들의 시선으로 본 도시 뒷골목의 모습이 현실성과 환상성을
[리뷰] 재개봉 영화 <길 위의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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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 맨: 파이널 컷>은 포크 호러의 고전으로 등극한 1973년작 <위커 맨>의 50주년을 맞아 스튜디오카날이 4K로 복원한 판본이다. 이 버전으로 처음 한국에서 정식 개봉하는 영화는 스코틀랜드 경찰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외딴섬 서머아일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로완 모리슨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인데,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로완을 본 적 없다고 잡아뗀다. 로완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도 수상하게 구는 건 마찬가지다. 급기야 섬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서머아일 경(크리스토퍼 리)을 찾아간 하위는 진실에 다가설수록 덫에 가까워진다. 그 걸음을 뗄 때마다 불미스러운 뮤지컬로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로도 나아가는 이 작품만의 변칙적인 리듬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클래식의 풍미를 제대로 각인시킨다.
[리뷰] 기꺼이 함께하고픈, 불미스러움의 미학, <위커 맨: 파이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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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라크 라마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감시와 정찰을 위해 이라크의 민가를 거점으로 확보한다.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대원들은 고립되고 다친 동료를 후송해 현장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그들 앞에 놓인 목표가 된다. 작전 내용이나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한정된 장소와 특정 사건에 카메라를 고정해 전쟁에서 겪는 혼돈과 공포를 실시간처럼 따라간다. 폭발이 일어나고 총격이 이어지는 동안 전쟁은 오직 다친 몸과 그 몸을 옮기는 사람들의 문제로 좁혀질 뿐, 전쟁에 대해 질문도 대답도 내놓지 않는다.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특별한 설명 없이 끝내는 이 작품은 전쟁을 명분이나 승패로 보는 사고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안전한 장소에서 전쟁을 결정하는 자들의 얼굴을 내내 떠올리게 한다.
[리뷰] 전쟁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가 살아남는 것 외에, <워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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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주공아파트 1단지의 재개발 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를 든 감독을 포함하여 이곳에서 한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시간을 보낸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낡은 아파트 사이에 남아 있는 ‘녹색섬’인 나무숲을 보존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7년간의 기록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콘크리트 녹색섬>은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무기력한 패배의 기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거대한 콘크리트 세계에 낸 작은 균열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나무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극 중 감독의 말처럼,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리뷰] 콘크리트 세계에 낸 녹색 빛 균열, <콘크리트 녹색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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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그만두고 사업에도 실패한 건우(유희제)는 어느 날 꿈속에서 요섭(이하랑)을 만난 후 복권에 당첨된다. 방황하는 고등학생 미나(김세원)가 요섭 찾기에 합류하면서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묘한 여정이 시작된다. 간밤에 꾼 꿈을 되짚으며 흩어진 단서로 의미를 찾아내듯 화면 곳곳의 색과 사물을 연결해 꿈과 현실의 관계를 발견하는 작품으로, 독특한 모티프를 연쇄적으로 활용하는 연출이 흥미롭다. 선명한 색채와 민화풍의 소품이 만들어내는 명랑하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의 경쾌한 정조가 사라지고 관객보다 영화가 먼저 무거워지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듯 타인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되는 작품.
[리뷰] 해몽은 복잡해도 꿈만은 명랑하고 선명해, <리틀 드리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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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시네마 캠프 2026’이 5일 간의 실습 여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캐논플렉스와 강원 원주에서 참가자 30명은 현업 촬영감독, 컬러리스트로 구성된 전문가들과 함께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을 거치며 단편영화 6편을 만들어냈다. ‘캐논 시네마 캠프 2026’는 캐논코리아가 이어온 영상 분야의 활동을 하나의 집중적인 영화 제작 경험으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캐논 코리아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사진·영상 분야 전문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캐논 마스터즈’를 운영해왔다. 올해는 김우형·신우석·최윤만·홍정표 감독 등 영상 분야 전문가 네 명을 포함한 총 8명의 마스터즈를 선정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일반 창작자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영상 분야 마스터즈 4명과 함께 실무 노하우를 전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재미나(Zeminar)’ 시즌3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캐논 시네마
‘캐논 시네마 캠프 2026’ 단편영화 6편을 완성하며 실습 여정을 성황리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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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김시은)은 좌익분자의 아내라는 이유로 임금이 체불된다. 건물 밖 승용차에선 대구시경 방첩대 인혁(강길우)과 상준(이한주)이 수경과 사장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 2020년 여름의 여기는 아직 제5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여서다. 수배 중인 남편의 소재를 알게 된 수경은 지속되는 감시에 지쳐 남편을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본청 특설수사대는 수경과 시어머니까지 엮어 처벌하려는 기획 수사를 벌인다. 수경을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을 지닌 인혁은 특설수사대에 저항해 상준과 함께 수경을 데리고 남편을 체포하러 산청으로 향한다.
작중에서 벌어지는 기획 수사, 민간인 사찰 등은 이른바 ‘민주주의’ 시기에도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작품은 간단한 선언만으로 지금이 민주주의라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셈이다. 주요 무대의 지명인 순천, 여수, 지리산 등은 오히려 전두환 이전 시기를 가리켜 새로운 비전이 아쉽다가도 운동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카메라의 존재와 흑백
[리뷰] 제5공화국이 아니어도 가능한 세계, <숨어드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