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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1월 개관 예정인 서울영화센터를 이유로 오!재미동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영화센터가 오!재미동의 운영 목적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중엔 오!재미동에서 수업을 수강했거나 수업을 통해 감독 데뷔를 했고, 전시를 진행했으며, 영화를 보고 아카이브를 이용해온 관객, 감독, 작가, 시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부 시민들은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란 모임을 결성해 오!재미동 운영 종료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150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참했다. 21년간 일반 청년 외에도 노약자, 교통약자를 위한 문화플랫폼으로서 기능한 오!재미동은 시민들에게 대체 불가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접근성 높은 복합문화공간
오!재미동은 하루 평균 200명 이상 방문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술했듯 오!재미동이 문을 닫는 건 서울영화센터가 일종의 대체 공간이 될 거란 이유에서이지만 서울영화센터와 오!재미동은 공간의 성격
[기획] 모두에게 열린, 우리의 공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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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11시, 평일 오전임에도 오!재미동 개관 시간에 맞춰 여러 이용자들이 아카이브를 이용하고 있었다. ‘다섯 가지 이상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오!재미동의 내부를 차례로 들렀다.
극장, 추억과 낭만의 장소
28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오!재미동에선 이 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상업·독립영화 신작 혹은 재개봉작 위주로 구성된 일반 극장과 달리 오!재미동 극장에선 주로 단편영화들을 상영한다. ‘단편영화 개봉극장’은 한해에 네번 치러지는 단편영화 상영 프로그램으로 회당 세편을 3일간 상영하며 GV도 진행한다. 매회 공모 기간마다 60~100편에 이르는 작품이 공모에 참여하는데, 관객기획단의 의견까지 반영해 상영작을 선정한다. 극장 상영을 담당하는 정철현 대리는 영화제 외에는 “단편 영화를 틀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상영 한번 한번이 소중한 기회라는 게 크게 와닿는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여러 독립·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으며 올해는 오!재
[기획] 극장, 추억과 낭만의 장소 -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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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추억, 배움의 의지, 애정이 빼곡하게 깃들어 있는 곳.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이하 오!재미동)은 지하철 3·4호선 충무로 역사 내에 있는 미디어센터다. 서울시에서 설립한 공공문화시설이자 (사)서울영상위원회가 위탁운영하는 곳으로 2004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넘게 운영되어왔다. 오!재미동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 책과 DVD를 공간 내에서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 주기적으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교육·창작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커뮤니티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목적을 지닌 채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오!재미동이 서울영화센터의 개관 소식과 맞물려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오!재미동을 이용하고 거쳐간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재미동과 함께한 20여년의 역사가 그들에겐 어떤 의미인 것일까. 오!재미동이 낯선 이들을 위해 공간 및 자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동시
[기획] 오!재미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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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SBS 시트콤 <나 어때>를 시작으로 올해 말 공개될 우민호 감독의 신작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배우 조여정은 단막극을 포함해 20편이 훌쩍 넘는 드라마에 드나들었다. 스크린에 아이코닉한 발자국을 새기는 사이사이 TV에서는 부지런히 일상의 풍경과 어우러졌다. 그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시초 격인 <로맨스가 필요해>의 첫 주인공이었고, 지난해에는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고 오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특별히 아끼는 드라마 출연작을 물었다. 아들의 범행을 감추려는 주부를 연기한 <아름다운 세상>, 어느 부잣집의 보모로 분했던 <베이비시터>를 차례로 꼽은 조여정이 그 뒤틀린 여자들이 남긴 훈장을 꺼내 보였다.
JTBC <아름다운 세상>(2019)
“<기생충> 촬영 직후 찍은 드라마다. 내가 늘 열심히 하는데, <
[기획] 미련 없이 펼친, 나의 드라마 - 배우 조여정이 아끼는 드라마 출연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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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좀비딸>이 550만 관객을 기록한 직후 <살인자 리포트>가 개봉한다. 배우로서 어떤 기분인가.
<히든페이스> 촬영 후 <살인자 리포트>를 찍었고, 그다음 해에 <좀비딸>을 만났다. 매년 영화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영화시장에서 귀한 일이다. 더군다나 여배우가 이렇게 주체적인 캐릭터를 맡는 것도, 내 나이에는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신기하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 <좀비딸>의 연화는 극 중반에 등장해 이야기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이 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 비중보다 눈여겨본 매력이 있었을 듯하다.
예전부터 이런 가족 이야기, 휴먼드라마를 기다려왔다. 마침 <히든페이스>와 <살인자 리포트>라는 어려운 작품을 연달아 끝낸 상태여서 더 반가웠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모였다고 하니 더 즐거운 작업이 될 것만 같았다. (조)정석이랑은 오랜 친구인데, 배
[인터뷰]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나만의 균형 - <살인자 리포트> 배우 조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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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배우 조여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화양연화> 스틸 이미지를 올렸다. 벽에 기댄 장만옥, 그와 마주 선 양조위의 투숏 아래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내 나이에 남긴 작품이었구나.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나.” 누군가가 내려준 부표 하나에 의지해 대양을 떠도는 막막함. 그러다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절경 앞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어느 쪽이든 그 심경의 뿌리는 같다. 배우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고 싶다는 것. 답을 찾아 떠난 조여정은 그 문장을 쓰고 2년 뒤 <기생충>을 타고 돌아왔다. 아니, 멀리 갔다. 프랑스 칸에서부터 미국 LA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레이스까지 밟았다. 그제야 고백할 수 있었다. 여태껏 연기를 짝사랑해왔다고. 연기로부터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감각이 도리어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서 결코 이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충직한 연인은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안고 다짐
[기획] 이렇게나 또렷한 러브레터, <살인자 리포트>로 돌아온 배우 조여정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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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6일 주말을 기점으로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 초연 이후 13년 만에 누적관객수 100만명을 달성했다. 제한적인 공연 회차를 생각하면 이는 영화계 천만 관객에 준하는 성과다. 서로에게 시나브로 물든 우정의 색깔, 사회적 시선에 저항하는 자유의지, 그리고 슬픔 섞인 해방감까지, 오직 무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명력 있는 감정이 오늘의 <위키드>를 완성했는지 모른다. 뜨거운 올여름, 한국을 찾아 자신만의 엘파바와 글린다를 그려낸 셰리든 애덤스, 코트니 몬스마를 만났다. 인터뷰 대기실에 흘러나오는 두 배우의 콧노래 소리에 모두가 미소 짓는 마법이 벌어졌다.
- <위키드>는 전세계로부터 사랑받는 문화유산 같은 작품이다. 처음 <위키드> 캐스팅에 확정된 먼 과거로 돌아가보자. 관객 앞에 서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잘해내겠다고 주문처럼 외운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셰리든 애덤스 정말 오래전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때 기차역에서 합격 전
[인터뷰] 모든 사람은 날아오를 자격이 있어,내한 뮤지컬 <위키드> 배우 셰리든 애덤스 코트니 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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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설립된 kt 스튜디오지니는 드라마 전문 제작사 이미지가 강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존재감을 키웠고, <신병>과 같은 시즌제 콘텐츠의 생명력을 이어가면서 <남남> <당신의 맛> <금쪽같은 내 스타> 등 매해 이채로운 화제작을 세공해왔으니 말이다. 이제 이 스튜디오는 영화 시장에서도 선구안을 발휘하고자 한다. 그 첫 걸음을 떼며 지난 9월11일 쇼박스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변화를 주도한 이는 쇼박스 운영본부장,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을 거쳐 kt 스튜디오지니에 당도한 정근욱 대표다. 모두가 영화 투자·제작을 주저하는 혹한기, kt 스튜디오지니는 어떻게 도전을 선언할 수 있었을까. 정근욱 대표의 답은 명료했다. “후발 주자에게는 지금이 기회다.”
- 2024년 12월에 kt 스튜디오지니 대표로 부임했다. 새 일터에서 지나온 계절을 돌아본다면.
kt 스튜디오지니는 120명 이상의 직원이 모인 큰 조직이다
[인터뷰] 영화도 드라마처럼, 과감하고 신선하게, 정근욱 kt 스튜디오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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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산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 되었구나 싶다. 물론 이런 투덜거림은 적어도 지난 수십년간 수없이 나왔을 테고, 길게는 수백년 이상, 때마다 반복되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인류 역사가 근대로 진입하던 시점 이후로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은 늘 가속화의 경향 속에 있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문장은 조금 수정되는 게 맞다. 기존의 내 호흡보다 훨씬 더 짧은 호흡으로 살아야만 하는 조건에 처한 것 같다. 개인적인 사유로든, 사회 변화적인 이유로든 말이다. 일단은 개인적인 사유가 크다. 나는 일상적 보도 및 시사 문제를 다루는 ‘저널리즘’과 미디어를 관찰하면서 그것을 분석하거나 이론화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현재도 그런 직업으로 분류되는 게 맞기는 한데,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매일 내가 하는 일의 중심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매일’ 책을 읽었고, 관찰은 그 매일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을 주기로 이뤄졌다. 관찰의 결과로 읽어야 할 책이 정해지기는 하였으나, 실은
[정준희의 클로징] 시사라는 강물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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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린다 린다>는 청춘의 무상한 시간이 품고 있는 깊은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고등학교 문화제 공연을 3일 앞두고 부상과 보컬 탈퇴로 위기에 처한 여학생 밴드가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을 새 보컬로 영입해 블루하츠의 곡을 연습하려 한다. 급조된 밴드의 고군분투는 덧없는 일에도 전력을 다하는 청춘의 열기를 실어나른다. 나른한 연습실에서의 대화, 무대 뒤의 긴장감, 그리고 날뛰는 충동으로 점철된 공연 장면이 교차하는 동안 송과 친구들의 서툰 우정은 음악을 매개로 기어코 따뜻한 교감을 이끌어낸다.
줄거리보다 틈새 시간의 순도가 빛나는 영화들이 있다. 21세기에 각인된 학교물 <린다 린다 린다> 역시 별것 아닌 시간들에 힘입는다. 밴드 4인의 그룹숏, 무심한 롱테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집단적 에너지를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해도 좋다. 다정한 유머와 정적인 여운을 무심히 배합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시도는 영화를 10대 밴드의 공연 준비기로 섣불리 수렴하지 않는
[리뷰] 재개봉 영화 <린다 린다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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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한 은행이 정체불명의 조직에 수십억원을 탈취당한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최첨단 감시 시스템마저 무력화된 상황. 경찰은 은퇴한 베테랑 형사 황더중(성룡)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보안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커들의 농간에 황더중은 자신의 모든 노하우가 녹아 있는 ‘올드스쿨’ 전략을 꺼내든다. <포풍추영>은 퇴역 형사와 거대 범죄 조직의 추격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성룡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건재함을 증명한다. 노쇠해가는 과거의 전설이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탑건: 매버릭>에 견줄 만한 감동을 자아낸다. 다만 감시 사회의 맹점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이 전형적인 액션 장르로 회귀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초청작.
[리뷰]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건재함을 뽐내는 백전노장, <포풍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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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하석진)은 육상선수다. 국내 남자 100m 최단기록 10.07초를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려면 0.02초를 줄여야 한다. 은퇴 압박을 받는 데다 아내와는 이혼 직전이라 엄마 집에 얹혀사는 구영은, 매니저 준수(이순원)의 도움으로 기록 단축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구영의 스포츠 드라마는 고등학생 승열(이신영)의 청춘 로맨스와 교차된다. 육상부 지은(다현)의 러닝 태도에 반한 승열은 유망주 근재(윤서빈)의 라이벌을 자처하며 무작정 훈련을 시작한다. <전력질주>는 김국영 선수가 세운 실제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로,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직선 트랙을 달린다. 기승전결과 목표가 뚜렷하며 의외의 한방도 있으나, 정해둔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 인물과 서사를 평평하게 다듬고 익숙한 허들을 배치한다. 낯익은 감각이 들 때 새어나오는 것이 웃음인가 한숨인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리뷰] 직선 트랙을 달리는 복고풍 드라마, <전력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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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정확한 붓 터치로 일상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리에게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에 관한 기록은 다른 거장들과 달리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결국 페르메이르의 세계에 다가가는 길은 오직 그가 남긴 작품에 집중하는 방법뿐이다.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는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스크린으로 옮겨 담는다. 영화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캔버스 표면 아래 숨은 밑그림과 수정의 흔적을 추적하며,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장면으로 만드는 화가의 재능에 주목한다. 빛의 반사와 공간의 결을 집요하게 탐구한 그의 화법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영화의 담백한 연출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리뷰] 기교 없이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을 투명하게 비춘다, <베르메르: 위대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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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강렬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귀시의 문을 두드린다. 인정욕구, 아름다운 외모, 성적과 실적, 유명세까지. 서로 다른 갈망은 귀신의 힘을 빌려 실현되지만 거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귀시>는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에 가까운 형식으로 풀어낸다. 한 인물의 일화가 끝나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독립적인 서사들을 이어가지만 서사를 응집하는 힘은 다소 약해 각각의 욕망이 단순 나열되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귀신 시장이라는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발상이 낯설고 신선해 구조적 빈틈을 메운다. 다수의 K팝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아온 홍원기 감독은 <귀시>를 통해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이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고 파국을 불러오는지 적절히 포착해낸다.
[리뷰] 납득할 수 있어야 무서울 수 있다, <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