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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3년 전 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이날, 이 시간, 이 동네를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의 여정을 거쳐 극장에 앉아 있을까. ‘필름 블렌딩 카페’ 상영 프로그램의 포문을연 <애프터 양>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2022년 당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인 아버지, 흑인 어머니, 그리고 입양된 아시아인 딸과 안드로이드 로봇 ‘양’(저스틴 H. 민)으로 구성된 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인간 존재와 맺는 관계, 그리고 함께 쌓아 올린 기억의 정체를 추적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묻는다. 이 작품을 ‘나를 돌아보는 영화’로 추천한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이 모춘 무비랜드 극장주, 그리고 30명의 관객과 마주 앉았다. 유난히 아담한 극장 규모 덕분에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거리는 그 어느 GV 때보다도 가깝게 느껴졌다.
‘나를 돌아보
[기획] 영화의 풍미, <애프터 양> GV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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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들어 섰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성수동에서 시간이 멈춘 장소로 기억될 극장이 있다. 좁은 골목 안쪽에 겸손하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은 단관 극장 무비랜드다. 3층짜리 아담한 건물, 30석 규모의 상영관을 갖춘 이곳이 2025년의 끝자락, 영화관이자 카페가 되어 관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지난 12월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필름 블렌딩 카페’는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카누’와 협업해 완성된 공간이다. 카누는 커피 한잔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삶의 여백을 만들고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과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해온 브랜드다. 짐 자무시의 영화 <커피와 담배>(2003) 속 풍경이 그러하듯, 커피가 채워진 잔과 테이블, 그리고 마주 앉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지금, 이 특별한 카페의 테이블 맞은편에는 대화 상대 대신 한편의 영화가 놓여 있다.
카누와 무비랜드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기획] 영화로 내리는 나만의 커피 블렌딩, 카누와 영화 필름 블렌딩 카페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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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두 주데는 신작 <콘티넨탈 ’25>(이하 <콘티넨탈>)의 참조점으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유로파 51>(이하 <유로파>)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를 언급한다. 편의적으로 구분할 때 전자는 내용의 측면에서, 후자는 구성의 측면에서 닮았는데, 가령 노숙자 이온이 난방기에 목을 매달고 죽은 후 그를 담당한 퇴거 집행인 오르솔리아가 사람들을 만나 고민을 나눈다는 줄거리는 <유로파>에서 어린 아들의 자살 이후 이레네가 도시를 거닐며 빈곤과 노동 실태를 마주하는 이야기와 느슨히 연관된다. 또 초반부에서 이온을 따라가던 영화가 그의 죽음 이후 오르솔리아로 주인공을 재설정한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관객으로 하여금 갑작스럽게 이입의 주체를 이양시키는 <싸이코>의 구성이 환기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로셀리니의 근심, 주데의 냉소
로셀리니의 근심은 반세기를 훌쩍 지나 주데의 냉소로 전환된 듯 보인다. 그런데 냉소는 실
[비평] 목격하는 개체, 이보라 평론가의 <콘티넨탈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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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국 감독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을 보기도 전에 그의 신작 <단잠>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보았다. <단잠>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한 배역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주인공 수연(홍승희)이 고속버스에서 만난 낯선 이다. 그는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수연에게 호의를 베푼다. 수연은 그것이 불편했는지 휴게소에서 버스를 타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빈 좌석을 바라본다. 상황은 되풀이된다. 고향에 도착한 수연은 친구가 일하는 카페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낯선 이와 다시 마주친다. 그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때도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빈자리’다.
그 낯선 이는 아마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의 설희(여설희)일 것이다. 이광국의 두편의 영화는 설희라는 캐릭터로 느슨하게 연결된다. 유독 올해 한국영화는 빈자리를 응시했다. <부모 바보>에서 사라진 영진이 남긴 캠코더엔 짧은 의자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녹아내리는 얼음이
[비평] 기억에 닿기 위하여, 오진우 평론가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최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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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고요한 산길을 걷다보면 많은 것들과 결별하게 된다. 근심과 걱정, 불안한 미래, 사회적 가면, 그리고 모든 경쟁을. 낮은 땅에서 만나지 못할 드넓은 풍경이 주는 황홀감은 덤이고. 피톤치드에 둘러싸여 폭신한 흙길을 걷다보면 머리엔 좋은 생각이 차오르고 마음은 위안을 얻는다. 그러니 상처 많은 서울살이를 견디려고 간간이 북한산에 오르고, 인왕산으로 밤 산책을 간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많이 지쳤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멀고 큰 산에 가야 하고. 지리산이나 한라산으로. 그마저도 부족할 때는 히말라야로.
언젠가 히말라야의 쿰중으로 긴 트래킹을 떠났었다. 이름 모를 트래커 여남은 명을 실은 작은 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루클라 공항에 도착했다. 평지가 없어 완만한 경사길에 만들어진 짧은 활주로는 한쪽 끝이 그냥 낭떠러지였으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평범한 풍경을 곡예비행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하루 평균 두대의 비행기가
[박 로드리고 세희의 초소형 여행기] 마음이 지칠 때면 산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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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 사건 앞에서 영화는 무릇 당황했고, 민중의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12·3 비상계엄은 애초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한 숏폼 영상이나 실시간 송출로 이미지화되어 시민에게 각인된 사건이다. 대다수 시민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일련의 체험인 동시에, 이미 한 차례 미디어를 통해 영상화된 재현의 추체험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이후의 작업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다큐멘터리영화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계엄 사태를 현실과의 시차 없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관객에게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고심 끝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성행한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아주 간편하고 직관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는 어려움에서 빠져나와, 사태 전후로 후끈 달아올라 있던 정치인 다큐멘터리의 골자를 택하며 편안한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불씨의 시발점은 2024년 이승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국전쟁>이었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노
[특집] 편향과 권위를 관두는 법, 12·3 비상계엄 이후의 다큐멘터리가 가야 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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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현장을 기록하려는 카메라의 시선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퇴보할 것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 <1984 최동원>(2020) 등의 동물·스포츠 관련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조은성 감독의 카메라가 이번엔 거리와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난 이후 국회와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과 지난 몇년의 사건을 현장 리포트에 가깝게 담아낸 작품이다.
- 12·3 비상계엄의 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매년 12월이면 만드는 길고양이 캠페인 영상이 있다. 그날은 밤새 영상편집 작업을 해야지 생각하고 있던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생각했겠지만 그 시각이 다가와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을 때 농담 아닌가, 딥페이크인가 생각했다. 당혹스러웠다. 몇몇 지인들은 국회로 달려가기도 했다. 계엄이 해제된
[인터뷰] 시민이 지킨 공동체에 대한 기록,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 조은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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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3일, 이명세 감독이 <란 123>예고편을 공개했다. 후반작업 지원을 위한 펀딩 페이지도 열었다. 그가 총괄 크리에이터를 맡아 서울예술대학교 동문 연출자들과 합심한 앤솔러지 <더 킬러스>가 개봉한 지 어언 1년이 지나 들려온 신작 소식이다. 직전작으로 단편을 발표한 그가 <M>(2007) 이후 오랜만에 장편을 선보인다는 낭보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그 작품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이다. 이명세 감독은 2011년 MBC 창사 50주년 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임>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장편 분량의 온전한 다큐멘터리 한편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그에게나 관객에게나 생경한 이 작업의 도화선이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오르고자 물었다. 2024년 12월3일 밤 10시 반,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2024년 12월, 불면에 시달리다
그날 저녁 이명세 감독은 <소방관>VIP 시사회에 참석했다.
[인터뷰] 아직은 난중에 있다, <란 123> 후반작업 중인 이명세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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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3 비상계엄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상업영화의 개봉이나 구체적인 제작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영화산업이 침체한 상황에서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작품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어려울뿐더러 관련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안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박정희가 피살된 1979년 10·26사건이 2005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로, 같은 해 일어난 전두환의 12·12 군사 반란이 2023년 <서울의 봄>으로, 1980년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이 1996년 <꽃잎>을 시작으로 2007년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극화된 사례를 고려하면 한국의 상업 극영화가 정치·사회적 대사건을 그리기 위해선 일정 정도 시차가 요구되어 왔다.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대중적 화제에 올랐던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차후 한국 현대사 시리즈를 이
[특집] 계엄이 어떻게 극영화가 될 것인가, 12·3 비상계엄과 극영화의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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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0일 기준 2025년 국내 최고 흥행작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567만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뒤를 잇는 건 웹툰 원작 실사영화 <좀비딸>이다. 11월26일 개봉한 <주토피아 2>의 기세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F1 더 무비><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까지가 5위권에 안착한 걸 보면 12·3 비상계엄 이후 극장을 논하기란 다소 어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회복될 기미 없이 하향 평준화된 박스오피스나 마니악하게 여겨지던 장르의 성행을 이슈 삼는 게 아니다. 통계만 봤을 때 극장은 지난 2024년 12월3일 밤을 기점으로 강화된 국민적 혼란과 유리된 공간이었던 것 같다. TV가 속보를 실어나르고, 신간 서적들이 스펀지처럼 세태를 흡수한 것과는 비교된다. 스크린 속 혈귀, 좀비, 악마의 출현이 더는 낯설지 않다는 감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말할 수
[특집] 극장은 광장을 꿈꾸는가 - 12·3 비상계엄 1년, ‘포스트 계엄 시대’의 다큐멘터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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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아니 이제야 1년이 지났다. 2024년 12월3일 밤 10시27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이 해제되고,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내란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영화계는 어떤 나날을 보냈나. <씨네21>은 지난해 12월 민주주의 혁명의 역사를 다룬 영화를 종합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올해 4월에는 탄핵 정국 속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안부를 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의 포토 에세이도 5회에 걸쳐 전했다.
그사이 영화관은 ‘포스트 계엄 시대’의 조용한 격전지가 되었다. 이념과 진영을 대변하는 주장들, 광장의 열기를 간직한 기록들이 영화의 형태를 갖추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씨네21>은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그 작품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1년간 공개된 영화들을 다
[특집] 계엄의 시간, 영화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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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마스터스 토크 중 가장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에 흠뻑 빠지면 러닝타임이 현실과 달리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듯, 미야케 쇼 감독과 홍경 배우의 만남은 2시간을 순식간에 흘려보냈다. 12월10일 국내 개봉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을 두고 시작한 대화였으나, 서로를 향한 깊은 관심은 미야케 쇼 감독의 전작을 두루 훑고 홍경 배우의 최근작 <굿뉴스>를 서성대도록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에게는 장편영화 한편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지면의 한계상 긴 대화를 다 옮기지 못하지만,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두 사람의 전체 대화를 보고 들을 수 있다.
홍경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홍경이라고 합니다.
미야케 쇼 안녕하세요, 미야케 쇼입니다.
홍경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되기까지 과정들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번에 개봉하는 <여행과 나날>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셨을 때 제가 찾아뵙고 인사를 나눴
[MASTERS’ TALK] “멈춰 있는 게 움직인다, 그 자체가 영화!” -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감독×<굿뉴스> 배우 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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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을 상상해본다. 그녀는 일상에서 불편함 혹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우울증이나 자살 사고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고, 불안장애나 성격장애 아니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을 수도 있다. 병명으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해뒀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생겨나는 반복적인 문제- 이를테면 연인, 배우자, 아이 등과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반복적으로 실패한다든지– 혹은 어머니와 갈등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이렇게 사는 것이 고통스럽고 나아지고 싶다. 나아지고 싶어서 원인을 추적한다. 내가 왜 이럴까. 혹은 너는 왜 이럴까. 기억을 뒤적거린다. 이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녀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고, 그러다가 그녀 자신을 넘어서 더 오랜 과거를 추적하게 될 수 있다. 그녀 어머니의 기억, 어머니의 어머니의 기억,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기억. 그러면서 그 시대의 주변 인물이 함께 끌려나온다. 같은 공
[기획] 물방울이 기억할 때, 하미나 작가가 바라본 <사운드 오브 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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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자리한 공간을 짚어내고, 세상의 공허함을 발견하는 환각과 다름없는 능력이 있다. 나는 그 지점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데드라인>과 인터뷰에서 마샤 실린슈키 감독이 전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장편 데뷔작 <다크 블루 걸>(2017)에서도 세계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일찌감치 주목한 바 있다. 다만 <다크 블루 걸>에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기법을 택했다면 <사운드 오브 폴링>은 소녀들의 시점숏을 경유해 현실, 환상, 꿈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기묘하게 결합한다. 이 이미지의 총합이 가리키는 것은 세대별 여성이 경험한 학대와 억압의 기억, 죄책감, 생존의 위협, 갈망과 같은 극한의 감정이다.
1910년대를 살아가는 알마(하나 헤크)는 금발의 개구진 소녀다. 자신과 비슷한 외형에 똑같은 이름을 지닌 소녀가 죽은 듯 소파에 앉아 있는 사진을 통해 알마는 죽음이란 개념을 처음 접한다. 제1차 세계대전
[기획] 빈칸으로 남겨져 있던 여성들의 서사, <사운드 오브 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