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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는 20년간 지켜온 철칙이 있었다. 미성년 배우에게 대본을 외우라고 지시하지 않는 것, 웬만해서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2023년 <괴물>의 촬영장에서 누군가가 이 고집을 꺾어놓았다. 13살 배우 구로카와 소야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고레에다는 구로카와 소야의 말을 회상했다. “감독님의 대본을 전부 읽고 싶어요. 제 마음이 어디서 움직이는지 느껴보고 싶습니다.”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향한 마음이 세상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중인 미나토(구로카와 소야)는 종종 물음을 가장해 절규하는 소년이다. 혼란과 위악이 뒤섞인 인물의 표현법을 배워가면서 구로카와 소야는 감정을 몸의 감각으로 바꾸어 연기해보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언에 힘입었다. 슬플 때는 목구멍이 조여오고 기쁠 때는 추운 날에도 뱃속이 따뜻해진다고 가만한 자태로 자기 몸을 감각해보던 소년에게 일본 아카데미상은 신인배우상을 안겼다.
2년 후 <국보
[기획] 순수함의 격정, 배우 구로카와 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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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만 배우 가와이 유미가 출연한 영화 세편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그가 원톱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나미비아의 사막>, 삼각관계의 한축이 된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초반부 극중극에 등장하는 <여행과 나날>이 차례로 극장을 밝혔다. 신작의 기세에 힘입어 2026년 1월 내한을 앞둔 그는 일찍이 <썸머 필름을 타고!>의 킥보드 역으로 한국 관객의 눈에 들었다. 친구를 도와 카메라를 잡는 SF 애호가의 활력을 기억한다면 그가 한해 동안 스크린에 줄곧 비춰온 표정이 생경할지도 모르겠다. ‘푸른 봄’이라 미화되는 시절을 비웃듯 웃음기를 걷어낸 가와이 유미의 얼굴들은 욕망의 대상이 되는 와중에도 불안의 주체로 생동했다.
가와이 유미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영화라 칭한 <아미코>의 감독 야마나카 요코와 협업한 작품 <나미비아의 사막>에 그 정수가 묻어 있다. 여기서 가와이 유미가 연기한 여
[기획] 무지의 표정, 미지의 여자, 배우 가와이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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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마쓰 쇼가 <모범택시3>의 빌런으로 분해 이제훈과 대결하고, 오구리 슌은 <로맨틱 어나니머스>로 한효주와 로맨스를 싹틔운 2025년에 이어 앞으로도 한국 관객에게 일본 배우들의 존재감은 쉽사리 식지 않을 것 같다. 2026년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는 후쿠시 소타가 등장하고, CJ ENM과 닛폰 텔레비전이 공동 제작하는 <메리 베리 러브>에서는 지창욱과 이마다 미오가 협업한다.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2>도 확장된 세계관에 오카다 마사키를 비롯한 일본 배우들이 합류할 것을 알렸다.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얼굴들이 합작의 흐름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씨네21>은 지난해 봄 소라 네오, 야마나카 요코, 고모리 하루카 등 최근 일본영화계의 호응을 이끈 감독들을 호명하며 연출자들부터 조명한 바 있다. 이번에는 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던져본다. 그중에서도 남은 2
[기획] 반짝반짝 빛나는 일본영화의 새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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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게시판에 써온 글들이 온라인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는 판사의 법복을 벗고 드라마작가의 삶을 산다.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을 통해 세상에 불화하는 것들을 명료하게 포착해온 문유석 판사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악마판사>로 새로운 관점의 법정물을 선보였다. 이번엔 공익 변호사다.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Pro bono publico)인 <프로보노>는 최연소 부장판사로 올라 대법관까지 꿈꿨지만 한순간에 공익 변호사로 강등된 강다윗(정경호)의 굴곡 어린 여정을 그린다. 공익 변호라는 주제적 울타리는 동물권, 장애인과 청소년, 난민과 이주 여성 등 다양한 범위의 인권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기 충분하다. 하지만 <프로보노>를 통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법리가 채 가리지 못한 감정 어린 문장들이다. 재판정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서글픔과 외로움, 간절함과 초조함을 아는
[인터뷰] 아름다운 법정 주문의 주인, <프로보노> 문유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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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재현은 ‘좌빠+자빠’다>라는 글을 다시 찾아 읽었다. 2005년 세밑 <한겨레>에 실린 문화비평가 이재현의 새해맞이 에세이다. 여기서 그는 장구 익히기와 영어 공부를 다짐한다.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맘을 먹으면 신이 나서 뇌에서 엔돌핀, 즉 마약이 마구 분비되는 것이다.” 그는 사석에서도 곧잘 늦깎이 공부가 즐겁다 했다. 요즘 내가 그렇다. 2025년 국가기술자격증(2급)을 두개 땄다. 그런다고 당장 뭐가 되진 않지만, 재미가 컸다. 공부라면 학을 뗐던 내가 말이다. 직업상담사 시험장에는 50대들도 여럿이었다. 사회조사분석사 시험장에선 나 빼고 다 2030이었다. 중간자와 최고령자를 오가며 인생의 묘미를 곱씹었다. 시험장인 신도중학교 3학년 1반의 급훈은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그래, 문돌이인 내가 통계수학과 통계분석 프로그램까지 학습한 것도 즐거워서였지. 지금은 한국방송통신대 합격자 발표를 기다린다. 삶은 기적인가. 다만 나이 먹으니 착잡한 일도
[김수민의 클로징] 반드시 크게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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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화 시나리오작가로 대중으로부터 선망받았던 벤 샌더슨(니컬러스 케이지)은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회사에서까지 퇴출당한 그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여자 세라(엘리자베스 슈)를 만나고 서로의 결핍을 단번에 알아본 둘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충동과 중독, 본능적임과 즉흥성, 술과 섹스만이 이들의 여백을 채우고 서로의 경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서적 교감은 계속해서 깊어진다. 벤과 세라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충동과 오감 만족의 도시인 동시에 쉽게 채울 수 없던 공허함을 재차 인식하고 발견하는 공간이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마이크 피기스 감독에게 감독상과 각색상을, 니컬러스 케이지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기며 화려한 도시에 쉽게 희석되지 않는 어둠을 조명했다. 2025년에 다시 만난 이 영화는 다소 원초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알코
[리뷰] 재개봉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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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사별하고 권고사직으로 직장을 잃은 석인(김민종)은 젊은 시절을 보낸 도시 피렌체로 향한다. 그곳에는 세상을 떠난 친구 엔조(해리 벤자민)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의 아내 유정(예지원)이 여전히 일하며 살아간다. 석인은 유정의 집에 머물며 찬란했던 기억이 깃든 도시를 순례하듯 다시 걷는다. 피렌체에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오모의 쿠폴라에 오르는 일.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의 석인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근처를 맴돈다. 영화는 친구와 아내의 부재를 애도하는 시간으로 채워가면서 점차 석인 자신에게로 애도의 대상을 옮겨간다. 과거와 작별하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중년의 순례길을 담담하게 그린 이 영화는 배우 김민종이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작품으로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 2025’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리뷰] 젊음의 파편을 주우며 걷는 기억 순례길,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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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범죄 조직에서 일하는 타쿠야(기타무라 다쿠미)와 마모루(하야시 유타)가 거대한 암약에 휘말리며 위협당한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제처럼 지내던 두 사람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엇갈리되, 그럼에도 앞날로 나아가고자 애쓴다. 여기에 타쿠야의 은인 카지타니(아야노 고)의 이야기가 섞이며 영화는 세 남자가 겪은 각자의 이야기로 갈라지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배경과 인과관계가 점차 맞아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아주 치밀하거나 사건 중심적인 케이퍼 무비의 성질을 띠기보다 세 인물이 겪은 감정의 여로를 따라 움직인다. 추락하는 청춘이 내뿜는 허무와 발악의 정서가 주된 축이며, 기타무라 다쿠미와 하야시 유타의 솔직한 얼굴은 그 정서의 기반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리뷰] 어리석은 폭력에 물든 이들도 서로를 돌보며 나아갈 수 있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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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힘을 함부로 이용하여 인간세계에 해를 끼치고 마법의 나침반까지 잃어버린 봉황사부는 분실물을 되찾고 깨달음을 얻어야만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은 무려 300년. 하지만 제한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이고, 이대로라면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황금나침반을 되찾아야 하는 그가 다급한 여정을 떠나려던 순간, 시공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잘못된 차원 이동을 한 톰과 제리를 마주한다. 게다가 톰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찾던 아름답고 견고한 황금나침반. 봉황사부는 황금나침반에 완전히 매료돼 악착같이 집착하는 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들여 잔치까지 벌인다. <톰과 제리>탄생 85주년을 기념한 시리즈 최초 3D애니메이션인 <톰과 제리: 황금나침반 대소동>은 중국을 배경으로 역사 어린 궁궐, 등불 축제 거리, 저잣거리와 숲길 등 아름다운 중국 풍경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톰과 제리> IP 사상 최초의 동양
[리뷰] 꼭 <톰과 제리>여야만 했던 이유는, <톰과 제리: 황금나침반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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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카는 고대의 거대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존재로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모루카의 수가 늘자 채소 부족 문제가 생긴다. 매니매니 아이즈 컴퍼니 CEO(아이바 마사키)는 해결책으로 AI 모루카를 발명한다. 모루카 포테토와 시로모, 아비, 초코, 테디는 우연히 쓰러진 AI 모루카 캐논(무라세 아유무)를 만나다. 이들은 캐논을 노리는 AI 모루카 부대에 습격당하고, 그 순간 모루카 도치를 찾으러 다니는 드라이버(오쓰카 아키오)가 그들을 구한다. 이들은 함께 도치의 똥을 따라가면서 모루카를 대체하는 AI 모루카를 둘러싼 음모를 밝힌다. <극장판 뿌이뿌이 모루카 MOLMAX(모루맥스)>는 동명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극장판이다. 스톱모션을 3D CG로 변환하면서 스펙터클을 한층 확장했다. 전형적인 플롯 구조에 마법소녀물, 전대물 등 온갖 장르를 삽입하며 예측불허의 재미를 선사한다.
[리뷰] 어린이 정식을 기대했는데 감자기 김치피자탕수육이. 오히려 좋은 장르 믹스, <극장판 뿌이뿌이 모루카 MOLMAX (모루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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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은 길 잃은 영혼을 구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생계형 노동자 아지(아지즈 안사리)와 벤처투자자 제프(세스 로건)의 삶에 개입해 인생을 맞바꾼다.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일상을 살게 된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지고 권한 밖의 일을 저지른 가브리엘은 인간으로 강등된다. 영화는 양극화된 사회와 부조리한 현실을 따뜻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그려내며 두 인물의 변화 과정을 따라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찰자나 조율자의 자리에 있던 천사 역시 변화의 당사자에 포함되며 이 전환은 키아누 리브스의 변신으로 완성된다. 네오와 존 윅으로 대표돼온 침착하고 유능한 이미지의 그가 실수를 반복하는 천사가 되어 날개를 달고 등장하는 파격이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관람 포인트다.
[리뷰] 천사 날개를 단 키아누 리브스를 보는 재미, <굿 포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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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에 선 타쿠야(고시야마 게이타쓰)가 고개를 젖힌다. 그의 시선을 붙든 건 뜬공이 아닌 흰눈. 이제 야구 글러브를 벗어야 할 계절이다. 대신 하키채를 잡고 빙판으로 향하는 홋카이도 소년들 틈에서 타쿠야는 조금 예외적인 존재다. 스포츠에 곧잘 흥분하는 또래들과 달리 그는 멋진 활약 따위에 관심이 없다. 팀 안에 섞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아이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인 골리를 자처한다. 아빠를 닮아 말을 잘 더듬는 타쿠야는 조용히 웃고 마는 일에 익숙하지만, 자기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주는 단짝 코세이(윤호)가 있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다 타쿠야의 몸과 맘이 한 소녀로 인해 들썩이기 시작한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사쿠라(나카니시 기아라)를 마주하고부터 야구도, 하키도 주지 못한 설렘을 느낀 것이다. 퍽을 향해 전진하는 게 아니 음악을 들으며 춤추고 싶어진 타쿠야는 남몰래 스텝을 밟아본다. 그 귀여운 분투를 알아챈 사쿠라의 코치 아라카와(이케마쓰 소스케)는 방과 후
[리뷰] 물음표를 견디는 힘으로 지탱하는 삶, 그리고 영화, <마이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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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작품을 보며 절대 안 운다. 일이라 생각하고 체크하며 보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만약에 우리>는 볼 때마다 항상 운다. 은호(구교환)가 정원(문가영)을 업고 계단을 오르고, 둘이 함께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고, 행복하게 지내는 순간들도 왠지 마음이 아리다.” 헤어진 연인의 우연한 재회로 시작하는 <만약에 우리>를 보면 문가영 배우의 눈물에 자연히 공감하게 된다. 그가 연기한 정원은 가족 없이 외롭게 자랐으나 은호를 만나 조금씩 변화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했던 건축가의 꿈도 다시 꾸기 시작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20대의 고단함과 천진한 웃음, 30대에 이르러 더 넓은 세상을 품게 된 정원의 얼굴을 배우 문가영만큼 그려낼 이가 또 있을까. 은호와 나눈 행복, 그 관계를 “자의로 포기하며 느꼈을 두려움”(문가영)까지 정원의 삶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서사가 되어 우리 앞에 당도한다. 정원의 존재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배우 문가영의 로맨
[인터뷰] 로맨스의 정원, <만약에 우리> 배우 문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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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의 주인공 은호는 근래 구교환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범상한 풍경 속에 놓인 남자가 아닐까. 좀비 아포칼립스(<반도>), 내전으로 고립된 도시(<모가디슈>), 휴전선 인근 부대(<탈주>), 킬러들(<길복순>)과 기생동물(<기생수: 더 그레이>)의 난장을 휘젓던 배우가 2000년대 서울 대학가로 뚝 떨어졌으니 말이다. 언덕배기 자취방을 오르내리며 청운의 꿈을 꾸는 생기만큼이나 반가운 건 비로소 로맨스의 시작과 끝을 면밀히 통과하는 구교환의 얼굴이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향해 곤두선 감각이 권태기의 피로로 무뎌지기까지, 그는 오래 숙성한 감정의 결을 살려 정원(문가영) 앞에 섰다. 젊은 날의 서툰 진심을 복기하며 연기하는 와중에도 유머 한 꼬집을 흩뿌렸다. 긴박한 장르물의 무대에서 간과되었을 뿐 “내 캐릭터 안에는 언제나 멜로가 있었다”고 자신한 배우는 그렇게 이 영화를 결말을 알아도 귀 기울이게 되는 친구의 연
[인터뷰] 의도하지 않아도 서사가 되는, <만약에 우리> 배우 구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