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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향해 총을 겨눈 순간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크게 바꾼 사건으로 남아 있다.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1946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33년을 따라간다. 당시 뉴스 화면과 기록 자료, 재연 장면을 엮어 조선경비대 시절부터 유신체제와 부마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균열을 차근차근 비춘다. 장준하 등 여러 인물의 삶도 함께 담아내며 권력 안에서 벌어진 갈등과 시대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형식 위에 AI 기술과 퍼포먼스 요소를 더해 기존 역사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실험적으로 연출한 점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가 맞이한 민주주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리뷰] 역사 다큐의 경계를 넓히는 새로운 시도,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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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오타니 료헤이)가 식사를 하던 라멘집에 대성(진영)이 들어온다. 돌연 눈물을 보인 대성은 헤어진 연인과의 화해를 위해 그녀의 고향 에노시마에 찾아왔다고 말한다. 쇼타 역시 마음의 짐을 안고 한국으로의 출장을 준비하던 차였고, 허심탄회하게 대성과 술잔을 기울인다. 둘의 인연은 CEO인 쇼타가 쓴 사직서와 여자 친구에게 건네려던 대성의 편지가 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여행과 출장 명목으로 두 인물이 서로 삶을 바꿔 살아본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오랜 기간 끌어안고 있던 문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새롭게 해석된 채 다음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쇼타와 대성에게도 자신의 삶을 회고할 시간이 주어진다. 일본, 한국을 배경으로 이방인까지 끌어안는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무난하고 따뜻한 영화다.
[리뷰] 길을 헤매야 출구도 찾을 수 있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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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이 전남편 규성(고수)과 함께 서울 도심의 한 빌딩에서 개최된 체인스바이오 회사의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이 회사의 CEO에게 앙심을 품은 동료 서영철(구교환)이 콘퍼런스 현장을 찾아와 자신의 몸에 백신을 투여하고는 무차별 바이러스 테러를 가한다. 순식간에 빌딩 전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로 가득해지고 건물 전체가 격리, 통제된다. 세정을 비롯해 안전요원 현석(지창욱)과 거동이 불편한 그의 누나 현희(김신록) 등 몇몇 생존자가 외부의 도움 없이 건물 어딘가에 숨어들어 있는 백신 보균자 영철을 찾아내 함께 탈출해야만 한다. 감염자 모두 하나의 지성체처럼 연결되어 군체를 이룬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 전체가 하나의 군체를 이루듯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 중이다.
[리뷰] 죽으면 뭉치고 살면 흩어진다, <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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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한적한 낚시터에 도착한 성철(정승민). 우연히 로드킬 사고를 낸 은별(류지민)을 도와주고 식사 약속까지 잡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는다. 한편 통제 성향이 강한 영화감독 성민(손준영)은 이별 직후 새롭게 사귄 여자 친구와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녀가 잠든 사이 몰래 펼쳐본 그녀의 일기장은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이야기는 정웅(강정웅)이 성철을 찾아오며 기묘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김경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이인>은 삶에 밀착해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어긋나는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건의 내막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며 관객을 밀고 당기는 맛이 일품이다. 홍상수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반복 구조는 건조한 톤을 구사하며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교묘하게 흐려놓는다.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리뷰] 그렇게 영영 영화 속을 헤매이고 말았답니다,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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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도 구성원마다 처한 상황과 고민의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세 가족은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채 아무 연고도 없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그곳에서 아버지 광선(김재현)은 유능한 들개 사냥꾼으로 인정받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죽인 들개와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가족이 포개짐을 느낀다. 장남 하준(남단우)은 사춘기 성장기의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를 만난다. 막내딸 하나(진세인)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저마다 다른 고충과 고민을 안은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간다. 아버지에서 시작해 아들을 거쳐 딸로 이어지는 서사를 따라가면 여러 겹으로 포개진 가족의 사연이 해소되지 않은 슬픔으로 연결된다. 가족구성원마다 각기 다른 화면비와 촬영 컨셉으로 설계한 것도 그런 의도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야기 곳곳에 숨겨둔 온갖 메타포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모든 장면이 흥미진진한데, 그중에서도 세 번째 챕터
[리뷰] 이민, 성장, 그리움 등 해소되지 않는 애틋함으로 홀린 듯이 끌어들이는 마술, <몽그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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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4중주단의 멤버인 콜린(해리 멜링)은 공연할 술집으로 향하며 생각했을 것이다. 평소처럼 노래하고 관객들에게 팁을 받은 뒤 적당히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를. 그러나 그날 처음 만난 레이(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에게 강렬하게 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콜린은 더는 익숙한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 뒷좌석에서 남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때의 해방감이 이런 걸까. <뒷자리에 태워줘>의 카타르시스는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잡고 있다고 자각하는 순간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와 함께 살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행동하기보다는 머뭇거리기를 택해온 콜린은 자유분방함을 넘어 파괴적이기까지 한 레이를 만나 견고했던 자기 규칙을 스스로 허문다. 상상만 하던 성적 만족을 좇아 움직이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에 솔직하기로 한다. 등만 잡아도 둘의 지금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예민한 촬영과 역학 관계의 긴장과 이완을 능숙하게 오가는 신예 해리 라이턴 감독의 역량
[리뷰] 내가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실감할 때, <뒷자리에 태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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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디즈니+의 TV시리즈 <만달로리안>의 극장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는 7년 만에 등장한 극장용 영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에서 5년이 지난, 신공화국 체제가 시작된 이후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던 만달로어인 딘 자린(페드로 파스칼)이 그로구를 만나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한다. 주로 악당들 목에 매겨진 현상금만 노리던 딘 자린이 신공화국군의 편에 서서 체제 전복을 꿈꾸는 제국군 잔당 무리를 처치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은하계 전체가 신공화국 체제로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은 과도기라서 포스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제국군은 어디든 존재한다. 은하계 변방에 속하는 아우터 림이란 곳에서 제국군이 자주 출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신공화국 소속 워드 대령(시고니 위버)은 딘 자린과 그로구를 불러 새로운 임무를 하달한다. 정체가 묘연한 코인 장군이란 사람을 찾아
[리뷰] 희망을 등에 업은 스페이스 카우보이,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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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 연재 ‘시네마 오디세이: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의 다섯 번째 키워드는 ‘전승된 몸짓들’이다. ‘20세기의 기억’, ‘인간의 조건’, ‘통과하는 공간’, ‘생태 변이’에 이어 21세기 영화가 20세기로부터 전승하거나 변주하거나, 혹은 새로이 만든 영화 속의 움직임들이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숏과 리버스숏이라는 문제의 계보, 깨어난다는 영화의 모더니즘적 특질을 짚은 뒤에 이어지는 것은 포스트-시네마를 두고 논해지는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의 이야기다. 디지털영화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각종 촬영 장치의 작동 방식과 그 예시를 김지훈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학센터 디렉터가 설명한다. 영화의 몸짓이란 끝나거나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갱신되고 분화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후엔 20세기풍의 시선 교환이 21세기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기증>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계획이다. 영화 속의 몇몇 움직임으로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다수의 카메라, 새로운 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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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년 11월13일
장소 서울
사진 <씨네21> 사진팀
2008년 <추격자> 개봉 직전인 2007년 겨울,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한 12분짜리 단편영화 <汗>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을 인터뷰했다.
[Archive] <추격자> 개봉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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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플러스 포항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녀가 돌아온 날> 개봉을 기념해 그의 직전 작품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를 함께 틀고 있다. 3월부터 관객을 만난 이탈리아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도 계속 상영 중이다. 규모는 작지만 심지 굳은 프로그래밍을 선보여온 이곳은 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 2017년 개관 이래 관람료 3500원을 유지해왔다. 직접 GV를 기획하고, 매거진을 제작하는 관객 동아리 ‘시너지’도 인디플러스 포항의 한축. 2024년에는 ‘꿈꾸는 어린이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식구를 늘리고 있는 극장에 들러 시원한 바다 내음까지 맡고 가시길. 매주 월·화 휴관.
로타리냉면
인디플러스 포항 바로 맞은편, 붉은 벽돌 건물의 로타리 냉면을 알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60년 전통에 걸맞은 예스러운 외관을 통과하면 오랜 시간 포항 시민들에게 사랑받아온 냉면을 맛볼 수 있다. 메뉴는 평양식 물냉면,
[씨네트립] 인디플러스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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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이하 <요시와라 대염상>) 편집자 내한 GV가 열렸다.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의 만화 <은혼>의 초대 편집자이자, 현재는 <주간 소년 점프>의 미디어 프로듀스실 실장으로 재직 중인 오니시 고헤이 편집자가 게스트로 초청됐다. <은혼>의 팬들 사이에서 오니시 편집자는 <은혼>의 또 다른 아버지로 불린다. 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와 함께 <은혼>의 초기 세계관, 캐릭터 설정을 구상했고 <은혼> 속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20년 넘게 <은혼>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21세기 만화 중 최고의 흥행작인 <원피스>의 편집자를 맡고, <귀멸의 칼날>을 발굴하는 등 동시대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틀간의 대화 자리에서는 <요시와라 대염상>에 대한
[기획] <은혼>은 잊었을 줄 알았습니다⋯ - <은혼> 초대 편집자 오니시 고헤이 내한 GV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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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은 가끔 가다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꼭 알아두자
“SF+코미디+소년 만화”라고 소개했지만 <은혼>의 성질을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다(정의하기 곤란하다). 기본적으론 코미디에 기반한 주연들의 일상을 그리다가, 종종 <주간 소년 점프>의 소년물다운 액션이나 대규모 세력 다툼을 그리기도 한다. ‘시리어스편’이라 불리는 진지한 스토리 전개 중에도 특유의 고수위 개그(일본어로 ‘시모네타’(下ネタ)라고도 함)를 놓지 않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은혼>은 19세기 말, 일본의 에도 막부 말기에 서방 세력이 아니라 외계인이 찾아왔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천인’이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막부를 점령하고 에도를 지배한다. 이에 에도의 잔흔이라 할 수 있는 사무라이들이 반발하며 펼친 것이 ‘양이전쟁’이며, 주인공 사카타 긴토키는 ‘백야차’라 불리는 전설의 사무라이였다.
천인들의 본격적인 침략으로부터 20년이 흐른 뒤, 긴토키는 가부키초에 ‘해
[기획] 잘된 IP치고 금방 죽는 놈은 없다 -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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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이 극장에 돌아왔다! 원작 <은혼>은 2003년부터 연재되어 단행본 77권으로 완결되기까지 장수 인기작 반열에 올랐던 SF+코미디+소년 만화로, 2006년 애니메이션 방영을 시작할 무렵부터 수많은 한국 팬을 만들기도 했다.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이하 <요시와라 대염상>)은 <은혼> 애니메이션 방영 2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극장판이며, 원작에 있던 ‘요시와라 염상’편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화로 완성한 작품이다.
단순한 팬서비스 작품이 아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등 각종 애니메이션영화가 세계의 극장산업에 아성을 떨치는 지금, <요시와라 대염상>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떻게 자기 IP를 확장하려 하는지 살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은혼>이 낯선 이들을 위해 <은혼>이 어떤 작품인지
[기획] 해결사가 돌아왔다 - <신극장판 은혼: 요시와라 대염상> 소개&<은혼> 초대 편집자 내한 행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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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우주를 줄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등 박지현 배우의 최근작을 꾸준히 챙겨본 이들에게도 <와일드 씽>의 도미는 돌연변이 같은 캐릭터일 것이다. 트라이앵글의 메인 보컬이자 센터로서 본연의 터프함을 방송에선 매끄럽게 갈무리하는 인물이다. 그런 “변도미의 이중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방송에서 꾸며내는 모습과 진짜 도미의 성격의 차이를 잘 드러내고 싶었다”고 박지현 배우는 말한다. 은퇴 후 도미가 택한 건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조용한 삶이었다. 그러나 이면엔 여전히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도미의 다양한 면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박지현을 보며 궁금해진다. 코미디까지 제 것처럼 소화한 이 배우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도미의 20대와 40대, 어떻게 달랐냐고?
도미는 상황에 따른 적응력이 뛰어나고 살아남는 법을 아는 친구다. 본인의 목적의식 또한 뚜렷하다. 40대의 도미는 자기 관리에 돈을 많이 들이고 태닝하
[인터뷰] 이제 시작일 뿐 - <와일드 씽> 배우 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