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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넷플릭스 / 감독 이일형 출연 이희준, 박해수, 신민아, 공승연, 김성균, 이광수, 조진웅 / 공개 4월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기시감 넘치는 세계관의 한계를 상쇄하는 내러티브의 마법
박재영(이희준)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사채까지 끌어다 써서 투자한 코인은 망했으며 사채업자(조진웅)는 그를 죽이려 벼르는 중이다. 그의 마지막 희망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이다. 그는 보험금을 타내려고 공장에서 만난 조선족 노동자 장길룡(김성균)에게 아버지의 청부 살인을 부탁한다. 사건이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이유정(공승연)과 김범준(박해수), 한상훈(이광수), 이주연(신민아) 등이 이 사건에 연루된다. <악연>은 <검사외전> <리멤버>의 이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각본을 쓴 6부작 드라마로 동명 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6부작 드라마의 규모에 알맞은 탁월한 각색이 돋보인다. 이야기의 곁가지를 쳐낸 다음 모든
[OTT리뷰] <악연> <알렉산더와 끔찍하고, 최악이며, 말도 안 되게 엉망진창인 가족 여행> <내가 죽기 일주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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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님’이라 불리며 냉철하고 냉혹하게 일처리를 해온 킬러 조각(이혜영)에게도 나이가 들며 조금씩 빈틈이 생긴다. 예기치 못하게 부상을 입은 어느 날, 강 선생(연우진)이 조각을 치료해준다. ‘지킬 상대는 만들지 말자’고 자신에게 모든 걸 가르친 스승 류(김무열)와 다짐했지만 조각은 강 선생과 그의 딸에게서 쉽게 시선을 거둘 수 없다. 한편 조각이 소속된 청부업체 ‘신성방역’에 새로 들어온 킬러 투우(김성철)는 계속 조각의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 강 선생 부녀를 남달리 대하는 조각에게 분노하며 서서히 그에게 접근한다.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신작 <파과>와 함께 돌아왔다. 킬러 역을 맡은 이혜영과 김성철이 보여줄 액션, 그리고 어린 시절 조각에게 모든 걸 가르친 스승 류와 투우, 강 선생과 엮인 관계와 감정의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로도 구현됐던 구병모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며 제75회 베를
[coming soon] 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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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 메이 자매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이 태어난 1970년대는 중국에서 산아제한정책이 시행되던 때다. 둘째 딸 메이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숨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란 메이는 성인이 돼 세계 각국의 문화가 뒤섞인 로마 에스퀼리노의 중국 음식점 ‘금지된 도시’에 취직한다. 에스퀼리노는 세계의 만물이 거래되는 빅토리오 광장이 위치한 다문화의 교두보다. 이곳에서 메이는 셰프 마르첼로와 특별한 관계로 얽힌다. 마르첼로는 과거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찾고 있다. 메이 역시 금지된 도시에서 잃어버린 언니를 찾기 위한 여러 단서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가족을 찾아 나서는 여정 중에 이탈리아 사회에서 중국계 이민자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을 마주한다.
영화 <금지된 도시>는 <지그 로봇이라고 불렀다>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가브리엘레 마이네티 감독의 신작이다. <지그 로봇이라고 불렀다>는 슈퍼히어로 장르영화를 이탈리아 특유의 사
[로마] 이민자를 탐구하다 - 가브리엘레 마이네티 감독의 신작 <금지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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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4월10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기준) 프랑스 파리 UGC몽파르나스 극장에서 공개됐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리스 크노블로흐 칸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참석해 부문별 상영작을 호명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 총 2909편의 장편영화가 출품돼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스칼릿 조핸슨과 해리스 디킨슨은 각각 <위대한 엘레노어>와 <부랑아>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하며 감독으로 데뷔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경쟁부문에는 쥘리아 뒤쿠르노, 켈리 라이카트, 합시아 헤지, 카를라 시몬, 하야카와 지에, 마샤 슐린스키 등 지난해보다 2명 늘어난 6명의 여성감독이 초청됐다. 한국영화는 올해 칸영화에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경쟁부문에는 거장(
제78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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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길지만 한달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시간의 무상함을 읊조리는 관습적 표현인데, 요즘엔 거꾸로 써야 할 것 같다.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이걸 한달 내내 반복하고 버티려니 너무 길다. 또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몰라 겁이 난다. 가깝게는 급변하는 정세에 ‘다이내믹 코리아!’를 외치지 않을 도리가 없고 멀리 둘러봐도 세계질서가 바뀌고 있는 순간이라는 게 피부에 와닿는 요즘이다. 좌와 우, 안과 밖, 망원경과 현미경, 과거와 미래까지 모든 것이 맹렬하게 진동 중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매주 그렇듯) 목요일 마감 후 금요일 반나절 행복했다. 4월4일 금요일 윤석열씨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 이제야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바로 다음날 (역사적으로 수차례 검증된) 이른바 ‘국회의장병’이 창궐하여 개헌 이야기로 속을 뒤집어놓는다. 내란 세력 척결 국면이 시간을 잘못 맞춘 개헌 논의에 흐려지면 어쩌나 걱정했더니, 곧이어 숨 쉴 때마다 위헌 중인 대통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그해 봄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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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기사는 잡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가 실린 1501호는 씨네21 공식 스마트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cine21)를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관객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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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극장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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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역사는 질문의 역사다.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이 예술은 언제나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왔다. <씨네 21>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은 그 대화에 참여하는 목소리다. ‘극장 앞으로’, ‘관객 옆으로’, ‘영화 속으로’, ‘창작 너머로’라는 네개의 섹션으로 구성해 기자,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필진이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러므로 이 질문들은 다음 국면을 그리는 각자의 상상력 이자 염원이기도 하다. 영화는 죽었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진화하려는가. 30개의 질문들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동의 사유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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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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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1501권. 어림잡아도 대략 10만개에 달하는 <씨네21>의 기사 중에서 30개의 베스트 기사를 고른다는 일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30주년을 맞이하고, 다음 30년을 준비하는 주간지로서 지금까지의 궤적을 살피는 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씨네21>은 1995년 창간 이후 각 연도의 흥미로웠던 기사를 최대한 균등하게 분배하여 기자들이 선정한 30여개의 기사를 묶어 추렸다. 가급적 기존에 접근성이 낮았던 예전 기사들과 지난 1500호에서 소개했던 한국영화의 주요 순간들과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선정했다. 영화담론에 대한 쟁점적인 토론, 한국 영화산업의 흐름을 훑을 수 있는 산업 기사들과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등 30년간 한국영화에 한획을 그어온 감독들의 변천사까지. 한국영화의 사료가 된 <씨네21>의 지난 세월은 지금의 영화 매체를 보는 시선에도 여러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 시작은 <씨네21&
[기획] 30 YEARS 30 ARTICLES - <씨네21> 30년을 빛낸 기사 베스트 오브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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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장기가 내 몸에 이식되는 것만으로 인간은 엄청난 이물감을 느낀다. 더군다나 그 장기가 죄인인 아비의 것이라면 거부감은 죄책감으로 번지고 만다. 아버지에게서 이식받은 폐를 호흡할 때마다 원망하는 사격선수 태화(이수혁)는 피해자의 딸인 미지(하윤경)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가출청소년 미지도 마음 한편에 둔탁한 가책을 품기는 매한가지다. 강동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파란>은 이중 매듭처럼 단단하게 얽힌 죄의식의 난제에 질문을 던진다.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거칠게 몰아쉬는 숨 속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있을까. 산탄총에 맞아 공중에서 부서진 클레이 피전의 파편처럼 흩어진 비극의 조각을 쫓다 보면 우리는 강동인 감독이 마련한 옅은 구원의 단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 <파란>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
만약 내가 범죄자의 장기를 이식받는다면. 설령 그 장기가 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더라
[인터뷰] 어디에 더 마음이 가는지 살피는 한끗 싸움, <파란> 강동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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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한국영화제. 작고 소박할 것이 틀림없는 영화제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제를 찾는 주요 한국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창동, 봉준호, 김지운, 임상수, 나홍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이정재, 박해일, 황정민 등이 최근 몇년간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곳일까. 어떤 매력을 갖춘 곳일까. 영화제 기간 동안 현지에 머물며 각종 행사를 지켜보고 참관기를 전한다.
개인적으로 피렌체한국영화제를 알게 된 것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당연한 일이다. 그 이전에는 알 만한 계기가 없었다. 피렌체한국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리카르도 젤리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그는 언제나 열정적이었고 많은 것을 궁금해했고 더 좋은 작품을 초청하고 싶어 했다. 종종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카페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동석한 장은영 피렌체한국영화제 부위원장에게 “목소리가 너무 크다, 조용히 말하라”고 어김없이 지적받기도 하지만, 그의 열정을
[기획] 한국영화가 이탈리아에서 축제가 되었으면 - 정한석 영화평론가의 제23회 피렌체한국영화제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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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남자 정민(최대철)은 밤마다 들리는 옆집 아이 수아(박은별)의 발걸음 소리에 괴로워한다. 어느 날 그는 담배를 피우러 갔다가 수아가 홀로 집에 버려진 사실을 눈치챈다. 집주인은 옆집을 살펴봐달라는 그의 말을 흘려넘긴다. 보름이 흐른 뒤에야 그는 수아의 할머니 순임(이칸희)과 함께 옆집의 문을 부순다. 옆집 주인 다영(이슬아)이 아이를 방치한 채로 여행을 간 탓에 수아는 굶주린 채로 기절해 있다. <울지 않는 아이>는 다큐멘터리 <청춘합창단-또 하나의 꿈>의 감독 이혁종 감독의 신작으로 실제 아동학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발영화다. 최대철, 이칸희의 연기가 돋보이나 완성도는 미흡하다. 우선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 특히 다영은 속물근성을 가진 여성으로 그려져 구시대적 여성혐오를 답습한다. 고발영화라기에도 아동학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만 할 뿐 윤리적 재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며, 스릴러로 전환되는 터닝 포인트도 어색하다.
[리뷰] 실화 고발 프로그램을 고무줄처럼 늘린, <울지 않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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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요나스 다슬러)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다. 재즈와 할렘의 거리에서 그가 발견한 예수는 약자를 보살피는 민중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명을 안고 귀국한 독일의 상황은 참혹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철저히 침묵한 기성 교회에 실망한 그는 히틀러에 대한 불복을 선언하며 고백교회를 창립한다. 한편 나치의 탄압이 점점 거세지며 설교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느낀 디트리히는 히틀러 암살 계획 소식을 듣게 된다. 독일 진보 신학의 대가이자 히틀러 암살 가담으로 처형된 목회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전기영화다.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친 디트리히의 신학적 기반은 행동하는 믿음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저 장황한 대사로 신앙심을 묘사하면서 그의 입장과 반대되는 방법을 택한다. 언어보다 삶이 앞선 실존 인물에게 한없이 부족하고 평면적인 연출적 역량이 아쉽게 느껴진다.
[리뷰] 행동하는 믿음을 장황한 설교로 뒤덮고 만다, <본회퍼: 목사. 스파이.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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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와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를 부르던 때부터 로비(조노 데이비스의 모션 캡처 연기와 로비 윌리엄스의 목소리 연기)는 스타가 되길 꿈꿨다. 타고난 무대 체질에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소년은 보이밴드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그가 막내로 합류한 그룹의 이름은 ‘테이크 댓’. 클럽을 전전하며 인지도를 쌓은 팀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얻은 유명세가 독이 된 것일까? 불안에 못 이겨 술과 마약에 중독된 로비는 불화 끝에 팀을 탈퇴한다. 솔로 가수 로비 윌리엄스로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상황. 병들어가는 내면을 돌볼 새도 없이 로비는 성공적인 솔로 복귀에 매진한다. <베러맨>은 브릿팝의 아이콘인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영화다. 다만 우리가 아는 능글맞은 로비는 털북숭이 침팬지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아직 진화가 덜된 상태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짐승에 빗댄 덕에
[리뷰] 구차한 자기 연민마저 로비답게 섹시하고 쿨하다, <베러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