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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비엔베누/프랑스/2025년/82분/오픈 시네마
9.24 BT 20:00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사는 10살 소년 아르코(오스카 트레사니니). 아르코를 홀로 집에 두고 긴 여행을 마친 부모와 누나는 소년에게 공룡을 만난 후일담을 들려준다. 창공에 살며 백악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 눈치챘겠지만 <아르코>가 그리는 세계는 2932년 근미래고, 미래학자들의 연구에 입각해 그려진 미래보다 동화에 차라리 가깝다. 아르코가 사는 나라는 12살 미만의 어린이에게 시간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의 호기심은 울타리 너머에 가닿는다. 모두가 여행지에서 복귀한 그날 밤, 아르코는 가족이 잠든 틈을 타 누나의 무지갯빛 비행 망토를 훔쳐 입고 구름 아래로 뛰어내린다. 아르코는 2075년의 어느 미래 도시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봇 유모 미키(스완 아를로)와 사는 외톨이 소녀 아이리스(마고 린가드 올드라)와 근접 조우한다. 서로에게 미래이자 과거인 소년과 소녀는 무
BIFF #5호 [씨네초이스] 아르코 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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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5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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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나제르 / 이란, 영국 / 2025년 / 80분 / 경쟁
9.21 BH 16:30 / 9.22 B2 16:30 / 9.25 L7 14:00
이란에서 스코틀랜드로 이주한 하산 나제르 감독은, 이란 문화 전반을 뒤덮은 권위주의적 현실을 두 단어, 곧 ‘허락되지 않은’으로 집약한다. 화면이 열리기 전부터 영화는 이미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한 탓에 작품 전체가 제한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반부에는 영상 없이 대화 소리만 등장한다. 관료적 절차나 이민 심문을 받는 여행자의 목소리 등, 규제의 장벽을 실감하게 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신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는 한 남자의 얼굴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풀밭과 전신주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감독과 동승한 여성이 허가 없이 어떻게 촬영을 진행할지 논의한다. 은밀한 촬영, 지하실에서 아이들을 찍는 방식이 그들의 해법이다. 감독은 말한다.
BIFF #5호 [경쟁] 허락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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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 / 일본 / 2025년 / 88분 / 경쟁
9.24 L7 20:00
한국인 ‘이’(심은경)는 일본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간다. 흰 종이 위에 손글씨로 지문을 써내려가는 이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헤어나기 어려운 근심을 품은 듯 들린다. 한글로 쓰인 일기장의 고백을 내레이션 삼아, 우리는 이내 비 내리는 여름 해변에서 만난 두 청춘 남녀의 한철 로맨스를 따라가게 된다. 미야케 쇼가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을 각색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섬마을 10대 버전같은 극중극을 만들어냈다. 우울과 방황조차 생동하는 젊은 남녀의 여름 이야기를 통과한 뒤에도 작가의 혼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은사의 죽음까지 마주한 이는 카메라 하나만 챙겨 든 채 눈 덮인 시골 마을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또한 쓰게 요시하루의 <눈집의 벤씨>를 각색한 것으로,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민박의 주인 벤조(쓰쓰미 신이치)가 뜻밖에도 젊은
BIFF #5호 [경쟁] 여행과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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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 충돌, 충격 혹은 벌레, 벌레, 벌레. 어떻게 읽어도 좋다. <충충충>의 주인공 무리부터가 그 모든 단어 속 함의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로 엉켜있다. 혼자 사는 용기(주민형)는 외모 강박이 심한 지숙(백지혜)을 짝사랑하고, 덤보(신준항)는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에서 여자 행세를 하며 남성들을 골린다. 그런대로 균형이 맞던 삼각대는 지숙이 전학생 우주(정수현)에게 반하면서 흔들린다. 한창록 감독은 미국에서 벌어진 어느 범죄 일화를 기사로 접하고 나서 이 고등학생들의 파국을 스케치했다. 그 위로 비감이 서린 팔레트를 쏟자 제법 박력 있는 데뷔작이 탄생했다.
- 초고를 쓰게 한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
2020년쯤 범죄 관련 기사를 읽다가 2017년 미국 워싱턴주 벤턴 카운티에서 일어난 살인 미수 사건을 접했고,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깝게 지내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전학생으로 인해 소녀의 삶이 망가졌고, 소년은 소녀의 생일 선물로 전학생을 죽이기로
BIFF #5호 [경쟁] 이 미친 세상을 외면하지 마, <충충충> 한창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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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계기로 미야케 쇼와 심은경은 처음 만났다. 일본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접한 심은경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미야케 쇼에게 적극적으로 대담을 청했다. 서로를 향한 창작적 호기심으로 맺어진 인연이 느슨해지기 전에 먼저 팽팽히 잡아당긴 쪽은 미야케 쇼 감독이다. “내가 읽어온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였지만 어느날 심은경 배우가 번뜩 떠올랐다. 그녀의 국적, 특유의 분위기나 기질 등을 극속에 담으려 했고 영화가 크게 앞으로 나아갔다.” 심은경이라는 개성 강한 옷을 입은 작가의 방황기에 관해 미야케 쇼는 “딱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 사람이 어딘가 저 너머로 다녀오는 이야기”라고 시구처럼 축약했다. 머물던 곳에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과 나날>은 <연연풍진>(허우 샤오시엔)의 아름다운 한 장면에 버금가는 설원의 터널신을 통과해 우리를 소박하면서도 영화적인 곳으로 데
BIFF #5호 [경쟁] 멀어졌다 돌아오는 어떤 여정,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심은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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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BIFF #5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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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나흘 차, 내로라하는 해외 여성 감독들이 부산에 총출동했다. 20일 12시 아주담담 라운지에선 화려한 라인업의 ‘컷! 그리고 액션! : 신인 여성 감독들의 제작 노트’ 행사가 진행됐다. 7인의 여성 감독 자클린 쥔트(<돈 렛 더 썬>), 발렌틴 카디크(<여름의 랑데뷰>), 쥘리아 코발스키(<그녀의 뜻이 이루어질지어다>), 타마라 스테파냔(<아르토의 땅에서>), 트레이시 초이(<걸프렌드>), 찬즈웨이(<10점 만점에 10점>), 라우라 사마니(<그 해, 학교에서>)가 참여해 창작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류의 토대를 마련했다.
BIFF #5호 [Topic] 여성 감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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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종필, 윤가은 감독의 앤솔로지 영화 <극장의 시간들> 상영관을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영화의전당에서 작품을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에도 끝까지 참석했다. GV 게스트로는 <침팬지>의 이종필 감독, 배우 김대명·홍사빈, <자연스럽게>의 윤가은 감독, 배우 고아성이 함께했다. <침팬지>는 장 뤽 고다르의 <국외자들>을 연상케하는 3인조 친구들의 긴 우정을 극장을 중심으로 묘사한다. <자연스럽게>는 초등생 배우들과 작업하는 젊은 영화감독의 촬영 현장을 따라가는 영화다.
관객 질의응답 차례가 되자 직접 손을 든 이재명 대통령은 작품별 제작비 규모를 물었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힌 이종필 감독이 “규모가 크든 작든 예산은 항상 빠듯하다”고 덧붙이자 이 대통령은 “영화 산업에 좀더 관심 갖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윤가은 감독은 올해
BIFF #5호 [News] 영화는 매우 큰 산업, 근본부터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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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개된 적 없지만 어쩐지 이미 존재하는 것 같은 영화들이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 그렇다.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평생 천착해온 괴수 호러의 고전이자 그의 모든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평자들이 줄곧 인용해온 텍스트다. 델 토로 또한 여러 차례 괴물에 매혹된 첫 순간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손꼽았고 <프랑켄슈타인>을 영화화하려는 포부를 밝혀왔다. 어쩌면 델 토로와 그의 팬 모두의 숙원 사업이었을 <프랑켄슈타인>이 마침내 올해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씨네21>이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단둘이 만났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아니 이상해서 아름다운 그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보자. 추신. 올해 영화제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놓친 관객은 한탄하지 마시길.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 공개 전 10월 일부 극장 상영이 예정
BIFF #4호 [인터뷰]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면,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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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로 접어든 영화제가 스타들의 열기로 채워지고 있다. 영화의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여러 오픈토크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된 두 개의 액터스 하우스로 팬들의 걸음이 유독 분주했던 하루. 어느덧 가을의 색으로 멋내고 관객과의 만남을 가진 배우들의 빛나는 면면이 여기 있다.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초청작 <대홍수>로 부산을 찾은 배우 김다미와 김병우 감독이 밝은 포즈로 야외무대 관객과 첫인사를 나눴다.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벌어지는 이야기를 설명하는 김다미의 얼굴은 재난극보다는 멜로드라마 그 자체!
인공지능 연구원이자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엄마 안나를 연기한 김다미가 물과의 사투를 설명 중이다. “수영과 잠수 연습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상상 이상으로 물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 물 속에서의 얼굴 표현에 대해서도 새롭게 연구하는 시간이었다.”
일본 보이 그룹 스톤즈 출신의 배우 마츠무라
BIFF #4호 [화보] 가을이 왔고, 별들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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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설되어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액터스 하우스가 9월 18일과 19일 네 명의 배우에게 집 열쇠를 건넸다. 각자 한 시간 동안 집의 주인이 된 배우 김유정, 손예진, 니노미야 카즈나리, 이병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무대 인사나 관객과의 대화 같은 행사와 달리 액터스 하우스는 오직 한 명의 배우에게만 집중하여 그의 삶과 필모그래피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특별하고 친밀한 시간을 선사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은 스타의 팬, 영화의 관객, 배우를 꿈꾸는 학생이자 한 사람의 인생에 호기심을 품은 또 다른 인간으로서 네 배우의 집, 그보다 넓은 네 개의 우주를 여행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9월 19일 오후 4시 30분. 영화 <8번 출구>로 부산을 찾은 배우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액터스 하우스는 한일 양국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아이돌 아라시의 니노’와 ‘배우 니노’를 모두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인 이 집은 그
BIFF #4호 [스페셜] 액터스 하우스에서 거장의 클래스로, 올해의 액터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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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하 ACFM)이 9월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지난 해 기준 해외 참가자가 전체의 57%를 차지하며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한 ACFM은 올해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다. 31개국 289개 기관 및 업체가 세일즈 마켓에 참여하며, 16개국이 국가관을 운영한다. 유럽영화진흥기구(EFP) 엄브렐러 부스도 이에 함께한다.
2025년에 주목할 신설 프로그램은 ‘이노아시아(InnoAsia)’다. 첨단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융합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노아시아는 기술 전문가들과 영상산업 관계자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전시 부스, 기술이 영화의 미래에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는 컨퍼런스,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행사, 창작자를 위한 AI 부트캠프, 제작 중인 AI 영화 및 기술 융합 콘텐츠를 선보이는 WIP 쇼케이스가 마련되어있다. ACFM을 통한 국가 간 협력을 추구하는 ‘디 에이(
BIFF #4호 [News]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가 여기에, 제20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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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에게 수여됐다는 영화적 사건은, 단지 한 예술가가 이룬 미학적 성취를 조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 이르는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는 동안, 감독은 15년간 이란으로부터 법적 제제를 받아왔다. 그렇기에 감독의 영화는 치안적인 것을 분열시키는 정치적인 표현으로 간주되곤 했다. 영화감독을 향한 뼈아픈 박해는 역설적이게도 영화사에 찬란한 흔적을 남겨왔다. 대표적으로 나치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프리츠 랑, 2차세계대전을 겪으며 멕시코로 망명한 루이스 부뉴엘을 언급할 수 있다. 동시대 감독으로는 태국 정권의 끊이지 않는 검열에 저항하기 위해, 검은 화면을 영사하거나 자국에서 장편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을 떠올릴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의 여정은 이들과는 식별되는 것인데, 그는 영화를 찍을 수 없는 상황에도 이란에서 영화를 줄
BIFF #4호 [스페셜] 동시대 시네마의 역설, 자파르 파나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