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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지속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는 모티프. 이광국 감독에게는 자살이 그런 소재다. 데뷔작 <로맨스 조>에서부터 근작 <동에 번쩍 서에 번쩍>에서까지, 그는 스스로 택하는 죽음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말해왔다. “한국은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한 사람이 그리 떠나면 주변 10명 정도가 자살 고위험군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고인의 상태를 몰랐느냐는 폭력적인 언행에까지 노출된다.” 이광국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정리한 실제 자료들을 접한 뒤 자살 유가족에게 <단잠>을 안기고 싶었다. “남편을 잃은 인선(이지현), 아빠를 잃은 수연(홍승희) 모녀가 잠깐이라도 깊은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붙였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피했다. 대신 그들이 느낄 절대 고독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가까운 누군가 혹은 언젠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영
BIFF #4호 [인터뷰] 알 수 없음’에서 오는 고통을 알아가기, <단잠> 이광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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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서점 가판대에 놓인 소설 <다른 여름>의 표지가 신수원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남자가 캐리어를 들고 있었는데 계속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미지였다. 소설을 읽어보니 주인공 세오가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흑인, 일종의 돌연변이란 설정이었다. 원작은 멜로의 성격이 강하지만 나는 ‘돌연변이’라고 표현되는 소수자성이 흥미로웠고 이에 관해 더 탐구해 보고 싶었다.” 이후 판권을 구매한 뒤 각색하는 과정에서도 신수원 감독은 정체성에 관한 세오의 고민과 그로 인한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의 탄생>에서 세오(한현민)는 차별적 시선을 피하기 위해 백호 탈로 외모를 가린 채 아르바이트를 한다. 돌연 명품 캐리어를 구입한 세오는 지하철에 올라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캐리어와 안에 든 물건을 주겠다’고 소리친다. 우연히 세오와 마주친 소라(이주영)가 그의 여정에 함께하기 시작한다.
세오는 배우 한현민이, 소라는 배우 이주영이 연기했다.
BIFF #4호 [인터뷰] 나란히, 세상 밖으로, <사랑의 탄생> 신수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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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아시안 부부 겐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제인(계륜미)은 <디어 스트레인저>의 두 기둥이다. 부부가 겪는 일상의 균열과 정념의 대치가 영화가 직조한 ‘폐허’의 세계를 완성한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보여주는 서늘한 분노의 얼굴은 그 어떤 외적 폭력보다도 강한 긴장을 부른다.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그의 과정을 부산에서 목격했다.
- ‘세계에는 갑자기 불합리할 정도로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태’가 일어나며, 이에 대해 겐지가 보이는 반응을 집중해서 탐구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측면에서 겐지는 <드라이브 마이 카> 속의 인물 가후쿠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긴 하지만, 유사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가후쿠는 질문에서 언급한 그런 사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전부 묻어둔 채 조용히 살아가려는 인물이었다. 반면에 겐지는 더 충동적이고 이런 사태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그런 노력이 결국 상황을 악화하게
BIFF #4호 [인터뷰] 세계가 나를 부정할 때, <디어 스트레인저> 니시지마 히데토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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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윤지(심수빈)의 선택을 궁금하게 만든다. 윤지와 불륜을 하던 담임선생은 윤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돌연 종적을 감춘다.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하던 윤지는 결국 임신 중지를 결심하고, 그런 윤지의 결심을 깨달은 건 기숙사 룸메이트 경선(이지원)뿐이다. 유재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지우러 가는 길>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전제작 과정 및 장편제작연구 과정의 졸업 작품이다. 쫓고 쫓기는 윤지와 경선의 여정은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족의 의미에 관한 논의로 확장해 나간다.
- 첫 장편 데뷔작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택했다. 언제부터 구상하던 이야기인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소재다. 본래는 더 어린 여자 중학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윤지라는 아이가 선생님과 사랑해서 임신을 했는데 갑자기 윤지가 사라져 버린다. 반장과 몇 친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윤지를 찾아 나선다는 구성이다. 이 기획의 트리트먼트로 한국영화아카데미
BIFF #4호 [경쟁] 낙인의 자리, 가족의 의미, <지우러 가는 길> 유재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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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데뷔작이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는 외면적으로 적은 부피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무척이나 높은 밀도를 지니고 있다. 이야기는 예술가 부부인 모리와 마이코가 이어가는 일상, 그리고 모리가 옛 연인 아사코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로 구성돼 있다. 이 속에서 모리와 마이코의 예술 작업은 그들의 감정과 공명하며 여러 심상을 촉발한다. 모리와 아사코의 기억이 교묘하게 흩어지고 합쳐지는 과정에선 대담한 영화적 구조가 드러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과하지 않게 우리의 온갖 감각을 자극한다. 삶을 통과하며 으레 겪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내러티브의 모티프로 작용하면서 공감각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그의 답변 역시 무척이나 섬세하게, 영화가 주었던 상쾌한 감각들을 상기하게 했다.
-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단편 <창문>에 이어 <고양이를 놓아줘>에서도 관계의 정체를 겪고 있는 커플이 극의 주인공이
BIFF #4호 [경쟁] 부드러운 해방의 순간, <고양이를 놓아줘>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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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야 다이스케/일본/2025/102분/경쟁
9.20 BH 15:00 / 9.21 B2 14:00 / 9.23 L7 12:00
이야기는 단출하다. 음악을 만드는 남편 모리, 사진을 찍는 아내 마이코가 바지런히 생활하고 창작하는 모습이 시나브로 화면을 뒤덮는다. 마이코는 꽤 성대한 개인전을 열 만큼 사진작가로서의 훌륭한 경력을 쌓고 있다. 반면에 모리는 마땅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며 정체해 있다. 음향 효과 제작 같은 부업으로 근근이 벌이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별히 나쁘지 않아 보이던 둘의 감정선은 서서히 균열의 장으로 들어선다. 부부인 동시에 예술가 동료인 두 사람은 서로의 창작 과정에 조금씩 개입하고 미묘한 불편함을 유발한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탓에 둘만의 애틋한 시간은 점차 줄어들기만 한다.
언뜻 보면 밋밋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를 놓아줘>는 한순간도 화면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기묘한 연출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밤늦은 시간 모리가
BIFF #4호 [경쟁] 고양이를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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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록/한국/2025년/87분/경쟁
9.20 BH 11:30 / 9.21 B3 16:30 / 9.23 L7 18:00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이는 한창록 감독의 데뷔 장편 <충충충>은 고등학교 생활을 끝없는 고통이 이어지는 무자비한 연옥으로 그린다. 이 작품은 낙제생 아웃사이더 삼총사를 따라가며, 새로운 전학생의 등장으로 인해 제어할 수 없는 사춘기의 분노로 진동하는 우정을 그린다. 매일 겪는 패배와 가슴앓이는, 아직 미숙한 젊음 때문에 한층 더 생생하고 거칠게 다가온다.
지숙(백지혜), 용기(주민형), 덤보(신준항)는 어린 시절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였다. 서로의 곁에서만 위안을 찾던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가 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학대를 겪은 지숙은, 얼굴 없는 온라인 팔로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좇으며 거식증에 시달린다.
암울했던 유년 시절, 지숙이 기대어 울 수 있게 어깨를 내준 그때부
BIFF #4호 [경쟁] 충충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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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산 어워드 (Busan Award)를 신설,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경쟁부문에 오른 14편의 아시아 작품에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의 시상을 진행한다.
BIFF #4호 [별점] 경쟁작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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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한국/2025/145분/비전-한국
9.21 L3 19:40 / 9.22 L10 12:30 / 9.23 KT 19:00 / 9.25 C3 09:30
피터 위어의 <트루먼 쇼> 속 한 장면. 트루먼의 카 오디오에서 스태프의 무전이 흘러나오고, 당황한 제작진의 리셋 신호에 거리는 일제히 정지한다. 김덕중의 <트루먼의 사랑> 속 한 여자도 유사한 상황을 겪는다고 고백한다. ‘에러’로 인해 세계에 오류가 발생하면 자신 같은 ‘트루먼’만이 중단된 세상의 예외가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여자를 만난 남자는 시간이 흘러 자신도 트루먼일지 모른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거짓말을 밝히려는 진짜들의 추적기인가. 혹은 모두가 속고 있는 세상 속에 남겨진 이들의 로맨스일까. 버그가 발생한 소프트웨어처럼 <트루먼의 사랑>의 라이어 게임에는 모호함으로 가득하다. 스스로 기꺼이 미로가 되기를 자청한 영화는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대화 장면과 교차하며 전례 없는
BIFF #4호 [씨네초이스] 트루먼의 사랑 The Love of Tr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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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석/한국/2025년/98분/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9020 B2 09:00 / 9.24 C3 10:00
유종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아>는 정체를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영화다. 숱하게 보아온 곤란에 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싶더니 미묘하게 장르의 변주를 시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제 이름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서러운 인물들의 황량한 내면 풍경에 도달한다. 묘하게 변모하는 영화의 시작은 한 여인의 이야기다. 원무과에서 일하는 서림(강해림)은 곤경에 처해 있다. 궁핍한 생활이 오래된 듯 여러 달 보험료를 미납한 상태고 사채에도 손을 대 쫓기는 신세다. 게다가 혈혈단신인 그녀에게 못났긴 해도 의지가 되었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다. 그 와중 서림은 우연히 숨이(배강희)를 만나는데, 그녀는 서림의 쌍둥이 동생 희림(강해림)의 죽음에 연루된 인물이다. 영화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교차시키고 한데 모으며 급격한 전환을 시도하고 긴장을 조성한다. 그리고선 뼛속까지 스미
BIFF #4호 [씨네초이스] 미아 Be My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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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스틴 스튜어트/미국, 프랑스, 라트비아/2025년/128분/월드 시네마
9.23 CX 13:00
“기억은 이야기다. 안고 살 수 있게 꾸며내야 한다.” 그래서 동명의 에세이를 각색한 영화 <물의 연대기>는 한 여자의 과거를 손질하는 일에 몰두한다. 한때 수영 선수를 꿈꾸던 주인공 리디아(이모젠 푸츠)가 택한 방법은 글쓰기.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소리와 분노>를 동경하며 문예창작을 배우는 그는 삶이 부서진 자리에 남은 파편들을 헤집고 싶다. 어려서부터 학대와 방임, 충동과 중독을 겪었지만, 그보다 작은 단어들을 필요로 한다. 알코올과 섹스의 도움을 빌려 봐도 충분치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언어로 지나온 세월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는 리디아를 구속하다가도 자유롭게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출 데뷔작 <물의 연대기>는 다분히 표현주의적이다. 단일한 이미지 아래 포섭될 수 없는 여성 서사를 좇아, 이 작품은 온몸으로 헤엄친다. 인물을
BIFF #4호 [씨네초이스] 물의 연대기 The Chronology of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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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윤가은/한국/2025년/62분/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9.20 B3 17:00 / 9.21 L10 17:00
기차 소리와 필름이 돌아가는 이미지로 문을 여는 <극장의 시간들>은 분명 영화에 관한 영화다. 25년 동안 서울 종로구를 지키고 있는 한 극장의 영사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년의 인간을 영화를 한참을 지켜본다. 그는 아마 자신이 떠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필름 영화가 영사될 수 있도록, 젊은 청년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새로운 세대에 의해 다시 한번 영사기가 돌아가고, 우리의 눈앞에 두 편의 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에선 영화를 매개로 우정을 쌓는 세 친구들이 등장하고,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에는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소녀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 당연하게도 극장이 있다. <극장의 시간들>은 그 '당연함'을 보관하려는 영화일까. 씨네큐브 개관
BIFF #4호 [씨네초이스] 극장의 시간들 Time of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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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초이 / 마카오, 대만, 홍콩, 태국 / 2025 / 101분 / 비전 - 아시아
9.20 L5 16:30 / 9.21 L4 12:10 / 9.23 C6 09:00 / 9.25 BCM 19:00
홍콩에서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는 마카오 출신의 영화감독 록은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무리한 요구를 남발하는 제작사, 숏폼 비디오에만 몰두하는 영화과 학생들, 느닷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자고 조르는 파트너까지. 현실의 벽 앞에서 커리어와 사랑 모두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 록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전 여자친구들은 누구였으며, 그 모든 관계를 겪어온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레즈비언 서사를 탐구해온 트레이시 초이 감독의 신작 <걸프렌드>는 영화를 삶으로 깊이 껴안는 여성과 퀴어 관객들을 위한 작품이다. 주인공의 여정은 마카오, 대만, 홍콩이라는 세 도시의 지형도 위에 알록달록하게 채색되는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불안과
BIFF #4호 [씨네초이스] 걸프렌드 Girl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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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BIFF #4호 [Topic] 오늘의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