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악연>의 목격남(박해수)은 하나의 몸뚱이에 4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다. 출소 이전 재소자, 출소 이후 때깔 좋은 범죄자, 순진해 보이는 목격자, 전신 화상을입은 환자까지. 악의 총람을 종횡으로 펼쳐 보인 박해수는 고민 끝에 자신이 분한 캐릭터의 본질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상정한 후 연기에 돌입했다. 늘 남의옷을 빌리고 남의 허물을 악용하며 돈 벌 궁리를 하는 남자가 가진 건 자아가 아닌 허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해수는 어쩌면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목격남의 본명 또한 그의 실제 이름이 아닐 수도 있고, 심지어 그가 주민등록이 말소된 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설마저 정연한 근거를 들어 내세웠다. 박해수가 목격한 악인의 심연으로 들어가보자.
- 처음 대본을 읽고 받은 인상은.
이야기의 강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8부작으로 쓰인 초고를 먼저 읽었거든. 이를 6부작으로 압축한 지금 버전의 대본을 접하니 작품의 속
[인터뷰] 자아 대신 허울을 입고, <악연> 배우 박해수
-
런던으로 출장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가 불명의 테러 집단에 의해 살해당했다. CIA 소속 암호해독가인 찰리 헬러(라미 말렉)는 현장 요원은 아니지만 본사로부터 특수훈련을 받아 분노 섞인 복수를 준비한다. 하지만 며칠간의 강도 높은 훈련만으로 갑자기 전투력 높은 투사가 되는 것은 먼 세상의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미숙하고 서툰 손으로 싸우고 방어하고 폭탄을 투척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기만의 무기가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두뇌 플레이, 전략 설계 능력, 기술 적용력. 인텔리 스릴러로서 <아마추어>는 프로페셔널한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 로버트 리텔의 1981년작 소설 <아마추어>를 영화화했다. 연출자로서 영화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아무리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안에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장면을 입체적으로 펼치고 싶어 하는지, 연출자로서 내가 개입할
[인터뷰] 단연컨대 새로운 복수극의 출발점, <아마추어> 제임스 하위스 감독
-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의 전기영화 <마리아>는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인 뒤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드라마 장르 부문,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부문 후보로 언급됐다. 전기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마리아 칼라스의 예술적 성취와 비극으로 점철된 <마리아> 이전에도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삶을 그린 <재키>,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가 주인공인 <스펜서>를 연출했다. <재키> <스펜서>를 거쳐 <마리아>로 이어지는 파블로 라라인의 여성영화 3부작에 관해 김소희 평론가가 면밀히 분석한 글을 전한다.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스펜서,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 파블로 라라인은 시대를 상징하는 여성 아이콘의 이름을 영화를 통해 되새겨왔다. <재키>가 <스펜서>로 이어질 때 파블로 라라인의 욕
[기획] 내 죽음을 노래하리 - <마리아>와 파블로 라라인의 20세기 여성영화 3부작
-
- 14년 만에 신작 <야당>과 함께 돌아왔다.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연이어 세편이 엎어지니 10년이 금방 가더라. 연출에 대한 바람은 늘 품고 있었다. 오랜만에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연출에 대한 소중함이 더 깊게 와닿는다.
-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가 마약사범에 관한 기사를 보내준 게 시작점이 됐다고. 이후 상당히 살을 많이 붙인 듯한데 어떤 자료조사 과정을 거쳤나.
2021년 1월21일 즈음 김원국 대표님으로부터 기사를 건네받았다. 당시 마약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마약 수사대 형사들을 만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도 방문했다. 검찰에 관한 수사도 필요해 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그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상황이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영
[인터뷰] 절대 휴대폰을 보지 못하게, <야당> 황병국 감독
-
-
“대한민국 마약판은 세 분류로 나뉜다. 약을 파는 놈과 그걸 잡는 놈, 그리고 그놈들을 엮어주는 나 같은 놈.”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황병국 감독이 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과 함께 마약 소재의 영화 <야당>으로 돌아왔다. 검찰, 경찰에 마약 세계의 정보를 전하는 자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단순히 마약범을 검거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와 야당, 마약 수사대 경찰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들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교묘히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 마약 투약의 위험성, 한국 검찰계의 비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개봉을 앞둔 <야당>에 관해 미리 살펴본 리뷰와 황병국 감독이 들려준 제작 비하인드를 정리했다.
형량 합의를 대가로 투약자에게 마약 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은 뒤, 강수(강하늘)는 경찰이 거래 현장을 실시간으로 덮칠 수 있도록 돕는다. 빈틈을 타 도주하는 범죄자의 차량을 거칠게 들이받으며 강수가 통쾌하게 웃고, 카메라는 강수로
[기획] 거침없이 내달린다, <야당> 오락적인 재미에 사회고발을 결합했다.
-
충무로 팔팔세대 50
2010년 750호
<씨네21> 창간 15주년 특집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88세대’ 영화인을 소개하는 기사로 꾸려졌다. 88세대의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대, 그럼에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보고 영화인의 꿈을 꾼 이들의 활력은 한국영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분야의 현장 스태프(스크립터, 회계, 무술, 스틸 작가, 포스터 디자인 등)와 매니지먼트, 수입·배급·홍보·마케팅사, 영화제, 비평 분야까지 너르게 시선을 넓혔다. 이어 799호의 ‘팔팔세대가 말하는 한국영화계의 지난 1년’ 특집기사에서는 그들을 다시 만나 각자의 변화를 물었다. 영화계를 떠나 인터뷰에 불참한 몇몇은 “영화가 하고 싶었지만, 의지만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 없었다”라며 한국영화계의 불공정한 구조를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표준근로계약서와 주 40시간 근무제가 정착돼 변화의 바람이 분 이후, 다시금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좋겠다.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➃
-
한국영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05년 527호
대학 영화과, 영화동아리, 영화아카데미 학생 211명에게 ‘한국영화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의
설문을 진행했다. 세 집단에서 공통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한국 감독’엔 박찬욱과 임권택이 언급됐으나 홍상수와 김동원, 변영주 등 독립영화 감독은 배제됐다. ‘최고의 한국영화’는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이 1, 2위를 다퉜고 과소평가 항목에선 임상수와 장준환이 주로 언급됐다. 배우 부문에선 황정민과 전도연, 문소리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20년 전의 설문이지만 지금의 시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은 과연 영화계에 호재일까 아닐까.
한국영화 장르를 개발하라
2007년 605호
“활력을 잃고 아류작을 양산하는 장르영화로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겐 좀더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씁쓸하다. 지금 봤을 땐 한국영화의 부흥기 축에 속하는 2007년마저 한국영화의 질적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➂
-
정성일이 쓴 <취화선> 100일 동행기
2001년 331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영화평론가. 부정할 수 없는 한국영화계의 두 거인이 장장 100일을 함께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촬영 현장을 찾은 정성일 평론가는 무려 200자 원고지 380매에 이르는 원고를 보내왔고, 원래 150매를 청탁했던 <씨네21> 편집부는 과감하게 잡지의 50쪽을 할애한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만드는 그 순간에 거기에 가서 그 위대한 비밀을 훔치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어떻게!”라고 서문에서 밝힌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를 향한 여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h3>102번째 영화 <화장>의 임권택 감독과 촬영 현장을 기록한 정성일의 만남
2015년 998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의 우정은 계속됐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에 대해 두 사람이 길게 말하는 자리가 다시 한번 마련됐다.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➁
-
박찬욱, 봉준호도 못 피한찬반 논란
명실상부 한국영화의 금자탑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처음부터 모든 이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씨네21>은 ‘<살인의 추억>의 감독·비판자·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기사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남동철, 김소희 당시 <씨네21> 기자가 나눈 <살인의 추억> 찬반 대담을 진행했다. 감독을 코앞에 두고 펼치는 찬반 논쟁이라니. 더없이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이다. “내적인 드라마의 치밀함은 시대가 와서 메워주고, 시대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치기 어려운 건 사건과 장면이 메워주는데, 그 솜씨가 너무 매끄러운 나머지 우리가 속는 게 아닌가 싶다”(김소희)라는 날카로운 지적에 봉준호 감독은 고유의 능글맞음을 살려 “솜씨가 매끄럽다니 기분이 좋다. (웃음) 아무튼 그건 나도 되짚어볼 만한 점인 것 같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 이후로 인터넷 문화가
<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➀
-
※ 자세한 기사는 잡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가 실린 1501호는 씨네21 공식 스마트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cine21)를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창작 너머로
-
※ 자세한 기사는 잡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가 실린 1501호는 씨네21 공식 스마트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cine21)를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에 던지는 30가지 질문들-영화 속으로
-
서울무용영화제는 영화제 창립부터 지금의 8회까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운영진이 계속하여 함께 달리고 있다. 인력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다분히 한계를 보이는 국내의 영화계 환경에서 쉬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8회 영화제를 앞둔 운영진 5인의 말말말을 3개의 공통 질문으로 들었다.
김지연 - 사무국장 & 프로그래머
주요 업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영화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총괄.
8년의 소감 처음엔 ‘무용영화’란 장르가 생소했고 관객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의 의문이 사라졌고, 영화제가 작지만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함께한 동료들이 계속 함께한단 사실은 이 영화제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의미 있는 행로임을 증명한다.
최고의 순간 창작자의 여정을 다시 조명하는 ‘SeDaFF 셀렉션’과 ‘해설이 있는 개막작’ 등의 프로그램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키우려는 순간들.
허예슬 – 홍보팀장
주요 업무 마케팅, 홍보
[인터뷰] 8년 동안 단단하게 - 서울무용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
-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 전공 교수로 학계에 몸을 담았던 정의숙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퇴임 후의 삶을 영화제에 바치고 있다. 평생을 다뤄오던 무용의 가치와 영역을 영화 매체와 접합시켜 넓히려는 목적에서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소망은 무용영화가 우리 사회의 예술과 창작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길 바라는 사회적인 바람과도 연결된다. 8회까지 영화제를 견인해온 정의숙 집행위원장의 소감과 비전을 들어봤다.
- 7회까지 서울무용영화제를 이끌어온 소감은.
처음부터 영화제의 목표는 무용영화를 상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무용영화라는 장르의 생태계를 독립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무용영화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국내에선 특정 페스티벌이나 영화제의 부분적인 규모로만 다뤄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무용영화의 창작자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꾸리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무용영화라는 형식을 문화적으로 아카이브하는 토대를 만들고 유지
[인터뷰] 무용영화의 생태계 지속을 위해 - 정의숙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
-
제8회 서울무용영화제가 오는 4월18일부터 20일까지 아트나인에서 개최된다. 서울무용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무용영화 전문 영화제다. 무용과 영화라는 예술의 결합을 통해 두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의 슬로건은 ‘Re:frame & Re:dance’이다. 영화와 춤을 ‘다시’ 보자는 의미보다는, 영화와 춤이 하나의 궤를 이루며 ‘순환’한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슬로건의 의미처럼 서울무용영화제는 무용영화 범주의 작품들을 큐레이션하고 상영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부대행사를 통해 무용영화의 생태계를 지속하고 확장하려는 중이다. 이를테면 1회 영화제부터 이어온 ‘댄스필름 워크숍’이 있다. 올해엔 무용 경연 예능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화제가 됐던 최종인 안무가가 댄스 숏폼 콘텐츠의 제작 방식을 공유한다.
올해의 개막작은 <더 캐롤린 칼슨 컴퍼니 앳 워크>다. 세계적인 무용 단체 캐럴린 칼슨 댄스 컴퍼니가 안무를 창작하고 무대에
[기획] Re:frame & Re:dance - 제8회 서울무용영화제(SeDaFF) 소개, 정의숙 집행위원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