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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8일 오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자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그저 사고였을 뿐> 감독으로서 부산을 찾은 자파르 파나히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이 아카데미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부문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인사를 전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아카데미시상식에 전작을 출품하지 못했던 경험을 되새겼다. “자국의 허가 없이도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나와 같이 독립적인 영화인들이 연대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도착해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의 묘소에 들렀다며 그와의 오랜 인연도 추억했다.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내가 출국 금지로 이란을 떠날 수 없었을 때 직접 이란을 방문했다. 우리는 칸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갔다.” <하얀 풍선>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들렀던 기억에 더해 영화 제
BIFF #3호 [News] 독립적인 영화, 영화인들이 연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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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미국/2025년/갈라 프레젠테이션
9.18 CX 19:30 / 9.20 CX 15:30 / 9.25 L3 20:00
생과 사의 경계를 부수어 스스로 신이 되려는 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은 하인리히 하를란더(크리스토프 발츠)의 막대한 후원을 받아 피조물(제이콥 엘로디)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빅터는 피조물에 금세 싫증을 느끼고, 피조물은 원치 않았던 탄생에 이어 자신을 멋대로 파괴하려는 창조주에게 분노한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의 작품으로 괴수영화의 새 지평을 연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마침내 필생의 역작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괴물에의 매혹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자 평생 그의 ‘차기작’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을 오랜 도전 끝에 1억2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과연 <프랑켄슈타인>은 감독의 야심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감독 본인이 수차례 애
BIFF #3호 [씨네초이스]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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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해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14편의 경쟁작을 감상하는 일도 중요하겠으나 경쟁 심사위원 7인의 목록을 유심히 살피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심사위원단의 개인적 성향과 이력은 경쟁 영화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주요 단서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결국 사람이 보는 것, 수상작 역시 사람이 정한다. 우선 <추격자> <곡성> 등을 연출한 심사위원장 나홍진 감독, 홍콩 출신의 대배우 양가휘, 인도의 배우 겸 감독 난디타 다스, 이란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이 있다. 이어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아시아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제 전반에 큰 영향력을 지닌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한국의 대표적인 배우 한효주가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9월18일 10시 20분부터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은 올해 심사위원단의 전반적인 포부를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심사위원장
BIFF #3호 [스페셜] 부산 어워드를 가릴 7인의 경쟁 심사위원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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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해피 팡파르’의 센터인 마이(사이코 교코)가 정장을 차려입고 향한 곳은 무대가 아닌 재판장이다. 이성과 연애할 수 없다는 계약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매니지먼트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아이돌 그룹 ‘히나타자카46’의 멤버였던 사이코 교코는 아이돌이라는 직업적 사명과 사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이로 분했다. 마이의 고민에 공감하면서도 캐릭터와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진 않은 자세로 사이코 쿄코는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 <연애재판>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배우로서 첫 주연작이라 감회가 남달랐겠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칸영화제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건 해외 관객의 웃음 포인트가 일본 관객과 달랐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시사를 할 땐 웃음이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해외에선 마이의 남자친구인 케이(구라 유키)가 물구나무서기할 때, 마이를 고소한 측에서 합의를 제안하며 다시 관계를 이어가고자 사진을 찍어
BIFF #3호 [인터뷰] 마이의 솔직한 선택을 존중했다, <연애재판> 사이토 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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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라이프> <하모니움> 등 사회적 이슈를 꾸준히 극에 끌어들이는 후카다 코지 감독이 <연애재판>에선 아이돌 업계로 눈을 돌렸다. 극중 걸그룹 '해피 팡파르'의 센터 마이(사이토 교코)는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다. 그가 계약 조건을 어기고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생활'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과한 헌신을 요구하는 아이돌 세계에서 후카다 코지 감독은 그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바라보고자 한다.
- 2015년 아이돌에 관한 기사를 읽은 게 신작 작업의 계기가 됐다고.
두 명의 젊은 여자 아이돌이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사에서 고소를 당했다는 짧은 기사였다. 아이돌은 연애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것을 계약서에 명시해 두고 이를 위반했다며 법정에 서게 한 것에 놀랐다. 특히 여자 아이돌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측면에서 이건 젠더 차별 문제이자 인권 문제다. 때문에 특정 업계가 아닌 우리 모두가
BIFF #3호 [인터뷰] 삶의 결정권을 지닌 아이돌의 모습이 궁금했다, <연애재판> 후카다 코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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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끝에는 우리조차 알지 못하는 세계가 펼쳐져 있다.” 꾸준히 멜로 드라마와 청춘물을 제작하던 연출자 나가타 고토 감독이 니시오 준의 원작 소설을 접한 뒤 도쿄의 그림자를 향해 카메라를 든 이유다. 범죄조직의 말단 조직원 마모루(하야시 유타)와 그의 의형제 다쿠야(기타무라 다쿠미)는 사회의 끄트머리 중에도 가장 아랫자리에 속한 이들이다. 홀몸으로 정글 같은 범죄의 수렁에 내던져진 청춘을 향해 관심을 쏟은 나가타 고토 감독이 바라본 암흑가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 일본 청년층의 조직범죄에 대한 흥미를 수년 전부터 지니고 있었다고.
20대 초반의 지인이 경찰에 연루되는 일을 겪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그를 돕지 않은 채 등을 돌려 엮이지 않고자 했다. 의지할 사람도 없는 그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었다. 나는 성격상 간사이 지방 특유의 오지랖이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 동시에 오늘날의 청년들이 이런 식으로 삶을 망쳐가는 현실에 답답함도 밀려왔다. 그 사
BIFF #3호 [경쟁] 고독과 상실을 노래하는 소년들의 군상극,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나가타 고토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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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스투(슈크로나 나브루즈베코바)는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조용하고 고요한 시골 마을, 노환으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죽기 전 아들을 품에 안길 바라고 혼자서 파라스투를 키우는 어머니 또한 남편을 그리워한다. 아버지의 행방을 묻기 위해 파라스투는 신화 속 존재인 파리를 만나고자 무작정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타지키스탄의 협곡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저벨 칼란다 감독은 아버지의 공백으로 인해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난을 그린다. 가부장적 사회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대신 전통적 관습에 굴하지 않고 고독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여성의 삶을 차분히 묘사한다. 한 신인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담백한 필치다.
- 첫 장편으로 <또 다른 탄생>을 연출했다. 파라스투의 시선을 통해 어머니 파라빈과 가족의 고민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영화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드러난 ‘부재한 아버지상’에 대한 나의 개인적 사유가 담
BIFF #3호 [경쟁] 갈망과 권위의 목소리, <또 다른 탄생> 이저벨 칼란다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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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한국/2025년/106분/경쟁
9.19 BH 15:50 / 9.20 B2 20:00 / 9.24 L7 17:00
이 영화는 교사의 성희롱 의혹으로 시작되는 학원물처럼 보이지만, 곧 아주 어린 나이에 마주해야 하는 여성들의 선택을 다루는 심리극으로 변주된다. 한국 영화는 종종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 시기는 어린 시절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치열한 입시를 다룬 <명왕성>(2012)이나 학교 내 괴롭힘을 그린 <죄 많은 소녀>(2017)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유재인 감독의 <지우러 가는 길> 역시 사춘기 소녀들이 처음으로 남성과의 관계에서 겪는 불안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처음에는 교사-제자 성추행 사건을 다루는 사회극처럼 보이며, 관객은 선댄스에서 상영된 <Sorry, Baby>(2025, 에바 빅토르 감독) 같은 진상 규명 드라마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 갈등을 슬며시 비껴가며, 이야기가 본질
BIFF #3호 [경쟁] 지우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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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무라 겐키/일본/2025년/95분/미드나잇 패션
9.19 CX 20:30
지난해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게임이 원작이다. 영화도 기본적으론 원작의 구조를 따른다. 플레이어는 지하철 내 통로라는 밀실에 갇힌다. 통로의 ‘이상 현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한 루프의 초현실적 상황을 겪는다. 벽에 붙은 포스터, 문과 환풍구 등의 오브제, 혹은 계속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의 행색에서 묘한 변화를 감지했다면 뒤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 현상이 없다면 다음 통로로 나아가길 반복하며 8번 출구로 탈출해야 한다. 게임은 이러한 설정을 최대한 미니멀하게 압축하여 비현실적인 폐쇄의 공포를 선사했다. 마땅한 이야기가 없는, 게임의 룰만이 존재하는 세계였다. 그러나 영화는 무한 루프에 갇힌 주인공 ‘헤매는 남자’ (니노미야 카즈나리)에게 뚜렷한 서사성을 부여한다. 그의 삶에 주어진 고민과 죄책감이 루프의 과정에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인물의 내적 변화가 생성된다.
BIFF #3호 [씨네초이스] 8번 출구 Exi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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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프랑코 로시/이탈리아/2025년/114분/아이콘
9.19 L2 9:30 / 9.23 B2 20:00 / 9.24 B1 12:00
베수비오 화산 주변 나폴리 지역을 지안프랑코 로시가 3년간 관찰한 결과물인 <구름 아래>는 “베수비오는 세상의 모든 구름을 만든다”는 장 콕토의 시구로 시작한다. 용암의 마력에 장중한 오페라를 입혔던 베르너 헤어조크(<인투 디 인페르노>)나 시적 내레이션을 구사한 사라 도사(<파이어 오브 러브>)와 달리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은 화산 폭발의 스펙터클 대신 그 그림자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집중한다. 유려한 흑백 촬영으로 포착된 영상들은 고고학자들의 세심한 발굴 작업부터 나폴리 소방서의 유쾌한 신고 전화까지를 아우른다. 폼페이 유적을 조심스럽게 복원하는 손길, 도굴꾼들이 파놓은 지하터널을 수사하는 현재가 교차하며 시간의 더께는 서서히 신비로운 실체를 드러낸다. 로시의 정적인 응시는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화산
BIFF #3호 [씨네초이스] 구름 아래 Below the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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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리 최/미국, 캐나다/2025년/103분/플래시 포워드
9.19 C6 16:30 / 9.21 CX 9:00 / 9.23 L4 17:00 / 9.25 L9 17:00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어느 때보다 찬연한 상영작들을 마련했음은 익히 알지만, 플래시 포워드 섹션의 <루의 운수 좋은 날>을 향한 애정을 표명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브루클린 기반의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로이드 리 최의 <루의 운수 좋은 날>은 이민자 출신의 음식 배달부가 겪는 이틀 동안의 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드라마이다. 장편 데뷔작이지만, 감독의 프레임에는 영화사의 흔적들이 아름답게 진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가 주도한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 구축한 주제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애잔한 가장과 그의 곁을 지키는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서사는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연상시키고, 배우의 신체와
BIFF #3호 [씨네초이스] 루의 운수 좋은 날 Lucky 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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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한국/2025년/108분/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9.18 L6 16:30 / 9.19 L6 13:00 / 9.21 L10 19:30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 부부의 사이가 소원해진 지는 오래다. 한집에 살아도 대화할 일 별로 없는 둘은 실상 부부인지 룸메이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런 그들에게도 공통된 화제가 있었으니 바로 윗집 사람들이다. 밤마다 들려오는 층간 소음으로 인해 저마다 난감하고 속내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윗집에 사는 수경(이하늬)에게 호감을 품은 정아는 수경과 김 선생(하정우)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두 커플의 밤은 민망할 정도로 솔직한 대화와 낯 뜨거운 몸짓의 난장을 펼친다.
배우 하정우의 새로운 연출작인 <윗집 사람들>은 도발적이고도 신중한 영화다. 관능적인 무드가 영화 내도록 감도는 가운데 날 선 말들이 혈투를 벌이고, 탁월한 네 배우의 능란한 연기가 다소 느슨한 서사의 실내극에 밀도감을 부여하며 과장된 유머와 허황된
BIFF #3호 [씨네초이스] 윗집 사람들 The People Upst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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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마 다카시/일본/2025년/119분/비전-아시아
9.20 L5 12:30 / 9.22 L9 20:00 / 9.23 C4 13:00 / 9.25 C2 13:30
여기는 지옥의 입구인가, 출구인가. 공업고등학교 재학생 히데미(미나미 사라)는 하굣길에 교정을 빠져나오며 자문한다. 학교에서는 잘나가는 동급생에게 자리를 빼앗겨 바닥에 주저앉는 신세고, 집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마주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히데미에게 숨 쉴 구멍이 있다면 그건 바로 랩이다. 종종 공터에서 동료들과 프리스타일 사이퍼를 주고받으며 거친 말을 내뱉는 그 앞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프로듀서가 나타난다.
첫 장편 연출작 <컬러리스>(2021)에서 색채를 잃어가는 연인을 지켜본 고야마 다카시 감독이 두 번째 영화로 사방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소동극을 만들었다. 감독은 히데미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열어 상처 많은 소녀의 생애로 관객을 접속시키더니 순식간에 그와 유사한 심경으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
BIFF #3호 [씨네초이스] 올 그린스 ALL GR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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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Topic] 오늘의 이벤트
BIFF #3호 [Topic] 오늘의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