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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신들>은 AI를 탑재한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눈으로 분간할 수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로 각각 <보이스피싱> <모기지> <노이즈캔슬링> <페어링> <업데이트>라는 소제목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 안드로이드는 실종된 손자를 빙자해 노인에게 피싱 사기를 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한평생 주인의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노동자로 살거나 길고양이처럼 유기되는 등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오래전 헤어진 연인의 말을 전달하기도 하며 항암 치료를 포기한 작가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등 인간다움을 대체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와 마주치는 인간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귀신들>은 <썰> 등 저예산 영화를 연출한 황승재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인 <구직자들>의 세계관을 확장한 저예산 SF영화다. 영화의 만듦새는 엉성하다. 일단 각본이 화려한 시각효과의 부재를
[리뷰] 퇴마보단 퇴고가 시급하다,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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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증이 있는 클레이 사격선수 태화(이수혁)에겐 새 삶을 제대로 살 마음이 없다. 아버지에게 폐를 이식받아 고비는 넘겼으나 살인자인 아버지 덕에 살아났다는 게 견디기 힘들다. 피해자의 10대 딸 미지(하윤경)를 생각하면 한창 아팠을 때만큼이나 고통스럽다. 그래서 재활도 뒷전으로 미룬 채 태화가 집중하는 건 하나다. 어떻게든 미지를 찾아 그의 부서진 삶을 재건하는 것. 간절함이 통했는지 우연한 장소에서 미지와 만난 태화는 예상보다 더 벼랑 끝에 놓인 미지에게 손을 뻗는다. <파란>은 괴로운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집요하게 헤집어본다. 주인공 태화는 삶이 연장되었다는 기쁨보다 살인자의 폐로 숨 쉬고 있다는 죄책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죄를 끊임없이 내면화하다가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확정 짓고 만 그는 죄를 씻고자 피해자의 딸을 돕는 일에 몰두한다. 영화는 핸드헬드로 잡은 뒷모습과 클로즈업한 생기 없는 얼굴, 타인의 말을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왜곡해서 듣는
[리뷰] 죄책감을 내면화한 인간의 속을 헤집다,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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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제1회 영화평론상 공모에서 염찬희·이명인, 1997년 제2회 이상용·김의수, 1998년 제3회 심영섭, 1999년 제4회 권은선, 2000년 제5회 김소희·정지연, 2001년 제6회 유운성·손원평, 2002년 제7회 변성찬·정한석, 2003년 제8회 정승훈·김종연, 2004년 제9회 남다은·김혜영, 2005년 제10회 김지미·안시환, 2006년 제11회 이현경·이창우, 2007년 제12회 송효정, 2008년 제13회 이지현, 2009년 제14회 송경원, 2010년 제15회 김태훈·오세형, 2011년 제16회 이후경·김효선, 2012년 제17회 우혜경, 2013년 제18회 송형국, 2015년 제20회 박소미·김소희, 2016년 제21회 홍수정, 2017년 제22회 박지훈·홍은애, 2018년 제23회 김병규·홍은미, 2019년 제24회 박정원·조현나, 2020년 제25회 김철홍·오진우, 2021년 제26회 김성찬·이보라, 2022년 제27회 김예
알림 ● 제3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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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Yuh-Jung Youn
1303호 배우 윤여정
<씨네21>은 2021년 설 합본 특대호(1292호)에서 <미나리>로 미국의 각종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집한 윤여정과 전년도 오스카의 제왕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대담을 성사시켰다(줌(zoom)을 통한 윤여정과 봉준호의 대담은 현재 <씨네21> 유튜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기원하며 윤여정의 모든 것을 기록한 특별호를 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소원이 이루어졌다.
그들 각자의 대표작
1315호 배우 이제훈, 박정민
21세기 한국 독립영화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역사에서 <파수꾼>을 빼놓을 순 없다.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이 영화의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뭉쳤다. “앞으로 내가 <파수꾼> 같은 영화를 만나 해낼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난 사실 비관적이야.”(박정민) “나도 스스로 이야기하는 대표작이
<씨네21> 베스트 표지30 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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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는 홍상수를
752호 홍상수 감독
인정하자. <씨네21>은 정말 홍상수를 좋아한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0년 홍상수 감독을 표지로 내세운 홍상수 특별판을 만들었다. 2010년은 <하하하> 개봉과 <옥희의 영화>가 개봉한 해. 의외로 홍상수 감독은 1990년대부터 몇 차례 <씨네21>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번주 표지에도 홍상수 감독이 단독으로 장식한 옛 잡지 한부를 실었다. 여러 권 사서 친구들과 누가 더 빨리 찾는지 내기해보시라.
형님이 담아낸 아우
861호 배우 손현주
<추적자 THE CHASER> 세트 촬영장에서 찍은 <씨네21> 861호 표지. 창간부터 <씨네21>과 함께한 손홍주 당시 <씨네21> 사진기자의 작품이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배우 손현주의 형이다. “동생 손현주가 연기자가 된 후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언젠가 내 동생 현주를 <씨네21>
<씨네21> 베스트 표지30 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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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열연
399호 배우 송강호, 김상경
이 기사에 아쉽게 싣지 못한 ‘아차상’ 목록이 있다. 농구 골대 아래서 레이업슛을 쏘는 박중훈(104호), 펜스를 월담하는 최민식(192호), 옷을 입은 채 샤워하는 김석훈(198호), 이병헌의 겨드랑이를 움켜쥔 송강호(269호) 등 2025년을 기준으로 참신한 사진들의 일군도 포함한다. 399호 표지는 아차상 중 후자에 해당했으나 수차례 검토한 결과 이보다 좋은 그림은 또 없어 베스트 표지로 격상(?)된, <살인의 추억> 표지다.
염정아 발견!
447호 배우 염정아
<범죄의 재구성> 컨셉으로 촬영한 447호 표지다. 염정아는 모든 표지가 빼어나다. 선정의 변 첫째는 염정아가 이 표지를 위해 헤어스타일링에 들인 공 때문이고, 둘째는 염정아가 <범죄의 재구성>으로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며, 마지막은 이 기사 하단에 실린 문자메시지 때문이다. “2004년 새해는 염정아의
<씨네21> 베스트 표지30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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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병헌의 첫 순간
36호 배우 이병헌
‘TV 탤런트’로 출발해 영화배우로서 이제 막 두편의 영화를 찍은 스물일곱의 이병헌. “1996년 한국영화계가 주목할 만한 ‘가능성 있는 배우’”라 소개된 그는 “언젠가 눈빛 하나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의 바다가 열리다
71호 부산국제영화제
“여하간 한국의 첫 국제영화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약간의 저항감과 막대한 기대감 속에서 말이다. 그 막대한 기대감 속에는 아시아영화의 교감과 아시아 인디펜던트 감독들의 지원에 대한 관심이 있는가 하면 경쟁부문이 강화되고 본격적인 영화마켓이 형성되어 주류 영화산업을 부흥시켜줬으면 하는 산업적인 논리 역시 뒤섞여 있다. 두 가지 기대가 서로 길항하면서 향후 부산국제영화제의 행로를 조정해나갈 테지만 어떤 경우든 행복한 건 관객이다. 일반 상업적인 배급망에서는 볼 수 없는 아시아의 진주 같은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조선희 <씨네
<씨네21> 베스트 표지30 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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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잡지의 얼굴이다. 당신이 어떤 <씨네21>을 펼쳐 들건 당신과 <씨네21>의 첫 만남은 언제나 표지였다. 처음 눈을 맞추고 손길이 닿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며, <씨네21>의 서른 번째 생일에 지난 30년간 만든 1500개의 잡지 중 88장의 표지를 모아 오려붙였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씨네21>의 표지에 실린 순간도 담았고, 한 배우에게 평생 빛날 왕관을 포착한 순간도 더했다. 좀더 크게 보고 싶은 표지와 미처 앞에 싣지 못한 다른 표지 30장도 이어 소개한다. 송강호와 전도연, 장국영과 틸다 스윈턴, 박찬욱과 아이유. 30년간 <씨네21>이 언제나 처음처럼 담은 얼굴은 결국 (한국)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난 30년을 상징하는 이름들이다. 이들은 언제나 정점에 섰을 때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다. 모두의 협업으로 지난 30년간 잡지의 얼굴을 꾸려온 만큼, <씨네21> 또한 짧게 자축하고 길게 겸손하겠다
[커버] 30 YEARS 30 COVERS - <씨네21> 베스트 표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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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먼저 만난 적 있다. 전주의 경험이 어떻게 남아 있나.
일정이 빡빡했지만 즐거웠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로 영화제를 찾은 거였다. 예상보다 관객 여러분이 정말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그만큼 질문에 답도 잘하고 싶어서 한마디 한마디를 엄청 고심해서 했던 기억이 난다.
- 인물 자체도 극의 정서도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시나리오의 첫인상은 어땠나.
‘감독님이 어떤 분이실까’ 하는 호기심이 맨 먼저 들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 포인트를 짚어내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강동인 감독님을 만났고 같은 걸 보고 자란 또래라 그런지 잘 통했다. 신나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한 작품을 끌고 가야 하는 연출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시니 신뢰가 갔다.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여느 때보다 컸다. <파란>이 내겐 첫 영화 주연작이고 감독님에겐 첫 장편이니까. 우리가 처음 의논했던 대로 우리
[인터뷰] <파란> 배우 이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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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증이 있는 클레이 사격선수 태화(이수혁)는 다시 살게 됐지만 기쁘지 않다. 뺑소니 사고로 사람을 죽인 아버지의 폐를 이식받아 생명을 유지한다는 게 못 견디게 괴롭다. 고통스러운 일은 하나 더 있다. 피해자에게는 학생인 딸 미지(하윤경)가 있다는 것. 태화는 미지를 돕기 위해 그를 수소문한다. 결국 미지를 만나지만 남겨진 소녀의 부서진 삶이, 새롭게 발견한 더 아픈 진실이 태화를 뒤흔든다. <파란>은 이를테면 배우 이수혁의 다른 사용 설명서다. 그는 환상성이 완전히 걷힌 모습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버석한 얼굴, 초점 없는 눈동자, 섬약한 목소리, 위축된 걸음걸이. 아름답지 않은 이수혁은 현실적인 허구에서 더 큰 가능성으로 빛난다. 4월9일 <파란>의 개봉을 앞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앞선 사진 촬영에서 초단위로 포즈를 바꿔 경탄하게 했던 이수혁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영화에 대해 논할 땐 수줍어하며 비현실적인 외양에 대한 거리감을 확 좁혔다. 이어지는
[커버] 비현실의 현실화 - <파란> 배우 이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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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읽기
요즘 한국소설을 주로 읽고 있다. 한국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한국어의 매력을 알고 나니 자꾸 찾게 된다. 최근에 재밌게 읽은 한국소설은 박완서 작가님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다. 내가 모르는 시대를 책을 통해 생생하게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걷기
생각이 많아진다 싶으면 일단 나가서 걷는다. 동네를 구경하고 주변 풍경도 보다보면 환기되면서 복잡한 마음이 정돈된다. 만보를 채우는 게 매일의 목표라 그걸 위해서라도 걷는다.
베이킹
베이킹을 조금씩 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하는 건 아니고 괜찮은 레시피를 발견하면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따라 해보는 정도다. 맛은 보장 못해도 힘들여서 완성한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최근 제일 마음에 드는 완성작은 고구마 크럼블 파운드케이크!
자기 전 일기 쓰기
밤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지는 일기 타임을 좋아한다. 오늘 있었
[LIST] 오예주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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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4월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이하 <카이에>) 1호가 세상에 나왔다. 헤드라인 없이 스틸 사진 한장으로 장식된 30쪽짜리 노란 잡지가 영화의 역사를 바꾸어놓을 거라 짐작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120년 넘는 영화의 역사 속에 수많은 영화잡지들영화에서 정치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이 명멸했지만 <카이에>의 등장만큼 깊고 묵직한 영향력을 미친 사건은 희귀하다. <카이에>에 완벽한 기사가 실려서가 아니다. <카이에>의 글이 영화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도 아니었을뿐더러 알려진 위상에 비해 많은 대중에게 읽히지도 못했다.
<카이에>가 영화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잡지로 기록되고 기억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카이에>는 질문하는 잡지였다. 주류의 가치관과 통념에 저항하고, 숨겨진 걸작들을 발굴하며, 영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과감한 제언을 멈추지 않았다. 때때로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②] 우리는 질문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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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의사이며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이 두개가 공존할 수 있을까 싶지만 디즈니+ 드라마 <하이퍼나이프>의 신경외과 의사 정세옥(박은빈)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걸 해내는 사람이다. 17살에 연신대 의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천재, 세옥은 ‘뇌’를 사랑한다. 그는 수많은 갈래의 길처럼 보이는 뇌 사진을 들여다보며 “이 길들을 다 못 가보고 죽으면 어쩌죠?”라며 걱정하고, 수술실에서는 희열을 느낀다. 이런 그의 면모는 의사의 훌륭한 자질로 여겨질 수 있지만, 세옥은 자신이 좋아하는 수술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이코패스’다. 그리고 살인마이기도 하다. 그 명민한 두뇌로 살인을 ‘잘’ 저지른다. 세옥은 그의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덕희는 천재 의사로서 세옥이 인정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천재인 면만 그런 게 아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점도 똑같다. 다른 게 있다면 세옥은 충동적인 반면, 덕희는 계획적이고 치밀하다는 것. 두 사람은
[오수경의 TVIEW] 하이퍼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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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떤 이야기가 전주를 찾을까. 지난 4월 1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번 축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 영화제를 정돈하는 폐막작은 김옥영 감독의 <기계의 나라에서>가 선정됐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라두 주데 감독은) 유럽에서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으로 전 과정이 스마트폰으로 촬영돼 SNS처럼 온라인의 즉각성을 반영했”다며 개막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문석 프로그래머는 “10년 넘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김옥영 감독의 연출 데뷔작답게 새로운 방식으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접근하는” 작품이라며 폐막작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한국 경쟁작에 대한 기대도 예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코리안시네마 상영작은 총 38편(장편 20편·단편 18편)으로 선정 과정부터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양적 참여도가 무척 높았지만 전반적으로 질적 수준도 매우
5월이 오면 언제나 전주로! - 개막작 <콘티넨탈 ’25>, 폐막작 <기계의 나라에서>… 역대급 수준의 한국경쟁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