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과 <씨네21>의 첫 번째 인터뷰. 홍상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대하여.
날짜 1996년 4월19일
장소 서울
사진 오계옥
[Archive]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인터뷰
-
성수동의 ‘무비랜드’는 일반 영화관과 다르다. 개봉작 대신 ‘이달의 큐레이터’로 선정된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영화를 상영한다. 코미디언 문상훈,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 배우 박정민·이제훈, 감독 엄태화, 가수 버논 등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들이 그간 취향을 공유해왔다. 매주 목~토, 오후 1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며 무비랜드의 1층은 매표소와 기념품 판매 공간, 2층은 예매자들의 대기 공간, 3층은 30개 좌석의 단관 극장으로 구성된다. 극장에선 매일 1편의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의 큐레이터는 민희진 프로듀서로 <스플래쉬> <400번의 구타> <남과 여> <수영장> <나쁜 교육> 등 총 5편을 상영 리스트에 올렸다. 자세한 일정은 무비랜드 홈페이지 및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태리차차 성수
무비랜드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골목 안쪽에 위치한 식당으로 정갈한 입구에 들어서
[씨네트립] 무비랜드
-
밥상 위에 히트곡이 너무 많아 접시를 비우기도 전에 다음 곡이 밀려온다. 영화 <마이클>은 127분의 러닝타임 중 절반가량을 노래로 채운 ‘히트곡 메들리’다. 놀라운 건 1988년까지만 다루면서도 <Man in the Mirror> <Smooth Criminal> <Rock with You> 등 수많은 대표곡을 미처 담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팝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는 이것만으로도 완벽히 증명된다.
영화의 맹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어떻게 이 위대한 노래보다 더 위대한 삶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 노래를 만든 장본인의 삶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앤트완 퓨콰 감독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영화는 춤과 노래를 담는 데만 전심전력을 다한다. <마이클>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영화적 리듬이 뛰어나서라기보다 플레이리스트가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전반부까지는 비교적 잘 작동한다. 서
[커버] 온화하고 무해한 이미지로 방어하기 – 이병현 평론가의 <마이클>
-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건 그의 형 저메인 잭슨의 아들, 자파 잭슨이다. 대중문화 역사의 얼굴이 되기로 한 어린 조카는 기꺼이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당사자의 생전 습관과 손짓의 각도, 음성적 버릇까지 많은 것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사실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팝의 아이콘을 연기하기란 혈연이라는 안정된 토대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혈연이기에 가족들로부터 훨씬 더 엄격하고 철저한 평가를 요구받았을 것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인물을 재현하기 위해 <마이클>은 무엇을 선택했을까. 의상, 분장, 연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끗을 올린 디테일을 들여다본다.
- 01 -
영화 캐스팅 초기 단계에 자파 잭슨이 주연 후보로 거론될 것을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삼촌과 놀라우리만큼 닮았다는 말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마이클 잭슨의 타고난 재능을 구현해내는 건 도전을 넘어 책임에 가까운 일이었다. 자파 잭슨도 말한다. “나는 배우를 꿈꿔본 적도 없다. 오히려
[커버] 부활의 방정식 - 마이클 잭슨을 구현한 의상, 분장, 연기 디테일
-
-
만약 누군가가 도대체 마이클 잭슨이 얼마나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말문부터 막힐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금 대담하게 말해보자. 그는 21세기 사람들이 흔히 ‘팝’이라고 부르는 장르 아닌 장르를 개척해 완성한 사람이다. 종잡을 수 없는 대중과 까다롭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평론가들의 입맛 모두를 평등하게 사로잡아버린, 장르·인종·국경의 벽을 넘어 달콤하고 완전한 팝의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사람. 그가 바로 마이클 잭슨이다.
마이클 잭슨의 존재감을 ‘산소와 중력’에 비유한 잡지 <롤링스톤>의 반응은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수천만을 넘어 억 단위로 올라가야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기록적 판매량이나 후대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력을 굳이 셈할 필요도 없다. 팝 음악의 역사는 마이클 잭슨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게 음악 업계의 정설이다. 그는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 사이 인종의 벽을 부수고, 아무도 넘지 못할
[커버] 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대단해? - 마이클 잭슨의 대중문화적 영향과 의미를 담은 <마이클> 속 장면들
-
포털사이트에 ‘팝의 황제’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마이클 잭슨 위키 사이트가 나온다. 기묘한 일이다. ‘팝’은 마이클 잭슨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황제’ 또한 오직 그만을 위한 수식어가 아닌데 두 키워드가 조합됐을 때 인터넷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 나를 그에게 인도한다. 언뜻 보기에 누구에게나 갖다 붙일 수 있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이지만,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딱 한명만 가리키며 고정돼버린 것이다. 따라서 팝과 마이클 잭슨의 운명적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전기영화 <마이클>의 핵심을 간파하는 것에 가깝다. 팝이라는 장르에서, 더 넓게는 대중음악의 카테고리 안에서 마이클 잭슨이 점유한 것은 무엇인가. 세기를 압도하는 그의 장악에는 어떤 사회적 함의가 포함돼 있나. 유행이나 트렌드같이 단편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턱없이 모자란, 길고 오래된 역사적 맥락이 하나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이클>은 어린 마이클 잭슨(줄리아노 크루 발디)이 형제들과 함
[커버] 음악을 디딘 독립, 자유, 해방감 - <마이클>이 정의한 마이클 잭슨의 혁명
-
팝의 황제, 대중음악의 아이콘, 무대 위의 혁명가. 그 어떤 수식어를 떠올려도 실제 현실에서 마이클 잭슨이 쌓아올린 문화적 변혁과 정점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지 않아 세계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시절에도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원형이자 진정한 의미의 월드 스타. 오직 무대에서만 펼쳐지는 마이클 잭슨의 예술적 페르소나를 사랑한 이들은 검은 바지에 흰 양말, 한쪽짜리 장갑과 무심한 페도라 등 그의 시그니처 패션을 따라하며 그가 되길 원했다. 대중음악사에서 이제는 하나의 장르이자 클래식이 되어버린 사람. 영화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의 자전적 일대기를 발판 삼아 그가 오랫동안 지녀온 억압과 속박, 책임과 지배를 속절없이 고백한다. 마이클 잭슨은 지구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가 대중음악사에 남긴 상징과 의미를 되새기고, 이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 <마이클>이 고군분투한
[커버] 팝의 전설, 영원히 - <마이클>을 통해 다시 보는 마이클 잭슨의 대중문화예술적 의미부터 분장·의상 제작기까지.
-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은 옛말일까. 사회경제적 이유로 아이 하나를 낳기도 주저되는데, 마을 전체가 아이 한명을 양육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까. 위 문장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보수당이 광부 공동체를 탄압한 1980년대 영국. 분노와 무기력 속에 신음하던 더럼카운티의 탄광촌에 발레 유망주 빌리 엘리어트가 등장한다. “이 마을엔 희망이 없다”고 냉소하는 발레 강사 미세스 윌킨슨도, 파업의 여파로 함께 굶주리던 노동자 조합원들과 (노조의) ‘배신자’도, 기약 없는 잿빛 미래 속에 불꽃을 내뿜는 소년에게 어떻게든 앞길을 내주려 십시일반으로 돈을 그러모은다.
한편 이야기 바깥에서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어른의 지원으로 완성된다(어린이 배우를 훈련시키는 프로덕션의 커리큘럼은 <씨네21> 1553호, 스티븐 돌드리 감독 일대일 인터뷰를 참조해도 좋다). 빌리가 수많은 발레 포지션과 탭댄스를 유려하
[culture musical] <빌리 엘리어트>
-
출시 2026년 4월28일
제작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유통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기종 PS, XBOX, PC
<디아블로 IV>의 두 번째 확장팩이자 본편과 <디아블로 IV: 증오의 그 릇>에서 이어지는 ‘증오의 시대’ 서사를 완결하는 <디아블로 IV: 증오의 군주>가 발매됐다. 성역에 돌아와 천상과 전쟁을 일으키려던 ‘증오의 딸’ 릴리트에 맞서고자 플레이어=방랑자와 일행들은 그녀의 아버지인 대악마 메피스토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영혼석의 봉인에서 벗어나 선지자 아카라트의 육체로 부활한 ‘증오의 군주’를 막기 위해 인류의 운명이 걸린 최종 결전을 치러야 한다. 1996년 1편이 나온 이래 생애에 걸쳐 몇번씩 선과 악의 전쟁을 수행한, 그래서 디지털 폐지 줍기의 추억을 공유하는 아저씨 유저들은 또다시 현생을 잠시 뒤로하고 성역으로 복귀했다. ‘핵 앤드 슬래시’ 액션 RPG 장르의 대표 프랜차이즈로서 <디아블로> 시리즈는 루팅
[culture game] <디아블로 IV: 증오의 군주>
-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 아카데미 출품 자격 얻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최고상 격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출품 자격을 얻게 됐다. 최근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시상식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각국 선정위원회가 선정하는 공식 출품작 외에도 아카데미가 지정한 세계 6대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에는 별도의 출품 자격이 부여된다. 기존에는 국가별로 단 한편의 영화만이 공식 출품될 수 있었으나 아카데미 규정상 요구되는 자격, 극장 개봉 및 제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국제장편영화상 심사 대상으로 제출될 수 있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쟁부문 신설 불과 1년 만에 이룩한 쾌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은 뛰어난 아시아영화를 발굴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더욱 뜻깊고 영향력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헌, 이모개 촬영감독 첫 연출
[국내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은 아카데미 출품 자격&이병헌 <남벌> 출연 확정
-
36년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대만 뉴웨이브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가 지난 5월6일 36년 만에 재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저작권자의 상영 철회 요구로 극장 상영이 취소되었다. <비정성시>의 제작자이자 저작권자인 구복생은 개봉 일주일 전인 4월29일, 한국의 극장사들에 “<비정성시>는 권리자가 단독으로 제작·관리하는 작품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판권 역시 당사가 합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어떤 기관에도 관련 저작권을 제3자에 양도해 한국 내 저작권을 허가한 적이 없다”라고 쓴 공문을 보냈다. 구복생 제작자 이외에도 대만영상음향자료원(TFAI),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 우디네극동영화제가 “<비정성시>의 저작권자는 구복생이 유일하다”는 내용의 공식 확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구복생은 1947년생 대만 국적의 영화제작자로 타이완섬을 넘어 중화권 걸작을 다수 제작하였다. 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포커스] 영화산업의 질서유지(維護電影圈秩序), <비정성시> 재개봉 취소를 둘러싼 사정
-
고백하자면 <씨네21> 입사 전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좋고 싫고, 또는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그 언어의 울타리 안에 발을 디디지도 못했다. 몇 가지 그럴듯한 핑계가 있지만, 돌이켜보니 가장 큰 이유는 보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게 홍상수 영화는, 늘 직접 보는 것보다 정교한 언어로 주석을 달아놓은 글들을 보며 읽는 쪽이 더 흥미로웠다.
홍상수 영화를 둘러싼 비평의 언어가 흥미로웠던 건 특별히 고결하거나 심도 있는 통찰 때문은 아니다. 홍상수 영화에 화답하는 글들은 (그 영화와 닮아서) 모두 어딘가 꼬여 있다. 아니면 헤매거나. 때때로 조롱과 혐오가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 보잘것없음이 불편하고 불쾌할지라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계속 흘끔거릴 수밖에 없도록 유혹한다. 거칠게 말해 먹물들의, 혹은 먹물이 되고 싶은 이들의 혐관(혐오 관계)이라고 해도 좋겠다. 2000년대 홍상수 영화는 확실히 지식인(을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홍상수 영화’라는 덩어리, 불가항력의 궤적
-
컷의 호흡이 빨라진 영화들에는 대개 이미지라인이 무너져 있다. <두 검사>는 그 선을 끝까지 지키다가, 단 한번 넘는다. 감방 안에 갇힌 전임 검사 스테프냐크(알렉산드르 필리펜코)가 면회 온 신임 감찰 검사 코르녜프(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에게 자기 몸의 고문 흔적을 보여준 뒤 자리에 돌아와 앉는 순간, 앞선 대화와 다르게 카메라가 처음으로 그 선을 넘어간다. 이 영화는 이 한번의 선을 넘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화면비와 색, 프레임, 일반 민중의 얼굴을 통해 말한다. 그렇게 넘어간 선 위에서 스테프냐크는 코르녜프에게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진실을 말한다. 감옥의 문이 열리며 시작해 닫힐 때까지 이 영화의 화면비는 이 선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
1.37:1 화면비는 아카데미 비율이다. 1.33:1과 1.37:1 둘 다 대략 비슷한 4:3의 화면비율이지만 유성영화가 등장하며 프레이밍은 확실히 달라진다. 무성영화는 1.33:1 화면비였지만 유성영화의 도입으로 필름 왼쪽에
[박홍열의 촬영 미학] 수직의 중력, 회색의 계조 – 박홍열 촬영감독의 <두 검사>
-
싱글맘 마고(엘 패닝)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동안, 마고의 부모 역시 따로 또 같이 눈앞의 위기를 헤쳐나간다. 샤이앤(미셸 파이퍼)은 독실한 크리스천인 새 남자 친구와의 재혼에 딸의 출산 소식이 어깃장을 놓을까 전전긍긍한다. 모처럼 딸 곁으로 돌아온 징크스(닉 오퍼먼)는 이제 막 진통제 중독에서 벗어난 퇴물 프로 레슬러다. 언뜻 마고가 철없는 두 부모를 양육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또한 수없이 헤쳐온 삶의 위기로부터 지혜를 총동원하며 마고에게 더 나은 삶을 상속하려 애쓴다.
- 두 배우 모두 마고의 엄마나 아빠로만 요약할 수 없는, 입체적 캐릭터를 연기했다.
미셸 파이퍼 나도 샤이앤과 같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출신이다.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풀러턴에서 유년기를 보낸지라 대본을 읽자마자 샤이앤을 잘 알 것 같았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훌륭한 출연진, 작가진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로스앤젤레스를 떠나지 않고도 촬영할 수 있다니. 샤이앤과 사랑에 빠
[인터뷰]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만드는 법 -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배우 미셸 파이퍼, 닉 오퍼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