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3 – 확장
- 미쟝센영화제는 계속해서 단편영화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년도 수상작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어떻게 결정됐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이상근 영화의 가치가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작은 모니터 화면, TV에 들어간다 한들 사라질까를 집행위원들과 논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과 많이 만나는 게 정말 더 좋은 일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종필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넷플릭스에서 수상작들과 집행위원 감독들의 단편을 볼 수 있었는데 참 좋았다. 지난해 수상작들을 다시 보는 것도 좋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한 윤가은 감독의 단편영화 <손님>을 보았는데 정말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과거의 단편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이상근 중요한 포인트다. 단편영화는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어디 소개되어도 볼 데가 없다. 사실 넷플릭스에 공개되면 단편영화의 대중화에도 좋고, 무엇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가정의 평화에도 기여한다. 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유재선 미쟝센영화제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은 영화제다. 표가 매진되고 단편영화를 보고자 해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상작들을 손쉽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이옥섭 더 많은 사람들이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온라인이 영화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제를 통해 발견된 작품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돕는 확장이다.
한준희 노골적인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자식의 이름이 나오면 부모님들이 으쓱해했다. 요즘에는 그와 더불어 넷플릭스에 작품이 공개됐다는 게 좋은 자극이자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확장은 집행위원단에서도 벌어졌다. 집행위원이 기존 7인에서 10인으로 늘었다.
이상근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에 우리와 뜻이 잘 맞는 심사위원들에게 권유를 했다. 물론 함께하지 않는 분들이 안 맞았다는 뜻은 아니다. 장재현 감독이 농담처럼 자기보다 어린 분들을 집행위원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 70년대생 감독들을 언젠가 자를 거라고. (웃음) 집행위원단은 계속 확장시키려고 한다.
윤가은 집행위원들은 늘어날 수 있다. 여성감독들도 더 들어올 수 있다.
이종필 장재현 감독이 쓱 오더니 갑자기 “형님, 우리 또 같이하는 거죠?”라면서 영입을 제안했다. 나도 모르게 함께하게 됐다. 진득이 앉아서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왜 함께한다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여기에 오면 즐거워서인 것 같다. 세상에 나와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다들 프로페셔널한 것 같은데, 나도 프로가 되어야 하나’ 고민하며 세상과 직면하던 중이었다. 이런 경험을 새로운 세대에게도 주고 싶다. 우린 아마 몇년 하고 안 하지 않을까?
이상근 아니다, 여기서 못 나간다!
유재선 심사위원 제의는 엄태화 감독에게, 집행위원 제의는 장재현 감독에 받았다. 아마 내가 미쟝센영화제와 가장 거리가 먼 외부인이 아닐까. 7편의 단편영화를 출품했지만 전부 다 떨어졌다. 막상 집행위원으로 들어와 집행위원 감독들이 영화제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놀랐다. 그리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내가 어느새 전염돼 있었다.
이충현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영화제 중반쯤 집행위원장이었던 장재현 감독에게 같이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들었다. 고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답했다.
이옥섭 취향이 다양한 감독님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시선이 모일 때 더 흥미로운 영화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유재선 감독의 <영상편지>, 이종필 감독의 <불을 지펴라>, 이충현 감독의 <몸 값>같은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런 서로 다른 취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 미쟝센영화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조성희 새로 합류한 감독들은 우리가 평소에 익히 아는, 굴지의 영화들을 만든 분들이라 모두들 환영했다. 사실 우리 집행위원들이 서로 조금씩 미안해하는 게 있다. 작품 프로덕션 중인 사람들은 잘 참여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행위원이 늘어나니까 책임감과 미안함이 좀 분산돼 다들 반가워한다.
장재현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새로운 집행위원이 계속 합류할 것이다. 선배 감독들에게 부탁드리긴 그렇고, 집행위의 또래 감독들을 계속 섭외해서 늘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들 현역이라 집행위원 7명만으로는 영화제 일을 모두 배분할 수 없어서 인원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영화를 개봉하면 다음 집행위원장을 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
엄태화 장재현 감독이 이런 시스템을 정해서 집행위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어봤을 때 다들 좋아했다. 새로운 감독들이 계속 수혈되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되는 통로가 하나 만들어진다고 생각됐다.
키워드4 – 세대
- 막 초기작을 내놓는 세대의 영화가 지닌 새로운 경향과 표현 방식이 있다면 개괄해달라.
이종필 요즘 영화들은 끙끙대는 게 덜하고 산뜻하다. 어떤 영화들은 용쓰는 모습이 너무 없어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 애쓰는 모습이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해내는구나 싶은 영화를 볼 때 좋다.
유재선 난 오히려 요즘 세대의 영화들이 더 용을 쓰는 것 같다. 예전엔 영화제가 유일한 출구였다. 이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그 영상이 목적에 맞게 가야 하는 집이 많아졌다. 단편영화제에 제출하려는 영화들은 영화적인 느낌을, 영화성이란 걸 더 정당화하려는 듯하다.
이옥섭 SNS의 영향인지 자기 관찰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창작자들이 많아졌다. 자신의 감정이나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많아졌고. 다만 때때로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조성희 어렴풋하게 느끼는 건, 관객이든 창작자든 서사 플로팅보다 캐릭터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에서 코미디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한 인물을 연기하는 영상들도 그렇지만, 스토리에 관한 관심이 덜하고 캐릭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느냐에 좀더 주목하는 것 같다.
장재현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준희 창작자로서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 각자가 갖고 있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이충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그래서 과거 수상작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오히려 더 과감하게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신인감독들에게서 배운 점이 있다면.
윤가은 새로운 세대는 영화를 도구처럼 사용한다. 비유하자면, 한땀 한땀 손바느질해서 만드는 의상과 미싱으로 빠르게 만드는 의상과 같은 것이다. 그 기술적 차이로 영화들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두 가지 길이 합쳐진 영화를 기대한다. 한땀 한땀의 영화로서의 장점과 미싱의 영화로서의 장점이 융합돼 폭발적인 무언가가 나올 때가 되었다. 그런 영화들이 궁금하다.
유재선 새로운 창작 세대가 훨씬 더 어려운 조건 속에서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영상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높고 사람들이 웬만한 영상 이미지는 다 보았다고 생각하는 환경 속에서 신선함을 제공해야 하니까.
이옥섭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하기보다 좋아할 사람만 좋아해도 된다는 태도를 배우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선명하게 밀고 나가는 용기라고 할까. 그런 태도 덕분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다.
엄태화 큰 사건이 없이도 정서와 공기를 담아내는 연출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업영화를 만들다 보니 사건을 만드는 쪽으로 머리를 쓰게 된다. 젊은 감독들이 그런 무드를 만들어내는 걸 보고 내가 그런 것에 너무 소홀했던 거 아닌가 생각했다.
조성희 폐막 후 수상작을 상영하고 GV를 열었을 때, <스포일리아>를 만든 이세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부분을 교수님을 찾아가 A부터 Z까지 배워서 감독 혼자 3년간 만들었다고 들었다더라. 그 집념과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키워드5 – 미래
- 앞으로도 미쟝센영화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재선 최고의 단편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제는 계속돼야 한다.
장재현 산업적 이유와 개인적 이유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영화계에서 <올드보이><살인의 추억> 같은 모범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왔다. 지금은 산업이 늙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새로운 창작자가 나와야 선순환이 될 것 같다. 미쟝센영화제가 10~20년 전에 없었다고 생각하면 나를 포함해서 지금 자리에 없을 감독이 많다. 그건 정말 무섭고 아찔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나는 미쟝센영화제의 수혜자라 갚을 게 많다. 받아먹기만 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옥섭 새로운 영화는 항상 주변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의 감독들도 한때는 처음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었다. 그 처음을 발견하는 공간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이충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쟝센영화제가 열리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영화를 하려던 이들이 원동력을 많이 잃었다. 영화과 수업도 화상으로 열리고, 영화제들도 많이 없어지다보니 단편영화를 만드는 에너지가 줄었다. 미쟝센영화제는 그 원동력과 창작 욕구를 줄 수 있어 꼭 필요하다.
엄태화 새로운 물이 내려와야 웅덩이가 깨끗해진다. 흙을 파내고 물길을 만들기 위해선 이 영화제가 필요하다.
조성희 관객들이 원하기 때문에 미쟝센영화제는 계속돼야 한다. 누군가가 원하지 않으면 영화제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만 관객이 원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웃음)
윤가은 미쟝센영화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한테 진짜 중요한 영화제다.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사회로 가고 있지만 사람들이 영화에 원하는 건, 눈치보지 않고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품은 생각이 뭔지도 모르겠고 사회에 필요한 게 뭔지 몰라 혼란스럽다. 하지만 여기 미쟝센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거나 다른 감독들을 만나면 ‘내가 무얼 해야 하는 사람이고, 어떤 고민을 담아서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덤벼야 할까’를 질문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감독에게 큰 영감과 자극이 된다.
장재현 그리고 10년만 더 버텨보고 다음 생각을 하려고 한다. 10년을 버티고 집행위원이 30명쯤 모여서 후배 감독들이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나가주세요”라는 말을 듣는 게 꿈이다!
한준희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영화제가 길게 지속됐으면 한다. 별의별 일이 다 있어도 영화제가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 나는 미쟝센영화제가 열린 첫해부터 참석했다. 내가 관객, 경쟁작 감독,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시간만큼 더 지속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