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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있었지만 드디어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일보다 이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시네필들의 환영의 목소리 역시 뒤따랐다. 여느 때보다 화려한 개막식과 이후 이어진 개막작 상영 후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래왔듯 <어쩔수가없다>를 본 누구나가 자기만의 리뷰를 쏟아낸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고, 얹고 싶지만 또 그것이 이 영화를 완전히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부산에서 <어쩔수가없다>를 먼저 본 송경원 편집장이 주간지의 숙명을 받아들여,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이 영화를 뜯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누른 채 ‘어쩔 수가 없이’ 첫 리뷰를 보내왔다. 향후 끊임없이 이어질 다양한 감상과 영화를 향한 수다의 촉매가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원작 <액스> 그
[기획]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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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닝 쇼>는 한편의 방송이 송출되기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인원을 프레임에 담는다. 그들 중 일부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하지만, 그 그림자에 파묻힌 미디어 노동자들의 심경까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해부한 작품은 손에 꼽을 것이다. 드라마 속 아침 방송의 프로듀서 미아, 기상캐스터에서 앵커로 승격한 얀코, 그리고 신입 진행자 크리스티나를 연기한 배우 캐런 피트먼, 네스터 카보넬, 니콜 비하리도 동의했다. 그들은 시즌4의 인물 관계도를 암시하면서 조연들까지 고유하게 존재하는 <더 모닝 쇼>의 진가를 상기시켰다.
미아 조던 역 캐런 피트먼
“시즌4를 <더 모닝 쇼> 최고의 시즌으로 꼽고 싶다. 이 시리즈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깊어지고, 우리가 지향하는 협업의 기준점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매 시즌 그걸 해내고 있다. 이번 시즌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인종, 문화 배경이 다른 여성들간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한국계 미국인
[인터뷰] 그들 각자의 고유한 존재감으로, <더 모닝 쇼> 시즌4를 함께 만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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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프렌즈>의 자매로서 호흡을 맞춘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스 위더스푼은 2020년대를 <더 모닝 쇼>의 동료로서 헤쳐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성으로 생존해온 경험을 살려 각각 알렉스와 브래들리라는 입체적 인물을 조형했다. 아침 방송 진행자에서 언론사 중역으로 발돋움한 알렉스,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저널리즘을 수호하려는 브래들리는 배우인 동시에 프로듀서로 나아간 두 베테랑의 몸을 빌린 덕에 선명해졌다. 네 시즌에 걸친 연기 및 제작 과정을 회고하기 위해 브라질, 베트남,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 취재진을 화상으로 대면한 애니스턴과 위더스푼은 그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었다.
-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관계는 시즌을 거듭하며 변해왔다. 지금 이들은 어디쯤인가.
리스 위더스푼 시즌4가 시작할 때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사이는 다소 삐걱거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렉스가 브래들리를 못마땅해 한다.
제니퍼 애니스턴
[인터뷰] 이것은 두 친구들의 러브 스토리다, <더 모닝 쇼> 시즌4 배우 겸 총괄 프로듀서 제니퍼 애니스턴, 리스 위더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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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언제 잠에서 깨어나 허리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하루의 시작점이 다를지언정 태양은 매일 우리 머리 위에 뜬다. Apple TV+ 시리즈 <더 모닝 쇼>를 채우는 인물들은 그 거스를 수 없는 운동에 익숙하다. 오전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새벽을 사는 그들은 각자의 목표와 지향을 품되 ‘온에어’라는 일출만큼은 함께 맞이한다. 하지만 간판 진행자가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고나서부터 ‘방송국 놈들’의 전우애는 일그러진다. 의심이 벌려둔 틈새로 낯선 얼굴도 파고든다. 그것이 전국구 유명 앵커 알렉스(제니퍼 애니스턴)와 지역 언론사 기자 브래들리(리스 위더스푼)의 첫 만남이었다.
이전투구에 능한 사회인들의 이합집산을 세 시즌째 쫓아온 <더 모닝 쇼>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1을 추동한 사건이 시즌3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매듭을 지었고, 시즌4에서 주인공들은 또 한번 지도 없는 모험을 떠난다. 미투 이후의 일터를 상상하던 에미
[기획] 다시 한번, 온에어, 시즌4 맞이한 <더 모닝 쇼>의 주역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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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대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관계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은중과 상연, 두 사람은 10대부터 40대까지 넘나들며 재회와 절교를 반복한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를 연출한 조영민 감독은 질투, 동경, 애정, 증오가 복잡하게 얽힌 두 인물의 연대기를 차분한 호흡으로 그려낸다.
- <은중과 상연>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 처음에 3부까지 대본을 받아봤는데 소소하지만 잘 읽혔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작품들의 성향이 그래서인지 잔잔한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데 그게 내 취향에도 잘 맞는다. (웃음) 다른 사람들이 왜 이 작품을 맡았냐고 물으면 “이상하게 은중과 상연이라는 사람이 신경 쓰였다”고 답하곤 했다. 이들이 어떻게 10대부터 40대까지 함하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 들여다보니 은중과 상연은 어떤 인물이던가.
= 은중은 평범
[인터뷰] 질투, 선망, 애증을 전부 끌어안은 관계였다, <은중과 상연> 조영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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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연상호 감독이 토론토에 머물 때 국내에선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토론토 시간으론 새벽 3시지만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연상호 감독다운 보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피곤해 죽겠다”면서도 생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극장 영화를 개봉하는 거라 재밌다”고 했다. 오랜만에? 올 3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을 봤는데 무슨 소린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넷플릭스 영화고, 극장 영화는 2020년 <반도> 이후 5년 만이다. 앞을 못 보는 노년의 전각 장인 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동환(박정민), 그리고 백골로 발견된 아내 영희(신현빈)의 연대기를 극장용으로 엮어내기 위해 연상호 감독은 2억원이란 저예산을 투입해 13회차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 <얼굴>을 처음 공개한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 성과주의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얼굴> 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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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사실 확인에 대한 일부의 의문 때문이다. 지난 9월13일 서울 잠실에서 찰리 커크 추모 집회가 열렸으며 5천명 규모의 참가자들이 운집했다는 소식이 우파 계열의 매체들에서 일제히 보도되었고 여러 사진과 동영상들이 SNS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른바 ‘메이저’ 매체들에서는 보도된 바 없고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그 사진과 동영상이 모두 AI로 합성된 가짜 뉴스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도 판단할 방법은 없지만, 워낙 허를 찌르는 상상 밖의 집회였는지라 주요 매체가 취재하지 못했을 뿐 사실 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도 아닌, 그것도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했던 한 청년 인플루언서의 비극적 죽음에 멀리 한국에서 추모 집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찰리 커크의 추모 집회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니까. 이제 신우익 운동은 확연
[홍기빈의 클로징] ‘잠실의 찰리 커크 추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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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환점을 돌아 완주를 향해 달려가는 칙칙폭폭 BIFF 열차. 주말이 다 지났는데도 현장의 열기만큼은 불타는 월요일이다. 지치지 않고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열정은 거세게 부는 바람마저 막을 수 없다.
마카오, 대만, 홍콩을 가로지르는 범-동아시아 퀴어 로맨스 영화 <걸프렌드>의 감독과 출연진 6인방이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이번 정착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왼쪽부터 배우 밍치 첸, 배우 나탈리 쉬, 배우 제니퍼 유, 트레이시 초이 감독, 배우 엘리즈 라오, 배우 엘리자베스 탕, 배우 피시 리우.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의 포토콜을 보기 위한 오후 네시의 하늘연극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층과 3층까지 가득 메운 관객을 위해 손을 뻗은 배우 이진욱(왼쪽부터), 임선애 감독, 배우 금새록, 배우 유지태. 하늘연극장에서 팬미팅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로 독자들의 마음을
BIFF #7호 [화보] 반환점을 돌아도 열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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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사위원이면서 체급을 키운 할리우드 신작과 돌아온 <빅 볼드 뷰티풀>의 코고나다, 일본에서 22년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사 영화로 등극 후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한국을 찾은 <국보>의 이상일 감독을 각각 만났다. 이상일, 코고나다와 더불어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시청 3억 뷰를 돌파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원작을 재해석한 <결혼 피로연>의 앤드루 안 감독까지 국경 너머로 저력을 뻗친 한국계 감독들이 영화의전당에 한데 모였다. 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경계를 넘나드는 아시아 필름메이커들의 정신적,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와의 협업
<악인>을 계기로 작가 요시다 슈이치와의 협업을 시작한 이상일 감독은 2010년대 초 무렵부터 여러 해에 걸쳐서 그와 함께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에 관한 자료를 찾고 이야기
BIFF #7호 [스페셜] 경계에서 중심까지, 활약하는 한국계 감독들 ② 이상일 감독, <국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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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리즈 연출작 <파친코> 시즌1 촬영 당시 부산에 머물렀던 코고나다가 전작 <콜럼버스>(2017), <애프터 양>(2022)보다 한결 규모가 커진 신작으로 이 도시에 돌아왔다. <빅 볼드 뷰티풀>은 코고나다가 처음으로 타인이 쓴 각본을 영화화한 것이나 핵심 컨셉부터 주요 장면까지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빼곡하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
사라진 시간, 사라질 기억을 스크린에 붙잡아두기 위해 프레임을 정돈해 온 시네아스트는 이번에도 지난날로 향하는 문을 연다. 그 손잡이를 돌리는 데이비드(콜린 패럴)와 사라(마고 로비)는 신비로운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유년기부터 당장 어제처럼 느껴지는 가까운 과거로까지 모험을 떠난다. 익숙한 여행지는 그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젊은 신체, 전 연인의 지친 표정까지 생생하게 제공한다. 여기서 무언가 되돌릴 수 있을까?
무엇도 되찾을 수 없을지라도, 데
BIFF #7호 [스페셜] 경계에서 중심까지, 활약하는 한국계 감독들 ① 코고나다 감독, <빅 볼드 뷰티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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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리(샤오-잉 바이)와 그녀의 엄마(9m88) ‘여인’은 아버지이자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인은 쌓인 울분을 샤오리에게 화풀이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샤오리는 옷장에 숨어 고통의 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다. 한편 한없이 자유로운 친구 리리가 전학을 오고, 샤오리는 그와 친해지며 자기 삶의 굴곡을 견뎌낼 힘을 얻게 된다. 영화 <밀레니엄 맘보> <쓰리 타임즈> <자객 섭은낭> 등에 출연한 배우 서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연출 데뷔작이다. 샤오리의 엄마로서 198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샤오리 가족의 분위기를 형성해 낸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 9m88에게 서기 감독은 무한한 신뢰를 표헀다. <소녀>와 함께 배우로서의 역량과 연출력을 엮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가는 신인 감독 서기의 등장이 더없이 반갑다.
- “연출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제안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서기 이전까지 감독이 되
BIFF #7호 [경쟁] 나와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키며, <소녀> 서기 감독, 배우 9m88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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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영화가 10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주류 영화계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스리랑카, 그 안에서도 가장 변방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SF <스파이 스타>가 관객이 지녔던 상상력의 영토를 저 멀리까지 확장시킨다. 우주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과학자 아난디(인디라 티와리)가 마주한 지구는 ‘일바이브’라는 미지의 감염병이 창궐한 낯선 행성이다. 찰나의 순간마다 전파가 세계를 연결하는 초고도 기술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고립과 단절의 감각이 그녀를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신체가 잘려 나가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과 맞먹는 외로움이라는 고통, 그 진창 속에서 우리를 꺼내줄지도 모를 단 한 사람의 도래를 99분 간 그녀와 함께 기다린다. 바깥 세계가 스리랑카에 기대하는 특정한 이미지를 따르는 대신 기술과 과학이 빚어내는 인간의 가장 깊은 정동을 새로운 미래 서사로 다시 쓰는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으로부터 그 사유의 시작에 대해 들었다.
- <어둠
BIFF #7호 [경쟁] 별들이 우리를 감시하는 세상에서, <스파이 스타>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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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름으로>에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영화를 찍으려는 남자 제현(문인환)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남기려는 아내 수진(정회린)이 나온다. 이제한 감독은 실제로 남자를 쓰며 자신을, 여자를 그리며 아내를 생각했다고 한다. “죽어가는데 영화를 찍겠다는 남자나,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영화에 담겠다는 여자나 미련하기는 매한가지나, 그 둘의 안간힘은 슬프다. ” 우리는 이 영화에서 같은 배우가 사람과 유령을 오가며 세 가지의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모두가 ‘영화 만들기’라는 행위에 너무도 절박했다가 어느덧 순순히 홀연해진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잊으라는 주문에 가까운 이제한의 신작을 보고 나면 애달프지만 맑은 여운도 찾아온다. 이에 감독은 담담히 덧붙였다. “기억도 기록도 영화도 어느 순간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없어진다니, 괜한 욕심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 같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인과 관계상 온
BIFF #7호 [경쟁] 안간힘과 받아들임, <다른 이름으로> 이제한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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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묵티 자야순다라 / 프랑스, 스리랑카, 인도 / 2025년 / 99분 / 경쟁
9.23 BH 19:30 / 9.24 B3 19:30 / 9.25 KT 14:30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에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단호하고 야심 찬 시선이 배어 있다. 첫 프레임, 고요하면서도 위압적인 우주선이 우주를 떠다니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장르적 웅장함과 슬픔과 치유를 묵묵히 성찰하는 시적 정서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다. 특히, 길게 펼쳐진 자연 풍경 위로 은밀하게 비현실적 존재의 흔적을 얹는 순간에는 영화가 가진 절묘한 조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SF적 서사가 전면에 나서는 장면에서는 그 균형이 흔들리며, 자야순다라의 고차원적 사유와 미래적 우화 사이의 간극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 스타>는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장면들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감상적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BIFF #7호 [경쟁] 스파이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