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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디즈니+ | 9부작 / 연출 김희원, 허명행 / 출연 전지현, 강동원 / 9월10일 공개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정서경 작가 고유의 스토리 헤게모니, 그 파도를 타고 올라선 전지현의 중심축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화될수록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는 가파르게 불안정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할 즈음,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장준익 의원이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꺼내든다. 오늘날 다소 힘을 잃어버린 말, 바로 ‘평화통일’이다. 하지만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의 결단인 만큼 통일 가능성은 계속해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한축에서 벌어지는 국민적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아내 서문주(전지현)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한 군인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피습을 당하며 예배당 한가운데에서 사망에 이른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돼버린 그 절명의 순간, 서문주는 군인을 저지해낸 알 수 없는
[OTT리뷰] <북극성> <열대의 묵시록> <고백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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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오버랩되고 현실에선 괴짜 취급 받는 게임 마니아가 양쪽 세계에서 정의를 실현한다. 많은 영화가 떠오르지만 그 시조 격엔 <트론>(1982)이 있다. <트론>은 최초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영화였고, 당시 디즈니 애니메이터였던 존 래시터는 <트론>에 영감을 받아 픽사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28년 뒤에 나온 <트론: 새로운 시작>은 지금 돌아보면 <탑건: 매버릭>과 <F1 더 무비>를 연출한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의 데뷔작이었고, 당시 열풍이었던 3D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동시에 다프트 펑크의 사운드트랙을 준수하게 사용한 작품이었다. <트론> 시리즈가 15년 만에 <트론: 아레스>로 돌아온다. 이번 영화는 고도 지능 AI 병기 ‘아레스’(재러드 레토)가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오며 벌어지는 인류의 위기를 다룬다. 영화계 안팎에서 가장 큰 화두인 인공지능을 이야기
[coming soon] 트론: 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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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다. 그간 일본의 스포츠 중계는 공중파와 위성방송이 전담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OTT 플랫폼간 다극적 경쟁 체제로 재편된 지 오래다. 다존은 J리그, 프로야구 일부 경기, 일본 B리그 농구, 유럽 축구와 모터스포츠 등을 아우르며 일본 스포츠 OTT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유넥스트는 해외 축구, ATP 테니스, 골프 투어에서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아베마는 다존, 와우와우와 제휴하면서 무료 중계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결합한 독창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훌루 재팬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까지 각자의 전략을 취하는 중이었다. 이 구도에 넷플릭스가 합류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인 WBC를 독점 중계한다. 도전적이면서도 파괴적인 변화다. 평자들은 넷플릭스가 일본 내에서 구독자 증대라는 단순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중이라고 분석한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넷플릭스, 일본 내 WBC 중계권 단독 확보…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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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긴. 순애(純愛)야.” 2021년 <극장판 주술회전 0>의 주인공 옷코츠 유타의 시그니처 멘트는 오타쿠와 일반인을 구별하는 테스트 질문이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특급 주술사 후보 유타는 어린 시절 사망한 소꿉친구이자 저주의 여왕이 된 리타에게 속박의 말을 건다. 좋아하니까 영원히 곁에서 힘을 빌려달라는 순정남의 고백. 극장 안엔 삽시간에 소름이 퍼진다. 다만 같은 소름처럼 보여도 이유는 제각각인데, 팬이라면 응당 ‘머리를 올렸더니 미남자’라는 공식에 충실한 유타의 활약에 환호하며 대사의 맛을 음미할 것이다. 반대로 일반인들은 낯간지러운 대사의 민망함에 오그라들지도 모르겠다. 순애에 열광하는 오타쿠와 무례에 더 공감할 일반인 사이의 두꺼운 벽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 놀랍게도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21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2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만 해도 단발성 신드롬에 가깝다고 여겼다. 일본에서부터 워낙 흥행작이라 기세가 심상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순애(純愛),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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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개봉작 중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 <좀비딸> <침범>의 공통점은 일종의 재난이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재난물의 단골 소재인 자연재해는 아니지만 소설 속 환난이 현실화된 세계, 좀비 아포칼립스, 사이코패스가 갑작스레 주인공의 일상에 틈입한다. 조건이 다를지언정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재난물의 기본 골자는 그대로 적용된다.
위의 세 작품, 특히 <전독시>와 <좀비딸> 은 영화제작이 확정됐을 무렵부터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잘 재현하고 원작과 어떤 차이를 지닐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됐다. 전부 호평받은 웹툰 혹은 웹소설이 원작이기 때문이다. 웹툰이 시초인 <좀비딸>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전독시>는 웹소설, <침범>은 영화 각본을 바탕으로 웹툰이 먼저 제작된 뒤 영상화가 이루어진 사례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영화계에서 웹툰, 웹소설의 영
[비평] 재매개의 전략, 조현나 기자의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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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의 <너는 나를 불태워>는 일단 극영화다.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와 신화 속 님프 브리토마르티스의 대화로 이루어진 체사레 파베세의 희곡 <바다 거품(파도 거품)>의 각색이지만, 두 배우가 마주보고 연기하는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원작의 대화가 영화 전체에 걸쳐 재생되는 가운데 여러 인용과 서술, 책 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요소가 나뉘고 섞이고 겹친다. 전부 분리해 재조립하려는 듯한 연출의 초점은 파편들의 연결에 있어 보인다.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에서도 분리 후 재구성이 발견되는데, 그 조각은 인물이 현존하거나 기억하는 시공간의 덩어리들이다. 현장에서 감각되지 않는 것은 해석이 불가한 것으로 남고, 가시화된 균열은 메워지지 않는다. 이토록 다른 두 영화의 유사성을 짚어내 범주화하려는 의도는 없다. 이 글쓰기는 양쪽을 이해하려는 하나의 시도다.
조각냄으로써 잇다
<바다 거품>은 각자의 이야기에
[비평] 경계의 연결, 균열의 응시, 김연우 평론가의 <너는 나를 불태워>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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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부터 많은 시간을 여행으로 보냈다. 대체로 단출하게 짐을 꾸려 혼자서 이곳저곳 쏘다니는 배낭여행이었다. 지금껏 70개국 정도를 여행했고, 기간으로 놓고 보면 5년을 훌쩍 넘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엇비슷한 여행을 하도 다녀서인지 감흥이 예전만 못해 이제는 나름 새로운 여행을 해보려고 애쓴다. 나의 삶에 여행의 환희는 여전히 필요하므로. 그래서 산악스키, 자전거, 카약 등 무동력 운송수단으로 여행하는 일에 심취했었다. 무동력 여행 중에서도 요트는 유독 진입장벽이 높은데, 요트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고 계류를 비롯한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또한 요트는 기본적으로 네명의 선원이 탑승해야 항해할 수 있는데 나에겐 요트도 없고 동료도 찾기 힘들었으니, 요트 여행은 점점 소원해졌다. 그런 사정 속에서 반가운 풍문이 들려왔다. ‘개척자들’이라는 NGO에서 요트 항해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 가서 무려 한달 동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자격
[박 로드리고 세희의 초소형 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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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3일 국내에 개봉한 시라이시 고지 감독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이하 <긴키 지방>)는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적극 활용한 호러 무비다. 호러 마니아들을 알음알음 극장으로 부르며 국내에서 20만 관객을 돌파(8월26일 기준)했다. 영화에서 쓰이는 파운드 푸티지란 ‘발견된 영상’이라는 뜻이다. 작품 속 영상이 실제 사건이라는 서사적 속임수를 취하면서 관객에게 극한의 현실감을 주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영화 속 주인공이 우연히 주운 실제 비디오테이프에 어떤 심령현상이 기록돼 있었고, 주인공이 그 기록을 따라 공포의 근원을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영화 중에선 <곤지암>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사용한 대표적 작품으로 언급된다. <긴키 지방>의 시작 역시 일본 도심의 수많은 인파, 그만큼 수많은 미디어의 파도 속에서 떠도는 하나의 영상이다. 실종된 친구를 찾아 달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마치 유튜브 영상의 질감처
[특집] 당연히,이것은 실화입니다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파운드 푸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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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일 <컨저링> 유니버스의 마지막 시리즈 <컨저링: 마지막 의식>이 개봉한다. <컨저링> 유니버스는 2013년 <컨저링>이 개봉한 뒤로 10년 넘게 호러 무비의 대표적 프랜차이즈로 정통 오컬트 호러의 명맥을 지탱해왔다. 오랜 기간 세계관을 넓혀온 시리즈이니만큼 <컨저링: 마지막 의식>을 감상하기 전에 예습하면 좋을 포인트를 정리했다. <컨저링>의 마지막을 실컷 즐기고, 더 놀라시길.
Point 1. <컨저링> 유니버스의 탄생 설화
<컨저링> 유니버스의 기원은 제임스 완 감독이 유년기에 본 <폴터가이스트>(1982)라 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각본으로 참여한 이 작품은 당시 7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한 공포영화로 유명하다. 제임스 완은 이 작품이 생애 첫 공포영화로 강렬한 원초적 체험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공포영화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스튜디
[특집] 가장 다크한 안녕 - <컨저링: 마지막 의식> 감상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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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2021)이 쏘아 올린 공일까. 보디 호러는 지난 몇년 동안 호러 무비의 주축을 담당하는 장르로 꿈틀대고 있다. <티탄>의 명성을 이어받은 작품은 물론 <서브스턴스>(2024)일 것이다. 두 작품에 부여된 수많은 수상 실적과 화제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두편의 영화가 보디 호러 장르에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다. 데이비드 크로넌버그나 <철남>의 쓰카모토 신야가 활약했던 20세기의 보디 호러를 확장하여 각종 젠더 담론과 여타 장르와의 접합을 이끈 것이다. <티탄>을 연출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말처럼 <티탄>은 코미디와 보디 호러, 스릴러, 가족 드라마를 섞어낸 이종교배 장르물이다. <서브스턴스> 역시 보디 호러의 중핵에 여성이 느끼는 대상화와 자기혐오의 공포를 둔 작품이었다. 이렇게 보디 호러는 자신의 외연을 온갖 영화에 포함하며 장르의 세포를 주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아킴 트리에르의 <사랑할 땐
[특집] 사랑하는 이들, 하나가 될 텐가? - <투게더>와 보디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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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북미 극장가의 기둥은 단연 호러 무비였다. 호러 열풍의 기수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이었다.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한 <씨너스: 죄인들>은 9천만달러의 제작비로 3억6600만달러의 월드 와이드 매출(출처 박스오피스 모조)을 거둬들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5년 동안 북미에서 개봉한 실사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이다. 이어진 5월엔 호러 무비의 유명 프랜차이즈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 개봉하여 제작비 5천만달러로 2억8800만달러의 월드 와이드 흥행에 성공했다. 두 작품의 인기로 호러 무비는 올해 북미 극장가를 책임진 장르로 평가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올해 북미 박스오피스의 티켓 판매량 17%가 호러 무비였고, 이는 2024년의 11%, 10년 전의 4%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였다. 9월5일 개봉할 <컨저링: 마지막 의식>까지 합친다면 올해 북미 박스오피
[특집] 왜(이렇게까지) 호러인가, 올해 호러 무비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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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TT, 방송 콘텐츠 진흥을 아우르는 정부 부처가 탄생할 수 있을까. 그간 콘텐츠 업계 안팎에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미디어콘텐츠부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지난 8월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을)이 ‘미디어콘텐츠부를 신설해 정부 3개 부처에 분산된 미디어·콘텐츠 진흥 기능을 모은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3개 부처에 나뉘어 있던 미디어 진흥 정책을 미디어콘텐츠부 한곳으로 모으겠다는 게 골자다.
개정안을 상세하게 살펴보면 미디어콘텐츠부는 방송·영상 플랫폼 및 콘텐츠, 방송·영상과 정보통신 또는 인공지능의 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인 미디어, 신문 및 인터넷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인터넷뉴스서비스, 광고(방송·영상·신문·인쇄·온라인·정부광고), 국정에 대한
[단독] 영화, OTT, 방송 콘텐츠 통합 진흥 부처 신설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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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수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나 변하지 않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여름엔 공포영화!’라는 것. 특히 올해의 호러 무비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씨너스: 죄인들>부터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웨폰> <28년 후>가 유의한 월드 와이드 수익을 거두며 흥행했고, <메간 2.0> <투게더> <브링 허 백> <어글리 시스터> <컴패니언> <더 몽키> 등 크고 작은 호러 무비가 연달아 개봉하며 적절한 화제와 성취를 이끌었다. 다만 한국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북미에서 크게 흥행한 <씨너스: 죄인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28년 후>가 한국에선 흥행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다만 김수진 감독의 <노이즈>가 누적 170만 관객을 모으며 7월 한국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특집] 여름 아직 안 끝났다, 올해의 호러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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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님은 집행위원장 제안을 한 차례 고사했다고 들었다.
장항준 제의를 받고 주변 영화인들에게 자문을 구하니 6:4 정도로 의견이 갈렸다. 6이 반대였다. 답보 중인 영화제에 지금 가서 무얼 더 하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그런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성기에 들어가면 티가 안 난다. (웃음) 부침이 클 때 들어가야 나 같은 초심자가 발로 뛰며 성과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제천영화제가 주요한 축제로 자리 잡는 데 내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잘될 때보다는 어려울 때 도와야 맞다. 내가 원체 새로운 경험을 하길 즐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조명진 흔히 제천영화제가 한국의 4대 영화제 중 하나라고 말들은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후 유독 침체기가 길었다. 위원장님이 새로 부임하자마자 “4대 영화제에 머무르지 않겠다. 이 타이틀을 넘어서겠다”고 말씀하셨다. 위원장님의 응원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고, 덕분에 보다 명확한 비전을 세울 수
[인터뷰] 하나부터 열까지 대중성과 흥행을 고심한다 -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장항준 집행위원장, 조명진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