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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하우스와 냥이 친구들을 되찾기 위한 개비(레일라 록하트 크레이너)의 초특급 구조 작전! 긍정 소녀 개비는 매직하우스를 훔쳐간 괴짜 수집가를 쫓아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신나는 모험을 펼친다. 귀여운 비주얼의 친구들과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개비의 하루는 아슬아슬한 재미와 맛있는 웃음, 따뜻한 우정으로 가득하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은 반짝이는 색감과 톡톡 튀는 연출로 아이는 물론 노는 법을 잊은 어른들까지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블랙핑크 로제가 부른 <APT.>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에스파의 엔딩곡 를 듣는 즐거움도 커서 컬러 도파민과 함께 뮤직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엔딩크레딧엔 쿠키영상이 숨겨져 있어 재미와 설렘이 끝까지 이어진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개비와 함께 너의 색깔을 밝혀봐!
[리뷰] 도파민 터지는 초특급 구조작전, 그리고 쿠키!,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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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준(박근형)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두 독거노인 우식(장용)과 화진(예수정)을 만난다. 어느 날 소고기뭇국을 나눠 먹으며 오랜만에 고기의 맛을 느낀 그들은 홧김에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뒤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다. 그로부터 묘한 쾌감을 느낀 셋의 아슬아슬한 무전취식이 이어진다. <사람과 고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사회문제인 노인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고기를 먹는 것으로 욕망을 실현한다는 아이디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고기를 사치품으로 여기는 계층이 사회에 많아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세 주연배우의 몸짓과 표정엔 연기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
[리뷰]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사람과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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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을 운전하던 에그발(에브라힘 아지지)이 떠돌이 개를 차로 들이받는다. 그는 우연히 바히드(바히드 모바셰리)가 운영하는 정비소에 들르는데, 에그발의 의족 소리를 듣고 바히드는 임금 체불 문제로 항의하다 수감됐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에그발이 당시의 고문관이라 확신한 바히드는 곧바로 에그발을 납치한 채 함께 수감됐던 동료들을 찾아간다. 그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고민하는 사이, 에그발의 임신한 아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란 정권의 부조리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비판하고 나선 영화다. 등장하는 다섯 주인공의 서사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반체제 혐의로 수감됐을 때 수감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반영됐다.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수감자들이 과한 형벌을 받았고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의 저항이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하지 않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리뷰] 가장 큰 복수는 가해자와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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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네이버웹툰 <연의 편지>가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더빙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으로 중무장했다. 과거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할머니 댁 근처로 전학 온 소리(이수현). 하지만 과거의 힘이 너무 센 탓일까. 새 학교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매몰될 즈음 소리는 비밀스러운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다음 편지를 찾기 위해선 이곳으로 가봐!” 학교 곳곳에 숨겨진 편지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벌어지는 동화적인 장면은 일종의 교내 어드벤처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연의 편지>가 그리는 10대 아이들은 순진무구하게 행운에 기대기보다 제 손으로 다음 챕터를 여는 자력을 지녔다. 특히 이수현이 부른 메인 O.S.T <연의 편지>가 청량함을 고조시킨다.
[리뷰] 요즘 힘들다는 당신에게, 초록빛 무성한 편지를 보냅니다, <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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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이 시작된다. 다만 이번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려놓기 경쟁이다. <보스>는 한때 명절 극장가의 대표 장르라고 해도 좋을 조폭 코미디의 계보를 오랜만에 잇는다. 1990년 후반 ‘식구파’는 조직명 그대로 끈끈한 협력으로 지역을 접수한다. 순태(조우진), 판호(박지환), 강표(정경호)는 각자 싸움 기술을 발휘해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지만 세월은 조직폭력배를 원치 않는다. 중국집 요리사를 꿈꾸는 순태, 춤의 매력에 눈을 뜬 강표가 각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이 조직의 보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치열한 ‘보스 양보전’이 펼쳐진다. 추석 극장가의 ‘보스’였던 조폭 코미디 장르가 시대에 맞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개연성으로 작동한다. 모난 구석이 없이 추석 극장가 공략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잘 뽑힌 오락영화다.
[리뷰] 추석과 조폭 코미디. 여전히 먹히는 공식으로 풀어낸 안전한 오락,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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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닌, 그 옆에 있던 조연은 시간이 지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품 바깥을 상상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 팬들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물하듯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오직 하니의 라이벌로 기능하던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은 보다 고차원의 주제로 싸운다. 특히 길거리 위를 달린다는 ‘에스런’ 경기를 새롭게 창조하면서 다채로운 액션, 경기를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변수, 하니와 애리가 균형을 이뤄야만 하는 개연성 등을 지혜롭게 보완했다. 중간중간 유아동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후반부 경기가 많은 것을 상쇄하기 충분하다. 노브레인 황현성이 음악감독을 맡아 스포츠물의 벅차오름을 고양시킨다.
[리뷰] 어쩌면 그동안 세상이 하니와 애리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이 마침내,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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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덴지는 전기톱의 악마와 계약한 후, 모든 것을 썰어버리는 막강한 힘의 ‘체인소 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일본 공안 소속의 데블 헌터가 되어 각종 악마와 맞서 싸우고 있다. 한편 상사 마키마를 흠모하는 덴지는 자신에게 진정한 마음이랄 게 있는지 고민하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엔 제대로 된 사회의 보살핌 없이 자란 덴지의 성장배경이 뒷받침되어 있다. 그런 덴지에게 불현듯 찾아온 또 한명의 소녀, 보랏빛 머리칼과 신묘한 눈망울을 지닌 레제. 덴지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레제와 함께 설레는 시간을 보내지만, 뜻밖의 악마와 마주치며 잠깐의 사랑을 멈추고 결투를 시작한다. 동명의 인기 만화 중 한 에피소드를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TVA에서 명확히 살아나지 못했던 원작의 허무하고 충동적인 정서가 훨씬 더 잘 어우러지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일반적이지 않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덴지의 성격이 비약 없이 자연스레 드러나면서 <체인소 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가
[리뷰] 물의 고요에서 불의 열망으로, 톱질도 순애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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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원소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 베를린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라우라(파울라 베어)는 남자 친구와 함께 내키지 않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는 길 한가운데에 서 있던 이방인 베티(바르바라 아우어)와 시선을 주고받는다. 이윽고 불의의 사고로 남자 친구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라우라는 베티의 손길에 의식을 되찾는다. 라우라가 베티와 함께 머물기를 간청하면서, 그리고 베티는 마치 그녀를 오랜 시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라우라를 집 안으로 들이면서 둘은 기묘한 돌봄의 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베티의 보살핌 속에 먹고, 입고, 자전거를 타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새로운 삶에 정착하려 한다. 그러나 그곳의 가구들은 어딘가 늘 고장 나며, 베티의 남편과 아들이 라우라를 대하는 태도는 이 임시적 모녀 관계에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미러 넘버 3>는 사고에서 깨어난 라우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표층의 서사와 베티 가족이 비밀스레 공유하는 상실의 기억이
[리뷰] 페촐트의 시네마일까. 우리의 인생일까, <미러 넘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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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핀천의 <바인랜드>는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서 시작하지만 읽어나갈수록 불안과 해방 사이에 놓였던 ‘반문화’의 60년대가 피어오르는 소설이다. 일찌감치 핀천의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던 폴 토머스 앤더슨이 다시 한번 같은 작가의 <바인랜드>에서 영감을 받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돌아왔다. 60년대와 80년대를 가로지르며 전개되었던 소설과 달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이야기는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재로 시대를 옮겼다.
무장혁명단체 ‘프렌치 75’에서 폭발물 제조를 담당하는 밥(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억류된 이민자들을 탈출시키는 급습 작전에 동참한다. 조직의 핵심 인물이자 누구보다 급진적인 철학을 지닌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는 작전 도중 군인 스티븐 록조(숀 펜)를 성적으로 모욕한 후 생포하면서 그에게 충동과 분노를 동시에 산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프렌치 75는 이후로도 미국 도심
[리뷰] 미국이라는 더러운 유산에 새로운 점화를 외치는 PTA의 ‘진짜’ 21세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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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이어져온 <트론>시리즈의 세계관 내 사건, 사고를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는 장편영화 <트론><트론: 새로운 시작>외에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단편영화와 비디오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면서 세계관 설정을 이어왔다. <트론: 아레스>역시 같은 세계관 내의 인물과 사건이 이어진다. <트론: 아레스>를 만나기 전 <트론>시리즈에서 벌어진 사건과 <트론> 세계관에서만 통하는 용어를 예·복습해보자.
<트론> 시리즈 연표
1979년
엔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케빈 플린, 비디오게임 <스페이스 파라노이드>개발하다.
엔컴의 프로그래머 에드 딜린저가 케빈 플린의 게임 기술을 자신의 발명품이라고 속여 출시한 뒤, 부사장으로 승진하다.
1982년(<트론>)
에드의 지시를 받던 흉포한 프로그램 마스터 컨트롤에 의해 케빈이 사이버공간 그리드에 갇히다.
[커버] <트론> 세계관 총정리 – 시리즈 연표부터 용어 해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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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다. 20세기 후반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상을 이야기와 형식 모두에 접목시킨 영화 <트론>시리즈의 세 번째 신작 <트론: 아레스>가 개봉한다.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를 도입해 시각특수효과의 지평을 넓힌 1982년작 <트론>, 가상 세계의 스펙터클을 3D와 아이맥스 상영으로 업그레이드한 2010년작 <트론: 새로운 시작>에 이어 이번에는 인류 최대의 혁명적 난제인 AI를 내세운다. 복잡한 트론의 세계에 갇히지 않으려면 세계관의 설명서는 필수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소개한다.
디지털 세계로 이끈 트론의 탄생
필름과 컴퓨터가 만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 시작점에 <트론>이 있었다. 1982년 <트론>이 만들어지던 때에는 영화의 특수효과에 컴퓨터그래픽 이미지가 쓰인다는 것이 낯설고 도전적인 과제였다. 애니메이터 출신 신인감독 스티븐 리스버거는 이제 막 태동하기
[커버] 새로운 <트론> 시리즈를 기다리며, <트론: 아레스>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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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의 오스카 캠페인 도중 <트론: 아레스>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고.
처음엔 <트론>시리즈와 내가 딱 들어맞는 배우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주저했다. 이유는 명백하다. 전작인 <패스트 라이브즈>가 고요한 작품인 동시에 나와 닿은 부분이 많은 독립영화였고,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요했으니까. 완전히 다른 영화에 출연하자니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할 때 늘 사건이 벌어졌다. 그 경험을 믿으며 시나리오를 읽어나갔다. 우선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유서 깊은 시리즈에 아시안 여성이 주인공으로 선다는 의미가 컸고,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 관심이 갔다. 마침 몸을 쓰는 연기를 갈망하던 차였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나는 오디션 보는 걸 꽤 즐긴다. (웃음) 오디션이야말로 감독이나 제작자와 함께 캐릭터의 방향성을 그릴 수
[인터뷰] 할리우드적 모먼트에 존재하기, <트론: 아레스> 배우 그레타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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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나영(그레타 리)은 이 한마디에 24년의 그리움을 응축한다. 어쩌면 이 대사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그레타 리를 비로소 인식했을 전세계 관객들이 그에게 전하려던 인사였는지도 모른다. 많이들 그레타 리의 대표작으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거론할 테지만, 그의 얼굴과 정신은 디아스포라 멜로의 애절한 노스탤지어에만 갇히길 거부한다. 그는 <러시아 인형처럼><더 모닝 쇼><더 스튜디오>등의 시리즈에서 무엇으로도 정의하기 어려운 돌출된 연기를 선보였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등 대형 스튜디오 영화에서도 비중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금 우리는 그레타 리에게 한번 더 “와, 너다”라며 놀랄 차례다. 그가 새로 꺼내 보일 얼굴은 10월8일 개봉을 앞둔 <트론: 아레스>에 있다. 그레타 리는 15년 만에 돌아온 <
[커버] 항상 문을 열어둘게, <트론: 아레스> 배우 그레타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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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 참여한 국가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홍콩관이다. 홍콩무역발전국에서는 매년 3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영상마켓인 홍콩국제영화TV마켓(이하 홍콩필마트)을 개최해왔다. 올해는 그 흐름의 파도가 이어져 홍콩 기관들의 공동주최로 부산에서 ‘홍콩 시네마 @ 부산 2025’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동안 한국 관객들로부터 멀어졌던 홍콩영화의 파도가 다시 찬찬히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조니 왕, 테런스 최 프로듀서를 만나 홍콩영화의 오늘과 함께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영화산업의 지형도는 실시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테런스 최 한국 영화시장은 언제나 관심 대상이 다. <기생충>(2019)이 나 <파묘>(2024)처럼 주목 할 만한 성공 사례들이 꾸준히 나온다.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영화들이다. 전주
[인터뷰] 홍콩의 이야기와 기획, 한국의 기술력이 어우러진다면, 조니 왕, 테런스 최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