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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변신 설화의 모티프를 안고서 <프린세스 아야>는 판타지 뮤지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연리지 왕국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동물로 변해버리는 피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인간의 파괴 행위로 위협받게 된 동물들의 원한 때문이다. 저주에 걸린 아이들은 처음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만 변신이 반복될수록 어느새 몸의 일부가 동물인 채로 살아가게 된다. 연리지의 공주 아야(백아연)의 운명도 예외는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국과의 정략결혼을 결심한 아야에겐 바타르의 왕자 바리(박진영)와 변화하는 자신의 몸을 동시에 알아가는 탐색의 시간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닥쳐온 전쟁의 음모, 자주 되풀이되는 변신의 굴레 속에서 영화는 공주와 왕자의 관계를 풋풋한 10대의 우정 혹은 로맨스로 맑게 채색한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한 그루로 합쳐진 모습을 의미하는 ‘연리지’라는 이름처럼 <프린세스 아야>에서는 사람과 동물, 아군과 적군이 금세 접합을 이룬다. 방심하면 양손
[리뷰] 이상한 나, 낯선 타인을 끌어안는 노래, '프린세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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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는 밤>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버스를 타고 막 무주에 도착한 해숙(김금순)의 행적을 따라간다. 꾀죄죄한 차림새로 음산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해숙의 정체는 묘연하다. 해숙은 한 폐가에 도착하고, 머지않아 그 폐허가 해숙과 죽은 딸 영선(안소희)이 살던 집이며 해숙이 무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숙이 혼령을 부르는 의식을 치르자 집 어딘가에 고여 있던 영선의 유령이 나타난다. 해숙과 영선은 무당과 유령이라는 경계의 존재들로서, 미처 애도되지 못한 상실처럼 폐허 속에 잔존하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영역을 내보인다.
1부에서 무주가 죽음과 삶을 매개하는 초현실의 시공간이었다면, 2부의 무주는 떠남과 돌아옴이 분주히 교차하는 마을 공동체다. 그 중심에는 민재(강진아)가 있다. 민재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무주로 돌아와 혼자가 된 엄마와 함께 살며 담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비롯한 어떤 ‘떠남’들이 일상에 숨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리뷰] 유령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현상된다는 것, '달이 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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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와 생명 존중.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친숙한 국민 동화 <엄마 까투리>의 이야기는 두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은 고 권정생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탄생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동안 단편애니메이션은 물론 EBS TV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세계관을 확장해온 <엄마 까투리>는 극장판이라는 무대에서 다시금 날갯짓을 시도한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숲속 동물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엄마 까투리와 귀염둥이 4남매는 아파트 개발로 숲이 위험해지자 이사를 결심한다.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가야만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쥐돌이 가족의 도움을 받지만 길냥이들의 위협 속에 결국 아이들과 헤어진다.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모성애는 가족의 사랑으로 확대되고, 도시로 무대를 옮긴 덕분에 생명 존중은 자연에 대한 소중함으로 퍼져나간다. 특히 TV시리즈 연
[리뷰] 가족, 생명, 사랑. 검증된 원작의 안전한 확장,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까투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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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기버러라는 도시에 살며 고아로 떠돌고 있는 필은 성의 경비 그로바트를 골탕먹이며 일상을 보낸다. 왕자의 대관식 날, 필은 왕자를 독살하고 왕위를 차지하려던 트리스탄의 계략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독살 약이 잘못되어 왕자는 절반은 닭, 절반은 고양이인 동물로 변해버리고, 필은 왕자의 마법을 풀어주는 것을 도와주는 대가로 왕이 숨겨놓은 보물을 갖기로 약속한다. 그로바트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공주로 변장한 필, 그리고 귀족들을 비꼬는 농담밖에 할 줄 모르는 광대 지글러까지 합세해 공주 구하기가 아닌 왕자 구하기의 여정을 떠난다.
<어쩌다 공주, 닭냥이 왕자를 부탁해!>는 지극히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왕정의 이상향을 그린다. 다름 아닌 복지와 선민의식이다. 고결함은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는 전체관람가다운 교훈과 더불어, 영화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귀족 계급을 향한 풍자는 프랑스 애니메이션답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는 짜임새가 꽤 탄탄하며 유
[리뷰] 적당하고 탄탄하게 짜인 계급 반란의 모험담, '어쩌다 공주, 닭냥이 왕자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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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가수 블레이즈 폴리(벤 딕키)는 배우 지망생 시빌(에일리아 쇼캣)과 꿈같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둘은 외딴 오두막에서 평생 이어질 것만 같은 오붓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더 큰 무대를 독려하는 시빌의 선의가 외려 블레이즈에게 독이 된다. 그가 시빌의 곁을 떠나 불안정한 타지 생활을 이어가던 중 성공을 눈앞에 두고 좌절하고 그녀와도 헤어지게 되면서다. 불우했던 과거로 인해 종종 나타나는 폭력성과 기행, 음주는 점차 그의 따스한 천성마저 침식한다.
실존 인물 블레이즈 폴리의 전기영화다. 작고한 블레이즈를 회고하는 동료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매개로 그가 시빌과 사랑을 만끽하던 시간, 사망하기 전의 마지막 공연 모습 등 여러 시점의 상황이 교차로 펼쳐진다. 블레이즈의 삶을 단선적인 서사로 규정하지 않되 그의 매력적인 태와 풍모, 감정적 격동, 유머러스한 대화, 솔직했던 노래를 입체적으로 현시하기 위해서다. 감독 에단 호크가 실제 블레이즈의 연인이었던 시빌 로젠과 협
[리뷰] 사랑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가장 예의 있게 되살리는 방식, '블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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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른 속도로 흐른다. 특히 학창 시절 시간의 밀도가 달라 시작점은 같아 보여도 미세한 떨림 끝에 몇 걸음만 지나도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대입 수능이라는 갈림길을 지나온 친구들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서로의 거리를 재어보는 이야기다. 민영(윤아정), 정희(김주아), 수산나(손다현)는 고3 시기를 같이 지낸 삼총사다.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고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즐겼던 그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정희는 동네 테니스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민영은 대학에 입학했고 수산나는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민영이 정희를 초대하고 즐거운 시간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서로 어색함과 거리감을 느낀다. 영화는 그 미묘한 거리감을 조심스럽게 재어보려 시도한다. 요란한 사건이나 직설적인 대사 없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상황들이 포개어 나간 끝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공감시킨다. 별것 아니라고 덮어놓았던 진심, 어색
[리뷰] 송경원 기자의 '성적표의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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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의 실수로 사이버수사대로 전출된 강진태(유해진)는 광역수사대 복귀를 위해 림철령(현빈)과의 두 번째 공조 수사를 자처한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둘은 지난 경험을 거울 삼아 숙련된 공조 요령을 펼쳐나간다. 목표는 글로벌 범죄 조직의 리더 장명준(진선규). 마약을 유통하며 극악한 범죄를 계획하는 그를 체포하기 위해 강진태와 림철령은 총격전부터 맨몸 싸움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 FBI 형사 잭(다니엘 헤니)이 등장하면서 전개 속도에 박차를 가하며 말 그대로 ‘인터내셔날’ 삼각 공조가 펼쳐진다.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단연 눈에 띄는 변화는 민영(임윤아)의 활약이다. 전편보다 비중이 대폭 늘어나면서 장명준을 잡기 위한 여러 단계의 계획에서 크고 작은 임무를 수행한다. 철령과 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호들갑스럽지만 그만의 사랑스러움으로 비쳐진다. 더욱 화려해진 총격전과 액션 디자인은 관객이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경험하고 싶
[리뷰] 한번 시동 걸면 액션도 웃음도 휘몰아치며 멈출 줄 모른다, '공조2: 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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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연쇄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수상한 검은 밴을 마주친 아이들은 검은 풍선만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다. 꿈에서 환영을 보는 여동생,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사는 피니(메이슨 테임즈) 앞에도 검은 밴이 나타난다. 한순간에 정신을 잃은 피니는 낡은 침대와 전화기, 변기가 놓인 허름한 지하실에서 눈뜬다. 납치범 그래버(에단 호크)는 이전의 아이들에게 그랬듯 피니에게 도발을 유도한다.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 피니와 사이코패스 그래버의 게임이 시작됐다.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지만 피니는 선이 끊긴 전화기를 통해 뜻밖의 단서를 얻어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이어간다. 무력하거나 폭력적인 어른들에 맞서 아이들은 서로 돕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한다.
피니 역의 메이슨 테임즈, 오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웬 역의 매들린 맥그로의 연기가 돋보인다. 순수 악으로 설정된 그래버는 가면을 쓰고 있어 에단 호크라는 걸 인지하지 않으면 눈치채
[리뷰] 김수영 기자의 '블랙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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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국, 스페인, 그리스 등 각국의 번역가 9명이 지하 벙커에 모인다.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소설 ‘디덜러스’의 최종편인 3권 ‘죽고 싶지 않았던 남자’를 비밀리에 번역하기 위해서다. ‘디덜러스’ 시리즈를 단독 출판 중인 옹스트롬 출판사의 편집장 에릭(랑베르 윌슨)은 ‘디덜러스’ 원고의 보안을 위해 번역가들의 외부 출입 및 연락을 차단하고 작업 일정을 통제한다. 하지만 번역 작업에 돌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에게 한 협박 메일이 도착한다. ‘디덜러스’의 원고 일부를 이미 인터넷에 유포했으며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른 부분까지 공개하겠다는 내용이다. 에릭은 9명의 번역가 중 해커가 있으리라 의심하고, 번역가들을 감시·협박하며 범인을 물색하기에 이른다.
추리물에 있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범인이 자신의 범행 과정을 낱낱이 설명해 사건의 구멍을 열심히 메울 때다. <9명의 번역가>는 이 안타까운 순간을 여러 번 반복한다. 영화의 중반부터 특정 인물이 사건의 중
[리뷰] 추리엔 친절하고 재미엔 불친절한 추리물, '9명의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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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스튜디오 FD를 구한다는 소식에 열정만 가지고 현장을 찾은 취업준비생 변태민(정진운)은 야간 당직을 무사히 마치면 일하게 해주겠다는 뜬금없는 제안을 받는다. 알고 보니 일전에 스튜디오 야간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귀신을 보고 쓰러진 사고가 있었던 것. 다행히 귀신 보는 능력이 있어 그날 밤을 수월하게 넘긴 태민은 야간 당직을 도맡는 조건으로 정식 채용된다. 순찰 중에 다시 만난 지박령(안서현)에게 ‘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와 아웅다웅하며 새로운 일에 적응해나가던 태민은 스튜디오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자 콩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한편 스튜디오 새 대표 강세아(이주연)는 그 어려운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태민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방송국 괴담을 소재로 한 코믹 호러 <오! 마이 고스트>는 귀신들의 사연에서부터 탐정 인간과 조수 귀신의 콤비 플레이, 의뭉스러운 조연 캐릭터들의 속내까지 흥미를 유발할 만한 설정이 많다. 그러나 모두 대략적인 구상으로만 존재할
[리뷰] 엉킨 실타래가 없으니 풀 실타래도 없다, '오! 마이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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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인기도 출중했던 클럽 디제이 이나(김용지)의 현재 삶은 그가 즐겨 틀던 음악 이상으로 흔들린다. 불안장애로 투병 중인 엄마 신애(윤유선)는 바깥 생활 중인 이나에게 전화를 걸어대며 지진이 날세라 하루가 멀다 하고 가내 대피소를 만든다. 24개월 된 이나의 아이 지안은 이나의 손에 크지 못하고 위탁 가정에 맡겨진 채 입양을 가야 할 처지다.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이나는 어느 날 이태원 거리를 지나다 과거 동료였던 민기(김진엽)를 만나고 그에게서 테크노 클럽 음악의 메카인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을 추천받는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이나는 선배 준석(박종환)의 클럽에서 디제잉을 시작하며 음악의 길로 다시 정진하지만 이나를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둠둠>의 영화적 인상은 촬영과 조명이 제공한다. 촬영은 각박한 이나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충실히 외현한다. 홀로 버스를 타고 있어도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이나의 상태나 영혼 없이 고객응대 서비스를 하는 이나의
[리뷰] 울퉁불퉁한 비트매칭으로 완성한 믹스셋, '둠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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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우림(신현서)을 함께 키우는 배달 기사 한결(전봉석)과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운(박정연)은 누구에게도 집 주소를 불러줄 수 없는 처지다. 말 그대로 집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음주 이사를 하면 떠돌이 생활에서만큼은 벗어날 거란 부부의 소박한 기대는 보증금 사기를 당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우림까지 다쳐 보금자리가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한결은 고운과 아이를 어느 오래된 이층집으로 데리고 간다. 배달하면서 친해진 할머니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자신에게 집을 봐달라고 했다며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자는 한결의 말에 고운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미심쩍어한다.
<홈리스>는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불운을 제힘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안정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이야기를 진진하게 풀어낸다. 세 식구가 낯선 집에 입성한 뒤부터 시작하는 사라진 할머니에 대한 미스터리가 짧지만 강력하게 작동하고, 극단적으로 가공하지
[리뷰] 긴급한 건 낭떠러지에 놓인 사람의 허리에 생명줄을 묶어주는 일,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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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귀 도깨비를 처단하는 귀살대원 카마도 탄지로(하나에 나쓰키)는 동생 네즈코(기토 아카리)와 함께 도깨비 토벌의 길을 나선다. 까마귀의 안내에 따라 남남동으로 향하던 탄지로는 길 한복판에서 어떤 여성에게 결혼해 달라며 생떼를 쓰는 귀살대원 아가츠마 젠이츠(시모노 히로)를 만난다. 섬약하고 경망스러운 젠이츠와 함께 길을 나선 탄지로는 혈귀의 냄새를 맡고 귀기 서린 저택에 도착한다. 탄지로와 젠이츠는 저택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매를 발견한다. 남매는 탄지로에게 장구 도깨비이자 전 십이귀혈이었던 쿄우가이(스와베 준이치)가 희귀혈을 지닌 남매의 장남을 납치해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탄지로와 젠이츠 그리고 남매로 이루어진 사총사는 쿄우가이를 처단하러 저택 내부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호전적이고 성미가 급한 귀살대원 하시비라 이노스케(마쓰오카 요시쓰구)를 마주한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멸의 칼날> TV판 입지편 20화부터 27화까지의 내용을 극장
[리뷰] 비로소 영화만이 주는 재미를 만든 극장판,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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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로드 아일랜드의 항구도시 뉴포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휴양지 복장을 한 사람들과 분주히 이동하는 배와 자동차, 바닷가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물결의 형상은 재즈의 선율과 만났다가 떨어지며 변화무쌍한 화학작용을 만들어낸다. 대낮의 활력 넘치는 야외무대와 술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저녁의 어둠이 낭만적으로 내려앉은 밤의 무대를 거쳐, 영화는 페스티벌이 끝나고 뉴포트를 떠나는 자동차의 뒷모습까지 배웅하며 재즈가 동반하는 여름밤의 시작과 끝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영화의 역사에서 소리가 등장했던 최초의 순간이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던 <재즈싱어>의 한 장면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영화와 재즈의 만남에는 특유의 친연성이 있었다.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현장을 촬영한 콘서트 다큐멘터리인 <한여름밤의 재즈>가 단순히 공연 기록 영상을 넘어 영화적인 기운을 발산하는 이유다. 야외에서 재즈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생소했던 시절에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와 휴양(
[리뷰] 휴양지의 열기로 그린 재즈의 색, '한여름밤의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