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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병수(권해효)가 미술하는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 선생(이혜영)이 관리하는 건물에 찾아온다. 김 선생에게 정수를 소개하며, 그에게 일을 가르쳐 달라고 할 요량이다. 테이블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눈 뒤, 두 사람은 김 선생의 안내로 2층에 위치한 식당과 옥탑까지 건물 곳곳을 소개받는다. 셋은 이윽고 지하 작업실에서 와인을 곁들인 대화 자리를 갖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수가 영화사 대표의 연락을 받고 자리를 비우면서 김 선생과 정수만이 어색하게 남는다.
<탑>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미니멀하다는 인상을 가져온다면, 그 이유는 이야기가 오직 한 건물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하부터 옥탑까지 층계로 이어진 건물과 그 주변에서 모든 대화와 상황이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의 전작 중 호텔 방에 홀로 묵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강변호텔>이나, 한 카페를 중심으로 그곳을 오가는 인물들의 대화를 담은 <풀
[리뷰] '탑', 실존과 실종을 오가는 숨바꼭질, 끝없는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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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10개 팀 중 8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2019년 10위에 이어 7, 8위를 기록했던 터이니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부산은 과거 ‘구도’(야구 도시)라 불렸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구에 죽고 못 사는 도시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 선수가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땐 거리마다 그의 은퇴 얘기로 시끄러웠을 정도다. 스포츠에서 승패나 순위를 중히 여기는 게 바람직하진 않겠으나 만년 하위권 팀의 높은 인기는 분명히 이상한 구석이 있다. <죽어도 자이언츠>는 이런 롯데 자이언츠의 신비를 들추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전술한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부진, 이대호 선수의 은퇴, 여전히 뜨거운 팬 문화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 후 팀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으로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최동원 선수의 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쥔 1984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해인 1992년을
[리뷰] '죽어도 자이언츠', 80, 90년대 역동적인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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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만화 서비스 앱 ‘나침반’을 운영하는 사장 타가미(미나가와 요지)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생식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황당함과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그들을 위한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타가미는 그 모임에 참석해 자신이 겪은 일의 실체를 대면한다. ‘스카이피쉬’의 존재는 일종의 도시 전설처럼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는 날아다니는 남성 생식기, 즉 포프란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아를 갖게 되어 본체에서 이탈한 포프란은 6일간 생존하는데, 그것이 생존해 있는 동안 포획하여 본래의 위치로 되돌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포프란의 목적지를 그 주인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포프란이 사라지는 밤에 본체는 꿈을 꾸게 되고, 꿈속에서 그 목적지를 알 수 있다. 타가미의 경우엔 성공을 위해 저버렸던 친구와 가족들의 꿈을 꾼다.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는 타가미의 속죄
[리뷰]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한편의 영화와 동일한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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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부부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는 이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평일 오후에 길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일은 안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두 사람은 실직 상태다.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아도 삶의 질을 위해 보일러는 아낌없이 튼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정희의 어머니 생일 파티가 있는 날, 다른 형제들과 달리 돈을 준비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다투고 만다. 화가 난 정희는 사채를 빌려버린다. 금방 갚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보충 교사로 일해도 그것은 (영태의 말대로) 구원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자를 연체한 정희에게 사채업자의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영태와 정희, 두 사람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는지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결말에 이르는 길은 난관의 극복보다 이 난관 속에서도 인간적인
[리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인간적인 품위와 영화적인 품위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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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뇌 손상으로 인해 부대 복귀를 번번이 거부당하는 육군 레인저 잭슨(채닝 테이텀)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들어온다. 군견 루루를 데리고 2400km를 횡단해 루루를 훈련시켰던 동료 병사의 장례식에 다녀오라는 것. 임무 완수 후 잭슨은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루루는 안락사가 예고되어 있다. 참전 이후 극심한 공격성을 보이는 루루를 입양하려는 이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서다.
부상당한 자기 신체를 간과하는 인간 군인과, 프로작을 복용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괴로워하는 군견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낳을까. <도그>는 군인을 향한 미국 사회의 존경심과 그에 반하는 부실한 복지 정책의 모순을 배경 삼아 상처받은 영혼들의 동행 서사를 풀어낸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개와 인간의 우정 스토리가 갖는 예측 가능성은, 로드무비를 채우는 참신한 조력자 캐릭터들로 상쇄된다. 어리숙한 잭슨이 포틀랜드의 페미니스트와 생태주의자, 보헤미안 등을 만날 때, 전통 복장을 한 무
[리뷰] '도그', 트라우마 위에서 성립된 필 굿 무비, 그 태연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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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인규(남주혁)와 80대 필주(이성민)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각자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연륜이 쌓은 지혜와 젊은 세대의 재치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준다. 한편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는 필주는 기억이 더 지워지기 전에 오랫동안 품어온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자신의 부모형제를 배신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친일파에 복수하는 것. 지난 60년 동안 땅에 묻어둔 총을 꺼내들고 자신과 가까운 인규에게 부탁의 말을 전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 자신을 위해 차를 운전해달라고.
<검사외전>으로 경쾌한 박자의 버디물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이일형 감독은 <리멤버>에서도 세대를 잇는 콤비를 새롭게 재현했다. 친일파를 향한 사적 복수라는 진중한 소재를 현재 시점으로 펼쳐내며 군살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해나간다. 필주는 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60여년 동안 축적해온 복수심을 일주일 새 폭발시키
[리뷰] '리멤버', 각 세대가 분절돼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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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유민호(소지섭)는 협박범이 지시한 호텔로 향한다. 호텔방엔 같은 협박을 받은 내연녀 김세희(나나)가 와 있다. 누군가의 음모에 말려든 걸 직감하는 순간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유민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김세희는 죽어 있고 괴한은 사라진 뒤다. 때마침 경찰이 들이닥치고 성공한 IT 사업가였던 유민호는 살인 사건 용의자로 끌려나온다. 누군가 호텔방 밖으로 나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밀실살인사건. 유민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윤종석 감독의 <자백>은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 별장을 배경으로 변호사 양신애의 질문과 의뢰인 유민호의 진술을 통해 전개되는 영화는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낄 법한 재미와 몰입감을 스크린에 옮긴다. 진실을 전부 털어놔야만 도울 수 있다는 강경한
[리뷰] '자백',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낄 법한 재미와 몰입감을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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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메 코예트세라 감독의 <블랙 아담>이 마침내 공개됐다. 초대형 스케일을 자랑하는 DC 슈퍼히어로 블랙 아담 역할은 작품 제작에 참여한 드웨인 존슨이 맡아 거대한 세계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블랙 아담>의 이야기는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국가 칸다크는 자국에서만 채굴되는 희귀 광물 이터니움으로 어떤 국가보다 부유하지만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통치자로부터 비롯한 강제 노동과 심각한 빈곤에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한 순간 테스 아담이 막강한 신의 힘을 부여받으며 챔피언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위력을 사적 복수에 사용한 죄로 마법사 의회의 결정에 따라 무기한 대지 아래 갇히고 만다. 그로부터 5천년 뒤, 우연한 계기로 현대에 깨어난 블랙 아담은 자신의 힘을 검증하듯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힘을 휘두르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현재 칸다크를 지배한 인터갱은 이터니움을 다시 쟁취하기 위해 폭정을 저지르고, 이에 대적하는 아드
[리뷰] '블랙 아담', 굵직하고 시원한 액션 사이로 다소 비슷한 얼굴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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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유다인)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낚시를 하러 나섰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건 SNS에 업로드한 고향 제주도 한 동네의 사진뿐이다. 민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보지만, 답을 얻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던 민희는 우연히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요가 강사 목하(조은지)를 만나 교류를 하게 된다. 목하에겐 홀로 키우는 아들 태경(하경)이 있는데, 민희는 태경의 얼굴이 묘하게 자신의 남편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렇게 민희는 자신의 의심을 확인해보기 위해 점점 더 목하에게 접근하게 되고, 목하 역시 민희의 존재에 대해 유추해보기 시작한다. 그러자 마치 낮에 보이는 달처럼, 더 큰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형체를 드러낸다.
이영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낮과 달>은 연인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두 사람의 모습을 색다르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애인의 죽음과
[리뷰] '낮과 달', 연인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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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성정으로 잔인한 악역을 그리지 못해 정식 만화가 데뷔가 자꾸만 밀리는 야마시로 케이고(스다 마사키)는 작품 배경으로 쓸 단독 주택을 스케치하던 중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는 이웃집의 불만을 대신 전달하러 집 안에 들어갔다가 식탁 의자에 결박된 채 죽은 일가족을 발견한다. 참혹한 풍경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지만 정원 어귀를 돌아다니는 범인의 얼굴을 목격한다. 정작 뉴스에 나온 범인의 얼굴은 자신이 본 사람과 다른 인물. 여느 때와 달리 창작욕이 불타오른 야마시로는 자신이 본 것을 바탕으로 만화 ‘34’를 그려내며 진범에게 새로운 이름과 서사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캐릭터>는 만화 <20세기 소년>의 공동 원작자 나가사키 다카시가 10년에 걸쳐 기획한 각본으로, 범죄자와 주인공 사이의 섬세한 심리 싸움을 그려낸다. 만화를 따라한 모방범인지 만화를 이용한 예고 살인인지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높이고,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
[리뷰] '캐릭터', 범죄자와 주인공 사이의 섬세한 심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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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 일렬로 선 마을 사람들이 경찰의 기관총에 쓰러졌다. 제주 4·3사건을 겪은 강정희씨는 여든의 나이에도 18살에 본 풍경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전작 <디어 평양> <가족의 나라>로 분단의 흔적이 여실한 가족사를 들여다본 양영희 감독의 작업은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도 이어진다. 4·3을 겪은 강정희씨의 기억을 통해 어머니의 삶을 통과한 한국의 역사를 짚는다. 4·3을 피해 오사카로 건너온 어머니는 조총련 활동에 매진하며 세 아들을 북에 보냈다. 한국 정부를 부인하고 북한에 의지한 마음의 기저에는 4·3의 참혹한 기억이 깔려 있었다. 영화에서 양영희 감독이 4·3을 알아가는 일은 어머니의 삶과 그의 선택을 이해해나가는 일과 같다. 연애도 결혼도 일본인은 절대 안된다던 어머니는 도쿄에서 온 사위 카오루를 위해 닭백숙을 만들어 함께 먹는다. 음식을 만들고 한자리에서 먹는 행위는 일상적이지만 어머니가 평생 물적으로 지원하고 심적으로 지지
[리뷰] '수프와 이데올로기', 식구(食口)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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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어>가 상상한 30년 뒤의 인류는 ‘버니시’라고 불리는 돌연변이와 함께 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염을 내뿜는 버니시는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맞서 폭력적인 테러 집단인 ‘매드 버니시’가 등장한다. 결국 지구에는 큰 화염이 일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소실되고 평화를 내세운 프로메폴리스라는 공동체가 들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버니시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화염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구조대 ‘버닝레스큐’가 출동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소방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진 구조대원 갈로(마쓰야마 겐이치)와 불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매드 버니시의 리더 리오(사오토메 다이치)는 팽팽하게 대치하며 얼음과 불의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갈로는 존경하던 클레이가 버니시를 착취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갈로와 리오는 같은 편이 되어 클레이의 음모에 맞선다.
리오가 “불태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외치면 갈로가 “태울 수 있는 것은 영혼뿐”이라고 되받아치
[리뷰] '프로메어',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감각적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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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열리듯 영화가 시작되면, 영국인 여자(레아 세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름을 숨긴 여자는 자신의 처참한 결혼생활과 미국인 소설가 필립(드니 포달리데스)과의 밀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막상 둘의 밀회는 섹슈얼한 긴장감보다도 지적인 언어의 탐미가 두드러진다. 스스로를 ‘소리 애호가’라 칭하는 필립은 자신이 스쳤던 여러 여성과 대화를 나누며 작가로서의 생기를 얻는다. <디셉션>은 필립 로스가 1990년대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필립과 여성들의 대화는 사랑과 간통을 비실비실한 웃음으로 가볍게 넘나들며 통상적인 멜로를 답습하지 않는다. 대화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신변잡기적인 대화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계 유대인으로서의 작가가 가진 정체성과 연관된 것이다. 영화는 연인의 뺨을 어루만지는 멜로와 유대인을 둘러싼 정치적 쟁점인 반유대주의와 동시대 망명자들에 대한 진술을 자신의 넋 안에 쥐고 흔드는 거친 풍자 사이
[리뷰] '디셉션', 지적인 언어의 탐미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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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영(박하나)은 친한 언니의 중개로 치매에 걸린 왕할머니(허진)의 대저택에 입주 간병인으로 들어간다. 보영의 취직 목적은 과거 중국계 대부호였던 왕할머니의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찾아 한탕을 노리기 위함이다. 거만한 왕할머니의 조카 김사모(정영주)는 보영에게 집에 절대 아이를 들이지 말 것을 경고한다. 그러나 보영은 딸 다정을 홀로 둘 수 없어 대저택에 딸을 몰래 들인다. 한편 대저택 근처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마을에선 저수지에 수살귀가 산다며 외지에서 온 보영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보영은 기괴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왕할머니와 각별해지는 딸에 대한 걱정, 김사모의 감시와 마을의 스산한 기운 탓에 신경이 쇠약해진다. 그러던 중 보영은 왕할머니가 치매가 아닌 귀신이 들렸다는 이야기와 왕할머니 집에 온 간병인들이 저수지에서 의문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마을마다 저수지에 관련한 괴담이 있잖아요”라는 영화의 대사가 드러내듯 <귀못>은 저수지 괴담을 소재로 한 모녀 비
[리뷰] '귀못', 좀처럼 공포에 깊이 몰입할 기회를 받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