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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을까. 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쉽게 정리될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감정들에 형식을 부여한다면 그것이 애도가 되는 것일까. 엄마의 죽음이라는 추상을 아직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어린 아들이 쓴 시를 마주하고 아버지인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의 어떤 형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병든 엄마의 죽음이 가져다줄 충격이 걱정되어 감독은 아들에게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1년 후에 함께 엄마의 무덤을 찾아가자고 아들과 약속할 수 있었다. <약속>은 엄마의 무덤에 이르기까지 그 1년여의 시간을 통과해나간 아들 시우와 감독 자신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감독은 시우의 연습장에서 우연히 이 영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슬픈 비>라는 시를 발견한다. 자신의 슬픈 마음에 대해 썼다는 아들의 시를 보고 나서 감독은
[리뷰] ‘약속’, 애도에 수반되는 자연적 풍경의 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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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오후,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유방암 가능성을 진단받는다. 같은 증상의 10명 중 1명은 암이라는 정보와 “그래도 9명은 (암이) 아니지 않냐”는 위로가 뒤섞인 진찰실에서 주희는 혼란을 떠안는다. 여전히 머릿속에는 암에 대한 진위 여부가 잔상처럼 남아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일상을 이어나갈 대학 연구실을 찾는다. 연구비 지원과 사학연금 확인. 슬픔에 몰입할 새도 없이 처리해야 할 현실이 그 앞에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명씩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주희가 연구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로서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요리사로 섰던 부엌으로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는 졸업 예정자, 행사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무용과 교수, 성적을 올려 달라고 조르는 재학생, 사랑의 의미를 묻는 제자까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만남이 주희를 반기고, 주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리뷰]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버스 안에서 읽은 단편소설처럼 선명한 자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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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버린 하루 끝’에 퇴근한 한 여성(강영주)은 분명 누군가의 팬이다. 책장을 가득 메운 앨범과 포토북, 옷장에 걸린 굿즈 티셔츠, 벽에 붙은 포스터까지.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그들의 노래가 들려오고 핸드폰에선 그들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간 앨범을 펴자 미소가 번지고 기운이 난다. 그녀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팬, 샤이니월드(팬클럽 명)다.
<마이 샤이니 월드>는 올해로 데뷔 15년을 맞은 샤이니의 역사를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한 콘서트 실황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그동안 열린 총 6번의 단독 콘서트를 시간순으로 담아내 멤버들의 변천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러닝타임 112분 동안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부터 최신곡 <HARD>까지 총 23곡을 들을 수 있어 청각적 포만감을 준다. 멤버 키, 민호, 태민이 팬들에게서 기부받은 굿즈로 꾸며진 ‘샤이니월드 방’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클립들이 관객의
[리뷰] ‘마이 샤이니 월드’, 데뷔 15년을 맞은 샤이니의 역사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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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와 복제인간이 인간과 공동생활하는 근미래, 거대 테크 기업 넥스세라는 복제인간 ‘시뮬런트’를 생산하며 세계를 주도한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없는 등 인간에게 복종하는 규칙하에 시뮬런트를 제작하지만 불량품이 발생하는 걸 막을 길이 없다. 그럴 때 특수 요원 케슬러(샘 워딩턴)가 이를 해결한다. 어느 날 붙잡은 시뮬런트 에즈메(알리시아 산스)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게 됐다는 걸 확인한 그는 에즈메를 개조한 걸로 의심되는 해커 케이시(시무 리우)를 추격한다.
<시뮬런트>는 겉은 건조해도 속은 감정의 파고로 일렁이는 SF다. 알렉스 갈랜드의 SF 공간이 연상되는 가상 도시는 홀로그램과 최첨단 건물들로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를 띠지만 진짜가 되고 싶은 복제인간들의 이야기는 뜨겁다. 진정한 남편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복제인간과 인간 아내의 멜로드라마를 한축으로 가져오는 등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만들어 인간다움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고, AI와 더 가깝게 공존할 미래
[리뷰] ‘시뮬런트’, 겉은 건조해도 속은 감정의 파고로 일렁이는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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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이 삶을 바꾸곤 한다. 낯섦과 설렘, 경계와 호기심이 공존하는 그 어색한 첫 만남의 순간을 중국 여인 진샤(판빙빙)와 한국 여인 초록 머리 여자(이주영)가 겪는다. 중국에서 도망치듯 이주하여 가짜 신분, 위장 결혼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진샤는 자신을 새장에 가둔 듯이 세상과 격리돼 살아간다. 반면 초록 머리 여자는 남자 친구의 마약 밀수를 도우며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너무 다른 삶의 형태, 그 덕인지 둘은 서로에게 단숨에 이끌린다. 위험한 범죄 현장을 거치며 더 깊은 관계로 공존하게 된다.
<녹야>는 한국을 촬영 배경으로 삼은 중국영화다. 낯설 정도로 오싹한 느낌으로 잡아낸 인천항, 도심의 자극적인 네온사인, 도시 외곽의 황량한 풍경 등의 공간성이 특히 눈에 띈다. 이처럼 생경한 공간에 두 여인이 툭 존재해 살아간다. <델마와 루이스>나 <아가씨> 혹은 최근의 <마스크걸> 등을 떠오르게 만드는
[리뷰] '녹야', 묘한 모험기의 원동력이 되는 두 여인의 연대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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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주차된 차 안에서 3명의 시체가 발견된다. 집단 자살로 추정되는 이 사건의 사망자 중 한명은 고등학생 유리(강안나)다. 엄마 혜영(장서희)은 딸 유리의 주검 앞에서 오열한다. 혜영은 딸이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혜영은 살인과 관련하여 유리의 친구 예나(최소윤)와 담임교사 기범(윤준원)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담당 형사들은 유리의 죽음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혜영을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독친>은 갑작스럽게 딸이 죽으면서 파국을 겪는 엄마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유리의 죽음 이전과 이후를 오가며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모든 시선의 끝엔 언제나 엄마 혜영이 있다.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의 신조어인 ‘독친’(毒親)을 배우 장서희가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연기가 눈길을 끈다. 진저리가 칠 정도로 자식에게 집착하며 삐뚤어진 모성애를 보이는 엄마와 이에 미쳐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재고
[리뷰] ‘독친’, 오은영 박사도 막을 수 없는 지독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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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같은 돈만 아니었다면 아양(가위림)을 맡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마카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늘 도박 빚에 허덕이는 광휘(주윤발) 앞에 오래전 헤어진 여자 친구 이석(원영의)이 나타난다. 몸은 다 컸지만 자폐 증세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만 듣는 아양이 바로 광휘의 아들이라 주장하면서. 한달만 아양의 아버지가 되어달라며 이석은 광휘에게 5만달러를 내밀고 아이를 데려갈 때쯤 다시 5만달러를 줄 것을 약속한다. 한편 광휘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기 위해 도박장에 아양을 데려가는데 어느 위기의 상황에서 열심히 도망가는 아양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빚, 친아들일 거라 생각지도 않으면서 돈 때문에 억지로 맡은 아양과의 순탄치 않은 생활, 광휘의 앞날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원 모어 찬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드라마다. 아양과 이석 외에도 이발소 친구들과 단골 손님 중 선생(방중신), 카지노에서 광휘의 주
[리뷰] ‘원 모어 찬스’, 이리저리 방황하다 가족 드라마에 안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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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로르 칼라미)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시종 따스한 마음으로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바라보고 보듬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런 애니에게는 16살 난 딸과 9살 된 아들,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매트리스 공장에서 퇴근한 뒤 찾아간 한적한 서점 뒤편 공간에 여인들이 하나둘 모이면 그제야 비로소 이들이 무엇을 위해 한자리에 서로 마주 앉아 있는지 알게 된다. 임신 중지가 불법인 프랑스에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서점을 찾아온 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인 MLAC 소속이다. 더이상 출산을 원치 않았던 애니는 MLAC의 도움을 받은 후, 또 다른 여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임신 중지를 다루지만 <앵그리 애니>는 크리스티안 문주식의 냉담한 고발과도 스크린 위에 펼쳐진 아니 에르노의 충격적 자기 고백과도 다르다. 적나라한 현실로 침묵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대신, 일련의 사태처럼 반복되는 개인사와 공동체적 연대가
[리뷰] ‘앵그리 애니’, 연대가 잉태하게 한 것과 소명의식의 태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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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아이나 디 엔드)는 길거리 버스킹 가수다. 노래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일상에선 거의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태다. 이유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온 키리에는 타인과의 관계, 삶의 안정성, 현실적인 경제력 면에서 모두 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게 길에서 노래를 부르던 키리에 앞에 잇코(히로세 스즈)가 나타나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잇코는 가정에서 받은 상처 때문인지 홀로 살아가며 위태위태한 범죄를 일삼고 있다. 키리에와 잇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다. 잇코의 입시 과외 선생이었던 나츠히코(마쓰무라 호쿠토)가 키리에 언니의 약혼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재해로 약혼자를 잃은 나츠히코 역시 안정적이었던 삶의 환경을 뒤로 한 채 방황 중이다. 그렇게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 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재난 이후 현실에 부유하듯 살아오던 세 젊은이의 시간을 반추한다.
<러브레터>
[리뷰] '키리에의 노래', 구체적인 역사에 기반할 때 이와이 슌지의 매력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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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파티장에서 콜(아리 매카시)이 애타게 동생 더켓(소니 존슨)을 찾는다. 후미진 방구석에서 더켓을 찾은 콜은 황급히 동생을 데리고 나가지만 무언가에 씐 듯한 더켓은 흉기로 형을 공격하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의문의 공포가 지나간 후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미아(소피 와일드)가 등장한다. 어머니를 여읜 미아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아버지와 소원하다. 가정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미아는 친구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의 집에 주로 머문다. 제이드의 동생 라일리(조 버드)의 픽업을 대신할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된 미아는, 어느 파티장에서 숏폼 챌린지를 경험한다. 이 챌린지는 악령을 소환하는 주문인 “내게 말해”(Talk to Me)를 외치며 시작한다. 이후 “널 들여보낸다”라고 주문을 외면 90초간 짧은 빙의를 경험할 수 있다. 미아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 모두는 이 경험에 중독돼 쾌락을 느끼고, 급기야 어린 라일리까지 이 챌린지에 도전하게 된다. 이때 라일리의
[리뷰] ‘톡 투 미’, “짧아야 본다”는 작금의 관람 문화를 적극 반영한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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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뮤지션이 공연장이 아닌 극장에 모여 노래한다. 1935년 개관해 88년간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이 그 무대다. 이들은 제각기 노래하고 연주하기 위해 버텨내고 존재한 예술가들이면서, 멀티플렉스 시대에 가능한 한 오래 버텨내고 존재한 극장을 사랑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이동과 만남이 어려워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소수의 뮤지션들을 자신의 고향 극장에 초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원풍경을 서서히 잃어가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회고를 더하면서 뮤지션들의 노래가 서로 꼬리를 물도록 공연의 세심한 배치와 연출을 시도한다.
영화관을 비롯한 모든 사라지는 장소에 대한 희미한 서글픔을 담고 있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말 대신 노래를 언어로 택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공감각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극장 매표소 앞, 층계, 복도, 상영관 안, 영사실, 건물 담벼락 등 극장 곳곳을 배회하는 카메라를 따라가면서, 그곳에서
[리뷰] ‘버텨내고 존재하기’, 사라질 장소를 위무하는 음악, 유순히 뒤따르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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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비 내리는 어느 날, 삼례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10대 소년 세명이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영화는 2016년으로 무대를 옮겨 섬으로만 발령을 받다가 정년 2년을 남겨놓고 전주시로 발령난 황준철 형사(설경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미친 개’라고 불렸던 그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술을 준비했다며 너스레도 떠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30년 근속했지만 15년 넘게 진급을 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현재 전북경찰청 경무관이 된 최우성(유준상)의 이름이 나오면 그는 여전히 권력에 굽히지 못하고 냉정해진다. 두 사람의 악연은 아직 황준철이 “한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미친 개”라 불리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북도에서 검거 성과 톱3에 들던 황준철은 완주경찰서로 발령받는다. 그런 그에게 이미 살인 내용을 자백해 감옥에 수감된 소년들이 진범이 아니고 진짜 할머니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제보 전화가 들어온다. 사람을
[리뷰] ‘소년들’, 미스테리 해결에서 나아가 약자들을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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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똑똑, 똑똑. 한밤중에 술병을 잔뜩 든 치훈(서영주)이 미국 뉴저지의 한 가정집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은 치훈의 처남 문석(이순원)이다. 이미 한잔하고 있던 문석은 뜻밖의 술벗을 환대하고 두 남자는 취기에 옛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릴 적 치훈이 엄마(강애심), 누나(김수진)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소를 차린 때부터 강도에게 엄마를 잃기까지의 가족사가 펼쳐지던 중 강도 사건의 내막이 흘러나오면서 이들 사이에 적막이 엄습한다.
올해 상반기 <리바운드>로 극장가에 감동과 희열을 전했던 장항준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로 돌아왔다. <오픈 더 도어>는 명랑한 창작자의 진지한 영화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71분의 러닝타임을 5개의 챕터로 쪼개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제목의 의미를 형식적으로 강조하고 현재에서 6시간 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일그러진 가족의 발원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스릴러로서 서스펜스를 적절히 구사하지는 못한
[리뷰] ‘오픈 더 도어’, 명랑한 창작자의 진지한 영화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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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세이지족의 영토에서 석유가 솟아오른다. 오세이지족은 단번에 세계 제일의 부자 집단이 되지만, 돈이 있는 곳엔 비극도 따르기 마련이다. 1920년대 들어 오세이지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흑막엔 바로 지역 유지로서 막강한 자본 권력을 쥐고 있는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니로)이 있다. 그리고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막대한 부를 지닌 오세이지족의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턴)와 결혼한다. 킹 헤일이 주창하는 가족, 신실함의 가치는 돈과 탐욕으로 검게 물들어 어니스트 부부를 잠식한다.
80대의 감독이 가장 젊은 영화를 내놓았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는 지금의 미국, 혹은 전세계가 앓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20세기 초 미국의 실화에서 찾는다. 서부 시대 미국을 참회하며 동시대를 읽는 영화는 많았지만 스코세이지의 강점은 언제나 캐릭터의 직조에 있다. 어니스트는
[리뷰] ‘플라워 킬링 문’, 지구 반대편에서도 묻는다. 지금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