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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는 캐리커처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위해 매달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을 찾는다. 한 그림당 주어진 시간은 20분. 사람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을 보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은혜씨는 이따금 간단한 거스름돈 계산이 어렵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손님에게 “아유, 인상이 밝으세요” 하는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그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건 어머니 장차현실씨의 화실에서였다. 은혜씨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구도 가르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색칠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대안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던 시절부터 플리마켓에서 인기 작가로 떠오른 순간들, 개인전을 열고 처음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의뢰받는 날까지 은혜씨가 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키워간다. 이 일련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은 자연스레 은혜씨의 성장을 함께 나누게 된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소
[리뷰]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네 얼굴 '니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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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시리즈 속 우주인 장남감 버즈의 명성을 생각하면 그의 전사(前史)는 늦은 감이 있다. 작품은 장난감의 주인인 앤디가 영화에서 처음 버즈를 만났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 영화라고 선언하며 시작한다.우주특공대원 버즈 라이트이어(크리스 에반스)는 동면 상태의 승객 1천여명을 태우고 우주를 항해하다 한 행성에 조난한다. 지구로 귀환할 방법은 행성의 자원으로 만든 연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연료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서 행성 주변 궤도를 적절한 스피드로 비행해야 하는데, 이때 행성의 시간은 수년에서 수십년씩 지나버린다는 점이다. 비행을 거듭할수록 버즈는 나이가 들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마주하지만, 성공은 요원하고 급기야 비행은 중단된다. 포기할 수 없었던 버즈는 연료를 탈취하면서까지 마지막 비행을 감행하고 결국 성공한다. 그러나 돌아온 행성에 동료들은 간데없고 느닷없이 로봇의 공격을 받는다.
가히 새로운 우주 영웅 서사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물론 불시착한
[리뷰] 혼재하는 시간대를 바라보는 일은 늘 좀 슬프다 '버즈 라이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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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이던 톰 크루즈를 세계적 스타로 도약시킨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탑건>(1986)의 후속편 <탑건: 매버릭>이 36년 만에 돌아왔다. 영화에서도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매버릭(톰 크루즈)은 진급도 제대도 하지 않은 대령이자 현역 파일럿이다. 무인기가 파일럿을 대체할 거라는 비관 속에 매버릭은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 ‘탑건’의 교관으로 발령받는다. 지도자보다 현역으로 남고 싶은 매버릭과 최고라는 자부심만 가득한 후배들과의 갈등 못지않게 매버릭을 괴롭게 하는 것은 루스터(마일스 텔러)다. 전편에서 매버릭의 윙맨이자 사고로 목숨을 잃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가 탑건의 파일럿으로 나타나 여전히 매버릭을 원망하고 있다. 작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팀워크도 훈련도 좀체 진전이 없고 설상가상 매버릭은 교관 자리에서도 퇴출 위기에 놓인다.
“지난 일은 보내버려.” 영화에서 매버릭은 과거와 헤어져야 한다는 조언을 연거푸 듣지만 <탑건: 매버릭>은
[리뷰] '탑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톰 크루즈 레전드 '탑건 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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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규홍씨가 앉혀서 밥을 먹이고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는 상대는 손주가 아닌 아내 이연숙씨다. 그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이연숙씨를 곁에서 돌보기 시작한 그날부터 철저히 아내 위주로 짜인 그의 하루 시간표는 13년째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가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영원불변의 일과에도 큰 변동이 생긴다. 수술을 앞둔 이규홍씨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내가 지낼 요양원을 알아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다큐멘터리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의 초반은 헌신적 사랑의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한다. 더 잘해주지 못한 남편의 회한을 읊는 성우의 내레이션과 간병과 살림을 도맡은 남편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쯤 딸의 등장으로 이규홍씨와 이연숙씨의 호칭이 남편과 아내에서 아버지와 엄마로 바뀌는 순간, 영화는 하나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
[리뷰] 하나의 특별한 러브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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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중년 여성 경아(김정영)에게 하나뿐인 교사 딸 연수(하윤경)는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지만, 독립한 뒤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경아는 이따금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딸의 일상을 세심히 신경 쓰지만, 정작 연수는 그런 엄마의 걱정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편, 연수는 헤어진 남자 친구 상현(김우겸)이 자신에게 집착하자 그에게 최종 이별 통보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간의 비밀스러운 동영상이 연수의 지인들에게 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영상의 수신인 중에는 연수의 엄마 경아도 포함되어 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을 받아보게 된 경아는 깊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피해 당사자인 연수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뜻밖의 언행은 연수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단편 <우리가 택한 이 별> <야간근무> 등을 연출한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
[리뷰]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나란한 걸음,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 '경아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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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혈투 끝에 비밀연구소 아크에서 빠져나온 소녀(신시아)가 흰눈으로 뒤덮인 숲을 따라 걷는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소녀를 중심으로 전작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해 그 세계관을 더 확장했다. 책임자 장(이종석)과 죽은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 백 총괄(조민수)은 망실된 소녀를 제거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여기에 두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조현(서은수)과 토우 4인까지 소녀를 추격하면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를 드러낸다. 그 사이에서 다정다감함을 잃지 않는 이가 있으니 바로 경희(박은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갈 곳 없는 그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경계심으로 경직된 소녀가 경희 남매 앞에서는 순수함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마녀2>는 소녀를 역대급으로 강력한 초월
[리뷰] 확장된 세계관 속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궁극적 목표 '마녀 Part2. The Othe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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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단돈 20엔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다 점주에게 붙잡힌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와 그를 무사히 집에 데려오려고 한달음에 달려온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둘은 부녀가 아닌 친구 사이 같다. 아니 카에데는 약간 얼이 빠져 있고 사회성도 부족해 보이는 사토시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모습의 이면에는 사토시의 아내이자 카에데의 엄마가 루게릭병으로 살 의지를 잃고 자살한 사정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토시는 뜬금없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연쇄살인범을 목격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카에데는 사토시의 근무지에서 사토시와 동명이인의 청년을 만나자 당황한다. 수배 전단에서 그가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란 사실을 알아챈 카에데는 아버지의 신변을 걱정하며 킬러를 향한 필사의 추적을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킬러에 관한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플래시백 등장 전
[리뷰] 익숙한 장르, 독특한 스타일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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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홍예지)은 청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 경숙(김지영)과 함께 밝게 살아간다. 어느 날 윤영은 귀가 중 범죄 피해에 놓이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채 가해자를 상해치사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름 대신 ‘이공삼칠’(2037)이라는 수인번호로 불리는 윤영. 범죄 피해는 수감 중인 윤영에게 예상치 못한 더 큰 신체적 절망을 안긴다. 이런 윤영을 위해 12호실 재소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나선다. 12호실 동기들은 괴로워하는 윤영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살피며, 윤영이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해 감형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는다.
재소자간 연대와 우정, 교도소 내 옆방과의 알력 다툼 등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요소들이 <이공삼칠>에도 존재한다. 이 상투성에 일말의 개성은 배우들이 부여한다. 전에 본 듯한 설정이 개성 강한 배우들의 육체를 입는 순간 영화는 일견 특별해 보인다. 윤영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홍예지가 그중 놀랍다. 그는 캐릭터
[리뷰] 낯익은 서사 속 미더운 배우를 찍는 음흉한 카메라 '이공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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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콘서트 당일 연기처럼 사라진다.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로 예정되었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는 아쉬움을 숨길 길이 없다. 줄곧 동경하던 윤시내와 같은 무대에 오를 기회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시내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연시내의 가수 활동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짝퉁 가수’란 원조 가수의 이미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고, 윤시내의 잠적 사건은 연시내의 무대를 앗아가기 충분하다. 하지만 연시내는 좌절하는 대신 윤시내를 찾기로 한다. 윤시내를 위해 담근 술을 직접 전하겠다는 핑계를 알리바이 삼아 짧은 로드 트립에 오른 것이다. 연시내처럼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 중인 준옥(노재원)과 연시내의 딸 장하다(이주영)가 연시내의 여정에 동행한다. 데면데면한 모녀 사이인 장하다와 연시내는 서로에 대한 오해로 자주 다투지만 이내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여느 로드 트립 서사가 그러하듯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
[리뷰]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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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 엄마 소영(이지은)이 되돌아오면서, 아이를 몰래 빼돌린 불법 입양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계획이 틀어진다. 이 둘은 소영을 설득해 아이를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여정에 동참시킨다. 여기에 보육원에서 합류한 소년 해진(임승수)까지 더해진 ‘이상한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낯설지 않은 모양새다. 버리는 것과 버려진 것을 둘러싼 여러 사연 속에서 <브로커>는 가족이란 혼자였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일깨운다. 거래 현장을 덮치려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가 이들을 뒤쫓고, 멀리 있던 인물들이 감정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주요한 재미 요소다.
캐릭터의 명암을 섬세하게 살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브로커> 역시 아이를 버리고, 심지어 빼돌려 팔려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미워할 수 없게 그린다. 사채 빚에 시달리거나 가족에게 버
[리뷰] 혼자라면 못했을 일을 해내는 고레에다식 마법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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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조한 <쥬라기 공원> 세계의 유산을 흠집 없이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된 무대인 테마파크를 지양하고 공룡을 도시로 진출시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숙의의 탑을 쌓은 공로가 있다. 또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을 둘러싼 스펙터클한 갈등이 전시될 것처럼 여겨진 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부분적으로만 들어맞는다. 다른 한편으로 작품은 인간의 본능을 자성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문제는 늘 인간의 탐욕이다. 서식지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폭발을 피해 바깥세상으로 몰린 공룡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는 시기, 바이오 기술 회사 바이오신은 선사시대 DNA를 조작해 대형 메뚜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형 메뚜기가 지닌 DNA의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광대한 지역의 경작물이 초토화되고, 다급해진 바이오신은 이를 무
[리뷰] 스펙터클 내셔널 지오그래픽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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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지우(마쓰모토 리카)와 피카츄(오오타니 이쿠에)가 이번에는 현실 세계의 이면으로 향한다. 포켓몬 세계에는 현실 세계와 그 짝패인 반전 세계가 존재한다. 반전 세계는 현실 세계의 혼란함을 받아안음으로써 현실 세계를 지탱하는 공간이다. 만일 현실에서 어떤 사건이 펼쳐진다면 반전 세계에는 독을 품은 검은 구름이 피어나고, 이를 조정함으로써 현실 세계는 안전하게 유지된다. 하나처럼 붙어 있지만 누구도 함부로 오갈 수 없는 두 세계는 기라티나가 관장해오고 있다. ‘신이라 불리는 포켓몬’ 중 하나인 기라티나는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하데스처럼 현실과 반전 세계를 관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라티나와 반전 세계에 위험이 닥친다. 전작 <극장판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에서 아라모스 마을을 위험에 빠뜨린 디아루가와 펄기아가 펼치는 전쟁 탓이다.
‘시간의 신’인 디아루가와 ‘공간의 신’인 펄기아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오해해 전쟁
[리뷰] 포켓몬과 신화적 장치의 흥미로운 앙상블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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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코콜라 지역의 제빵사 올리 마키(야르코 라티)는 프로 권투 대회 출전을 위해 연인 라이야(우나 아이롤라)와 함께 헬싱키로 떠난다. 올리의 훈련을 돕는 코치 엘리스(에로 밀로노프)의 전략은 올리의 체중을 줄여 계체량 시 체급을 페더급으로 변경하는 것. 이를 위해 엘리스는 올리가 훈련에 매진하길 바라지만, 올리는 엘리스에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라고 하며 라이야와의 연애가 선사하는 환희에 취해 있을 뿐이다. 올리와 엘리스의 지향점이 어느새 달라진 것을 눈치챈 라이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상심한 올리는 훈련을 뒷전으로 미룬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그는 이후 <6번 칸>으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영화는 여러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각본이 우수하다. 올리의 연애담과 훈련담은 번갈아 진행되는데,
[리뷰] 순정만은 헤비급인, 트뤼포풍의 제이크 라모타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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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아직 30대예요.” 딱 남들만큼 깜빡깜빡하는 변호사 수진(서현진)은 교통사고를 내고 찾은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는다. 충격으로 굳어버린 수진 대신 의사에게 침착히 궁금한 점을 묻는 사람은 함께 온 아버지 인우(안성기)다. 유학을 앞둔 어린 딸 지나(주예림)를 혼자 키우며 일하느라 정신없는 수진의 부탁을 받고 손녀를 돌보러 딸의 삶에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던 인우는 수진의 치매 판정 이후 딸의 삶에 아예 들어가기로 맘먹는다.
<카시오페아>는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다. 장기 해외 근무로 수진의 인생 대부분에서 부재했던 인우는 속죄하듯 딸의 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의 간병인을 자처한다. 밥을 챙겨 먹이고, 놀이 모임에 데려가고, 분리수거를 가르친 뒤 돌아오는 인우의 일상은 어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치매를 겪는 중심인물이 발산하는 혼란한 에너지가 상당한데도 이 극은 전체적으로 차분
[리뷰]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 '카시오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