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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우림(신현서)을 함께 키우는 배달 기사 한결(전봉석)과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운(박정연)은 누구에게도 집 주소를 불러줄 수 없는 처지다. 말 그대로 집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음주 이사를 하면 떠돌이 생활에서만큼은 벗어날 거란 부부의 소박한 기대는 보증금 사기를 당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우림까지 다쳐 보금자리가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한결은 고운과 아이를 어느 오래된 이층집으로 데리고 간다. 배달하면서 친해진 할머니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자신에게 집을 봐달라고 했다며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자는 한결의 말에 고운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미심쩍어한다.
<홈리스>는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불운을 제힘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안정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이야기를 진진하게 풀어낸다. 세 식구가 낯선 집에 입성한 뒤부터 시작하는 사라진 할머니에 대한 미스터리가 짧지만 강력하게 작동하고, 극단적으로 가공하지
[리뷰] 긴급한 건 낭떠러지에 놓인 사람의 허리에 생명줄을 묶어주는 일,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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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귀 도깨비를 처단하는 귀살대원 카마도 탄지로(하나에 나쓰키)는 동생 네즈코(기토 아카리)와 함께 도깨비 토벌의 길을 나선다. 까마귀의 안내에 따라 남남동으로 향하던 탄지로는 길 한복판에서 어떤 여성에게 결혼해 달라며 생떼를 쓰는 귀살대원 아가츠마 젠이츠(시모노 히로)를 만난다. 섬약하고 경망스러운 젠이츠와 함께 길을 나선 탄지로는 혈귀의 냄새를 맡고 귀기 서린 저택에 도착한다. 탄지로와 젠이츠는 저택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매를 발견한다. 남매는 탄지로에게 장구 도깨비이자 전 십이귀혈이었던 쿄우가이(스와베 준이치)가 희귀혈을 지닌 남매의 장남을 납치해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탄지로와 젠이츠 그리고 남매로 이루어진 사총사는 쿄우가이를 처단하러 저택 내부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호전적이고 성미가 급한 귀살대원 하시비라 이노스케(마쓰오카 요시쓰구)를 마주한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멸의 칼날> TV판 입지편 20화부터 27화까지의 내용을 극장
[리뷰] 비로소 영화만이 주는 재미를 만든 극장판,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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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로드 아일랜드의 항구도시 뉴포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휴양지 복장을 한 사람들과 분주히 이동하는 배와 자동차, 바닷가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물결의 형상은 재즈의 선율과 만났다가 떨어지며 변화무쌍한 화학작용을 만들어낸다. 대낮의 활력 넘치는 야외무대와 술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저녁의 어둠이 낭만적으로 내려앉은 밤의 무대를 거쳐, 영화는 페스티벌이 끝나고 뉴포트를 떠나는 자동차의 뒷모습까지 배웅하며 재즈가 동반하는 여름밤의 시작과 끝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영화의 역사에서 소리가 등장했던 최초의 순간이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던 <재즈싱어>의 한 장면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영화와 재즈의 만남에는 특유의 친연성이 있었다.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현장을 촬영한 콘서트 다큐멘터리인 <한여름밤의 재즈>가 단순히 공연 기록 영상을 넘어 영화적인 기운을 발산하는 이유다. 야외에서 재즈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생소했던 시절에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와 휴양(
[리뷰] 휴양지의 열기로 그린 재즈의 색, '한여름밤의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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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84살인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을 찾는다. 다행히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생명엔 문제가 없었지만 의사는 엠마뉘엘에게 아버지의 오른쪽 신경이 마비되어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엄마 클로드(샬럿 램플링)에 이어 아버지에게까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자 엠마뉘엘은 낙담하지만, 불행이 닥쳐도 항상 회복해내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지난한 치료가 이어지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들은 말 한마디가 기어코 엠마뉘엘의 삶을 뒤흔들어놓고야 만다. “끝내고 싶으니 도와줘.” 아버지는 지금 딸 엠마뉘엘에게 자신의 안락사를 요구한 것이다. 엠마뉘엘은 처음엔 이를 한사코 거절하며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완강한 아버지의 태도는 결국 딸들로 하여금 스위스의 한 업체와 연락을 시도하게 만든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자신의 21번째
[리뷰] 김철홍 영화평론가의 '다 잘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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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히사(나카노 다이카)와 타케다(와카바 류야), 나츠미(오시마 유코) 세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사이로, 아츠히사와 나츠미는 결혼하여 사랑스러운 딸 스즈를 낳아 키우고 있다. 회사원으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타케다와 사업을 준비하는 등 평범하고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아츠히사는 어느 날 아내 나츠미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 내내 괴로웠으며 아츠히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나츠미의 단호한 태도에 아츠히사는 무력하게 그녀를 놓아주게 된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게 된 아츠히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데, 두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타케다 또한 속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편 아츠히사를 떠나 새 출발을 한 나츠미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며 이들의 관계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혼란스러운 도시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
[리뷰]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는 뜨거운 회한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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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남동생 데니스(프랭크 그릴로)의 안전을 위해 갱단의 불법 운송책이 된 화물트럭 운전기사 샐리(쥘리에트 비노슈)는 사람을 실어 나르라는 협박을 받고 분개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소녀를 차에 태운 그녀의 계획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버리는 걸로 바뀌지만 완벽하게 실패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남성 거래자를 소녀가 총으로 쏴버리는 변수가 생긴 것. 놀랄 새도 없이 소녀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뜬 샐리는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 은퇴한 50년 경력의 FBI 요원 게릭(모건 프리먼)은 총살된 남자가 자신이 전에 잡았던 성매매 조직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10대 때 인신매매 현장을 목격한 뒤 관련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안나 구또 감독이 40대 중반에 비로소 노작을 완성해냈다. 그녀의 장편 데뷔작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인신매매, 소아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일관한다. 인신매매업자를 등장시키되 그들의 극악함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쏟지
[리뷰] 뜨거워지기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연출로 기어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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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는 코로나23 변이 바이러스로 213주째 격리 봉쇄 중이다. 매일 오전 9시면 면역자를 제외한 전체 시민이 얼굴 인식 스캔 앱을 통해 발열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이에 불복종하거나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무장한 질병관리본부 요원에 의해 수용소 큐 존으로 강제 연행된다. 택배 배송 일을 하는 면역자 니코(KJ 아파)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자 친구 사라(소피아 카슨)와 함께 서로의 탈출을 꿈꾼다. 병약한 딸 에마(리아 맥휴)를 키우는 파이퍼(데미 무어)는 딸에게 무관심한 남편 윌리엄(브래들리 휫퍼드)의 행동이 미심쩍기만 하다. 상이군인 도저(폴 월터 하우저)의 낙은 가수 지망생 메이(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스트리밍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일이다.
이들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 한다. <락다운 213주>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면에 다룬 재난 스릴러물이다. 영화 밖 현실에 여전히 산재한 전세계적 공포와 고통
[리뷰] 세계의 고통을 유희로 눙치며 사랑을 논하다니 '락다운 21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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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영국인 닐(팀 로스)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 가족과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에 자리한 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는다.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앨리스 가족을 먼저 런던으로 돌려보낸 닐은 멕시코에 홀로 남아 자신의 휴가를 마저 즐긴다. 어머니의 죽음 등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여건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태연자약해 보이는 닐은 허름한 숙소에 자리를 잡고 해변가를 유유히 거닐거나, 현지에서 알게 된 젊은 여성 베레니세(이아주아 라리오스)와 유흥의 시간을 보낸다. 한편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앨리스가 멕시코로 오빠 닐을 찾아오는데, 닐의 뜻밖의 언행에 할 말을 잊는다. 권태로울 만큼 고요한 닐의 일상에 문득문득 폭력과 충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즈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 닐의 삶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만다.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애프터 루시아>)과 각본상(<크로닉>)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
[리뷰] 피할 수 없는 일몰과 모든 죽어가는 것들 '썬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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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과 4학년 장재영(박서함)과 컴퓨터공학과 3학년 추상우(박재찬)는 인연이 깊다. 문제는 그 인연이 악연이라는 데 있다. 두 남자의 악연은 조별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재영을 상우가 빼버리면서부터 시작된다. 결국 F학점을 받아 졸업과 유학이 물거품이 돼버린 재영은 상우를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운명이 그를 상우 앞에 데려다놓는다. 재영의 동기가 대타 디자이너를 부탁한 모바일 게임의 개발자가 바로 상우였던 것. 재영이 이 제안을 승낙하면서 둘의 관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설상가상으로 재영이 상우네 옆집으로 이사 오면서 두 사람은 학교 밖에서도 질긴 악연을 이어나간다. 이제 문제는 그 악연이 사랑으로 바뀌는 데에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왓챠 오리지널 BL(Boy’s Love)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팬들의 끝없는 애정에 응답하고자 극장판으로 돌아온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는 8개의 전체 에피소드를 포함해 드라마에 없던 장면까지 추가
[리뷰] 다 담고 더 담아 177분이라는 긴 시간을 선물한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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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수행을 위해 출몰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킬러, 지독하게 운이 없기로 유명한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휴가를 반납한 채 갑작스러운 미션에 투입된다. 원래 일을 맡기로 한 다른 킬러 카버(라이언 레이놀즈)가 갑작스럽게 아프다며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일본 신칸센에 올라 손잡이에 기차 스티커가 붙어 있는 서류 가방을 탈취해 열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미션인 데다 오랜만에 변화를 주고 싶어 코인 로커에서 총도 챙기지 않았건만, 기차에는 각국에서 온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각자의 미션을 위해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불릿 트레인>은 <존 윅>(공동 연출), <아토믹 블론드>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이다. 그는 10년 동안 스턴트 업계에 몸담으며 <파이트 클럽>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트로이> 등에서 브래드
[리뷰] '스내치'와 '킬 빌'이 되기에는... '불릿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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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증명사진 같기도 하고, 말하는 초상화 같기도 하다. 검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화면에 바스트 숏으로 잡힌 한 여성이 정면을 바라보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다음 등장하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2년간 50개국을 돌며 2천 명 이상의 여성을 인터뷰한 실험적 다큐멘터리 <우먼>의 규칙이자 전부이다. <우먼>은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휴먼> 다음 프로젝트다. 그는 <휴먼>에서 먼저 이같은 촬영 방식을 시도했고, 이 작품의 조감독이었던 아나스타샤 미코바가 <우먼>에서는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과 여성인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한데 모으고자 한 영화는 릴레이 인터뷰로 속을 채우는 방식을 택해 목적을 달성한다. 출연자가 바뀌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주제별로 인터뷰 시퀀스를 배치하고, 그러면서도 밀착되지 않은 주제를 앞뒤로 놓아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냈
[리뷰] 수많은 각양각색의 여성과 일일이 눈맞춤하는 108분의 기적,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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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순이라는 부정확한 이름은 미 정보전시국(OWI) 49번 심문 보고서에서 처음 발견됐다. 보고서는 1944년 버마(현 미얀마) 북부의 미치나 지역에서 연합군에 포로가 된 조선인 ‘위안부’ 20명을 심문한 내용이 적힌 기록물이었다. 해당 문서에 ‘Koko Sunyi’(코코순이)라 표기된 21살 여성은 심문받은 14번째 위안부였다. 20명 중 인적 사항을 그나마 자세히 알 수 있는 생존자이기도 했다. KBS 취재진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위원은 그래서 코코순이를 추적했다. 우선 그녀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함양으로 향한 그들은 행정복지센터의 빛바랜 제적부에서 코코순이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박순이. 그것이 그녀의 정확한 이름이었다.
<코코순이>는 KBS가 제작한 전체관람가 다큐멘터리인 만큼 관객이 영화가 지닌 문제의식과 지식을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도록 친절한 자세를 취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적극으로 시작해 관객이 어려움 없이 다큐멘터리 안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들의 관심
[리뷰] 졸거나 헤매는 학생 없게 치밀하고 사려 깊은 수업 준비, '코코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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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율리에(르나트 라인제브)는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또 사진으로 진로를 바꾸며 새로운 단계를 물색한다. 에필로그. 율리에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는 스틸사진작가가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이 도약과 일시적 마침표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마주침과 선택의 기로들을 보여준다. 진로만큼이나 율리에가 몰두하는 것은 사랑이다.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와의 육체적인 사랑과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과의 정신적인 사랑 가운데 율리에는 어느 쪽에도 정착하지 않으며 차라리 최악이 되는 용기를 택한다. 누군가의 방황 어린 삶을 응원하는 데에 기꺼이 ‘최악’이라는 형용을 가져다놓는, 모순을 끌어안는 태도가 영화의 중심에 있다.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를 12개 챕터로 나누는 전략을 취한다. 챕터마다 따라붙는 소제목은 OTT 시리즈의 문법에 대한 반응처럼 보이기도 하고, 율리에의 삶을 더욱 큰 단위의 소설의 일부처럼 느끼게 만들
[리뷰] 모순 형용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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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에 들어선 부부인 김춘나와 김종석은 각각 ‘작은새’와 ‘돼지씨’란 이름으로 개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작은새는 서예와 그림을 다루고, 돼지씨는 시를 써낸다. 딸 김새봄은 전시회 준비 과정에 걸친 부모의 일상의 면면과 창작론을 다큐멘터리로 담는다. 영화는 딸의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시작해 가장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가족의 초상을 추억하고 시, 그림, 사진, 영화 등 온갖 창작으로 재구성한다. 출산으로 젊은 날의 꿈을 잊고 오롯이 어머니가 된 어머니, 넘쳐나는 끼를 깊이 묻은 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묵묵히 일해온 아버지. 덕분에 장성한 딸은 고마움을 갚기라도 하려는 듯 부모의 지난날을 회고하며 전시회 준비 및 진행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무엇보다 강력한 영화의 힘은 작은새와 돼지씨의 작품들이다. 예술과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듯한 24시간 슈퍼 상인, 주부와 경비원이란 직업이 외려 일상의 솔직한 감상이나 가족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더없이 예리하고
[리뷰] 아내와 남편의 사이만큼 가까운 일상과 예술의 간격, '작은새와 돼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