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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부모가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있다. 윌리는 증강현실 게임에 푹 빠져 있는 7살쯤 되는 꼬마다. 부모의 직업을 따라 우주의 온갖 것들을 탐험하고 수집하는 데 관심이 있는 꿈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현듯 악재가 닥친다. 무수한 소행성과 그 파편들이 우주선을 습격하고, 윌리는 부모와 떨어져 미지의 행성으로 탈출한다. 부모와는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다행히 탈출선에 있던 로봇 버크가 윌리의 생존과 구조 대기를 만능으로 돕지만, 행성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거대 암석 동물이 공격을 일삼고 평범한 음식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다만 윌리는 낙관적인 탐험가 기질을 발휘해 현지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우정을 나누고 착실히 생존해나간다. 하지만 구조 요청을 해야 하는 버크의 배터리가 소진되어가면서 윌리의 행성 탈출은 점점 어려워진다.
모난 곳 없는 가족, 아동, 모험 애니메이션의 모범 사례다. 외딴 행성에 홀로 떨어진 소년의 생존형 고군분투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년의 성장과 교우 관계에 집
[리뷰] '스페이스 키드: 우주에서 살아남기', 소년의 성정처럼 순수한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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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든이 캠프장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에드먼드(제임스 맥어보이)는 급히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전처 조앤(클레어 포이)에게 전후 사정을 듣는다. 경찰은 납치까지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에드먼드에게 설명한다. 에드먼드는 조앤의 애인 프랭크(톰 컬렌)를 의심한다. 아들이 사라진 다음날 프랭크가 보여준 엉뚱한 행동에 화가 난 에드먼드는 그를 폭행한다. 경찰에 체포된 에드먼드는 정황을 이야기하지만 묵살된다. 프랭크의 선처로 혐의가 풀려 집으로 온 에드먼드는 몰래 가져온 프랭크의 핸드폰을 훑어본다. 그는 사진 속에서 사건의 단서를 발견한다.
<마이 선>은 납치된 아들을 직접 찾아나선 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실종에서 납치로 바뀌는 초반 전개가 흥미롭다. 에드먼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석유회사와 연관성을 짓는 경찰에 답답함과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는 2.35:1 화면비를 활용해 그의 감정을 표현한다. 익
[리뷰] '마이 선', 긴박하지만 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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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라엘(이태경)은 5급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엄마(전국향)는 물심양면으로 딸을 뒷바라지한다. 희망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라엘의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합격은 쉽게 되지 않는다. 라엘은 어느새 32살이 되었다. 초시생의 총명함은 사라지고 점차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엄마는 불합격의 원인을 이름에서 찾았다. 엄마는 용하다는 스님에게서 ‘혜옥’이란 이름을 받아온다. 라엘은 혜옥으로 개명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며 시험을 준비한다.
<혜옥이>는 5급 행정고시 N수생 혜옥이가 겪는 고된 수험 생활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매몰 비용의 오류’라는 개념을 주인공 혜옥을 통해 풀어낸다. 매몰 비용의 오류란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같은 행동을 반복함을 의미한다. 언젠가 시험에 합격하리라는 희망은 늪이 되고 혜옥은 그 속으로 침잠한다.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차이점은 산동네다.
[리뷰] '혜옥이', 희망의 늪에서 노력이 무의미해질 때 분열되는 청춘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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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일본의 남북조 시대. 북조의 쇼군이 멸망한 헤이케 가문의 보물들을 찾으려 한다. 천황의 적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소년 토모나와 아버지는 북조 대신들의 의뢰를 받아 헤이케의 신검을 바닷속에서 건져올린다. 그런데 신검을 본 대가로 아버지는 크게 해를 입고, 토모나는 시력을 잃는다. 토모나는 아버지에게 헤이케 가문에의 복수를 명받아 교토로 떠나고 맹인 비파 법사가 된다. 한편 교토의 노가쿠(당시 사루가쿠) 극단에는 ‘견왕’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다. 키보다 두세배는 긴 팔, 등에 난 비늘, 입가에 달린 눈을 타고난 탓에 그는 표주박 가면을 쓰고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견왕(아부쨩)은 우연히 토모나(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고 자신이 헤이케 가문의 저주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둘은 각자의 원한과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헤이케 가문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고 이를 노가쿠로 알리기 시작한다.
‘보는 맛이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리뷰] '견왕: 이누오', 보는 맛과 더불어 듣는 맛까지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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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 호손은 별나다. 외딴섬에 있으며 12명씩만 받고 디너 가격이 180만원이다. 이번 손님 명단에 마고(안야 테일러조이)의 이름만 빠져 있다. 미식보다 담배를 즐기는 그는 호손의 헤드 셰프 슬로윅(레이프 파인스)의 열성 팬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의 권유로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호손 월드에 입성한 마고와 일행이 능란한 지배인의 통솔 아래 6개의 둥근 테이블 앞에 착석한다. 슬로윅은 계획에 없던 손님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HBO> 시리즈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가 연출하고 <돈 룩 업>의 애덤 맥케이가 제작에 참여한 <더 메뉴>는 두 감독의 개성이 깊게 밴 블랙코미디다.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는 음식평론가, 값비싼 경험이 목적인 비즈니스맨들, 자랑거리가 필요한 배우, 아는 척하느라 바쁜 비전문가 등을 한데 모아놓고 코스 요리에 맞춰 그들의 죄를 세련되게 까발린다. 부르주아의 과시적 소비에서부터 유명인에 대한
[리뷰] '더 메뉴', 정확하게 찍고 우아하게 썰고 깔끔하게 헹구는 고강도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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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루야오(류이호)는 잠에서 깨 아침을 맞으면 모든 것이 새롭다. 그는 몇해 전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해마를 제거해 수술 이후 기억이 모두 리셋되는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루야오의 회복을 위해 잠재의식을 기억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참여하길 권한다. 루야오는 실험에 참가하며 심리학 박사과정 재학 중인 쉬싱웨(구리나자)를 만난다. 쉬싱웨는 상담가의 직업윤리를 잊은 채 어차피 기억을 못할 루야오에게 이런저런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실험 2회차, 루야오는 우연히 쉬싱웨의 집에 가고 쉬싱웨가 시 창작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 인기 가수 친메이쑤의 신곡을 작곡하며 재기를 준비 중이던 루야오는 쉬싱웨에게 작사를 의뢰한다. 다음날 곡 작업을 이유로 다시 만난 루야오와 쉬싱웨는 하루를 같이 보내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매일 기억을 잃는 남자, 그런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 음악과 시.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설정에 순애보와 낭만이 가득한
[리뷰] '너와 사랑한 시간', 홍콩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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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능청스러운 말발로 압구정 일대를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국은 한때 잘나갔지만 누명을 쓰고 면허가 정지된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를 만나 일생일대의 사업 수완을 발휘한다. 그렇게 자신이 아는 압구정의 인맥을 모아 압구정 최고의 성형외과를 만들겠다는 대국의 계획은 얼렁뚱땅 진행된다. 병원은 대박나 손님들로 가득하지만, 성공을 맛보자마자 두 사람은 동상이몽에 잠겨 충돌하기 시작한다.
괜히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마동석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유사한 캐릭터가 서로 다른 영화를 관통하여 누비는 통합 장르가 되어버렸다. <압꾸정>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이 영화는 단독 작품이라기보다는 MCU의 에피소드 중 하나처럼 다가온다. 문제는 이번 에피소드가 너무 익숙하고 빤하다는 거다.
2007년 압구정동 성형외과를 무대로 K뷰티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 소동극은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리뷰] '압꾸정', 입으로 때리는 마블리 자기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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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아침, 월우(박진영)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온몸에 폭행 흔적이 있지만 경찰도 사회복지사도 월우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쌍둥이 형 일우(박진영)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주기 위해 복수에 나선다. 집요한 추적 끝에 일우가 용의자라고 확신하는 문자훈(송건희) 일당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일우는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일우에게는 어떤 작전도, 계략도 없다. 일우가 소년원에서 문자훈 일당을 만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들었다가 맞고 끌려 나가는 장면에서 관객은 일우가 가진 건 오직 처절한 분노와 복수심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일우는 목숨을 걸고 온몸을 내던지지만, 소년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작동하는 힘과 자본의 논리에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소년원은 폭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보호해야 하는 세계다. 일우는 이곳에서 힘없는 자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폭력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센 반격이 되돌아온다는
[리뷰] '크리스마스 캐럴', 서럽고 불편하게 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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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10년의 발걸음>은 2011년 출범한 시각장애인 관현악단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의 창단 이후 10년의 궤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오케스트라를 출범한 이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교장을 역임한 명선목 광명복지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현악기를 다루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는 전 단원이 장애 연주자로 구성돼 있고, 전 단원은 보면대 없이 교향곡의 전 악장을 암보해 연주한다. 영화는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의 10년을 담은 기록물답게 단원들의 연주 실황을 무편집본으로 담는다. 시간 순서에 따른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의 발전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단원들의 연주 기량과 이들이 공연에서 다루는 레퍼토리가 시간에 비례해 진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음대 출신 혜광학교 졸업자, 협연자, 후원자, 언론 관계자 및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인터뷰
[리뷰] '동행: 10년의 발걸음', 마음의 눈을 틔우는 선율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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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젊은 남녀 유팡(문리)과 장둥링(임철희)이 6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여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이 유팡의 전 애인이라고 말하는 밍량(린바이홍)이 한낮의 기차역에서 유팡에게 칼부림을 시도한 것이다. 장둥링은 유팡을 지키려 몸을 던지고, 큰 자상을 입는다. 그리고 밍량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 유팡과 유팡의 동성애인 모니카(천팅니)를 집요히 스토킹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청춘시련>은 영어 제목 <Terrorizers>가 지시하듯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The Terroriser)나 <타이페이 스토리>처럼 도시의 청춘들이 엇갈리며 자아내는 불안을 그려낸다. 기차역 칼부림 사건에 얽힌 이들의 치정과 일상을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담담히 반복하는 플롯을 통해서다. 다만 이러한 레퍼런스의 활용은 작품 고유의 개성을 재창조하기보다는 전술한 대만 뉴웨이브의 감성적인 성취와 생경한 서사 구조를 다소 안일하게 모
[리뷰] '청춘시련', 무의미, 무성의하게 반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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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된 한편의 기사는 할리우드의 오랜 침묵을 거대한 외침으로 바꾸어놓았다.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등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하비 와인스틴이 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저지른 성폭력에 대한 탐사보도였다. 여성배우에 대한 할리우드의 왜곡된 인식, 영화 관계자의 묵인과 옹호,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제도 등 와인스틴의 성범죄를 가능케 한 조건들에 대해 끈질기게 추적한 <뉴욕타임스>의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 기자의 취재기가 <그녀가 말했다>에 담겼다. 영화는 현실과 재현의 경계를 자연스레 넘나든다. 성범죄 당시의 녹취록을 직접 들여오거나 실제 피해자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사건 관계자와 가장 유사한 배우를 기용해 설득력을 배가한다. 재현과 실제가 겹친 자리에서 가해자에게 빼앗긴 여성들의 목소리는 거대한 울림이 되어 미투(MeToo) 이후의 시간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 자리한 조디 캔터와 메건
[리뷰] '그녀가 말했다', 두 여성 기자의 끈기와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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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식성을 가진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 그녀는 자신의 독특함을 숨긴 채 아빠와 단둘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아빠마저 그녀를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매런. 그녀는 어렸을 때 가족을 떠났기 때문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열여섯 소녀가 홀로 떠나는 여정은 쉽지 않다. 친절한 듯 기묘한 사람들도 마주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길 위에서 자신과 닮은 소년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난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지는 둘. 리는 매런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한다. 아름다운 듯 위태로운 두 사람의 여정은 어디로 향할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국내 관객의 사랑을 받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무는 이들을 응시한다. 소재는 어느 때보다도 파격적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런 소재를 통해 영화는
[리뷰] '본즈 앤 올', 외로움, 사랑, 그리고 받아들여짐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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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방에서 한 사람이 노트북에 연신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그 내용은 음성으로 변환되어 방 안에 울려 퍼진다. 영화감독인 노동주는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노동주는 “사랑에 대한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능가할 때 세계 평화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세계 최초 평화주의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직업은 다양하다. 치료 안마사, 영어 강사, 장애인 인권 강사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신의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영화 작업에 투자한다.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에 참여한 스탭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본격적인 제작 회의가 시작된다.
<영화감독 노동주>는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의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촬영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노동주 감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한 다발성경화증으로 시각을 잃었다. 영화를 촬영할 때 중도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장면을 머
[리뷰] '영화감독 노동주', 노동주의 상상은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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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혼자 눈뜨고 잠드는 18살 유진(황보운)은 엄마(서영희)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가버려도 꽤 담담하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자신 또한 사랑할 상대를 찾아나서는 모습은 열정적이기까지 하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유진은 대학생 오빠 강우(김민철), 그리고 순진한 동급생 현욱(홍사빈)을 동시에 만난다. 강우에겐 동등한 성인으로 인정받길 원하고 현욱에겐 멋대로 기대고 싶은데, 제각기 꿈틀대는 욕망은 서로를 상쇄하긴커녕 점점 크고 대담한 성질을 띤다. 끌리는 남자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거나 자신을 모욕한 어른을 돌려세워 쏘아붙일 줄도 아는 당찬 10대이지만, 유진에게도 가끔은 자기 안의 결핍과 변덕에 맞서다 주저앉는 날들이 있다. 엄마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만인의 연인>은 결국 단 한 사람의 연인이 되는 일에도 서툰 여자들의 겨울 이야기다.
미성년의 시간은 아름답기보다 대개 축축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따르는 <
[리뷰] '만인의 연인', 쾌감과 부끄러움 사이를 오가는 열여덟 욕망의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