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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에스토니아가 소련령이던 시절 연기자를 꿈꾸는 일병 세르게이(톰 프라이어)는 공군 기지에서 군 복무 중이다. 어느 날 로만 마티예브 중령(올렉 자고로드니)이 세르게이의 부대로 부임한다. 사진이라는 공동의 취미하에 세르게이와 로만은 가까워진다. 세르게이는 로만의 외부 일정에 동행하기도 하고, 로만의 관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윽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당시 동성간 성적 접촉은 소련군 형법상 불법이었다. 군인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었던 로만은 세르게이에게 이별을 고한다. 전역 후 세르게이는 연극학도로 연기 공부에 매진하지만 여전히 로만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로만은 세르게이를 찾아와 부대에서 만난 루이자(다이애나 포자르스카)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시절에 의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지속한다.
<파이어버드>는 연출의야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퀴어 로맨스 장르 아래 공군 부대 내 훈련 장면과 비행전 시퀀스,
[리뷰] '파이어버드', 엄혹한 시절의 불같은 사랑에 예상 가능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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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이하 <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 왕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강대국은 왕의 죽음을 틈타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노린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비브라늄 보유국이자 해저의 비밀왕국 탈로칸을 건드리고 만다. 탈로칸의 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는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에게 함께 전쟁을 일으키자고 제안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와칸다를 먼저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 블랙 팬서도 없고 아직 충분한 애도도 마치지 못한 와칸다는 강대국과 네이머의 반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와칸다 포에버>는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애도한다. 왕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와칸다의 여전사들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는 라몬다 여왕(앤절라 배싯)과 슬픔에 빠져 있는 슈리, 아이언 하트 슈트를 직접 만드는 천재 과학자 소녀 리리(도미니크 손)뿐 아니라 오코예, 나키아, 음바쿠 등이 더해져 여느 히어로물에서도
[리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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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민영(황정인)은 급우인 태용 일당에 괴롭힘을 당한다. 방식은 핫도그나 햄버거, 때로는 오물을 억지로 먹이거나 초코우유를 몸에 잔뜩 뿌리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민영은 거식증에 시달리며 자주 속을 게워낸다. 어느 날 괴롭힘의 현장에서 같은 반 이태(윤경호)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피한다. 이태의 은신처를 방문한 민영에게 이태는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을 설파한다. 이태는 민영에게 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의 체계를 조작하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거식증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용 일당에 맞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이 말을 들은 민영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진다.
작품은 본격 SF를 표방하지만 내실은 미스터리 구조다. 태용이 감전사한 채 발견된 후 범인 찾기가 시작되는데, 용의자라 할 만한 인물들 중 범인을 확정하기가 어렵다. 트랜스 휴먼의 적임자로 지목된, 두번의 번개를 맞고도 팔 한쪽을 잃었을 뿐 살아남은 동급생 노철(김태영)과 이태, 민영은
[리뷰] '트랜스', 적어도 낯간지럽지 않은 독립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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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결혼식 당일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경찰인 윤(채서진)은 자신의 전공을 발휘해 남편 태영(이이경)을 찾아보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웨딩드레스도 갈아입지 않은 채 태영을 기다리다 잠이 든 윤은 갑작스러운 휴대폰 알림 소리에 깨어난다. 태영의 핸드폰에 설치된 ‘커플 앱’이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드레스 차림으로 길을 떠난 윤이 도착한 곳은 외딴곳에 언제부터 운영됐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한 심야 카페다. 자정에 문을 열어 해가 뜨면 문을 닫는다는 이 카페에서 윤은 사라진 태영을 만나지만, 이상하게도 태영은 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태영뿐만이 아니다. 알쏭달쏭한 말만 반복하는 카페 주인과 시대를 가늠하기 힘든 인테리어, 그리고 어느 시대 사람인지 알기 어려운 복장을 하고 있는 카페의 다른 손님들까지. 윤은 카페 주인이 제조한 ‘더블 위스키 아이리시 커피’를 마시며 상황을 파악해보려 한다.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비현실적인
[리뷰] '심야카페: 미씽 허니', 커피냐, 술이냐. 하나만 마시든지, 잘 섞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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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요시자와 료)이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왕의 자리에 복귀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위나라가 진나라를 침공해온다. 이에 신(야마자키 겐토)은 본격적으로 천하대장군이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보병으로 전쟁에 출전한 신은 전장으로 가는 여정에 같은 고향 출신의 미평(오카야마 아마네), 미도(하마쓰 다카유키) 형제와 만나 동행한다. 여기에 택규, 사연을 알 수 없는 고수 강외(세이노 나나)가 합류해 5인조를 이룬다. 위나라 총대장은 과거 진나라 6대 장군에 버금간다는 전술의 천재 오경(오자와 유키요시)이다. 이에 맞서는 진나라 장군은 본능적인 감각이 뛰어난 표공 장군(도요카와 에쓰시)이다. 이미 절반의 보병이 전사한 불리한 전장터에서 신의 부대를 이끄는 장수 박호신은 무모한 돌격 명령을 내린다.
<킹덤2: 아득한 대지로>는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속편이다. 8700만부가 넘게 팔린 원작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개봉한 1편은 흥행수익 57억엔을 돌파,
[리뷰] '킹덤2: 아득한 대지로', 더 길어지고 더 커진, 일본만화 영화화의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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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두 여성이 갇힌다. 베키(그레이스 풀턴)와 헌터(버지니아 가드너)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애초에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데에는 사연이 있다. 1년 전 함께 암벽 등반을 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남편 댄을 베키가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헌터는 베키의 새로운 시작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등반을 제안한다. 600m 상공에서 댄의 유골을 뿌리자고 말이다. 그렇게 둘은 꼭대기에서 의식을 치른 뒤 새 삶을 다짐하며 땅으로 내려가려는데 지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사다리가 떨어져나간다. 베키와 헌터는 펜스 하나 쳐지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탈출을 모색하고, 그 모습을 사람의 시체를 파먹는 독수리가 지켜보고 있다.
<폴: 600미터>는 미국과 영국에서 꾸준히 액션영화를 연출해온 스콧 만 감독의 신작이다. 극한상황에 고립된 인물의 처절한 액션을 통해 스릴을 느끼게 되는, <127시간>이나 <47미터>
[리뷰] '폴: 600미터', 107분 동안 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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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전직 해군 출신 강도영(김래원)은 테러범(이종석)이 일러준 힌트를 좇아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분투한다. 폭탄에는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타이머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알게 된 순간부터 도시에서 쉬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소음이 된다. 창문 여닫는 소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골이 들어가자 터져나오는 군중의 환호. 도심 속 흩어진 소리를 기폭장치로 만들 생각을 한 테러범은 도영의 가족마저 인질로 붙잡는다. 가족과 시민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던 도영은 테러범의 정체를 알아채고, 이윽고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1년 전 도영이 부함장으로 있던 잠수함(한라함)은 국제 해군 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던 도중 갑작스레 출현한 어뢰와 충돌을 피하다 사고가 난다.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리라 예상했지만 도영은 절반의 승조원과 함께 생환한다. 그렇게 도영은 ‘돌아온 용사,
[리뷰] '데시벨', 과잉된 감정이 가려버린 테러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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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새로운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한 한국대학교 캠퍼스.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여진구)은 친구의 부탁으로 공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문의 새내기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서한솔(김혜윤). 여학생의 비율이 높지 않은 공대에서 모태 솔로로 지낸 용은 금세 한솔에게 반하고, 그의 관심을 사기 위해 친구로부터 햄(HAM) 무전기를 빌린다. 한편 2022년의 한국대학교. 사회학과 21학번인 김무늬(조이현)는 주변 인물을 인터뷰해오라는 과제를 받지만 어디서, 어떻게, 누구의 이야기를 담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햄 무전기를 꺼내들고 말한다. “시큐 시큐,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했던 김정권 감독, 유지태·김하늘 주연의 <동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여년의 시차를 둔 두 남녀가 낡은 아마추어 무선기 햄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
[리뷰] '동감', 두꺼운 소설책에 보관해둔 꽃갈피를 다시 발견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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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는 언제나 다층적으로 읽힌다. 애증이란 말로 포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탓이다. 수경(양말복)과 이정(임지호) 또한 그렇다. 수경의 날 선 말과 행동이 익숙하단 듯이 이정은 엄마의 분노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홀로 분노를 삭이거나 눈을 흘기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런 이정이 기어이 폭발하는 사건이 수경과 함께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벌어진다. 장을 보고 돌아온 차 안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수경의 손찌검이 시작되자 이정이 결국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그런 이정을 수경의 차가 들이받는다. 사고라 말하는 수경과 달리 이정은 평소에도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하던 엄마의 고의적인 행동이라 주장한다. 이를 발단으로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김세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을 준비하며 제작한 영화다. 속옷을 공유할 만큼 내밀한 사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감정과 각자의 약점을 알기에 할퀼 수 있는 상처들이 낱
[리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신인감독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한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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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펀드매니저 밀리(대니엘 맥도널드)는 업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실적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맘에 품어온 오페라 가수의 꿈에 도전한다.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실적을 뒤로하고 말이다. 그는 사내 연애 중인 연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곤 오페라 가수로서의 첫 목표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타 싱어’에서 우승해 인기를 끌고, 거대 소속사에 들어가겠단 계획을 세운다. 이에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우고자 전직 오페라 가수 메건(조애나 럼리)을 찾아가고, 드럼버칸이란 스코틀랜드의 외딴 시골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특훈에 들어간다. 5년 동안이나 메건의 제자로 지내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던 맥스(휴 스키너)는 갑자기 굴러온 돌 밀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괴팍한 스승 밑에서 동고동락하며 같은 꿈을 꾸는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크게 모나거나 유별난 곳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음악영화다. 제목에서 보듯 <피가로의 결혼>이나 <라 트라비아타&g
[리뷰] '피가로~피가로~피가로', 특별한 변주 없이 무난하게 흐르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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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웨이신(이목)은 학교 매점에서 동급생 요우췐(에릭 추)과 우연히 말을 섞게 된다. 얼마 지나 어떤 여학생의 고백으로 곤경에 빠진 요우췐을 웨이신이 돕게 된다. 그렇게 둘은 점차 친밀해지고 같이 기타를 배우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부모의 불화, 부재와 같은 가정환경에 동질감을 느끼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또 웨이신의 절친 팡치란(하사정)이 익명의 남학생에게 아침마다 받는 주먹밥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한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웨이신은 요우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요우췐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고, 웨이신의 마음은 곪아간다. 이처럼 슬픈 고민에 빠진 웨이신에게 십수년 후 어른이 된 자신이 나타나서 온갖 조언을 해준다.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듯한 대만식 청춘 로맨스물이다. 2015년 대만의 SNS에서 화제가 돼 소설로도 출판된 네티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 미래의 자신이 찾아온다거나 하는 영화적 상상이 가미됐다. 그러나 실화의
[리뷰]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듯한 대만식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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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한 정아(박하선)는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 중이다. 가정에선 갑자기 쓰러진 친정어머니 대신 14개월 딸 서윤을 돌봐줄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 문제로 씨름하고, 회사에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계약직 후배 지현(공성하)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소개소를 통해 알게 된 조선족 보모 화자(오민애)가 서윤을 돌보게 되는데, 애초 한국인 시터를 원했던 정아이기에 처음엔 그녀를 못 미더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화자에게 신뢰를 쌓아간다. ‘비혼주의’를 공언하는 지현과의 사이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시금 직장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어느 날, 정아는 남편 우석(오동민)으로부터 서윤과 화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회사를 뛰쳐나와 서윤을 찾아 나선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윤은 무사히 정아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아이를 데리고 말없이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화자에게 화가 난
[리뷰] '첫번째 아이', 복잡한 감정을 오가는 흡인력 있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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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5명의 재미 한인이 출마한다. 민주당측엔 현직 이민변호사 데이비드 김, 흑인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마릴린 스트릭랜드, 재미 한인 중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앤디 김이 있다. 공화당에선 전업주부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한 미셸 박 스틸, 오랫동안 정치계에 몸담았던 영 김이 출사표를 냈다. <초선>은 몇달간 이들의 선거 과정을 좇는다. 기업의 선거자금 후원 없이 직접 선거 전단을 뿌리며 고군분투하는 데이비드 김의 풀뿌리 선거운동이 영화의 주요 서사로 두드러진다. 더불어 영화는 현재 재미 한인들의 정치 참여 욕구와 당위성을 1992년 LA 폭동 중 한인들이 겪었던 수난에서 찾으며 거시적인 역사적 통찰까지 포섭하기도 한다.
사실 선거에 나선 후보자 5명에겐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양당제 미국에서 쉽게 섞일 수 없는 정파성의 거리감이 그렇거니와 성별, 세대, 피부색, 정치 경력, 지역, 성적 지향성 등의 차이 역시
[리뷰] '초선', 11월8일 미국의 중간선거를 기대하게 하는 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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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농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이리스가 제법 규모가 큰 집으로 들어가면 할아버지를 포함해 부모와 고모들, 청소년기 사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알카라스에 사는 이 대가족의 면면은 여느 농가의 정경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복숭아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10대 남매 중 오빠는 무표정하게 농가 일을 돕다가 저녁이면 친구들과 댄스파티를 벌이며, 부쩍 화장에 관심을 보이는 언니는 둔덕에서 친구와 요염한 춤을 추거나 이성의 눈길을 끌려고 애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리스의 아버지는 밤이면 복숭아를 훔쳐 먹는 토끼를 사냥하고 묵묵히 복숭아를 수확하며, 어머니는 문이 열린지도 모른 채 시아버지의 흉을 본다.
영화는 부침 없는 한 농가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에 머무르지 않는다. 태평해 보이기만 하는 이리스 가족은 하나같이 마음속에 근심과 불안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다. 지주의 요구로 곧 집을 내놔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부모의 부양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
[리뷰] '알카라스의 여름', 불행의 이유는 우리에게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