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데이지 리들리)은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반드시 죽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죽음과 자신의 죽은 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환기가 된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어느 날, 프랜은 새 직장 동료 로버트(데이브 메르헤예)와 친해지고 둘은 데이트를 하기에 이른다. 로버트는 자신의 치부까지 내보이며 프랜과 가까워지길 원하는 반면 프랜은 로버트와 깊은 관계를 맺길 망설인다. 영화는 프랜이 상상하는 죽음을 구현하는 데에 공을 들인다. 건조한 현실과 높은 채도의 몽환적인 죽음의 이미지가 갖는 괴리는 프랜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해왔다는 방증이 되어준다. 프랜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아도 갈등을 거듭하며 로버트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로맨스를 넘어 한 인물이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법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