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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교사 도경(전석호)과 중학생 지용(김정철)이 목숨을 잃는다. 남겨진 자들은 떠나간 이를 애도하기는 커녕 자신들을 짓누르는 슬픔과 고통을 견뎌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눈물 자국을 제대로 닦지도 못했지만 하루하루 무심하게도 시간은 흘러가고, 일상의 풍경 속으로 죽은 자들의 환상이 불쑥불쑥 틈입한다. 그러던 중 도경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는 사촌 언니의 빈집에서 얼마간 머무르기로 하는데, 그곳에서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과 조우한다. 도경이 죽었단 사실을 모르는 현석에게 명지는 굳이 그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고 묘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은 이국의 거리를 거닌다. 한편 부모 없이 동생과 의지하며 살아가던 지용의 누나 지은(정민주)은 지용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몸에 마비가 와 병원에 입원한다. 친구 지용을 잊지 못하던 해수(문우진)는 그런 지은 곁을 맴돈다.
<설행_눈길을 걷다> <프랑스여자> 등 인물
[리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마음, 감사하고 궁금해하며 살겠다는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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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가정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중년 남성 히사(구사나기 쓰요시)는 오랫동안 문학 작가를 꿈꿨으나 대필 작가로 활동 중이다. 먹고살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써온 그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평범한 고등어 통조림 하나가 들어오고, 번득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해도 그 여름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히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때는 1986년 여름, 초등학생 히사(반카 이치로)와 타케(하라다 고노스케)는 같은 반이다.
타케는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책상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등 꿋꿋이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여름방학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히사에게 느닷없이 타케가 찾아와 돌고래
[리뷰]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마음 한 구석 시큰하게 일렁이는 그 여름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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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메트로놈이 째깍거린다. 연필을 쥔 엔니오 모리코네가 총보 위에 사각사각 기보해나간다. 평생 음악과 일체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일상은 이토록 단순한 규칙들로 이뤄져 있다. 박자를 듣고, 소리를 상상하고, 악보를 매만지기. <시네마 천국> <말레나>의 감독이자 엔니오 모리코네와 오랫동안 협업한 동료이기도 한 주세페 토르 나토레는 생전의 모리코네와 나눈 대화와 그의 주변인을 인터뷰한 영상을 모아 모리코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군악대 트럼펫 주자였던 아버지를 이어 음악원에서 트럼펫을 배웠던 어린 시절, 스승 고프레도 페트라시를 사사했지만 또래에 비하면 작곡 실력이 부진했던 청년 시기, 친구들과 ‘일 그루포’를 결성해 음향 음악에 가까운 실험적 작업에 몰두하던 때까지, 영화는 수많은 푸티지와 다양한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엔니오 모리코네의 과거를 쉼 없이 열거한다. 모리코네는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면서 이탈리아 대중가요의 호황을
[리뷰]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영화사와 음악사를 종횡무진하며 익숙한 선율로 관객을 끌어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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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박선호)는 여자 친구 수진(김희정)에게 연신 전화를 걸지만 묵묵부답이다. 이유는 친구가 보낸 불법 촬영 라이브 방송 링크를 수진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의문의 라이브 방송 링크가 동주의 노트북으로 전송된다. VVIP 고객을 위한 불법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동주는 방송에서 수진을 발견한다. 수진을 구하기 위해 동주는 정체불명의 남자 젠틀맨(박성웅)과 협상을 시작한다.
<라방>은 불법 라이브 방송에 나온 여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의문의 젠틀맨과 사투를 벌이는 추격 스릴러 영화다.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영화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데에 두 배우의 몫이 크다. 젠틀맨의 악랄하고 능청스러운 면모를 연기한 박성웅과 동주가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안정적으로 표현한 박선호가 인상적이다. 이러한 장점과 별개로 <라방>은 연출에서 많은 단점을 보인다. 잦은 플래
[리뷰] ‘라방’, 영화보다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홍보 영상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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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나치의 야욕이 꺾여가던 1944년.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동료 바질(토비 존스)과 함께 독일군 요새에서 그리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운명의 다이얼, ‘안타키테라’를 발견한다. 그 후 25년의 시간이 흐르고, 인디아나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에게 바질의 딸이자 자신의 대녀인 헬레나(피비 월러브리지)가 나타나 다이얼의 나머지 반쪽을 찾자는 제안을 하는데, 그 계획은 보물을 노리는 나치 잔재 세력인 위르겐(마스 미켈센)에 의해 저지된다. 시간 여행을 허락하는 보물이 나치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인디아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시그니처인 중절모를 눌러 쓴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시리즈의 15년 만의 속편이다. 기존 시리즈 전편을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기획으로만 참여했고, 대신 <로건> <포드 V 페라리>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각본을 맡았다. 감독이 변하고 시대도 변했지만 인디아나
[리뷰]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시네마 박물관에 영구보관돼야 할 귀환이자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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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무대 뒤편에서 바라본 어떤 연극에 대한 이야기다. 1955년이 배경인 이 영화 속 연극의 제목 역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이며, 이것은 극 중 배경이 되는, 미국 남서부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가상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주민 87명이 사는 이 작은 도시에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고, 거기에 접하여 식당, 자동차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와 주유소, 그리고 도시의 이름이 암시하듯 3천년 전 소행성과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가 있다(여기에 더해 근방의 핵실험장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이 목격된다). 크레이터는 연극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근원지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해마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우주와 관련한 과학적 성과를 낸 청소년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쟁 사진작가 오기(제이슨 슈워츠먼)와 그해의 수상자 중 하나인 그의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 그리고 어린 세딸이 도시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뷰] ‘애스터로이드 시티’, 할리우드의 마지막 향수와 사라진 흔적을 맴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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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되고 싶어 하던 어린 시절의 조지아(소연)에게 아버지 숀(오인성)은 여자는 소방관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1920년대 뉴욕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자아이에게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꿈꾸는 것만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숀에게도 조지아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 유능한 소방관이었던 그는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재단사가 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조지아는 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소방관이 되기 위한 나름대로의 훈련을 지속한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조지아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을 노린 방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진압에 나선 소방관들이 때마다 모두 실종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뉴욕의 소방관 800명이 모두 실종되고 난 뒤에 시장은 숀에게 도움을 청한다. 망설이던 그가 결국 시장의 지원 아래 사건 해결을 위한 팀을 꾸
[리뷰] ‘파이어하트’, 정석에 가까워 힘있는, 그래서 익숙하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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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려우나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리바롤의 말로 문을 여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파리 시민들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인 노트르담대성당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던 믿지 못할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재난영화다. 영화는 사건 당일 성당에 신입 관리인이 첫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것을 제외하곤 성당을 둘러싼 공기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구경하러 온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고, 한쪽에선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의 첨탑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그들은 휴식 시간을 틈타 흡연이 금지된 구역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지만, 이 또한 노트르담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흔들리게 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곳엔 제대로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남아 있었고, 바람을 타고 본당 다락에 도착한 작은 꽁초는 기어코 파리의 심장을 불태워버리고야 만다. 그 시각 한가로이 도시 외곽의 베르사유궁전을 구
[리뷰] ‘노트르담 온 파이어’, 완벽한 재건을 위한 셀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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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슈퍼히어로 생활과 평범한 10대 소년의 삶을 병행 중이다. 마일스의 부모는 자꾸 말없이 집을 나가고 무언가 숨기는 듯한 아들을 심히 걱정하고 있다. 그러던 중 차원 조종 능력을 지닌 빌런 스팟(제이슨 슈워츠먼)이 스파이더맨의 숙적을 자처하며 나타난다. 한편 전작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에서 마일스와 힘을 합쳤던 스파이더 그웬(헤일리 스타인펠드)은 아버지와의 반목 이후 다른 우주의 스파이더맨들과 함께 우주를 넘나들며 악당과 싸우고 있다. 이에 그웬이 스팟을 쫓기 위해 마일스의 우주로 찾아오고 둘은 재회한다. 그리고 마일스는 다중우주를 둘러싼 위기를 겪으며 성장한다.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이라 평가받았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보다 한층 더 커진 스케일의 속편이다. 1962년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첫 등장 이후 만들어진 280여명의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한다. 그림체가 다른 수많은 우주와 도시, 잡지
[리뷰]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잔혹한 흡혈귀의 테제, 소년이여 펑크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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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부부 마리(레아 드루케)와 알랭(알랭 샤바)은 부동산 중개인 프랭크로부터 이사 갈 집을 소개받는다. 프랭크는 이들 부부에게 이 집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라며 지하실에 자리한 미스터리한 구멍을 보여주는데, 일종의 시간 여행 통로인 이 구멍은 통과하는 사람이나 물체의 생물학적 시간을 거꾸로 가게 만든다. 구멍을 통해 젊어짐을 경험한 마리는 이내 자제력을 잃고 구멍을 반복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한다. 한편 이들 부부의 이웃이자 알랭의 상사인 제라르(브누아 마지멜)는 어린 여자 친구 잔(아나이스 드무스티에)과 교제 중인데, 마리 부부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신이 전자 성기를 달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루버> <디어스킨> 등 색채가 뚜렷한 코미디영화를 만들어온 프랑스의 캉탱 뒤피외 감독의 신작이다. 일상적 풍경 속에 역노화, 전자 성기 등 기묘한 SF적 아이디어를 섞어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부조리 코미디극이다. 능청스러운 농담과 얄궂은 상상의 구현 자체에
[리뷰] ‘믿거나 말거나, 진짜야’, 거짓 같은 환상 속 진짜 욕망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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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무명작가 헨리(샘 클라플린)는 ‘현명한 심장’이란 제목의 소설을 출간한다. 반응은 시원찮고 서점 직원은 그에게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충고한다. 좌절한 그에게 희소식이 찾아온다. 편집자 젠(루시 펀치)은 멕시코에서 번역본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말한다. 홍보차 멕시코로 떠난 헨리는 도착 후 자신의 책을 보고 놀란다. 번역가 마리아(베로니카 에체기)가 소설의 제목을 ‘예민한 가슴’으로 바꾸고 내용도 19금 소설로 고쳤기 때문이다.
<북 오브 러브>는 19금 소설로 초월 번역되면서 유명세를 얻은 영국 작가와 이를 번역한 멕시코 번역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다. 번역을 넘어 새롭게 창작된 소설로 인해 헨리와 마리아는 북 투어 내내 충돌한다. 둘이 충돌하는 것은 우선 사랑에 관한 견해 차 때문이다. 헨리는 플라토닉한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마리아는 격정적인 로맨스를 원한다. 다음으론 예술가가 겪는 현실과 이상의 충돌이다.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며 새
[리뷰] ‘북 오브 러브’, 번역 중 손실된 사랑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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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과음으로 인해 편치 않은 잠자리를 가진 봉수(이재원)가 귀신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깬다. 봉수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화장실로 향하는데, 바로 그곳에서 변기로부터 솟아나온 기괴한 형상의 ‘손’을 발견한다. 깜짝 놀란 봉수는 아내 주희(정서하)를 깨워 상황을 수습해보려 하지만, 손으로부터 위협을 느낀 주희는 금세 정신을 잃고 만다. 그렇게 좁은 화장실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아파트 경비원과 119 대원들까지 모여들고, 손은 그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인간들을 우롱한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상영작인 <손>은 말 그대로 판타스틱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짤막한 소동극이다. 화장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진행되는 영화로, 인간들이 한정된 조건에서 어떤 기발함을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재밋거리다. 다시 말해 <손>은 <쏘우> 시리즈와 같은 정통 호러영화보다는 코미
[리뷰] ‘손’, 영화가 의도한 톤의 이격이 금방 흥미를 잃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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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만금 갯벌을 촬영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카메라를 놓았던 황윤 감독. 그에게 새만금은 아픈 기억이 서린 곳이다. 그랬던 황윤 감독은 2014년 다시 전북 군산으로 이사 온다. 그리고 20년간 갯벌의 철새들을 촬영해온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을 만나게 된다. 군무를 추는 저어새. 단란한 검은머리갈매기 가족. 황윤 감독은 새만금의 모습을 담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든다. 7년에 걸친 부지런한 기록의 결실이 영화 <수라>다.
‘비단에 놓인 수’를 뜻하는 ‘수라’. 수라마을은 한때 넘쳐나는 생명들로 풍만한 아름다움을 내뿜던 곳이었지만 30여년간 이어져온 간척사업으로 조개, 게 등 많은 생명이 사라지며 지금은 척박한 땅이 됐다. 그러나 오동필 단장은 이곳에 여전히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고, 언젠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갯벌’이라 불러줘야 한다고 말한다. 오동필 단장의 아들 오승준씨는 수라갯벌에 멸종위기종인 쇠검은머리쑥새가 살고 있음을 보여주기
[리뷰] ‘수라’, 하나로 수렴하는 거대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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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정전 70주년을 맞이했지만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폭력과 죽음의 현장을 제 발로 직접 뛰어다니고 제 손으로 직접 매만지며 역사적 상흔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아 유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 발굴단원들의 여정을 4년간 동행한 허철녕 감독의 다큐멘터리 <206: 사라지지 않는>에서 206은 인간을 구성하는 뼈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애초 희생자들의 206개의 온전한 뼈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 역설에서 비극이 극대화된다. 나이도,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은 어떻게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 이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5년,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1기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조사하며 유해 매장지를 찾고 유해를 발굴하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여러 외부 요인으로 인해 2010년 활동을 종료한다. 이에
[리뷰] ‘206: 사라지지 않는’, 환상통처럼 사라지지 않는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