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타 과학’에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라는 두명의 젊은 직원이 있다. 둘은 마침 옆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중이다. 좀처럼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들이 마음을 열게 된 건 야마조에가 공황장애로 발작을 일으키고 후지사와가 그를 도우면서다. 후지사와는 월경전증후군으로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이를 알게 된 야마조에가 후지사와를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로맨스 장르의 문법을 따른 듯한 설정이지만 두 인물은 시종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서로를 돕는 행위도 애정보다는 동질감과 이해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다. 질병의 치유가 아닌 반복된 일상 속에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연대가 가진 힘을 역설한다.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보다 묘사는 더 직접적이지만, 절제된 감정과 인물간의 거리감은 미야케 쇼 감독의 연출 방식을 재확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