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건물주 민상(유해진)은 세입자로 들어온 수의사 진영(김서형)이 늘 똑같은 옷을 입고 병원 앞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게 거슬린다. 매일같이 티격태격하던 동물병원의 기류가 바뀐 것은 이곳의 단골 고객 민서(윤여정)가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부터다. 리조트 건축 프로젝트를 반드시 따내야 하는 민상은 투자자들 앞에서 덜컥 민서와 친분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 진영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한편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해외에 있어 홀로 외롭게 사는 민서의 유일한 가족은 반려견 완다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민서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고 혼자 남겨진 완다는 길을 잃는다. 민서는 종종 자신의 집에 오던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의 도움을 받아 함께 자신의 유일한 동반견을 찾아 나선다. 반려인과 헤어진 완다가 발견된 곳은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부부의 집 앞이다. 그들은 갓 입양한 딸 지유(윤채나)와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보육원에서 받았던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던 지유는 완다가 나타난 후 조금씩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K팝 작곡가로 명성을 얻은 선용에겐 어렵게 음악 생활을 이어가는 후배 현(이현우)이 있다.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여자 친구 수정의 반려견 스팅을 얼떨결에 떠맡은 현 앞에 자신이 스팅의 아빠라고 주장하는 수정의 전 남친 다니엘(대니얼 헤니)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러브 액츄얼리>처럼 가늘게 엮여 있던 인간 군상의 개별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구성을 취한 영화다. 다만 로맨스에 집중한 <러브 액츄얼리>와 달리 <도그데이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에 충실한 민상과 진영, 성공한 어른으로서 꼰대가 되고 싶지 않지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되는 민서와 요즘 청년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진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선용과 정아와 지유, 한 여자를 놓고 현 남친과 구 남친의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 현과 다니엘의 관계로 휴먼 드라마 스토리를 확장한다. 그렇게 인간의 선의와 낙관을 믿고 전진하는 영화는 안락사를 중심으로 한 동물권 이슈와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교과서적인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 결국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두드러지는 악역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도파밍’이 화두인 시대에 심심한 선택일 수 있겠으나 영화가 지향하는 태도와 어울린다. 의도한 무난함의 총합이 설 연휴 가족영화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무엇보다 잘 훈련된 동물들의 캐스팅과 그들의 연기를 존중하는 영화의 태도는 JK필름이 상업영화로서 성취해온 대중성과 오락성의 평균에서 좀더 나아간 지점으로 꼽을 수 있다. 배우 김윤진이 발견하고 제작을 제안했다고 알려진 동명의 미국 소설을 한국적으로 각색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 <영웅>의 조감독을 거친 김덕민 감독의 입봉작이다.
"넌 안 늙어봤지만 난 젊어봤거든.”진우는 조각가의 재능을 가졌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배달 라이더로 생계를 유지한다. 건축가로 명성을 쌓고 세간의 존경을 받는 민서의 입장에서는 진우가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그의 조언은 자칫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무례함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어른이 베푸는 호의가 시혜적인 태도로 비쳐지지 않고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윤여정이기 때문이리라.
CHECK POINT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감독 김성호, 2014미워할 수 없는 두 가지 치트키, 강아지와 어린이가 나오는 또 다른 휴먼영화다. 집 대신 봉고차에서 지내는 남매가 부잣집의 개를 훔친 후 다시 데려다주면 사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발칙한 계획을 세운다.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현대사회 가족 붕괴와 계급주의를 따뜻한 판타지로 담아내되 현실성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