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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간신의 피’, 허름한 용궁을 찾아 화려하게 잠수
박수용 2024-01-03

용궁파의 두목 ‘용왕’(기주봉)에게는 간이 필요하다. 이식에 적합한 간은 라이벌 조직 초원파의 ‘토끼’(김다솔)에게 있다. 토끼를 생포해 용궁파의 구역으로 데려오는 중대한 임무가 동네 양아치 ‘자라’(송길호)에게 주어진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기 위해 용궁을 떠나 초원파의 구역으로 향하는 자라. 하지만 토끼의 정체는 자라의 동생을 대신해 소년원에 간 어린 시절의 보육원 동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오지만 용궁의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며 자라의 고뇌 또한 깊어진다.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지만 우화 특유의 날카로운 맛은 덜하다. 조폭물의 필수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는 듯이 작위적으로 배치된 사건과 대사는 소재가 지닌 흥미로움을 흐릿하게 만든다. 극의 무게를 잡아주는 기주봉 배우가 다소 단순하게 소비된 점이 특히 아쉽게 다가온다. 부족한 서스펜스를 보충하는 장치는 시종일관 기울어진 구도로 인물들 주변을 유영하는 카메라다. 조직과 개인에 대한 두 신의가 충돌하는 혼탁한 세계를 마치 바다 깊은 곳의 용궁을 탐험하듯 불안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기우제>를 연출한 권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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