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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 앞으로 몇 번이고 역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김현승 2023-12-20

100년 동안 봉인되었던 1500여점의 그림과 2만6천 페이지의 작업 노트가 발견되었다. 예술가의 이름은 힐마 아프 클린트. 이제까지 서양미술사에서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칸딘스키와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회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힐마는 미술사 전체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껏 은폐되었던 한 여성 화가의 생애를 좇는 작품이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힐마는 미술학교에서 교양을 쌓은 엘리트이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시대적 억압은 힐마에게 유령과 같은 삶을 강요했다. 감독은 이 예술가를 연약한 피해자로만 남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힐마가 창조한 세계관은 기존 남성 철학자들의 ‘존재론’에 버금갈 정도로 매혹적이며 카메라는 이 부분을 집중 조명한다. 영화는 힐마의 사유를 담은 글귀와 작업물을 매치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면서 우주의 본질을 깨우치기 위해 가시 세계 이상을 담아내고자 했던 예술가의 철학을 드러낸다. 힐마의 작품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과 같은 당대 과학 지식을 소재로 하며 신지학 운동 등의 영적 연구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힐마의 방대한 스케일에 걸맞게 영화 또한 미술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을 야심만만하게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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