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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만 종의 벌’, 벌이 집을 만들 듯, 아이는 이름을 지었다
최현수 2023-12-27

옷 투정을 부리고 아직도 엄마와 함께 자기를 원하는 8살 코코(소피아 오테로)는 바스크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휴가를 떠난다. 엄마(파트리시아 로페스 아르나이스)는 조소 작업에 한창이고, 코코는 형제와 함께 성별과 이름을 기재해야 하는 수영장에 가기가 싫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런 코코를 두고 자주 다투고 부모는 각방을 쓴 지 오래다. 일주일간의 휴가에서 코코가 유일하게 마음을 뉠 곳은 이모할머니의 양봉장이다. 벌들과 자연, 이모할머니는 코코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힘껏 끌어안기 때문이다.

에스티발리스 우레솔라 솔라구렌의 장편 데뷔작 <2만 종의 벌>은 한 아이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끝내 자아를 찾는 과정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포착한다. 영화는 아이가 세상과 겪는 불화를 전시하지 않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자연이란 대안적 공간을 마련한다. 그 속에서 아이는 조각하는 엄마, 양봉하는 이모할머니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축조하기 위해 이름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코코 역을 맡아 혼란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얼굴을 표현한 소피아 오테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경쟁부문 주연배우상(은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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