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의 왕, 아쿠아맨이 돌아왔다. 왕좌를 거부하던 전편에서의 모습과 달리 아서(제이슨 모모아)는 어느새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정무를 수행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메라(앰버 허드)와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낮에는 지상에서 메라와 같이 육아를 하고 밤에는 다시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업무를 보며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편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아쿠아맨에게 아버지 죽음의 원한을 갚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슈트를 보완하기 위해 아틀란티스 유물을 찾아 헤매던 중 남극의 한 유적에서 우연히 고대 유물인 ‘블랙 트라이던트’를 발견한다. 블랙 트라이던트가 작동하면서 블랙 만타에겐 막강한 힘이 주어졌으나, 블랙 트라이던트의 원료인 오리할콘이 남용되면서 지구에 이상 기후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육지와 바다 모두 혼란스러워진 상황. 혼자 힘으로 블랙 만타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아쿠아맨은 이부동생 옴(패드릭 윌슨)을 탈옥시켜 함께 맞설 것을 제안한다.
<아쿠아맨>이 새로운 바다의 왕 아쿠아맨의 탄생에 주목한 영화라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본인의 정체성을 인지한 그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펼쳐가는 여정을 그린다. 아쿠아맨의 활약 지대가 수중과 지상을 아우르게 된 만큼 스크린에 묘사된 극의 배경도 다채로워졌다. 아쿠아맨과 옴은 바다와 사막, 정글을 오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동시에 환경오염으로 생겨난 기형 생물들과 맞선다. 제임스 완 감독의 의도대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 한편 빌런 블랙 만타의 비중을 키워 아쿠아맨과 블랙 만타의 대결 구도를 강화했다. 액션이 끝없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메시지는 화합이다. 서로에게 칼을 겨눴던 두 형제가 빌런 퇴치를 위해 협업하면서 전에 없던 형제애가 두드러진다. 아쿠아맨은 지상과 바다의 매개자를 자처하며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선 양극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액션과 수중 배경, 해양 생물의 표현 등 호평받은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환경오염을 경고하고 화합을 주장하는 주제의식까지 포괄하는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의 야심은 온전히 전달됐지만, 문제는 이 모든 요소를 담아내기에 124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볼거리에 피곤해질 무렵 주인공의 입을 빌려 완성된 훈유적인 결말은 일면 공허하게 느껴진다. 연말과 함께할 킬링 타임 영화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나 DC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다.
“진정한 왕은 다리를 놓는 자니까.”동생 옴과 함께 적들로부터 쫓기던 중 아쿠아맨이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탈출한다. 왕으로서 가져야 할 미덕을 되새긴 아쿠아맨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간다.
CHECK POINT
<아쿠아맨> 감독 제임스 완, 2018
아쿠아맨 세계관의 시초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등대지기의 평범한 아들인 줄 알았던 아서(제이슨 모모아)가 실상 정략결혼이 싫어 도망친 아틀란티스의 여왕이 자신의 어머니이며, 그 피를 물려받은 본인 역시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녔음을 깨닫는다. 인간과의 혼혈이란 이유로 외면받지만 결국 삼지창의 선택을 받고 아틀란티스의 왕좌에 안착한다. 그의 탄생 비화는 후속작에서 아쿠아맨이 육지와 바다의 화합을 지속해 강조하는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