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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양반 가문인 광산 김씨 일가의 차남 김유(윤산하)는 올해에도 과거 시험에 떨어지고 만다. 연이은 낙방에 아버지는 아들을 외딴 절에 보내 공부를 시키기로 한다. 그러나 김유는 이내 다른 분야에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건 조선 시대에 남자가 멀리해야 했던 일, 바로 요리다. 김유는 절의 요리사인 계암(김강민)으로부터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지만, 가족들이 그 사실과 함께 계암의 천민 신분을 알게 됨에 따라 위기에 처하게 된다.
<수운잡방>은 조선 전기의 유학자 김유가 저술한 음식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프로 창작된 퓨전 사극으로, 요리를 통해 신분 차이를 넘어 우정을 쌓은 두 남자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신분과 성격이 다른 두 인물의 브로맨스가 극에 시종일관 웃음을 불어넣으며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정갈한 한식들이 적당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는 삶’에 대한 예찬을 던지지만 이야기가 대부분
[리뷰] ‘수운잡방’, 창의력이 결여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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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최고의 히트 상품인 <뽀롱뽀롱 뽀로로>가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라도 하듯 뽀로로와 친구들은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에서 우주 공간으로 스케일을 키우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번 우주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전 우주 최고의 음악 축제, ‘파랑돌 슈퍼스타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열정 가득한 매니저 스캣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예선을 준비하는 뽀로로 밴드. 그러나 라이벌 매니저 빅밴과 완벽하게 설계된 인공지능 가수 아이원의 등장으로, 꿈의 무대로 오르는 길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우주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번 뽀로로 극장판은 SF적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 에디가 만든 우주선을 타고 지구별을 떠나 파랑돌 행성으로 향하는 첫 여정은 여타 할리우드 우주영화들의 시작과도 다르지 않다. 지치지도 않고, 연습도 필요하지 않은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 역시 인간성에 대해 다시 묻는 철학적 요소로 활용된다. 아이원
[리뷰]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 뽀로로 탄생 20주년 스페이스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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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의 여성 이르마(잔드라 휠러)는 결혼하지 않으면 수녀원으로 쫓겨나야 할 미래를 상상하기 싫어 황실의 시녀가 되기로 한다. 황후 엘리자벳(수잔네 볼프)의 곁에서 그녀를 보필하지만, 변덕스러운 엘리자벳의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다. 매일 저울에 올라 체중을 보이고, 운동에도 소질이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마른 몸을 향한 엘리자벳의 집착으로 먹을 것조차 귀하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르마는 엘리자벳의 총애를 받는 시녀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엘리자벳과 나>는 합스부르크 왕국의 황후였던 엘리자벳과 그녀의 시녀 아르마가 돈독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황후와 시녀라는 주종 관계보다 독특한 두 여성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우정이 집중적으로 그려진다. 이 관계를 개성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음악이다. 시대극에 동원될 법한 관현악 스코어는 오히려 배제되었고 포티스헤드, 니코, 티렉스의 음악 등 다양한 팝송이 배경을 채운다. 이 때문에 영화는 동시대와 유쾌한 접속을 꾀하려는 듯 보
[리뷰] ‘엘리자벳과 나’, 아름다우려다 난삽해져버린, 시대착오 오용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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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인 하이더르(알리 준조)는 몇년째 조카를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 살아간다. 그의 부인 뭄타즈(라스티 파루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한편 시아버지는 며느리 뭄타즈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을 하라고 강요한다. 하이더르가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알리나 칸)의 댄서로 취직하면서 부부는 한순간에 역할이 뒤바뀐다. 하이더르는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비바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반면에 뭄타즈는 집안일을 시작한 뒤로 점점 고립감이 심해진다.
<조이랜드>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남편이 일을 시작하면서 부부가 겪는 변화와 위기를 그린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인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억눌린 충동과 욕망이 들끓는 한편, 그들이 이러한 사회에 이미 적응한 모습도 섞여 있다. 상반된 두 모습은 뭄타즈와 동서 누치(사르와트 길라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녹아 있다. 딸만 계속 낳은 누치는 아들을 임신한 뭄타즈가 부러운 듯이
[리뷰] ‘조이랜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프레임 바깥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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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의 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빌 나이)가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최소 6개월, 최대 9개월의 삶만이 남았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지나온 삶을 복기한다. 그는 이르게 아내를 여의고 홀로 아들을 키웠다. 하지만 장성한 아들은 자신의 아내 편만 들며 아버지를 험담하고, 갑갑한 본가에서 탈출할 생각뿐이다. 그는 평생을 시청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부터 서류 더미에 파묻혀 의미 없는 일과만 보냈을 뿐 이렇다 할 보람을 못 느낀 지 오래다. 결국 윌리엄스는 일탈에 도전한다. 우연히 만난 극작가 서덜랜드(톰 버크)와 함께 술집을 다니고 멋들어진 중절모도 산다. 전 시청 직원 마거릿(에이미 루 우드)과 극장 나들이를 가고 인형 뽑기도 한다. 하지만 허한 윌리엄스의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그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삶의 마지막을 시청 일로 매듭지으려 한다. 고약한 관료제 탓에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동네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동네 폐가를 놀이터로 바
[리뷰] ‘리빙: 어떤 인생’, 빌 나이의 따스함이 영화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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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대도시에서 세쌍의 남녀가 묘한 인연을 키워나간다. 먼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배경으로 대부 업체 상담사로 일하는 여자와 카트장을 운영하는 남자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펍을 운영하는 남자와 그의 모델 ‘여사친’간의 엎치락뒤치락 모호한 관계가 흥미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서울에서 포클레인 기사로 일하는 ‘모쏠남’이 키스방을 찾아가 매니저에게 키스 수업을 듣게 된다. 그는 과연 키스를 할 수 있을까?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들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다. 호유항, 제나르 마에사 아유, 김태식 감독이 각각 연출을 맡았으며, 아시아 3국 청춘들의 꿈과 고민, 우정과 사랑을 발랄하고도 가벼운 터치로 그려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배경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앞세워 현실감을 살리면서도 군데군데 말랑말랑한 상상력과 로맨틱
[리뷰] ‘룩앳미 터치미 키스미’, 추운 겨울을 달짝하게 녹여줄 옴니버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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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화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살자는 강봉진(황상경). 특이한 점은 사체의 입에서 10년 전 날짜가 적힌 일기 조각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형사 동근(김정현)은 강봉진의 주변 인물부터 탐문하기 시작한다. 군대 선임이었던 한 제약회사 본부장인 성현(박성현)은 교육대에서의 봉진의 가혹행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봉진의 괴롭힘으로 후임인 영훈(윤동원)이 자살을 했다. 동근은 학창 시절 때 친했던 ‘영훈’이란 아이를 떠올린다.
<비밀>은 한 형사가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면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는 스릴러영화다. 영화는 학교에서 군대까지 한국에 상존하는 폭력을 하나로 꿰는 서사를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더 글로리>로 대표되는 사적 제재를 다루는데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피해자의 억울함에 초점을 맞춰 그 서러움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폭력의 악순환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형사 동근의 시선이다. 그는 처음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
[리뷰] ‘비밀’, 연쇄적인 폭력들, 방관자에게 죗값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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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과 수경을 쓴 한 중년 여성이 금속 탐지기를 활용해 강 밑바닥을 수색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예분(김자영). 1년 전 불의의 사고로 중학생 손녀딸을 강에서 잃은 이후 예분은 운영하던 장례식장마저 방치한 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런 예분의 삶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손녀와 친구 사이였던 지윤(홍예서)이다. 이제 곧 보호자 없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야만 하는 지윤 역시 아직 친구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다. 영화는 예분이 찾고 있는 무언가를 지윤이 갖고 있는 듯한 암시를 하고, 그렇게 물비늘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진실이 차츰 수면 위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홈리스>를 연출했던 임승현 감독의 신작 <물비늘>은 상실 이후를 견뎌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죄책감을 어떻게든 흘려보내고자 하는 두 여성의 연대를 담담히 그려낸다. 여러 가지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연출이 특징적이다. 무엇보
[리뷰] ‘물비늘’, 당신들의 단잠을 위한 혼신의 물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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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일본 전역에 거대 괴수 화위수가 잇따라 출몰한다. 화위수에 대응하는 팀인 화특대가 있지만 나날이 강해지는 화위수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어느 날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은빛 거인 울트라맨이 날아와 화위수를 무찌른다. 하지만 위협은 나날이 커져 이번엔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외성인의 마수가 뻗치기 시작한다. <신 울트라맨>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기획과 제작, 각본, 편집, 총감수까지 한 특수촬영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일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조명상, 미술상, 신인배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완성도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전작 <신 고질라>처럼 인간의 악한 본성과 일본 정부의 무능, 환경 파괴를 비판하려 하지만 주제가 피상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아쉽다. 촬영과 편집, 액션 연출뿐 아니라 최종 빌런의 병기인 젯톤의 디자인 등 전반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
[리뷰] ‘신 울트라맨’, <신세기 에반게리온>보다 먼, 특촬보다는 가까운 안노의 이상한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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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8살인 미국 감독 올리버 스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원자력’이다. 그는 원자력이 기후변화가 감지되는 지구를 구원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호소한다. 원자력을 인류 멸망과 등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대기를 망치지 않는 최선의 미래 에너지로 생각해 달라고 말이다.
‘나우’(now)가 들어간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 당장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속히 전환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노장 감독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퀴리 부인> <해저 2만리> 등의 고전영화를 끌어오는데, 그 자료들이 이 영화의 특색이 된다. 그러나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그의 간곡한 영상 메시지는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제로에 가깝게 설명하며 원전 사고를 “수많은 산업 재난에 비하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원전 사고 피해자를 소수라 칭한다. 감독이 각국의 원자력발전소 관계자를 만나 직접 인터뷰하는 후
[리뷰] ‘뉴클리어 나우’,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지는 영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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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앨리스(카미유 로)는 한 남자와 함께 고속도로의 한 주유소에 도착한다. 남자가 차에 기름을 채울 동안 앨리스는 편의점에 들러 마실 것을 사려는데이상하게도 편의점은 텅 비어 있다. 편의점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초에 앨리스가 새벽에 길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점에 대한 생각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 돌연 총성이 울린다. 상점 건너편의 스나이퍼(스타사 스타닉)가 쏜 총에 상처를 입은 앨리스가 근처에 놓여 있던 무전기를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데 놀랍게도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의 주인은 마치 앨리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오묘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노 엑시트>는 지속적으로 스릴러물을 연출해온 프랑스 칼포운 감독의 장점이 돋보이는 영화다. 무엇보다 편의점이라는 친숙하고 단출한 공간에서만 극이 진행된다는 폐쇄적 설정 자체가 자아내는 긴장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감독은 대사 곳곳에 미국 현대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와 관련된 단서
[리뷰] ‘노 엑시트’, 이 좁은 곳에 긴장감과 상징까지 빼곡이 담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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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여기는 레스보스야. 근데 너희들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지 마. 나는 명우 형이야, 알았지?” 영화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윤김명우의 밝고 경쾌한 인사로 시작된다. 1956년생,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청춘 같은 쾌활한 에너지로 가득 찬 윤김명우가 들려주는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에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공간의 역사가 녹아 있다. 그렇게 영화는 1970년대 명동 ‘샤넬 다방’ , 2000년대 ‘신촌공원’ , 오늘날 ‘레스보스’까지, 국내 레즈비언 공간들을 개괄하며 한국 여성 퀴어 문화와 공간의 역사를 조명한다. 단순한 술집을 넘어 수많은 이들에게 유일한 위로와 환대, 용기와 지지의 장소가 되었던 곳, 결코 녹록지 않았던 삶을 그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비롯된 연대와 결속으로 견뎌온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고도 현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퀴어의 방>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권아람 감독의
[리뷰] ‘홈그라운드’, 공간 이상의 공간, 그 소중한 기억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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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으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가 길게는 5시간의 작업을 거쳐 브래들리 쿠퍼를 20세기의 전설적인 지휘자로 완벽히 바꾸어놓았으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거장의 예술적 고뇌와 그 이력을 파헤치는 직업적 전기가 아니다. 영화의 골격은 철저히 부부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요컨대 이 매혹적인 뉴욕의 음악 드라마는, 비상한 예술적 재능과 그만큼의 깊은 우울에 휘감겼던 어느 결혼 생활의 복잡한 생애를 위해 바쳐진다. 브루너 발터의 대타로 25살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오른 레너드 번스타인의 재능만큼이나 칠레 출신의 배우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천부적 매력과 우아한 지성, 내면적 강인함이 눈부시게 묘사되는 이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워터 프론트> 등의 영화음악과 뮤지컬, 작곡과 지휘 등을 넘나들면서 당대 클래식계에 파격을 선사했던 번스타인의 직업적 외연은 양
[리뷰]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마에스트로의 지휘, 비르투오소의 연기로 완성된 결혼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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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방송 작가 혜영(한선화)이 휴가를 내고 모처럼 고향 부산을 찾는다. 얼마 만의 귀향인지 혜영은 부산대교가 주황색에서 회백색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이번 방문에서야 알았다. 부산 영도에서만 몇십년째 거주 중인 엄마 화자(차미경), 맏언니 혜진(한채아), 늦둥이 동생 혜주(송지현)는 아버지의 제사랍시고 고향에 온 혜영이 반갑지만 낯설다. 제사가 끝나도 혜영은 서울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족들은 그런 혜영에게 의문을 품는다. 한편 화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건망증이 잦아진다. 가까운 기억을 잊기 일쑤고 하지 않던 실수도 반복해 저지른다. 혜영은 이상함을 느껴 화자와 병원을 찾고, 화자는 지금의 건망증이 단순 노화에 의한 증상이 아님을 진단받는다. 한편 혜영은 어깨너머로 들은 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화자의 과거를 문득 기억해낸다. 화자는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뒀고, 화자의 식구는 어머니를 일본 교토에 남겨둔 채 영도에 와 지금껏 사는 중이다. 어느 날 세 자매는
[리뷰] ‘교토에서 온 편지’,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고루 부친 네장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