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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모두가 아는 대로 대한민국에 외환위기가 닥친다. 파산한 근태(김종수)는 가족을 이끌고 콜롬비아의 보고타로 향한다. 근태는 10대 아들 국희(송중기)에게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콜롬비아는 아메리칸드림으로 향하기 직전의 톨게이트고, 자기만 믿으면 가족 모두 미국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국희가 보기에 가족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대한민국과 콜롬비아만큼 멀고, 자리를 잡는 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뿐이다. 근태는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전우 박 병장(권해효)을 찾는다. 보고타에서 의류 소매업으로 자리를 잡은 박 병장 눈에는 근태보다 근성 있는 국희가 훨씬 미덥다. 국희는 박 병장이 돈을 벌 수 있었던 비결인 의류 밀수를 돕는다. 콜롬비아 세관에 밀수 현장을 발각당해 감옥 신세를 질 뻔한 상황에도 국희는 악착같이 박 병장의 물건을 지켜내고, 국희의 소문은 한인 상인회의 또 다른 큰손인 통관 브로커 수영(이희준)의 귀에도 들어간다. 박 병장과 수영은 매일 국희가 얼마나 자기
[리뷰]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야심만은 분명하고,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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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교섭권은 부부가 이혼한 후에도 양육권 없는 부모와 친자가 만날 수 있는 권리다. 미성년 자녀의 정서 안정을 위해 보장되어야 하나 이 권리가 제대로 이행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아직 미흡하다. 이주아 감독의 데뷔작 <면접교섭>은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두 남성 김재훈과 배문상의 사연을 통해 면접교섭권 문제를 다룬다. 김재훈은 여성이 이혼 후 300일 안에 임신할 때 그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되는 친생추정 원칙의 피해자이며 배문상은 양육자가 친자를 정신적으로 조종해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을 빼앗는 부모 따돌림의 피해자다. 영화는 면접교섭권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압축한다.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두 피해자의 에피소드를 담아내되 신파를 최대한 덜어낸 담백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다만 법적 해결 자체에 집중해 면접교섭권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더욱 깊숙이 건드리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뷰] 온화함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갔더라면, <면접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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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 니코(옹성우)는 아버지를 따라서 산타의 썰매를 끄는 산타 비행단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입단식을 가지려는 순간, 검은 순록 스텔라(김지은)가 날아와 도전장을 내민다. 두 차례의 시합을 치른 둘은 다음날 마지막 승부를 겨루기로 한다. 니코는 스텔라와 친해지려는 순진한 마음에 산타의 썰매를 보여준다. 다음날 썰매가 사라지고 크리스마스가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니코: 오로라 원정대의 모험>은 2008년부터 제작된 아동용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니코> 시리즈의 3편으로 크리스마스영화로 완성도가 빼어나다. 두 순록의 성장을 그린 플롯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크리스마스영화 특유의 종교적 색채를 덜고 용서와 성숙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화법도 인상적이다. 수준급의 캐릭터디자인과 더빙, 비행전을 보는 듯한 썰매 추격전의 긴장과 스펙터클은 어린이 관객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리뷰] 5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다정하고 지혜로운 성탄절 동화, <니코: 오로라 원정대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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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엘리자베스(레나테 레인스베)는 아들 아르망의 담임 교사인 순나(테아 람브렉트스 바울렌)로부터 이유 모를 연락을 받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 간 엘리자베스는 자초지종을 일방적으로 전해 듣는다. 아르망이 급우 욘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가했고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욘의 부모 새라(엘렌 도리트 페테르센)와 앤더스(엔드레 헬레스트베이트)가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아들에게 드리운 추문을 확신하는 상대 부모와 학교측에 분노하고, 상대 부모는 당연한 조처라며 엘리자베스를 몰아붙인다.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는 극접 촬영, 통제된 조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폐소적 환경에 관객과 캐릭터를 가둔다. 매년 칸영화제에서 첫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이다. 감독인 할프단 울만 퇸델은 리브 울만과 잉마르 베리만의 손자이다.
[리뷰] 발작적으로 웃기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실험실에서,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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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국립 발레단 입성을 꿈꾸는 무용수 호리아(리나 쿠드리)의 삶은 녹록지 않다. 가난한 형편에 아르바이트로도 부족한 학원비가 문제다. 그가 택한 최후의 수단은 불법 양싸움 도박. 하지만 큰돈을 따고 돌아오던 길에 강도의 습격으로 발목 골절과 실어증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실의에 빠진 호리아는 병원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을 보며 새로운 꿈을 품는다. 모니아 메두르의 <호리아>는 부상 당한 무용수의 보편적인 성장드라마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알제리 내전의 파장을 개인의 서사 속에 녹여낸다. 영화의 소재인 발레와 군무는 역사의 여진을 겪어내는 여성들에게 육체적 언어이자 공동의 연대이며 동시에 먼저 희생된 이들을 향한 위령제가 된다. 말 한마디 없이도 온몸으로 침묵을 거부하는 리나 쿠드리의 춤사위는 때론 굳은 심지는 언어보다 육체로 발현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리뷰] 언어이자 연대이며 위령제가 되는 군무의 신체들, <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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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팬인 훈(박경복)과 친구들은 오늘도 롯데 경기를 관람한 후 술자리를 가진다. 만취한 친구들로 지루해진 찰나 훈은 친한 후배 해미(유화정)의 연락을 받는다. 해미도 결혼을 앞둔 친구 효정(김도연)과 한잔을 기울인 상태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이뤄진 둘의 술자리는 훈이 효정과 잤냐는 해미의 물음에 냉랭해진다. 세 남녀의 오랜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신유재 감독의 <남녀 사이에 기승전결이 어딨어?>는 부산을 배경으로 5년에 걸친 삼각관계를 다룬다. 대선소주, 이바구길 등 부산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소환하지만, 사실 세 남녀의 서사는 대부분 모텔에서 벌어지는 술자리를 통해 전개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술을 매개로 관계를 풀어가기에 가장 유의해야 했던 각본은 오히려 실없는 유머와 왜곡된 남성성의 변명으로 가득하다. 낡은 관점의 로맨스는 현세대의 공감을 얻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리뷰] 뒤틀린 남성성의 로맨스엔 기승전결조차 없다, <남녀 사이에 기승전결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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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망생인 연경(방민아)은 꺼지기 직전의 핸드폰 같다. 이번에도 오디션에서 떨어지자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집 안은 엉망이다. 무기력한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함께 음악을 한 고등학교 친구 현수(이가섭)에게 편지 한통과 기타를 받는다. 옛 추억에 잠긴 연경은 그 시절을 떠올리는 여행길에 나선다. <오랜만이다>는 ‘과거의 나’로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영화다. 열정 넘치던 과거를 예쁘게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차 생기를 찾는 주인공의 현재도 주요하게 다룬다. 가수 출신인 방민아의 따스한 음색을 들을 수 있는 노래 신이 많아 음악적 재미가 있다. 고등학생 연경과 현수가 곡 작업을 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 첫사랑 영화의 문법에 맞춰 진행돼 풋풋함을 안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이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하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이 다소 어색하나 음악이 그 결점을 부드럽게 메운다.
[리뷰] 결점을 부드럽게 메우는 풍성한 음악,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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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는 왕 무파사의 아들이기에 왕위를 계승하여 프라이드 랜드의 군주가 된다. 이 절대적 혈통주의는 <라이온 킹>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심 골자이자 정신이다. 그렇다면 무파사는 누구의 자식이며,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 <무파사: 라이온 킹>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귀한 혈통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새끼 사자 무파사(브랜든 랭킨스/에런 피어)는 비극적인 대홍수로 부모를 잃는다. 급류를 따라 낯선 땅으로 떠밀려온 무파사를 발견한 타카(켈빈 해리슨 주니어/테오 소모루)는 ‘피로 맺어진 이들만이 진정한 가족이다’라고 믿는 아버지이자 왕, 오바시(레니 제임스)의 반대에도 무파사를 친형제처럼 받아들인다. 청년기에 접어든 두 사자는 어느 날 키로스(마스 미켈센)가 이끄는 세력의 공격을 받아 어머니 에셰(탄디웨 뉴턴)를 잃을 뻔한다. 종족 말살의 위협을 느낀 오바시는 혈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외아들 타카에게 무파사를 호위무사로 삼아 떠날
[리뷰] <문라이트>에서 비춰오는 푸른 빛이 디즈니랜드에서 산산이, <무파사: 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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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발탁하기 위한 을사늑약이 체결된다. 이후 일본의 대한제국 식민화 작업이 본격화된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박훈)를 포함한 일본군을 생포한다. 하지만 안중근은 군인의 인권 보장 등 만국공법에 따라 포로를 석방시키고, 이 때문에 독립군은 역습을 당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살아남은 독립군들이 어떤 경우에도 안중근을 두둔해서는 안된다며 균열이 일어날 때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에 당도한 안중근이 나타난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손가락을 잘라 결의한다. 안중근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우덕순(박정민), 대한의군에서 일본어 통역을 담당해온 독립군 김상현(조우진), 중국 군벌과 연이 있어 독립군에 폭약 등 무기를 수급해주는 공부인(전여빈), 러시아에 적을 두고 독립군 활동을 지원하는 최재형(유재명), 포로 석방을 두고 안중근과 갈
[리뷰] 영웅의 이미지에 압도돼 간과됐던 인간적 고뇌에 첩보물의 외피를 둘러,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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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고리, 잇츠 낫 미>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단편 <알레고리>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중편 <잇츠 낫 미>를 컬래버한 작품집이다. 먼저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에 설치 공연한 <키롭테라>(박쥐)가 원작인 <알레고리>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들어 7살 소년 제이에게 묻는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동굴에 사슬로 묶여 있어 환영만을 보아왔던 것이라면, 속박에서 벗어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잇츠 낫 미>는 원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파리 퐁피두센터로부터 ‘자화상’을 주제로 요청받은 레트로스펙티브 전시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예술이 혼재된 가운데 40년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정치적 사건을 돌아본다. 장뤼크 고다르와 누벨바그 정신이 사라진 시대에 레오스 카락스가 만든 <이미지 북>이다. 세대, 국가, 성별, 스타일 등 각기 다른 위치를 점한 두 감독이 미디어 과포화 시대에 각자의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리뷰] 다양한 예술 속에서 각자의 질문을 던지다, <알레고리, 잇츠 낫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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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 흰둥이는 다리 밑에서 아기 공룡 나나를 만난다. 길을 잃은 듯한 모습에 자신의 사료와 보금자리를 내어주면서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한편 공룡을 현실적으로 복원했다는 대형 테마파크 ‘다이노스 아일랜드’가 문을 연다는 소식에 떡잎마을 방범대 친구들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개장만 기다린다. 그때 흰둥이 곁에 있는 나나를 발견하고 이들은 새로운 가족이자 친구가 되어주기로 마음먹는다. 나나를 보호하려는 짱구(박영남)와 가족들, 공룡의 원래 자리를 고심하는 연구원들, 이들을 모두 노리는 테마파크의 어둠의 세력까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는 멸종된 동물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익집단과 이해관계를 다층적으로 풀어내며 당장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직접적으로 엮는다. 종다양성과 생태계 문제 속에 공룡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기존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엔딩이 무척 인상적이다.
[리뷰] 인상 깊은 엔딩이지만 거기에 가기까지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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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은애(이은)가 온갖 층위의 꿈 같은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텅 빈 극장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멈춰 있는 길거리를 거닐기도 하고 자신을 기다리던 남자와 잠시 마주하기도 한다. 그렇게 몇개의 세상을 통과하던 은애는 비로소 언니 미애(최원정)의 집에서 눈을 뜬 뒤 광활한 해변에 앉아 과거를 반추한다. <섬.망(望)>은 선형적인 서사구조를 뒤로하고 은애의 혼란한 감정과 흩어진 기억을 따라 이미지의 여행을 떠나는 작품이다. 고속촬영을 기반으로 한 슬로모션과 롱테이크의 결합, 흑백 화면과 표현주의적 미술 세트의 만남, 종종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자연의 풍광과 강한 빛깔, 시적인 내레이션이 합쳐져 영화의 형식미를 강조한다. 고시원에서 살던 한 여성의 고독사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영화는 죽음과 삶, 희망과 절망의 복합적인 상념을 특정한 이야기가 아닌 영화의 화면 자체에 담아내려 한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리뷰] 모든 고독자를 위한 연서, <섬.망(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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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히노 미하루(요시자와 료)는 몇년째 취업에 실패하며 자신감을 잃은 상태다. 점장에게 한 소리를 들은 우울한 밤,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괴상한 일을 겪는다. 하늘을 떠다니는 선물 보따리에 잡아먹힌 뒤 산타클로스 작업장이라는 별세계로 건너간다. 어쩌다 이곳에 일하게 된 미하루는 특별한 직책인 ‘순록’에 오르기 위해 자격시험을 치른다. 동명의 인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블랙 나이트 퍼레이드>는 톡톡 튀는 설정의 집합소다. 얼굴이 없는 검은 산타클로스, 베놈과 흡사한 선물 보따리 크리처 등 상상력을 발휘한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만큼이나 어지럽고 화려한 작업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환상적 세계에서도 시험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르는 산타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후반부가 크리스마스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리뷰] 괴이한 상상력으로 승부보는 크리스마스 무비, <블랙 나이트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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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로라(비앙카 델브라보)는 여동생 미라(딜빈 아사드), 스테피(사피라 모스페리)와 함께 엄마가 떠난 집을 지키고 있다. 보호자의 부재쯤이야 익숙하다는 듯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축하는 세 자매. 마트에서 생필품을 털고, 주인 없는 집에 무단침입해 음주가무를 즐긴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의 파라다이스를 살아가던 아이들은 어느 날 스웨덴 사회복지국의 전화를 받는다.
영화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은 스웨덴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하는 여성 청소년들의 걸후드 드라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 숀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를 떠올리게 하는 이 세계가 품은 차별점은 감독 미카 구스타프손의 비서사적 시공간이다. 파괴적이고 충동적인 세 주인공의 성격과 생활 방식을 닮아 있는 편집 리듬을 따라가려던 관객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때 주요한 힌트이자 방향키가 되는 것은 스웨덴이라는 영화의 국적성이다. 사회복지의 천
[리뷰] 질서 선 스웨덴에 도착한 혼돈 악이라는 아이들,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