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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도쿄,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날, 유리코(유다인)는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피신한다. 그녀는 그 안에서 마주친 한 한국 남성과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15분을 잊지 못한다. 지난 3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유리코는 그를 찾기 위해 공주로 여행을 온다. 그곳에서 유리코는 운명처럼 그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석영(김다현). 석영은 유리코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무성영화 시기 일본 여배우인 유코(유다인)를 떠올린다. 그렇게 둘은 만남을 이어 나간다.
<튤립 모양>은 공주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을 그린 로맨스영화다. 로맨스라는 장르는 외피에 지나지 않는다. 안을 들여다보면 영화는 예술에 관한 우화를 다룬다. 정확히는 ‘이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두 남녀는 서로가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분열된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공주라는 도시를 독특한 시공간으로 사유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시공간에서 1인2역을 소화한 유다인 배우가 돋보인다. 그녀는 일본인
[리뷰] ‘튤립 모양’, 로맨스로 둘러싼 예술에 관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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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을 좇는 온라인 뉴스 기자 나영(김보라)은 옥수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건 취재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늦은 밤 지하 폐역사 지하 선로를 배회하던 남자를 친 열차 기관사, 그리고 나영의 친구인 역무원 우원(김재현)이 모두 어린아이의 환영을 봤다고 진술하면서다. 옥수역 사고로 죽은 시신들을 처리하는 묘령의 염습사와 그 주변을 떠도는 여자 태희(신소율)까지 등장하면서 나영은 옥수역이 들어서기 전 1980년대에 그 자리를 지켰던 어느 우물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다.
<옥수역귀신>은 고전적인 호러 컨벤션에 끝까지 충실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원한, 그 오랜 연원을 밝힐 집념의 주인공, 그리고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돌고 도는 저주의 릴레이까지 여러모로 <링>(2005)을 위시한 2000년대 초반 호러 및 일본 괴담들과 닮아 있다. 실제로 <옥수역귀신>은 동명의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링>의 작가인 다카 하시 히로시가 각본을 맡았으며
[리뷰] ‘옥수역귀신’, 참신한 아이디어의 존재, 영화적 긴장감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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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소년 진(김서진)은 6500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티렉스와의 교감에 성공하여 디 아머 아카데미에 특례 입학한다. 힘든 훈련을 거치며 대원들과 함께 성장하던 진은 거대한 적을 마주한다. 지구에 떨어진 이터널 코어를 노리고 기계공룡제국이 침공해온 것이다. 진과 동료들은 최선을 다해 기계공룡제국을 막아내지만 최강의 적 ‘플라우투스’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다.
공룡과 로봇의 결합. 사실 아동애니메이션 시장에선 반칙이나 다름없다. <아머드 사우루스> 시리즈는 100% 국내 자본과 기술로 완성한 공룡 로봇 특수촬영물이다. 2020년 공개 당시 키덜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2021년 시즌1, 2022년 시즌2를 방영하며 어린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21년 넷플릭스 키즈 순위 1위,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애니메이션 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수상 등 이미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시리즈의 극장판이 나왔다. 오리지널 스토리 대신 시즌1의 총집편
[리뷰] ‘아머드 사우루스: 기계공룡제국의 침략’, 웅장한 껍데기와 소박한 알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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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혼모의 아이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당시 한국 법에 따라 소영(최승윤)은 아들 동현(황이든)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주한다. 한 부모 가정을 향한 냉담한 시선은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로 대치된다. 주변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영은 당당한 태도로 대응한다. 엄마와 달리 동현은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데, 그럼에도 학교에선 한국인이라고 차별받는다. 동현이란 이름과 새로 부여받은 데이비드란 이름 사이에서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그의 열망은 강해진다. 엄마와 사별한 아빠에 관해 물어도 소영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모자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한편 공장에서 만난 사이먼(앤서니 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중 소영은 자신의 건강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
제작 비화를 듣지 않더라도 <라이스보이 슬립스>가 누군가가 한참 곱씹은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만큼 동현과 소영을 경유해 드러난 감정들은 의도적으로 정제되지 않았고, 솔직하다. 앤
[리뷰] ‘라이스보이 슬립스’, 낯선 곳에서 뿌리를 찾으며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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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자 아오야마(이시바시 료)는 아내를 떠나보낸 후 16살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아내가 죽은 지도 어느덧 7년, 아들은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아버지에게 재혼으로 새출발해보지 않겠냐고 권한다. 마침 영화 제작에 들어간 아오야마는 오디션을 통해 좋은 아내를 찾기로 결심하고, 무려 4천명의 여성이 아오야마의 신붓감 찾기의 후보가 된다. 아오야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청순한 외모부터 다소곳한 성격까지 그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는 전직 발레리나 아사미(시이나 에이히).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아오야마는 프러포즈를 위해 아사미와 여행을 떠난다.
고어한 수위로 악명 높은 <오디션>을 처음 접한 관객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느린 멜로드라마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에 당황할 것이다. 아오야마가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다 20대 여성에게 매혹되는 심리 변화는 단지 결혼 대상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평가대에 오르고 재단되는 불편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점차 소름 끼치는 무대로 변신할
[리뷰] ‘오디션’, 당위성 있는 관계의 전복과 기상천외한 신체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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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케첩과 주스의 중간 정도 되어 보이는 핏물이 사방에 어지럽게 흩날린다. 잔인한데 웃긴, 온도 차를 기꺼이 즐길 수 있다면 이 혼란스러운 난장판에 발을 디뎌도 좋다. <렌필드>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서 백작의 시종으로 나온 렌필드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한때 부동산업자였던 렌필드(니컬러스 홀트)는 드라큘라(니컬러스 케이지)의 유혹에 빠져 그의 하인이 된다. 그로부터 90여년, 렌필드는 드라큘라가 힘이 약해지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그를 보살피며 거처를 옮겨야 하는 피로한 삶을 이어간다. 초인적인 힘과 영생의 영광은커녕 정착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회의를 느낀 렌필드는 심리상담 모임에도 나가보지만 신통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에 저항하는 용감한 경찰관 레베카(아콰피나)의 용기에 마음이 흔들린 렌필드는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한편 경찰관이었던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레베카는 도시를 주름잡는 범죄집단 로보 패밀리에 맞서 고군분투 중이다. 각자
[리뷰] '렌필드', 통쾌하고 기발한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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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필름 쇼>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주인공은 인도의 9살 소년 사메이(바빈 라바리)다. 학교에 무단결석하고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인 꼬마 영화광이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낙후된 시골에 살고 있다는 지리적 환경 등이 사메이의 영화 사랑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속절없는 시대의 변화다. 본디 영화를 셀룰로이드 필름의 미혹으로 받아들이던 사메이는 디지털 영사로 대체되는 극장의 풍경을 보며 통탄한다.
<라스트 필름 쇼>의 미덕은 사메이가 영화에 느끼는 애정을 여러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 있다. 가령 사메이가 초록색 공병이나 형형색색의 폐 유리를 눈에 갖다댈 때 화면은 다소 왜곡되고 다채로운 색깔로 변한다. 현실을 더 아름답게, 혹은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영화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사메이가 영화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는 빛이다. 사메이는 영사 기사 파잘(바베시 슈리말리)과의 만남을 통해 빛이
[리뷰] ‘라스트 필름 쇼’, 켜켜이 쌓인 영화에의 애정과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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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선두(조한선)와 영조(정태우)는 살인범 규종(정진운)을 쫓는다. 규종은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은 동네 친구를 살해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던 다른 친구 둘과 규종의 아버지는 의문을 숨길 수 없다. 평소 규종은 살인은커녕 험한 언행도 꺼려하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규종의 살해 동기를 탐문하던 선두는 예기치 않은 사실과 마주한다. 선두는 과거에 살인범에게 폐를 이식받은 적이 있는데, 규종도 같은 장기 공여자에게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아승(노수산나)은 규종의 극단적인 성격 변화가 장기 공여자의 성격 전이 현상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서사는 혹시 본인이 규종과 같은 변화를 겪을까 걱정하는 선두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묘하게 비슷한 모습의 형사와 범인이 서로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 다소 낯익은 구조다. 그러니 영화의 주안점은 두 사람의 다르면서도 유사한 가치관이나 성질이 적절히 비교 대조되는 일일 테다. 하지만 &l
[리뷰] ‘나는 여기에 있다’, 많은 곳이 허술한 추적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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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우지현)의 엄마 은숙(박미현)이 실종된다. 은숙이 1980년대 초반 민주화 운동 시대를 회고하는 책 ‘제비’의 출간기념회를 막 끝낸 후다. 은숙이 가족에게 별말 없이 종종 사라지곤 했던 터라 아버지 현수(이대연)는 호연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수상한 기운을 느낀 호연은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호연은 그동안 고리타분하게만 여겨왔던 엄마의 80년대를 직시한다. 은숙의 과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통칭 제비(윤박)로 불리던 운동권 청년이다. 비밀리에 사랑했던 둘이었지만 어느 날 제비가 체포돼 사라졌고, 은숙은 40년 넘게 제비의 신변을 쫓아왔던 것이다.
<제비>는 40여년이 흐른 작금에 80년대의 의미를 재고한다. 작중 현재 시점에는 은숙과 함께 운동권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많이 변해 있다. 혹자는 국회의원이 되어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녹아들었고, 운동권에 속해 있던 현수 역시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180도
[리뷰] ‘제비’, 40년 후에 돌아보는 80년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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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존 윅3: 파라벨룸>에서 돌아온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호텔 지배인 윈스턴(이안 맥쉐인)의 총에 맞은 자신을 구해준 바워리 킹(로런스 피시번)에게 최고회의와 전쟁할 의사를 내보이며 엔딩을 장식했다. <존 윅4>에서 미스터 윅은 그 뜻을 작심하고 펼치려 하고, 존 윅에 대한 처분을 걸고 최고회의 간부 자리에 앉은 그라몽 후작(빌 스카르스고르드)은 목표 달성을 위해 존 윅의 동료 킬러 케인 (견자단)을 비장의 카드로 사용한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새로운 분기점이 된 <존 윅> 시리즈는 4편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종합하려는 동시에 액션의 양과 질 모두에서 진일보하려 한다. 그러므로 <존 윅4>는 만만치 않은 영화적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전편들보다 월등히 긴 러닝타임(169분)이 필요했다. 요르단 와디럼 사막, 도쿄 미술 관, 파리 극장 등 전편만큼이나 무대를 빠르게 오가되 각 로케이션의 특성을 더 깊이 파악하고 살려낸다. 전
[리뷰] ‘존 윅4’, 모두 진일보한 액션의 양과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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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영실(옥자연)은 발굴 관련 스케치 작업을 하던 중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인식(기윤)을 만난다. 작업 중인 영실의 모습이 보기 좋다며 사진까지 찍겠다는 유별난 남자는 자신이 참여한 전시에 영실을 초대한다. 영실에게는 관계가 끝난 상태로 동거 중인 남자 친구가 있다. 인식과 영상통화를 할 때 영실은 양쪽의 양해를 구하느라 바쁘다.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인식은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영실의 과거를 듣게 되면서 의심과 추궁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영실은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고 늘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내뱉는다. 수업할 때나 대화할 때도 본의 아니게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수식어도 지나치게 신중한 그의 성격을 반영한 말일 수 있다. 영실이 보여주는 자유로움은 거의 자연에 가깝다. 한없이 고요해서 누구나 자신이 보는 대로 정의하기 마련이지만, 끝내 어떤 정의도 완벽히 가닿지 않는다.
영실의
[리뷰] ‘사랑의 고고학’, 신중하게 풀어내는 폭력과 트라우마의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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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코코로(도우마 아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같은 반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코로는 부모에게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집 안에 틀어박혀버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출근하고 집에 혼자 남아 있던 코코로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방에 있던 거울이 열리고 코코로는 거울을 통해 이어진 다른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 그곳에는 바다 한가운데에 외딴 성이 있고, 늑대 가면을 쓴 여자 아이가 코코로를 기다리고 있다. 성 안으로 들어간 코코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영문을 모른 채 도착해 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늑대님(아시다 마나)은 코코로를 포함하여 자신의 초대를 받은 일곱명의 아이들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과 규칙에 대해 설명한다.
쓰지무라 미즈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거울 속 외딴 성>은 현실의 문제에서 도망쳐야 했던 코코로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 그 문제를 직면하게 되
[리뷰] ‘거울 속 외딴 성’, 도망친 곳으로부터 돌아와 직면하고 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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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녀가 바람과 돌이 많은 섬에 머문다. 그곳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성모(신석호)의 부탁 때문이다. 성모는 아직 무엇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 모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초조한 성모의 곁을 지킨다. 그러던 중 성모는 우연히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는 여자를 보게 되고 그녀의 선행에 감명받아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물안에서>의 상황은 단순하다. 한 남자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신뢰하는 두 사람과 동행한다. 그리고 영화를 만든다는 결심과 만드는 것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영화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홍상수의 많은 영화가 그랬듯 서로 떨어져 있던 시공간의 급작스러운 조우나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는 ‘같은 날, 혹은 다른 어떤 날’처럼 가능 세계의 중첩을 형성하면서 변주되는 상황도 없다. 홍상수의 새 영화가 도착할 때마다 예외적인 것과 새로운 것을 탐색하면서 홍상수적인 것의 외연을 넓히는 일은 이제 다소간 무용한 작업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
[리뷰] '물안에서', 흐릿하고 희미한 풍경으로의 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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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처럼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오글리 가족은 음식물 대신 쓰레기를 먹는 종족이다. 그들은 냄새 마을 외곽의 쓰레기장에서 새살림을 꾸리며 고철 더미,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 속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이런 오글리 가족의 능력을 본 꼬마 발명가 맥스와 친구들은 냄새 마을의 환경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며 기뻐한다. 게다가 오글리 가족의 생체 추출물을 이용해 도시의 악취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건설업자 해머로 인해 오글리 가족과 맥스의 앞날은 위기에 봉착한다.
무분별한 도시 난개발과 환경 문제에의 사회적 무관심,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공익의 저해, 그리고 원주민의 생존권 위협 등 여러 겹의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른들은 눈감지만 아이들이 시위하고 행동하여 해결하는 양태가 인상 깊다. 더하여 흥미로운 점은 오글리 가족을 대하는 냄새 마을 주민들의 태도다. 대척의 사상, 인종, 국가 등을 외계인, 괴물이란 타자로 비유했던 할리
[리뷰] '오글리스: 웰컴 투 냄새 마을(Smelliville)', 눈을 감는 어른들과 행동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