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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주차된 차 안에서 3명의 시체가 발견된다. 집단 자살로 추정되는 이 사건의 사망자 중 한명은 고등학생 유리(강안나)다. 엄마 혜영(장서희)은 딸 유리의 주검 앞에서 오열한다. 혜영은 딸이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혜영은 살인과 관련하여 유리의 친구 예나(최소윤)와 담임교사 기범(윤준원)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담당 형사들은 유리의 죽음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혜영을 의아해하기 시작한다.
<독친>은 갑작스럽게 딸이 죽으면서 파국을 겪는 엄마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유리의 죽음 이전과 이후를 오가며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모든 시선의 끝엔 언제나 엄마 혜영이 있다.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의 신조어인 ‘독친’(毒親)을 배우 장서희가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연기가 눈길을 끈다. 진저리가 칠 정도로 자식에게 집착하며 삐뚤어진 모성애를 보이는 엄마와 이에 미쳐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재고
[리뷰] ‘독친’, 오은영 박사도 막을 수 없는 지독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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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같은 돈만 아니었다면 아양(가위림)을 맡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마카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늘 도박 빚에 허덕이는 광휘(주윤발) 앞에 오래전 헤어진 여자 친구 이석(원영의)이 나타난다. 몸은 다 컸지만 자폐 증세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만 듣는 아양이 바로 광휘의 아들이라 주장하면서. 한달만 아양의 아버지가 되어달라며 이석은 광휘에게 5만달러를 내밀고 아이를 데려갈 때쯤 다시 5만달러를 줄 것을 약속한다. 한편 광휘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갚기 위해 도박장에 아양을 데려가는데 어느 위기의 상황에서 열심히 도망가는 아양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빚, 친아들일 거라 생각지도 않으면서 돈 때문에 억지로 맡은 아양과의 순탄치 않은 생활, 광휘의 앞날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원 모어 찬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드라마다. 아양과 이석 외에도 이발소 친구들과 단골 손님 중 선생(방중신), 카지노에서 광휘의 주
[리뷰] ‘원 모어 찬스’, 이리저리 방황하다 가족 드라마에 안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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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로르 칼라미)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시종 따스한 마음으로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바라보고 보듬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런 애니에게는 16살 난 딸과 9살 된 아들,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 매트리스 공장에서 퇴근한 뒤 찾아간 한적한 서점 뒤편 공간에 여인들이 하나둘 모이면 그제야 비로소 이들이 무엇을 위해 한자리에 서로 마주 앉아 있는지 알게 된다. 임신 중지가 불법인 프랑스에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서점을 찾아온 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인 MLAC 소속이다. 더이상 출산을 원치 않았던 애니는 MLAC의 도움을 받은 후, 또 다른 여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임신 중지를 다루지만 <앵그리 애니>는 크리스티안 문주식의 냉담한 고발과도 스크린 위에 펼쳐진 아니 에르노의 충격적 자기 고백과도 다르다. 적나라한 현실로 침묵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대신, 일련의 사태처럼 반복되는 개인사와 공동체적 연대가
[리뷰] ‘앵그리 애니’, 연대가 잉태하게 한 것과 소명의식의 태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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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아이나 디 엔드)는 길거리 버스킹 가수다. 노래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일상에선 거의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태다. 이유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온 키리에는 타인과의 관계, 삶의 안정성, 현실적인 경제력 면에서 모두 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게 길에서 노래를 부르던 키리에 앞에 잇코(히로세 스즈)가 나타나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잇코는 가정에서 받은 상처 때문인지 홀로 살아가며 위태위태한 범죄를 일삼고 있다. 키리에와 잇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다. 잇코의 입시 과외 선생이었던 나츠히코(마쓰무라 호쿠토)가 키리에 언니의 약혼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재해로 약혼자를 잃은 나츠히코 역시 안정적이었던 삶의 환경을 뒤로 한 채 방황 중이다. 그렇게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 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재난 이후 현실에 부유하듯 살아오던 세 젊은이의 시간을 반추한다.
<러브레터>
[리뷰] '키리에의 노래', 구체적인 역사에 기반할 때 이와이 슌지의 매력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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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파티장에서 콜(아리 매카시)이 애타게 동생 더켓(소니 존슨)을 찾는다. 후미진 방구석에서 더켓을 찾은 콜은 황급히 동생을 데리고 나가지만 무언가에 씐 듯한 더켓은 흉기로 형을 공격하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의문의 공포가 지나간 후 어딘가 울적해 보이는 미아(소피 와일드)가 등장한다. 어머니를 여읜 미아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아버지와 소원하다. 가정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는 미아는 친구 제이드(알렉산드라 젠슨)의 집에 주로 머문다. 제이드의 동생 라일리(조 버드)의 픽업을 대신할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된 미아는, 어느 파티장에서 숏폼 챌린지를 경험한다. 이 챌린지는 악령을 소환하는 주문인 “내게 말해”(Talk to Me)를 외치며 시작한다. 이후 “널 들여보낸다”라고 주문을 외면 90초간 짧은 빙의를 경험할 수 있다. 미아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 모두는 이 경험에 중독돼 쾌락을 느끼고, 급기야 어린 라일리까지 이 챌린지에 도전하게 된다. 이때 라일리의
[리뷰] ‘톡 투 미’, “짧아야 본다”는 작금의 관람 문화를 적극 반영한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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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뮤지션이 공연장이 아닌 극장에 모여 노래한다. 1935년 개관해 88년간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이 그 무대다. 이들은 제각기 노래하고 연주하기 위해 버텨내고 존재한 예술가들이면서, 멀티플렉스 시대에 가능한 한 오래 버텨내고 존재한 극장을 사랑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이동과 만남이 어려워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소수의 뮤지션들을 자신의 고향 극장에 초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원풍경을 서서히 잃어가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회고를 더하면서 뮤지션들의 노래가 서로 꼬리를 물도록 공연의 세심한 배치와 연출을 시도한다.
영화관을 비롯한 모든 사라지는 장소에 대한 희미한 서글픔을 담고 있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말 대신 노래를 언어로 택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공감각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극장 매표소 앞, 층계, 복도, 상영관 안, 영사실, 건물 담벼락 등 극장 곳곳을 배회하는 카메라를 따라가면서, 그곳에서
[리뷰] ‘버텨내고 존재하기’, 사라질 장소를 위무하는 음악, 유순히 뒤따르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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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비 내리는 어느 날, 삼례 우리슈퍼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10대 소년 세명이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영화는 2016년으로 무대를 옮겨 섬으로만 발령을 받다가 정년 2년을 남겨놓고 전주시로 발령난 황준철 형사(설경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미친 개’라고 불렸던 그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술을 준비했다며 너스레도 떠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30년 근속했지만 15년 넘게 진급을 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현재 전북경찰청 경무관이 된 최우성(유준상)의 이름이 나오면 그는 여전히 권력에 굽히지 못하고 냉정해진다. 두 사람의 악연은 아직 황준철이 “한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미친 개”라 불리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북도에서 검거 성과 톱3에 들던 황준철은 완주경찰서로 발령받는다. 그런 그에게 이미 살인 내용을 자백해 감옥에 수감된 소년들이 진범이 아니고 진짜 할머니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제보 전화가 들어온다. 사람을
[리뷰] ‘소년들’, 미스테리 해결에서 나아가 약자들을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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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똑똑, 똑똑. 한밤중에 술병을 잔뜩 든 치훈(서영주)이 미국 뉴저지의 한 가정집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은 치훈의 처남 문석(이순원)이다. 이미 한잔하고 있던 문석은 뜻밖의 술벗을 환대하고 두 남자는 취기에 옛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릴 적 치훈이 엄마(강애심), 누나(김수진)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소를 차린 때부터 강도에게 엄마를 잃기까지의 가족사가 펼쳐지던 중 강도 사건의 내막이 흘러나오면서 이들 사이에 적막이 엄습한다.
올해 상반기 <리바운드>로 극장가에 감동과 희열을 전했던 장항준 감독이 미스터리 스릴러로 돌아왔다. <오픈 더 도어>는 명랑한 창작자의 진지한 영화적 실험의 결과물이다. 71분의 러닝타임을 5개의 챕터로 쪼개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제목의 의미를 형식적으로 강조하고 현재에서 6시간 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일그러진 가족의 발원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스릴러로서 서스펜스를 적절히 구사하지는 못한
[리뷰] ‘오픈 더 도어’, 명랑한 창작자의 진지한 영화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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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세이지족의 영토에서 석유가 솟아오른다. 오세이지족은 단번에 세계 제일의 부자 집단이 되지만, 돈이 있는 곳엔 비극도 따르기 마련이다. 1920년대 들어 오세이지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흑막엔 바로 지역 유지로서 막강한 자본 권력을 쥐고 있는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니로)이 있다. 그리고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막대한 부를 지닌 오세이지족의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턴)와 결혼한다. 킹 헤일이 주창하는 가족, 신실함의 가치는 돈과 탐욕으로 검게 물들어 어니스트 부부를 잠식한다.
80대의 감독이 가장 젊은 영화를 내놓았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는 지금의 미국, 혹은 전세계가 앓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20세기 초 미국의 실화에서 찾는다. 서부 시대 미국을 참회하며 동시대를 읽는 영화는 많았지만 스코세이지의 강점은 언제나 캐릭터의 직조에 있다. 어니스트는
[리뷰] ‘플라워 킬링 문’, 지구 반대편에서도 묻는다. 지금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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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중의 을 중의 을, 일명 ‘스페어타이어’ 기간제 윤리 교사 소시민(신혜선)은 학교에서 고도의 처세술로 본색을 감추고 있다. 불타는 정의감을 가진 전직 국가대표 복서가 바로 시민이 숨기고 있는 본모습. 하지만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 부장 교사 이재경(차청화)의 조언대로 불의를 관망하고 참겠다는 게 시민의 굳건한 다짐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악마로 불리는 한수강(이준영)이 고진형(박정우)을 괴롭히는 정도가 심상치 않음을 목격한 시민은 결국 수강과 진형 사이에 끼어든다. 진형의 “살려달라”는 솔직한 고백에서 시민의 은밀한 행동이 시작된다. 박진표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용감한 시민>은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이유 없는 가해 행위에 분노한 적 있는 관객이라면 가면을 쓴 히어로가 가해 학생을 응징할 때 모종의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다소 민감한 소재와 액션 장르의 만남이라는 점을 옆으로 미뤄둔다면 상업영화로서의 시의성 또한 적절하다.
[리뷰] ‘용감한 시민’, 학교폭력에 어퍼컷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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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 세미(박혜수)는 꿈을 꾼다. 하은(김시은)이 죽어 누워 있는 꿈이다. 얼마 전 자전거에 치여 다리를 다친 하은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수학여행은 포기해야 했다. 꿈 때문에 더욱 불안해진 세미는 하은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하은을 설득해 함께 수학여행을 가려고 들지만, 그 요구에 하은은 세미가 원하는 만큼 호응해주지 않는다. 세미는 자신의 마음이 하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받고 결국 두 사람은 다투고 만다.
<너와 나>는 ‘너’와 ‘나’라는 결코 동일할 수 없는 존재들 사이에 놓인 어쩔 수 없는 거리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에 대한 영화다. 세미가 수학여행을 떠나며 타게 될 배가 세월호라는 암시에서, 영화가 넘어서려는 불가능한 거리는 그와 하은 사이의 것만이 아닌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그들과 무관하게 살아갈 사람들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이 그 거리를 무화시킬 수 있다고, 너와 나는 그렇게 같
[리뷰] ‘너와 나’, 결코 동일할 수 없는 존재들 사이에 놓인 어쩔 수 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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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와 미(티티야 지라폰실프)는 쌍둥이다. 미의 뺨에 난 작은 점이 아니라면 부모도 유와 미를 가끔 헷갈릴 정도로 둘은 닮았다. 유가 수학 낙제 위기에 처하자 유처럼 꾸미고 재시험을 치러 간 미에게 연필을 빌려준 소년 마크(앤서니 뷔서렛)는 점을 화장으로 감춘 미를 유로 여기고 호감을 느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두 자매는 엄마를 따라 할머니가 계신 시골로 내려가고, 미는 할머니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유는 태국 전통악기인 핀 연주를 배우러 다닌다. 유는 미와 똑닮은 얼굴을 알아보고 다가온 마크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한 소년에게 반한 두 자매의 여름방학은 밀레니엄을 앞두고 지구종말론이 떠도는 1999년의 여름과 맞물린다. <유앤미앤미>에는 태국 시골의 푸릇하고 시원한 풍경과 여름 축제가 있고, 이제 막 초경을 겪은 소녀들의 풋사랑은 선풍기 바람을 타고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것만 같다. 잠시도 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유와 미는 마크에게 언제쯤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리뷰] ‘유앤미앤미’,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면 너와 함께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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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막바지인 1944년, 핀란드의 라플란드 광야에서 한 남성(요르마 톰밀라)이 핀란드와 나치 독일군의 전쟁을 뒤로한 채 금광 캐기에 열중하고 있다. 상반신이 흉터로 가득한 이 중년 남자의 정체는 퇴각하는 나치 부대와 마주치면서 밝혀진다. 그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핀란드 특수부대 출신 아타미 코피. 죽은 듯 살려 했으나 나치 장교 브루노(악셀 헨니)가 금을 노리자 불멸자라 불리는 이 사나이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굴의 의지’라는 뜻의 핀란드어를 제목으로 한 <시수>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처럼 잔인하지만 조용하며, <존 윅>만큼의 킬러 액션을 선보이지만 스타일리시하진 않다. 혼자 살아남은 죗값을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치르려는 한 남자의 황폐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게 이 영화의 목표다. 미화하지 않겠다는 듯한 사실적인 연출로 묘사된 대결 신과 시종 피 칠갑 상태인 아타미의 얼굴 숏은 어떤 화려한 기술을 펼칠 여력도 세상을 살아갈
[리뷰] ‘시수’, 말이 필요없는 핀란드에서 온 불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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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중인 일본, 11살 소년 마히토(산토키 소마)는 도쿄의 대화재로 엄마를 잃는다.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기무라 다쿠야)는 도쿄를 떠나 시골의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 왜가리 저택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일본과 서양 저택을 섞은 독특한 곳으로 과거 저택의 주인이었던 큰할아버지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이곳에서 마히토의 아버지는 죽은 엄마의 여동생 나츠코(기무라 요시노)와 결혼을 하고 마히토는 복잡한 심경을 숨긴 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왜가리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마히토 앞에 나타나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 얼마 뒤 새어머니 나츠코가 사라지자 왜가리 남자(스다 마사키)를 의심하고 쫓아간 마히토는 왜가리 남자와 함께 다른 차원으로 끌려들어간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섞인 그곳에서 마히토는 저택의 비밀과 세계의 운명을 마주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시 한번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다. 20세기 애니메이션의 정점에 오른 전설이 다시 돌아올 땐 언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내는 삶의, 존재의,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